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신동아-부동이화Initiative 좌·우파 끝장토론

개헌과 통치 구조 | 대통령 4년연임제 vs 이원집정부제

총리 국회 추천 ‘대통령제’ 동의 “여야도 합의할 수 있을 것”

  • 입력2018-04-19 17: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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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 “이원집정부제로 ‘제왕적 대통령’ 막아야”

    • “제왕적 대통령은 제도 탓 아닌 편법·탈법의 문제”

    • “실세총리니 책임총리니 다 부질없다”

    신동아-부동이화Initiative 토론은 3월 22월 박진(가운데) 안민정책포럼 회장의 사회로 이종찬 국민대 교수(오른쪽),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이 진행했다.

    신동아-부동이화Initiative 토론은 3월 22월 박진(가운데) 안민정책포럼 회장의 사회로 이종찬 국민대 교수(오른쪽),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이 진행했다.

    전직 대통령 두 사람이 구치소에 구금돼 있다. 역대 대통령 중 성한 이를 찾기 어렵다. 교도소 갈 사람만 대통령이 되는가, 한국인은 태생이 부패한가. ‘제왕적 대통령’이 일상어가 됐다. 사람의 문제인가, 제도의 문제인가. 

    문재인 대통령은 3월 26일 대통령 4년 연임제 도입과 수도조항 및 토지공개념 명시 등을 골자로 한 개헌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을 두 번 연속 할 수 있는 4년 연임제가 개헌안에 포함됐다. 4년 연임제 개헌이 이뤄져도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되지 않는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한다. 

    자유한국당은 총리를 국회가 ‘선출’하는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한다. 외치에 해당하는 통일·국방·외교 업무는 대통령이, 나머지 행정권은 총리가 통할하는 것이다. 한국당은 이를 ‘분권 대통령·책임총리제’라고 일컫는다. 바른미래당은 국회가 선출하거나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총리를 임명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여권과 가까운 성향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도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진 않아도 ‘추천’할 순 있어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한다.

    제2의 박근혜, 제2의 이명박 막으려면?

    안민정책포럼 주최로 3월 22일 열린 신동아-부동이화Initiative 세 번째 토론 주제는 ‘개헌과 통치 구조’다. 박진 안민정책포럼 회장(KDI 교수)이 토론을 진행했다. 이종찬 국민대 교수, 박용수 연세대 국가관리연구원 전임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박용수 연구원은 대통령중심제 지지자다. 4년 연임 개헌안을 지지한다. 5년 단임제도 크게 문제가 없다고 본다. 이종찬 교수는 이원집정부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여긴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 |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중심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제도다. 현대 사회에서 대통령이 책임지는 외치와 총리가 맡는 내치를 두부 자르듯 나눌 수 있나. 

    이종찬 | 프랑스가 대표적인 이원집정부제 국가다. 총선에서 대통령이 소속된 정당이 승리했을 때는 대통령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을 총리로 임명해 순수 대통령제처럼 국정이 운영된다. 한국처럼 총리 역할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총선 결과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과반 의석을 획득하지 못하거나 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 동거 정부가 등장한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과 다른 다수당에서 총리가 배출되면 그때는 총리의 힘이 막강하다. 헌법상으로는 대통령이 총리와 각료를 임명하게 돼 있으나 동거 정부 시기에는 국회 다수당의 지원을 받는 총리가 국방·외교 정책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해 제왕적 대통령제가 낳는 폐해를 막는 게 옳다고 본다. 

    박용수 |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의 경우에도 대통령의 권한을 제한하는 요소가 충분히 장착돼 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를 거치는 대통령 탄핵 과정을 통해 우리가 지켜봤듯 권력 분립을 강조한다. 대통령중심제는 대통령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분립과 균형에 의해 작동된다. 제왕적 대통령은 제도 탓이 아니라 편법, 탈법의 문제면서 위계적 권위주의 문화에 세력 균형이 무너진 탓이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하면 대통령의 권한이 오히려 강해질 수 있다. 동거 정부가 등장하면 총리의 권한이 강해지는데 대통령과 총리의 생각이 달라 정책 집행의 효율성에서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不同 : 이종찬 교수는 한국 대통령제가 공식 제도로서는 문제가 없으나 이를 운영하는 비공식 제도(정치적 관행)가 문제라고 본 반면 박용수 연구원은 제도가 아닌 사람과 문화의 문제로 봤다. 제왕적 대통령은 편법, 탈법에 기초한 사안이라는 것이다.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달라도 될까?

    이종찬 | 이원집정부제하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다를 때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 헌법의 단점은 대통령과 총리의 소속 정당이 같을 때는 대통령제처럼, 그렇지 않을 때는 의원내각제처럼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경우 대통령과 총리를 같은 정당에서 배출하도록 선거 방식을 바꾸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하면서 특정 정당이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여러 명 중 한 사람에게 투표하는 방식이 예가 될 수 있다. 다수당이 총리와 대통령을 동시에 배출하는 것이다. 

    박진 | 이원집정부제하에서도 대통령은 순수한 직선으로 뽑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이종찬 | 대통령이 가진 권력을 분산하려면 선거 방식을 바꾸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박진 | 다수 국민이 직선제를 지지한다. 

    이종찬 | 길은 두 갈래로 나 있다. 대통령제를 조금 수정하느냐,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를 도입하느냐. 한국은 국가 조직뿐 아니라 학교, 회사 등 각 조직이 인치(人治)적 성격이 강하다. 제도로는 민주주의에 하자가 없으나 대통령에 당선되면 시스템에 의지해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헌법상 3권 분립의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린다. 행정부 우위 통치 구조를 그냥 두면 인치적 운영을 막지 못한다. 대통령 1인이 정점에서 비공식 제도로 국가를 통치한 게 이승만 정부 때부터 이어진 것이다. 사정이 이러니 검찰 국정원 등 권력기관의 정치화가 발생한다. 정권이 바뀌면 이전과는 반대쪽으로 권력기관의 정치화가 다시 일어난다. 제도를 바꾸지 않고 비공식 제도를 바로잡기는 수십 년이 걸려도 어렵다. 실세총리니 책임총리니 다 부질없다. 행정부의 권력을 대통령과 총리로 이원화해야 제2의 박근혜, 제2의 이명박을 막을 수 있다. 

    박진 | 행정부의 권한을 분할한 후 국회의 대리인(agent)을 총리로 집어넣자?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국회의 권한을 확장하자는 건가. 

    이종찬 | 그렇다. 총리를 아예 국회에서 ‘선출’하게 해야 한다. 

    박용수 | 현재의 대통령제를 두고 비판과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문제의 근원에는 제도가 아니라 문화가 있다. 제도는 비교적 잘 꾸려졌는데 작동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것이냐, 기존의 제도를 제대로 작동시킬 거냐가 쟁점이라고 본다. 프랑스의 경우 세 차례의 동거 정부에서 매번 총리의 권한이 막강했다. 외교장관, 국방장관도 총리 소속 정당에서 맡더라. 행정 수반의 권력은 나누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나눠지지 않는다. 거듭 강조하건대 한국의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문화다. 또한 행정부는 정책적 일관성을 가져야 하며 책임도 분명해야 한다. 

    *不同 : 이종찬 교수는 행정부의 권력을 대통령과 총리로 이원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박용수 연구원은 행정 수반의 권력은 나누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나눠지지 않는다고 봤다.

    ‘한국식 분권형 대통령제’는 어떨까?

    박용수

    박용수

    박진 | 현행 대통령제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박용수 | 그렇다. 탄핵 시스템이 작동되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나. 단임제일지라도 정권 재창출에 민감하다. 임기 중에도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거나 선거에서 여당이 지면 개각 등이 이뤄진다. 

    이종찬 | 제도를 바꾸지 않더라도 언론과 국민이 깨어 있으면 된다는 말인가. 문화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맞춤형 제도가 필요하다. 

    박진 | 미세 조정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증명된 게 아닌가. 

    이종찬 | 이원집정부제로 가야 하는 이유가 그래서다. 다만 동거 정부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 프랑스도 드골 헌법 초기에는 대통령을 간선제로 뽑았다. 

    박용수 | 대통령과 총리의 정당이 같게끔 설계한다? 의원내각제와 다른 게 뭔가? 이원집정부제가 아니라 사실상 의원내각제다. 

    이종찬 | 그런 측면은 있다. 책임총리제 아이디어도 나오지 않나. 대통령제 골격을 유지하면서 총리에게 실질적 권한을 주는 형태도 대안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박진 | 이종찬 교수가 책임총리제를 도입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언급했다. 논의 범위를 좁혀보자.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는 ‘한국식 분권형 대통령제’는 어떤가. 대통령제를 시행하면서 총리에게 권한을 더 줘 운용상의 묘를 찾아보자는 얘기다. 

    박용수 | 국회 추천? 국회가 총리를 ‘선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다만 정치적 중립성이 강한 사람을 추천한다든지 복수의 인사를 추천해 대통령이 선호하는 사람을 지명하는 형태라면 받아들일 수 있다. 

    박진 | 대통령이 총리 해임 권한을 가져야 하나. 

    박용수 | 당연히 그래야 한다. 대통령과 총리가 갈등을 빚으면 곧바로 해임할 수 있어야 한다. 

    이종찬 | 아니다. 대통령이 총리를 해임하려면 국회에서 차기 총리 후보를 합의로 추천했을 때만 해임한다는 조건을 붙여야 한다. 

    박용수 | 국회의 총리 추천제가 도입된다면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축소할 것을 제안한다. 국회의 권한이 강화되는 만큼 책임 강화도 수반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국회가 행정부와 대립하면 아무런 일도 할 수 없다. 2년으로 임기를 제한하면 교착을 빚는 시기가 줄어들 수 있다. 

    *而和 : 두 패널은 국회가 추천한 총리 후보를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의 ‘한국식 분권형 대통령제’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국민적 합의 필요해”

    이종찬

    이종찬

    박진 | 대통령이 총리 추천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하나. 

    박용수 |
    당연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이종찬 |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야당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총리 후보로 추천될 수 없지 않은가. 2배수 혹은 3배수를 추천하면 반드시 1인을 고르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박진 | 이종찬 교수는 대통령이 총리를 해임할 때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보나. 

    이종찬 | 한국 상황에서는 그렇게까지 해야 대통령이 견제될까, 말까 한다. 내각제 요소를 더 도입해야 한다. 총리를 해임할 때 국회의 동의를 얻게 하거나 총리의 임기를 보장해주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박용수 | 총리는 국민이 선출한 지위가 아니다. 국민이 선출한 임면권자가 언제든 해임할 수 있어야 한다. 책임총리제는 총리가 대통령에게 책임지는 형태가 돼야 한다. 

    박진 | ‘대통령중심제와 이원집정부제를 각각 지지하는 두 패널 모두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절충안을 받아들였다. 다만 대통령의 총리 해임 권한, 총리의 임기 등에서는 의견이 달랐다’고 정리하면 되나. 

    이종찬 | 그렇다. 

    박용수 | 대통령중심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나 다른 견해를 일부 받아들여 국회의 총리 추천은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박진 | 대통령과 소속 정당이 다른 인물이 추천돼도 무방하다는 데도 동의하나. 

    박용수, 이종찬 | 그렇다. 

    박진 | 효율적인 의사 결정과 대통령의 권한 견제가 공히 중요한데 어느 것에 가중치를 두느냐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 박용수 연구원은 효율적인 의사 결정 구조, 이종찬 교수는 권한에 대한 견제에 방점을 찍는 것 같다. 

    박용수 | 효율성보다 책임성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종찬 | 여당이 대통령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게 현실이다. 대통령이 여당의 선거 공천에 일절 간섭해선 안 된다. 개헌의 절차와 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집권 세력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개헌안 아닌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개헌하는 것은 옳지 않다. 

    박용수 | 개헌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異見)이 있을 수 없다. 집권 세력이 책임성 차원에서 개헌안을 내놓았다고 본다. 

    *不同而和 :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두 패널이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하는 방식의 ‘한국식 분권형 대통령제’에 조건부로 동의했다. 대통령에게 총리 해임권을 줄지, 총리의 임기를 보장할지를 두고는 이종찬, 박용수 연구원의 생각이 다르다. 상대의 견해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한걸음씩 서로 다가서다 보면 여야가 국회에서도 통치 구조와 관련한 헌법 조항에 합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중심제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3권 분립을 추구한다. 특히 입법부와 행정부 간 견제와 균형을 강조한다. 행정부와 국회의 독립 또는 분리를 본질적 요소로 삼으나 대통령 소속 정당과 국회 내 다수당이 같을 경우 권력융화주의(權力融和主義)가 나타난다. 한국식 제도를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도 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행정부의 정책 집행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원집정부제 대통령중심제와 내각중심제를 절충한 제도다. 내란ㆍ전쟁 등의 비상시에는 대통령이 행정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나, 평상시에는 총리가 내정에 관한 행정권을 행사하며 대통령은 외교 국방 등의 권한만을 가진다.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되며, 의회의 다수당 당수가 총리로 선출된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이원집정부제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다. 

    분권형 대통령제 광의의 이원집정부제에 속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이 어떻게 나눠지는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이 있다. 신동아-부동이화Initiative 토론에서 논의한 분권형 대통령제는 국회가 총리 후보를 추천하면 임명은 대통령이 하는 형태다. 순수한 이원집정부제하에서 대통령은 총리 임면권을 갖지 않는다는 점에서 토론에서 논의된 분권형 대통령제는 이원집정부제와 구분된다. 

    의원내각제 정부의 성립과 존립이 국회의 신임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정부 형태다. 내각중심제 또는 의회정부제라고도 한다. 대통령제와 함께 입헌 민주국가의 양대 정부 형태를 이룬다. 국회가 내각불신임을 결의할 때 내각은 총사직하거나 국회를 해산해 국민에게 신임을 묻는 총선거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진퇴를 결정한다. 국회가 내각을 조직·해산하는 권한을 가짐으로써 내각에 대한 국회의 법적 우위성을 인정한다.


    ※부동이화Initiative는 중도보수와 중도진보를 지향하는 싱크탱크들의 네트워크다. 부동이화(不同而和)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을 비튼 표현이다. 화이부동이 화합하되 각자의 길을 걷는 것이라면 부동이화는 생각은 다르나 함께 걸어갈 길을 찾는다는 뜻이다. 부동이화Initiative 세 번째 토론을 주최한 안민정책포럼은 1996년 고(故) 박세일 교수가 공동체자유주의 이념을 기치로 만든 지식인 네트워크로서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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