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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상의 사회적 가치 리포트

기승전 ‘국민연금’ 시대

책임투자·스튜어드십 코드 7월 도입 예정

  • |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

기승전 ‘국민연금’ 시대

  • ● 3월 말 고려대 연구용역 보고서 나와
    ●책임투자 규모 6조9000억, 주주권 행사는 소극적
    ●2025년 기금 1000조 전망
621조 원의 기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뉴시스]

621조 원의 기금을 굴리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뉴시스]

“요즘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기승전 ‘국민연금’ 같다. 포스코 사태에도 국민연금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사태에도 국민연금이 책임 있는 것 아니냐 한다.” 

4월 10일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정기포럼에 참석해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적지 않음을 토로했다. 621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이처럼 변화의 기로에 섰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는 “이제까지 국민연금 같은 연기금의 투자는 단순히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며 “지금부터는 수익성을 높일 뿐 아니라 투자한 돈이 사회와 지구 환경에 순기능을 하도록 하는 책임까지 동시에 져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강하게 제안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난해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했고, 3월 말 최종보고서를 받았다. 참고로, 책임투자는 투자 대상의 재무적 요소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비재무적 위험을 투자 결정 시 반영하는 방법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주주 활동 등 수탁자로서의 책임을 이행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다. 

최종보고서는 책임투자 가이드라인 제정, 위탁 규모 확대 등 9개 활성화 방안과 로드맵을 제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안했다. 

책임투자와 관련해선, 초기에는 주식에서 시작해 채권(중기)과 다른 자산군(중장기)으로 점차 확대하고, 중소기업 대상의 책임투자와 임팩트 투자(사회와 환경 문제를 해결해 긍정적 영향을 이끌어내기 위한 투자)도 전략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책임투자의 위탁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위탁 펀드는 6조9000억 원으로 주식 위탁 가운데 약 11.5%에 이른다. 이를 5년 내에 30%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또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주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기를 권했다. 그로 인해 정부, 경제권력 등과 이해가 상충되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특정 기업이나 산업의 부적절한 행위가 미래 세대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다른 기업 가치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제안한 7가지 스튜어드십 코드 세부 원칙별 이행 방안은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 및 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 및 공개 △투자대상회사 점검 △수탁자 책임 활동 이행 △의결권 정책, 행사 내역과 사유 공개 △주주 활동의 주기적 보고 △역량 및 전문성 강화 등이다. 

국민연금공단은 4월 현재 세부 지침을 제정하기 위해 검토 중이고, 순조롭게 마무리된다면 7월부터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김성주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그동안 해외 선진 연기금의 사례를 연구하고 국내 관련 법령과 기금 운용 여건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및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을 마련해가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고 최종적으로는 기금운용위에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책임투자 22조9000억 달러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 책임투자 규모는 약 22조9000억 달러로 전 세계 투자 자산 가운데 약 26%를 차지하고 있다. 2014년 약 18조3000억 달러에서 2년 만에 약 25%가 늘었다. 지역별 책임투자 규모를 보면 유럽이 12조 달러, 미국 약 8조7000억 달러, 일본 5000억 달러에 이른다. 해외 연기금은 책임투자와 관련해 명확한 정책과 지침을 마련하고 투자 대상 스크리닝, ESG통합, 주주 관여 활동 등에 임하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가는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20여 개국에 이른다. 스웨덴의 AP4, 일본의 GPIF, 네덜란드 APG 등 해외 주요 연기금이 여기에 가입하고 있고, 미가입 연기금들도 투자 배제 리스트 작성이나 이사 후보 추천 등 스튜어드십 코드에서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주주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2005년 국가재정법 제정 이후 소극적인 주주권을 행사해왔다. 2014~2017년 연간 평균 2880여 건의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 가운데 반대 비중은 약 10.4%를 차지했다. 

일부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국민연금을 동원한 재벌개혁 정치 슬로건’이라며 우려를 표한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국민연금은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고 있고, 수익률 개선을 목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경영계 등에선 국민연금의 과도한 기업 경영 간섭과 연금사회주의 등을 우려하고 있다. 최경일 보건복지부 연금재정과장은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가장 큰 논란은 연금사회주의다”라며 “정부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서 정부 마음대로 기금을 운용하고 의결권 행사 등 주주 활동을 통해 경영 활동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경영 활동 개입 자체가 스튜어드십 코드 취지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다만 그런 우려를 감안해 주주권 행사 범위 등은 이해관계자와 충분히 논의할 것이고,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책임투자 펀드와 주식 운용 잣대 달라

또 차제에 국민연금의 수익성과 복지 측면을 어떻게 조화롭게 가져갈지에 대한 근본적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민연금은 복지적 관점과 투자적 관점 두 가지 성격을 같이 갖고 있다”며 “해외 선진 연기금은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절충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갖춰져 있는데 국민연금은 그것이 부족하다”며 보완을 주문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사회책임투자 펀드를 운용할 때는 술·도박·담배 관련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지만, 일반 주식을 운용할 때는 KT&G 등 술·도박·담배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이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김성주 이사장은 “국가경제가 한층 더 성숙해지기 위해서는 질적인 장기 성장동력을 찾아야 할 때”라며 “국민연금이 선량한 관리자 의무를 다하여 자본시장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게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이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 도입하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도 여기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내 기업들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과 사회적 가치 창출을 활성화할 수 있다. 기업이 고용창출이나 협력적 노사관계, 공정거래, 경영 투명성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가 더 상승하게 된다. 이는 결국 이들 기업에 투자한 국민연금의 수익률 제고로 연결된다. 결국 2025년으로 전망되는 국민연금 1000조 원 시대가 앞당겨질 것이다.


신동아 2018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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