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연쇄정상회담;北의 숨은 그림 찾기

선대의 유훈인가, 위장평화전술인가

南이 독 안에 갇힌 김정은에게 북·중동맹 복원, 살라미전술 출구 열어줘

  • 입력2018-04-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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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통일대전은 핵무기 앞세운 인해전술…

    • 군사위협 해소·체제보장 요구는 ‘피해자 코스프레’

    • 리비아식 모델 수용 때까지 北 압박해야

    • 美 선제 핵공격 태세 완비

    • 핵·미사일전략지대 ‘군사적 핵사찰’ 불가피

    북한은 2017년 5월 15일 지대지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IRBM)인 ‘화성-12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12형’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촬영 일시 미상) [노동신문]

    북한은 2017년 5월 15일 지대지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IRBM)인 ‘화성-12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12형’을 지켜보고 있다.(사진촬영 일시 미상)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향적인 비핵화 의지 표명에도 북·미 정상회담 전망에는 그늘이 적지 않다. 우선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는 김정은의 3·5 남북합의 전제가 거짓말일 소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가 선의로 답해서 단계적 동시 조치를 취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핵보유국을 전제로 한 살라미식(협상 단계를 최대한 잘게 쪼개 단계적으로 진행) 대응 전략을 의미한다. 

    평양은 이 같은 전략을 평창올림픽 때 방남한 고위급 대표단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핵보유국 지위를 갖고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언급이 그것이다. 김정은은 3월 특사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군사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되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핵보유국을 전제로 한 살라미식 비핵화 논의는 ‘핵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태도를 숨긴 속임수일 수 있다. 게다가 북핵 폐기에는 리비아·우크라이나 모델을 적용하기 어렵다. 북한의 핵·미사일전략지대(청천강-함흥 이북의 북·중 국경지대)에 대한 대규모 군사력을 동반한 핵사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비핵화 선대 유훈은 새빨간 거짓말?

    북핵은 자위용이 아닌 김정은이 수립한 통일대전의 핵심 전력이다. 통일대전은 김일성이 기획하고 김정일이 완성해 김정은에게 승계한 신(新)남침전쟁 전략이다. 북한은 2014~2017년 한국에 대한 무인기 정찰을 통해 신(新)남침작전계획을 완성했다. 2019년까지 모든 전략무기 개발을 완료한다는 로드맵 하에 핵 개발에 박차를 가하다가 한미의 북핵 폐기 전략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자 핵 개발을 중단한 상태다. 



    북한의 핵전쟁 설계자는 김일성이다. 6·25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으로 패퇴한 김일성은 1950년 12월 21일 자강도 만포시 별오리에 은거했다. 당시 ‘현 정세와 당면임무’라는 당 중앙위 연설에서 김일성은 “미군 개입에 대처할 준비를 못했다”고 고백했다. 이는 김일성 최후의 자아비판이자 핵 개발에 대한 최초의 ‘교시’다. 

    ‘생사존망을 결판낸다’는 판가리 전략은 ‘사생결단(死生決斷)식 전쟁으로 남조선을 통일한다’는 김정일의 남침전략이다. 이 전략은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망명 때 가져온 김정일의 비밀연설 녹취록을 통해 최초로 알려졌다. “내가 주석께서 돌아가신 후 경제부문을 경제관료에게 전적으로 위임하고, 조선반도의 판세를 단번에 뒤집을 전략에 매진하고 있는데 (…) 경제 분야의 성과가 매우 미흡하다 (…) 군사 분야에 대한 검열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이 녹취록은 1990년대 중반 김일성대학에서 군당정(軍黨政)의 핵심 간부에게 행한 연설을 담고 있다. 

    김정은이 핵무력 병진노선을 선포(2013년 3월 31일)한 후 2014년 초 군에 하달한 통일대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의도 면에서 불확실한 중국·러시아 군사동맹에서 탈피해 실질적 대미 억지력을 확보하며 ②시기 면에서 걸프전 이후 공개적으로 추진했고 ③방법 면에서 핵(탄두)과 미사일(운반체)을 동시 개발하며 ④전술 면에서 발사 방식 다양화로 탐지회피 및 기습공격을 가능하게 하고 ⑤능력 면에서 한국·일본·괌·미국을 동시 타격 가능한 탄두와 운반체를 개발해왔으며 ⑥북한 없는 지구는 무의미하기에 전쟁에 지면 적에게 보복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북한은 옛 소련 해체 이후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이로 인한 경제난으로 국방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을 핵 개발로 극복한다는 대원칙하에 치밀하게 새로운 남침전략을 수립해왔다. ①남침전쟁은 3일 내 전선 돌파, 5일 내 부산 점령, 7일 내 안정화작전을 완료하는 것으로 ②제1제대는 공세작전을 ③제3제대는 공세작전 시 제2제대로 참여하되 북·중 국경 방어와 미국과 중국군의 공정작전 및 상륙작전에 대비하도록 부대 배치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④한미연합군과 비교 시 해·공군의 열세와 중국의 군사적 개입을 핵을 비롯한 전략무기 공격으로 보완한다는 전략이다.

    무인기로 新남침공격로 정찰

    북한군은 2014년 3월~2017년 5월 11회에 걸쳐 신(新)남침작전계획상의 주요 침공로를 무인기로 정찰했다. 무인기 정찰은 6·25전쟁 당시 주요 침공로였던 연천, 포천 축선을 제외하고 서해 5도와 화천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 5월 북한 금강에서 이륙해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를 촬영한 무인기의 이동로와 2014년 4월 삼척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이동로는 북한군이 새로 발굴해낸 침공로다. 

    이 공격로는 강원 화천지역의 광덕산 공략 후 가평을 점령하고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통해 한국의 방어체계를 신속히 돌파해 경북 성주를 거쳐 부산을 점령하는 것이다. 특히 이 남침로는 북한군이 한강 이남에서 한미 연합군을 포위해 공격하기 위한 루트로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또한 이 축선은 국군의 3군과 1군 작전구역 경계지역으로 상대적으로 돌파하기 쉽다. 또한 이 루트를 돌파한 남침 병력은 문산 축선을 통해 남침한 부대와 서해안을 통해 상륙한 특수부대를 동쪽에서 지원하기에 비교적 용이하다. 

    조보근 전 국방부 정보본부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2013년 11월 5일)에서 김대중 정부 이후 최초로 북한군의 변화된 전진 배치 현황을 공개했다. “북한군이 휴전선에서 100㎞ 이내(황해도 사리원~강원도 통천 라인 이남)에 병력의 70%(70만 명), 화력의 80%를 전진 배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16년 국방백서에서 북한의 특수전 병력을 20만 명으로 평가한 것에도 잘 나타난다. 

    130여만 명 북한 병력 중 제1제대의 남침 병력은 70만여 명이다. 6·25전쟁 개전 초기 북한군은 10여만 명의 병력으로 남침했다. 통일대전 전략은 6·25전쟁 때와 비교해 약 7배의 병력으로 국군의 제1제대를 공격한다. 제1제대 70만여 명 중 특수전부대만 10만여 명이다. 개전과 동시에 이 특수전부대가 경기도와 강원도 전역에 침투하는 것이다. 

    현재 북한군의 제1제대 병력을 방어하는 국군 병력은 20여만 명이다. 군사적으로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격 대 방어의 황금비율이 3대 1이다. 북한군 제1제대의 남침 병력 규모인 70만여 명은 이 황금비율을 넘어선다. 이는 북한이 핵무기를 자위용이나 협상용이 아닌 북한판 신(新)인해전술전략의 핵심자산으로 이용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북한 미사일 전략지대 ; 민간 핵사찰 불가능

    프리미엄조선(2014년 8월 19일자)과 국방부 ‘2014 국방백서’(2015년 1월 6일 발표) 등에 따르면 2010년 자강도에 창설된 12군단은 급변사태나 전시 등 유사시 중국군 개입에 대비하기 위해 기계화보병여단과 산악경보병여단 등 정규전 능력을 갖춘 병력을 보유한 최정예 전투부대다. 과거 북·중 국경지역 경비는 경무장한 경비여단이 담당했으나 2010년대부터 최신예 전차 80여 대, 42장갑보병 여단, 934방사포여단, 43저격여단 등 최정예부대를 배치해 30여만 명 규모의 국경방어부대로 전력을 강화했다. 

    이는 북한이 핵·미사일전략지대를 보호하기 위해 수행한 조치다. 핵·미사일전략지대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거리 1만㎞ 내외 ) 20여 기,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사거리 3000㎞ 내외) 50여 기, 노동 및 스커드 미사일을 포함한 1000여 발의 전략미사일이 배치된 것으로 분석된다. 소형 핵탄두를 활용한 전자기펄스폭탄(EMP·Electromagnetic Pulse Bomb)과 함께 5000t 규모의 화학무기와 탄저균, 페스트 등 다종의 생물무기를 이 지역에 은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99년 3월 16일 미국과 금창리 핵 사찰 관련 협상을 타결 지은 후 이 지역에 대한 미국 측의 방문을 허용했다. 미국 측은 금창리가 핵과 무관하다고 확인(2000년 5월)한 후 제재를 완화하고 경수로 공사를 허용(2000년 2월)했다. 당시 한미 정보당국은 핵·미사일전략지대에 최대의 정보역량을 집중했으나 지형이 험난해 북한의 핵 개발 증거 파악에 실패했다. 2002년 북한은 이 지역에 대한 핵사찰을 거부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을 추방했다. 군사력을 투입하지 않는 이상 이 지역에 대한 핵 사찰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美태평양사령관 “김정은의 목표는 한반도 적화통일”

    북한이 2017년 제작한 반미 선전 포스터.

    북한이 2017년 제작한 반미 선전 포스터.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패권경쟁 속에서도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 이후 수차례 고위급 전략회담과 군 고위인사 상호 방문을 통해 북한 급변사태 시 한반도 개입 전략을 조정해왔다. 그 결과 급변사태 시 ‘중국은 국경을 봉쇄하고 미국은 북한으로의 진출 목적을 핵능력 제거로 한정’하기로 했다. 이는 2016년까지 신(新)남침작계를 완성하고, 2019년까지 모든 전략무기를 완비한다는 통일대전 전략의 치명성을 미국이 심각하게 여겼다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내정자는 중앙정보국(CIA) 국장 시절 상원 청문회(2017년 5월 11일)에서 “(한반도는) 화약고와 같은 위협에 직면해 있고, 이는 재래식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군사매체 ‘밀리터리 타임스’는 지난해 5월 22일자에 2차 한국전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시나리오도 북한 통일대전의 새로운 침공로인 광덕산-여주-성주-부산에 이르는 중부내륙고속화도로를 핵심 남침로로 지목했다.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사령부 사령관은 3월 15일 상원 청문회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나타내면서 “김정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반도의 적화통일”이라고 밝혔다. 미군 최고위급 장성의 발언으로는 이례적이면서도 직접적인 것이다. 그간 미군은 북한이 남침한다면 한강 이북에 대한 제한적 공격을 가할 것이라고 언급해왔다. 

    미국의 군사전략은 현재 4세대(정밀타격중심)에서 5세대(공해전투)로 전환 중이다. 4·5세대 미군 전략의 특징은 민간 피해를 줄이고 적의 군사 역량만 파괴하는 것이다. 미군이 핵공격이 가능한 B계열의 전략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통해 북한에 대한 무력시위를 강화한 것은 4·5세대 전략으로는 통일대전을 봉쇄할 수 없기 때문이다. 6·25전쟁 당시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북한군의 산악전투에 고전한 미군이 전후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배치한 전례를 따르는 것이다. 

    최근 미군이 냉전형 3세대 전략무기인 저강도(lowyield·저출력) 핵무기의 한반도 적용을 검토하는 이유 또한 그만큼 한반도의 군사 정세가 다급하기 때문이다. 외교·안보라인에 북한의 위장평화공세와 남침전쟁전략을 구분할 수 있는 인사의 수혈이 긴급하다.




    홍성민   

     1961년 서울 출생
    ● 육사 41기
     국방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前 국군정보사령부 대북분석관,
     조성태(前 국방장관) 의원 보좌관, 디앤디 포커스 발행인
     現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저서 : ‘북한의 통일대전과 대응책’ 등 비공개 안보정책서,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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