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인터뷰

4번째 부산시장 도전 오거돈 민주당 후보

“부산 발전은 내 평생 이뤄야 할 가치이자 신념”

  • 입력2018-04-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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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선거 1.31%차…여야 바뀌고 서병수 시장과 리턴매치

    • “부산시민들도 지방정권 교체 필요성 절감”

    •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건설은 문 대통령과 나의 약속”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여야가 바뀌는 정권교체가 세 차례나 이뤄졌다. 1995년 지자체 선거가 시작된 후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을 비롯한 충청, 강원, 제주에서는 적어도 한 번 이상 광역자치단체장 소속 정당이 바뀌는 지방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하지만 영남(대구, 경북, 경남, 울산, 부산)과 호남(전북, 전남, 광주)에선 23년 동안 단 한 번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영남에선 현 자유한국당이, 호남에선 현 더불어민주당이 ‘절대 여당’이었다. 

    이들 영호남에서의 지방정권 교체 여부가 6·13 지방선거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전남지사 선거에서 민주평화당이 더불어민주당 아성을 깰 수 있을지도 관심이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역시 부산시장 선거다. 부산은 문정수(민주자유당), 안상영(한나라당), 허남식(한나라당), 서병수(새누리당)로 이어진 역대 민선 시장 모두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 소속이었다. 노무현, 김정길, 오거돈 등 부산지역에서 민주당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도전에 나섰지만 ‘우리가 남이가’의 벽은 너무 높았다. 

    4월 10일 현재 자유한국당에서는 서병수 현 부산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자당 부산시장 후보로 공천한 상태다. 이성권(바른미래당), 박주미(정의당) 등도 예비후보로 등록했지만 아직 당내 공천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지난 2014년 선거에서 서병수 후보(50.65%)와 오거돈 후보(49.34%)의 표차는 2만701표(1.31%포인트)에 불과했다. 게다가 여야가 바뀐 상태에서 치르는 선거다. 두 후보의 리턴매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신동아’는 2017년 12월호에서 서병수 현 시장을 인터뷰한 바 있다. 보도의 형평성을 갖추기 위해 이번에는 네 번째 도전에 나선 오거돈 후보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말더듬증이 키운 공감과 소통의 힘

    기자가 ‘오거돈’이란 인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5년 국정감사를 통해서였다.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이던 그는 답변할 때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한 의원이 “장관이 답변을 느릿느릿하게 하는 부분은 (질의시간에서) 빼주세요”라며 그의 말더듬증을 비꼬는 인신공격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위축되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당당하게 자신의 견해를 말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부산에서 그를 만나자마자 말더듬증부터 화제에 올렸다. 그는 여전히 말을 천천히 하긴 했지만 그때처럼 심하게 더듬지는 않았다. 오히려 천천히 이야기하기에 더 귀 기울이게 만들었다. 

    “말을 더듬게 된 원인은 나도 모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심한 콤플렉스였다. 하도 더듬거려 책을 소리 내서 읽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어린 마음에 상처가 생겨 비뚤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 노래를 부를 때는 전혀 더듬지 않았다. 음악선생님이 노래를 씩씩하게 부른다며 합창단에 넣어주실 정도였다. 우리 합창단이 대회에 나가 1등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갖고 말더듬는 걸 고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다. 아침마다 신문 사설을 소리 내서 읽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말을 더듬으며 생긴 상처가 있다 보니 타인의 상처와 고통에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소통의 힘이 자랐다.”

    APEC 부산 유치와 열린우리당 시장 후보

    4월 9일 오거돈 전 장관과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다른 후보들이 한 행사장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박해윤 기자]

    4월 9일 오거돈 전 장관과 부산시장에 출마하는 다른 후보들이 한 행사장에서 자리를 함께했다. [박해윤 기자]

    그는 1974년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의 길을 걸었다. 부산시 행정부시장, 정무부시장에 이어 2003년엔 시장 권한대행을 맡는 등 30년 공직생활 대부분을 고향인 부산에서 복무했다. 

    부산시장 권한대행을 하다 2004년 6월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이 집권 여당이긴 했지만 부산지역 정서상 열린우리당 후보가 부산시장이 될 가능성은 낮지 않았나. 

    “당시 한나라당에서도 시장 후보로 영입 제안을 받았다. 어쩌면 그쪽으로 가는 게 내 정치 인생에서는 더 편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 정치 욕심 같은 건 없다. ‘부산 발전’이 먼저다. 당시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회의를 부산에 유치하는 게 부산 발전에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부산시장 권한대행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담판을 벌이러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 자리에서 내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하는 조건으로 APEC을 부산에 유치할 수 있었고 관련 예산도 상당액 확보할 수 있었다.” 

    부산 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건가. 

    “그건 아니다. 당시 노 대통령을 비롯한 참여정부 관계자들과 부산 지역 현안을 두고 많은 대화를 하면서 소통이 잘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부산 발전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부산시장 선거에서 낙선한 뒤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임명되자 보은인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그런 비판의 목소리를 나도 들었다. 그러나 해수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노 대통령의 부산 사랑 반영이었다. 부산은 해양을 통해서만이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내 행정 능력을 인정하고 맡기신 것이다. 열심히 그 임무를 수행한 결과, 지금도 해수부 직원들로부터 가장 기억에 남는 전직 장관이 되었고, 한국 해양 관련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해수부 장관 이후 국회 입성도 가능했는데. 

    “총선 출마 권유도 있었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나는 오로지 부산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세 번의 실패, 달라진 여건

    부산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세가 약했던 이유가 뭐라고 보나. 

    “부산은 대표적 야당 도시였다. 그런데 박정희 군사독재 시절에 야당이라는 이유로 엄청난 홀대를 받고 피폐한 도시가 되었다. 이틈을 이용해 보수 세력은 부산의 주류층을 경제적 이유로 보수화시켰다. 시민들은 여당 도시가 되면 잘살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갖게 됐고 보수적인 성향의 도시로 변했던 같다. 그러나 이젠 시민들 사이에 정치권력을 바꾸지 않으면 부산이 변화 발전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2004년과 2006년, 2014년 3번이나 부산시장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처음 두 번은 지방 권력 교체만이 부산을 바꿀 수 있다는 사명감에서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으로 뻔히 질 줄 아는 선거였지만 도전했다. 부산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절실함은 내 일생을 통해 이룩해야 할 ‘가치’와 ‘신념’이 됐다. 2014년 선거는 출마 의사를 밝히지도 않았는데 나에 대한 지지 열기가 높았다. 그런 민심을 외면하는 건 시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싶어 사명감으로 출마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것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간판으로는 부산에서 권력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세 번 모두 부산 시민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유가 뭐였다고 보나. 

    “기본적으로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부산의 정치 인식을 바꾸는데 나도, 민주당도 힘에 부쳤다. 하지만 이번엔 부산시민들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게 보인다. 30여 년간 부산의 정치권력이 한 번도 바뀌지 않으면서 고인 물이 되어 썩어버린 부산 정치를 이번엔 바꿔야 하지 않겠나 하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

    오거돈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부산시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왼쪽). 부산 지역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오거돈 전 장관. [박해윤 기자]

    오거돈 전 장관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부산시 상임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다(왼쪽). 부산 지역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오거돈 전 장관. [박해윤 기자]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그동안 어떤 준비를 했나. 

    “선거를 의식해서 뭘 꾸미고 준비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저 부산 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열심히 했다. 2008년부터 4년간 한국해양대학교 총장을 하면서도 부산을 해양 도시로 만들어가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오거돈 후보는 해양대학교 총장 재임 기간 800억 원대이던 대학 재정 규모를 1600억 원대로 2배 가까이 증가시켰다. 2009년부터 3년간 등록금을 동결한 상태에서도 장학금 수혜율 80%로 부산·경남지역 1위에 올려놓았다. 그의 재임 기간 중 해양대는 당시 전국 4년제 국공립대학 중 교육성과지수 3년 연속 1위, 교육역량강화사업 4년 연속 선정, 2011년도 전국 국공립대학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 

    교육자의 길을 걸으며 느낀 점이 있다면. 

    “부산 지역 젊은이들이 수도권 등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건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일자리도, 꿈을 펼칠 장도 만들지 못한 채 부산에 있으라고 할 수도 없다.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게 첫째 과제다. 경제를 부흥하고 좋은 일자리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하기 좋은 도시로 만들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대학들을 특성화해서 그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학으로 만들어 오히려 외부에서 부산으로 유학 오게 만들고 싶다.” 

    지난 대선에서 동명대 총장 자리를 포기하면서까지 부산지역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문 대통령과의 인연은. 

    “사적인 인연으로는 경남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1990년대에 내가 부산시 공무원으로 일할 때 민주공원 건립 문제로 문재인 변호사를 만난 적이 있는데 대단히 합리적이고 성실한 분이란 느낌을 받았다. 해수부 장관을 할 때 문 대통령이 민정수석이어서 업무 관련해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그분이 자서전에 썼듯이 중앙에서 장관이나 수석을 하고 부산으로 돌아온 사람이 그 당시 우리 둘밖에 없어서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민주당 정체성은 소통과 포용

    오 전 장관은 과거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남다른 경쟁력을 보여줬다. 중도성향인 데다 부산의 주류 그룹에 속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보수정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돼왔다. 그런데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민주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물이라며 ‘오거돈 배제론’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나는 세 번에 걸쳐서 민주당 깃발을 들고 출마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부산시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전력을 다했다. 그 결과 부산이 영남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이런 나를 민주당 정체성과 다르다고 하는 게 얼마나 설득력이 있겠나. 부산에서 민주당이 이기려면 정파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소통과 포용을 통해 부산을 바꿔가야 한다. 소통을 통해 부산 전체를 아우르며 발전을 이끌어가자는 점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나의 철학이 일치한다.” 

    1948년생이니 나이가 올해로 만 70세다. 건강은 자신 있나. 

    “선천적으로 좋은 건강을 갖게 해주신 부모님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 당뇨나 성인병은 물론 없다. 먹는 약도 없고. 여담이지만 팔굽혀펴기 100회 정도는 지금도 자신 있다. 등산이 취미인데 젊은이들에 뒤처지지 않고 오른다. 건강나이는 40대 못지않다고 자부한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대중없다. 어떤 날은 새벽 4시에 일어날 때도 있고, 보통 6시엔 기상한다. 요즘은 ‘부산 네 바퀴 대장정’을 하고 있다. 하루 8시간 이상 부산 구석구석을 돌고 있다. 온종일 시민들 만나고 밤 12시에 들어갈 때도 있지만 피로감을 느끼지 못한다.” 

    시민들을 직접 만나보니 밑바닥 민심이 어떤가. 

    “경제에 대한 걱정을 대단히 많이 한다. 그리고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우리도 부산의 주인이 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낀다. 정권교체 통한 정당 간 경쟁 없이는 부산 발전도 없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 같다.”

    사람 중심의 혁신적 스마트 도시

    ‘제2의 수도’로 불리던 부산의 위상이 몰락했다는 지적이 많다. 부산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점을 꼽는다면. 

    “첫째, 지역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들이 기업의 경쟁력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지역 경제 리더십 부재다. 둘째, 주력 산업을 확보하지 못하고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한 기존의 산업에만 의존하는 산업구조다. 셋째, 사회 문화 전반의 창의성과 다양성 등 가치 체계의 대혁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부산은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하는 혁신을 통해 강한 경제 체질의 도시로 바뀌어야 하고, 사람 중심의 행복한 도시, 혁신적 스마트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 원인을 찾는다면. 

    “크게는 수도권 위주로 이루어지는 중앙집권적인 정치 구조에 기인한다. 개헌을 통한 지방분권 확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분권을 통해 부산이 자립적인 도시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서 동남권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경제 허브 도시가 되어야 한다. 부산 내부적으로는 누누이 강조했듯이 30년 가까이 일당이 독점해온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정치권력 교체를 통해 시민의 행복을 최우선에 두는, 시민과의 소통과 공감에 바탕을 둔 시정 혁신이 꼭 필요하다. 불통의 행정과 시장과 공무원 주도형의 행정을 시민 행복 중심으로 개혁해야 한다.”

    동북아 해양수도

    부산 발전을 위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 있다면. 

    “부산의 산업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일자리와 부가가치가 확대되지 않는 지금의 산업구조를 융·복합 산업화를 통해 신성장 동력을 가진 산업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신발 산업 이후 주력산업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4차산업혁명형 해양·물류 산업을 부산의 주력으로 삼아야 한다. 부산만의 특성을 살린 해양과 물류 등을 ICT와 사물인터넷과 연계한 스마트해양·물류산업화를 통해 일자리를 늘리고 정체된 부산의 경제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부산 발전을 위해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나와 협의를 통해 부산을 21세기 신해양 시대에 걸맞은 동북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문 대통령이) 부산에서 남북 종단 철도를 거쳐 유럽까지 가고, 극동 러시아 가스관이 부산항까지 내려오는 등의 구상을 밝힐 때 가슴이 벅찼다. 이외에도 가덕신공항, 2030 등록엑스포 등 부산 경제 체질을 바꿀 수 있는 계획들이 차질 없이 실현되어야 한다. 부산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인 해양을 활용한 ‘동북아 해양수도’ 비전은 부산의 먹거리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미래다. 이의 완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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