2018년 4월호

빅데이터로 풀어낸 대박집

오향족발&훠궈 전문점 오향선

‘나만의 비법’ 개발로 작게 시작 크게 성공

  • 입력2018-04-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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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高(유가, 환율, 금리)와 3高(임차료, 인건비, 재료비)로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B급상권 또는 골목상권에서 빛을 발하는 매장들이 있다. 부부창업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오향족발과 훠궈(중국식 샤브샤브)전문점 오향선도 그중 하나다.
    부인 안현주 씨에게 ‘오향선’의 창업 동기를 물었더니 남편 손석준 씨의 사업 실패가 계기였다고 한다. 손 사장은 해외에서 공부한 유학파로 삼성전자 마케팅 부서 출신이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당시, 해외 출장이 잦았던 그는 자연스럽게 각 나라 음식을 접하게 됐고 그 맛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래서 요리를 접할 때마다 요리사에게 그 맛의 비법을 물었고, 출장에서 돌아오면 국내 맛집이라는 곳을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찾아다녔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틈틈이 요리까지 하게 됐는데 요리할 때면 즐겁고 행복했다고 한다. 

    안정된 생활을 하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부모님이 파주시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에 뛰어들면서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님 주변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던 것이 결정적 이유였다. 하지만 당시 부동산 개발 사업은 불황이 시작되는 시기였다. 불황이 계속되자 통장에 들어 있던 수십억 원이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그렇게 통장 잔고가 사라지면서 은행 대출금 갚기도 빠듯했다. 회사는 어려워졌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손을 들고 나왔다. 이후 절치부심, 전전긍긍하던 그에게 아내 안현주 씨가 자신들이 평소에 좋아하고 즐기던 음식을 아이템으로 창업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창업 전략, 3가지 콘셉트

    오향선은 인테리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성남 기자]

    오향선은 인테리어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성남 기자]

    손씨는 쉽게 동의하지 못했다. 아내가 고생하는 것을 남자 자존심이 허용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내 안현주 씨도 의상디자인학과 출신답게 결혼 전에는 동대문시장에서 의류 디자이너로 근무했고 직접 매장도 운영하는 등 음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음식점을 하자는 아내를 만류했다. 그러나 아내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장모가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동에 11평짜리 조그만 상가점포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것이 창업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되었다. 

    음식점을 창업하기로 부부가 의기투합했지만 아이템을 무엇으로 정할지 난감했다. 음식을 즐기고 좋아하며, 요리를 즐겨했지만 어떤 아이템이 창업아이템으로 좋은지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점포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았다. 떡볶이부터 시작해 분석하지 않은 아이템이 없을 정도로 연구했다. 그러면서 중식이 가장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족발이 수명 주기상 성숙기가 길고 원가 비율이 낮은 점에 착안했다. 



    업종과 아이템이 결정되자 전국의 족발 맛집을 안 찾아간 곳이 없을 정도로 찾아다니면서 매장 분위기, 맛, 서비스, 청결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고, 오향족발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그 비법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그렇게 수집한 정보를 가지고 중국식 오향족발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 2개월 동안 삶고 또 삶았다. 그때 개발용으로 쓴 족발이 소형 트럭 몇 대분이라고 하니 가히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만의 오향족발을 만들었지만 당시 트렌드였던 한식 족발집처럼 배달에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부부는 3가지 콘셉트를 정했다. 작지만 경쟁력 있는 족발집, 고급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족발집, 차별성 있는 족발집이었다. 고급스러운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창업비용 중 상당 부분을 인테리어에 투입했고 그 결과, 고양시 최초 고급 분위기의 정통 중국식 오향족발 전문점이 탄생했다.

    작지만 경쟁력 있는 족발집

    2007년 오픈하면서 창업비용으로 총 9000만 원이 들었다. 보증금 3000만 원(월세 135만 원)에 인테리어와 시설비에 6000만 원을 투입했다. 빈 점포라 권리금은 없었지만 대신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다. 테이블 6개의 11평짜리 조그만 매장에서 오픈 첫 달 150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고객 반응이 그만그만했다. 비수기인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일매출 30만 원 내외로 고전했다. 

    출점 당시 타당성 분석에서는 감가상각 기간을 5년으로 했을 때 손익분기점이 일매출 60만 원은 되어야 했다. 그래야 5년 동안 영업했을 때 부부의 인건비와 창업비용이 회수되는 셈이었다. 당시 일매출은 인건비도 못 건질 정도였다. 그래서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를 개발하게 되었고 지금의 오향족발과 훠궈전문점이 되었다. 

    오향족발과 훠궈가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급속도로 늘었다. 찾아온 고객들은 안현주 씨의 친밀함으로 단골 고객이 되었다. 그리고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을 친목계 회원으로 만들었다. 이런 노력 끝에 지역 대박집의 반열에 서게 되었고 월 최고매출 7000만 원까지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매장의 손익계산은 매출 대비 재료비를 포함한 원가 비율이 40%, 판매관리비 중 인건비 22%, 월세 3.5%, 부가세 등 세금 6.5%, 수도광열비 등 비용 3%, 제세공과금 및 각종 수수료 등 3%, 기타 2%, 영업이익률이 20%가 된다. 10년 이상 매장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감가상각비는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순이익률이 높게 나왔다. 이렇게 월세의 비율이 낮고 감가상각비가 없기 때문에 요즘 같은 불경기에도 상당히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상권입지를 보면 5차선 도로변에 위치하기는 하지만 유동인구가 거의 없는 B급지 이하다. 적합한 업종 및 아이템을 선정하기가 쉽지 않은 자리다. 이런 열악한 상권입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운영자의 탁월한 운영 방식이 절실하다. 그래서 이들이 주력한 것이 매장 분위기였다. 색상에서부터 조명, 테이블, 의자, 간판까지 정통 중화요리 전문점으로 꾸민 것이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마케팅믹스 전략에서 물리적 증거 즉,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고객을 매장으로 불러들인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족발과 훠궈의 차별성에 집중했다. 음식은 맛이 좋아야 하는 건 기본이다. 이들이 개발한 오향족발은 오향의 기막힌 배합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팔각, 회향, 산초, 정향, 계피 중 팔각과 정향의 배합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중국식 샤브샤브 훠궈는 소사골과 노계, 20여 가지의 약재와 채소로 우려낸 육수에 고기와 채소를 담가 먹는 중국 대표 보양식이다. 훠궈는 산초로 얼얼한 매운맛을 내는 홍탕과 담백하고 시원한 백탕 두 가지 육수가 있는데, 마장소스가 고객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이렇게 만들어낸 그들만의 경쟁력과 차별성은 상권입지에 가장 적합한 업종 아이템을 창출해냈다.

    인터넷 마케팅의 진수

    손석준 씨 부부가 몇달간 연구해 자신만의 비법을 개발해 만든 훠궈(왼쪽)와 오향족발. [김성남 기자]

    손석준 씨 부부가 몇달간 연구해 자신만의 비법을 개발해 만든 훠궈(왼쪽)와 오향족발. [김성남 기자]

    오향선은 비수기(11~2월) 4000만 원, 성수기(7~8월) 6000만 원 내외로 비수기와 성수기의 매출 격차가 심했다. 그래서 불리한 입지와 매장 규모, 그리고 계절의 한계를 피부로 느낀 안현주 씨는 블로그를 직접 운영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생겼고, 2012년 11월 ‘족발선생 오향선의 맛있는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는 이 블로그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5년 이상 운영하고 있다. 그 결과, 한때는 하루 방문객이 1만 명이 넘을 정도로 유명 블로그가 되었고 언론 매체와 방송에 맛집으로 소개되면서 서울뿐 아니라 성남, 수원, 의정부, 동두천 등 경기남부와 북부 지역 고객까지 불러들였다. 

    안씨와 손씨는 “상권입지가 불리하면 인터넷 마케팅을 통해 상권을 넓히면 된다”고 말한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에게 상권 범위란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권입지가 좋은 곳은 웬만한 상품력이라도 고객들을 불러 모을 수 있다. 반면 상권입지가 불리하면 인터넷 마케팅, SNS 마케팅을 통해 상권 범위를 넓히면 되는 것이다. 훠궈는 그렇게 블로그를 통해 고객의 요구와 필요에 의해 탄생했다. 

    훠궈를 개발하기 위해 부부는 전국의 훠궈 전문점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그 비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재료를 챙겨 오는 것이었다. 재료를 챙겨 온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체면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그렇게 챙겨 온 재료들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훠궈가 탄생했다. 이렇게 개발한 훠궈는 “정통 중국식 샤브샤브의 맛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다. 심지어 중국 사람들도 맛있다고 인정했다 한다. 

    겨울 비수기 매출을 메워줄 메뉴 훠궈에 대한 고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점포 규모로 인해 매출이 한계에 다다르자, 최근 인근에 30여 평의 매장을 더 마련해 공사 중이다. 현재 주엽 본점을 비롯해 웨스턴돔점, 화정점, 공덕점 총 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데 곧 5호점이 새로 오픈하게 된다.

    오향족발의 신선

    오향선이라는 상호도 바로 오향족발의 신선이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부부가 강조하는 성공 비결은 콘셉트, 마케팅, 지속경영, 메뉴 아이템 등으로, “고객에게는 제대로 된 음식 맛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운영자 자신에게는 수익성 높은 매장에 자부심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것 자체가 진정성 있는 식당 성공의 키워드”라고 말한다. 그리고 “오향족발의 신선이 되겠다”는 의지와 “지역의 고객들에게 중국의 맛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새로운 메뉴 개발에 게을리하지 않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마지막으로 부부에게 예비창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했더니 이런 말이 되돌아왔다. 

    “조급해하거나 서둘지 말고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창업 준비를 하라. 무리하게 투자하지 말고 작게 시작하라. 끊임없이 공부하라. 음식점은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라.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

    빅데이터로 풀어본 상권입지 분석

    점포를 중심으로 반경 500m를 상권 범위로 정하고 상권입지를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했다.

    업종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을 이용해 업종 분포를 분석해보니 총 844개 점포 중 음식업은 329개로 39%, 서비스업은 230개로 28%, 도소매업은 279개로 33%로 나타났다. 이곳은 다른 상권에 비해 상가점포 수가 적은, 전형적인 주택가 특성이 강한 상권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상권의 업종 비율보다 도소매업과 서비스업 비율이 높고 음식업 비율이 낮았다. 이유는 주택가 특성이 강한 상권이어서 생활밀착형 업종인 공인중개사무실, 보습학원, 개인병의원, 약국, 세탁소, 미용실 등과 배달 전문점이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을 삼는 것은 오향선의 직접 경쟁 점포인 족발 전문점 수가 6개로 전체 업종 수 대비 0.7%의 미미한 분포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상품에 대한 경쟁력과 차별성이 있다면 도전해볼 만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권유형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주택가 특성이 강한 상권으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는 상권등급 및 입지등급이 5등급 중 3등급으로 나온다. 그리고 주거인구 2만3265명과 직장인구 8472명으로 주거인구가 직장인구보다 훨씬 많다. 이렇게 상권 및 입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평일보다는 가족 외식이 많은 주말에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한 음식점 운영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입지

    입지분석은 가시성, 접근성, 인지성, 홍보성, 주차편의성을 점수화해서 평가하는데 가시성은 50점 만점에 43점, 접근성은 20점 만점에 12점, 주차편의성은 15점 만점에 5점, 인지성은 10점 만점에 5점, 홍보성은 5점 만점에 3점으로 총 68점으로 C급지로 평가된다. 따라서 출점하기엔 위험 부담이 큰 입지로 신중을 기해야 할 점포로 판단된다.

    빅데이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족발전문점의 최근 6개월간 평균 매출은 2017년 6월 1099만 원, 7월 1142만 원, 8월 2169만 원, 9월 2018만 원, 10월 1723만 원, 11월 1886만 원으로 8~9월이 성수기인 것을 알 수 있다. 경쟁업소의 평균 월매출을 보더라도 오향선의 월평균 매출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요일별 매출 비율을 보면 토요일(449만 원)이 가장 높고 금요일(324만 원), 목요일(279만 원), 수요일(265만 원), 화요일(264만 원), 월요일(211만 원), 일요일(92만 원) 순으로 토요일과 금요일 주말 매출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 지역의 족발 전문점은 일요일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마케팅 전략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대별 매출 비율은 저녁식사 시간인 17시부터 21시까지(89만 원)가 가장 높고, 21시부터 24시까지(49만 원), 점심식사 시간인 11부터 14시까지(9만원) 순으로 저녁식사 시간의 매출이 가장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점심식사 시간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주거 형태는 1차 상권 범위 총 8902가구에 아파트가 5964가구로 67%, 비아파트가 2938가구로 33%를 차지해 아파트 밀집 지역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상권이 활성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차별화된 상품력과 인터넷 마케팅

    음식점은 상권범위에서 고객을 불러 모을 수 있는지 없는지가 상품력에서 결정된다. 오향족발은 좋은 재료만 고집함으로써 QSC(맛, 서비스, 청결)에 경쟁력과 차별성으로 상권범위를 넓혔고, 고객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고민해 겨울 메뉴 훠궈라는 중국식 샤브샤브를 개발, 고객의 사랑과 인기를 끌었다.
     
    한마디로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며, 인터넷 마케팅에 집중함으로써 성공했다. 오향선은 열악한 상권입지에도 뛰어난 상품과 정통 중국식 오향족발과 훠궈 전문점이라는 분위기의 콘셉트, 그리고 인터넷 마케팅에 주력함으로써 성공한 대표적인 B급상권 대박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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