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겹눈으로 본 ‘MB 재판’

MB 문건, 정호성 녹음, 안종범 수첩…

치명적 증거 버리지 못하는 이유?

  • 입력2018-04-25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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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한 기록, 불리한 기록 섞여 있어서

    • 고급정보 계속 지니려는 욕구 때문에

    • 결정장애로 없앨 타이밍 놓쳐서

    다스(DAS) 횡령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팀이 1월 11일 오전 경주시 외동읍 다스 본사와 관계자 사무실, 주거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관이 다스 본사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다스(DAS) 횡령의혹 관련 고발사건 수사팀이 1월 11일 오전 경주시 외동읍 다스 본사와 관계자 사무실, 주거지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관이 다스 본사 건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정호성 전 비서관의 녹취는 상급자의 지시를 토씨까지 놓치지 않고 따라야 한다는 완벽주의 성향에서 만들어졌다. 

    누구나 대학교 때 교수의 강의를 미친 듯이 받아 적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시험에 나올만한 것,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것만 받아쓰면 됐다. 무작정 기계처럼 받아쓰는 노트 필기처럼 미련한 일도 없다. 교수가 나눠주는 프린트물만 봐도 충분했다. 하지만 불안 때문에 소용이 있건 없건 무조건 받아쓴 것이다. 

    안종범 수석이 미친 듯이 수첩에 받아쓰고, 정호성 비서관이 미친 듯이 녹취한 이유는 불안 때문이다. 상사의 지시를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 그대로 지시를 이행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메모하고 녹취한 것이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키는 대로 일하지 않는다고 레이저를 쏘는 리더 밑에서 일하다 보면 계속 메모하고 녹취하게 된다. 

    리더가 “그때 내가 어떻게 말했지?” “그때 누가 뭐라고 했지?”라고 물어볼 때 녹취록을 틀거나 수첩을 확인해 알려주기도 한다. 그러면 칭찬받는다. 반대로 즉각 답을 제대로 대지 못하면 일을 어떻게 하는 것이냐면서 질책을 당한다.

    ‘기록’이 ‘지뢰’가 되는 순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2017년 1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장시호가 제출한 태블릿PC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의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2017년 1월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장시호가 제출한 태블릿PC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면 나중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기록을 남기고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록이 방대해진다. 리더는 도대체 무엇이 기록됐는지 모른다. 기록을 작성한 사람도 어느 부분이 지뢰인지 파악하지 못한다. 깡그리 다 없애면 불리한 것도 사라지지만 진짜 중요한 기록도 사라질 수 있다. 



    그리고 무엇이 중요한 기록인지, 무엇이 없애면 안 되는 기록인지 판단하는 주체는 기록자가 아닌 리더다. 아랫사람이 정권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해 자료를 깡그리 없앴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지 않게 되었다고 치자. 나중에 대통령이 회고록을 쓰고 싶어 자료를 달라고 했는데 “문제가 될까 걱정돼 알아서 날려버렸습니다”라고 하면 칭찬을 받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에게 일일이 허락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 내용이 위법에 해당되는지 대통령에게 물어보면 대통령이 좋아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기록을 남긴 이는 안 수석과 정 비서관이지만 기록을 없애는 것을 결정하는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어야 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안 수석이나 정 비서관에게 알아서 불리한 기록을 없애라고 지시했다고 가정하자. 여전히 기록을 지우는 것은 쉽지 않다. 박 대통령에게 유리한 기록과 불리한 기록이 뒤죽박죽으로 섞여 있게 마련이다. 처음부터 빨간 수첩에는 나쁜 내용만 남기고, 파란 수첩에는 착한 내용만 남겨서 나중에 빨간색 수첩만 버리지 않는 이상 방법이 없다.

    빨간 수첩, 파란 수첩

    수첩을 통째로 버리지 않는다면 부분부분 찢어서 버리거나 유성팬으로 찍찍 지워버리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런 행동을 하면 고의로 증거를 없앤 것이 돼 더 문제가 될 것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힌다. 위기 상황에서는 결정장애도 심해진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빼앗기는 것이다. 

    권력이 있는 동안은 방심하기 마련이다. 정권에 불리한 내용을 누가 알게 된다 해도 건드리지 못한다. 불리한 문건이 유출돼도 문건을 유출한 것 자체를 문제 삼으면서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다보니 뭐가 되었건 일단 쥐고 있는 것이 유리했다. 정보는 힘이기 때문이다. 

    일단 당장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깔끔하게 리스트를 만들고, 장부를 만들어야 한다. 나중에 정권이 바뀌면 그때 없애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권을 재창출하면 이런 걱정 자체를 할 필요가 없다. 우호적인 이에게 정권을 넘기는 전략을 구상하면서 동시에 정권이 바뀔 때를 대비해 불리한 자료를 파기하기란 불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처럼 갑자기 권력을 잃게 되면 수하의 사람들도 일이 꼬이게 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서류가 무더기로 발견된 이유일 것이다.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사용의 경우 ‘과거부터 있어왔으니까 터뜨리는 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잘못이라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블랙리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잘못이라는 생각을 애초에 하지 못한다.

    정말 기억이 안 날 수도

    직접 현찰을 뇌물로 받은 것은 누구나 숨기려 한다. 고문한 것도 감추려 한다. 그러나 블랙리스트 작성의 경우 옳다고 믿을 때 가장 열성적으로 일한다. 나라를 위하는 훌륭한 일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나중에 알려지면 큰일이 나니 몰래 하라고 지시할 수는 없다. 심리학에선 이를 ‘이중메시지’라고 한다. 누가 이중메시지를 보내더라도 잘 먹혀들지 않는다. 처음에 조심하더라도 나중에는 조심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실무자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이다. 실무자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서류를 만들고 작전을 짠다. 하지만 실무자는 전체를 파악할 수 없다. 윗사람은 전체의 맥락을 파악하고 계획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은 불법이야”라고 하면서 일을 시키면 일이 잘 안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껄끄러운 일일수록 “내가 다 책임질게”라고 말하면서 일을 시키기 마련이다. 그래놓고 나서 나중에 불법이었으니까 기록을 지우라고 말하자니 불법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렇다고 실무자가 알아서 기록을 없애지도 않는다. 그랬다가는 자기만 덮어쓸 것 같아서다. 그렇게 서로가 책임을 미루다 기록을 없앨 타이밍을 놓친다. 

    지시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전달된다. 중간에 있는 사람이 불시에 빠지면 조직은 문제가 되는 기록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를 망각한다. 그러다보니 청와대 캐비닛에서 서류가 발견되고 하드디스크에서 우연히 자료가 튀어나온다. 가장 꼭대기에 있는 권력자는 그것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한다.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 몽땅 거짓말은 아닐지 모른다. 

    권력을 잃은 다음에도 빨리 처리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정호성과 안종범은 녹취와 수첩을 그냥 몽땅 없애면 되지 않았을까? 왜 빼앗기기 전에 버리지 못한 것일까? 

    탄핵정국을 되돌아보자. 정국은 빠르게 돌아갔다. 하지만 권력을 쥔 이들은 설마 하는 생각을 버리지 못한다. 2016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가결돼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다. 그렇지만 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 상태는 아니었다. 하지만 힘의 추는 기울어진 상태다. 정호성과 안종범은 자료를 모두 파기해야 올바른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믿었을 것이다. 대통령이 아직 파면된 것도 아닌데 설마 자신의 집을 압수수색하고 자신을 구속하겠냐고. 그때만 해도 본인에게 우호적인 이가 장미대선에서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도 있었다. 남이 보기에는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본인은 믿고 싶은 대로 믿은 것이다. 

    또한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다보면 나중에는 스스로 판단해 결정하는 능력이 취약해진다. 대통령의 지시가 아니면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방대한 분량의 녹취나 수첩을 선택적으로 파기할지, 몽땅 파기할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데 대통령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여서 결정할 수 없었는지 모른다. 소설 ‘고도를 기다리며’의 주인공처럼 막연히 뭔가를 기다리기 마련이다. 그러다 본인 입장에서는 ‘갑자기’ 수색영장이 발부돼 녹취한 것을 빼앗겼다. 너무 빨리 일이 진행되다보니 버릴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손가락도 까딱 안 해

    김진태 자유한국당 법사위 간사가 2017년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JTBC가 입수 보도한 태블릿PC에 들어 있던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 사진 촬영 날짜에 대한 의혹을 제기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진태 자유한국당 법사위 간사가 2017년 1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JTBC가 입수 보도한 태블릿PC에 들어 있던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 사진 촬영 날짜에 대한 의혹을 제기를 하고 있다. [뉴스1]

    때로는 최순실 게이트의 태블릿PC처럼 치명적 증거가 있다는 점을 깜빡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권력자는 문제가 되는 문건을 직접 없앤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최고 권력자는 손가락도 까딱하지 않는다. 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문제가 될 때 엮일까 두려워 일부러 거리를 두기도 한다. 그래야 ‘나는 몰랐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궂은일은 아랫사람에게 맡긴다. 

    그런데 최측근도 오래 일하다보면 눈치가 뻔하다. 문제가 될 물건을 자기 손으로 없애고 싶지 않다. 두세 다리 건너다보면 허점이 발생한다. 말단 직원의 처지에서는 수많은 심부름과 잔소리 중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그게 거기에 있다는 것을 다 잊어버린다. 

    박근혜 정부 초창기에 버려진 태블릿PC는 정권이 진박 논쟁으로 흔들리고 총선에서 패배한 후 발견됐다. 그 태블릿PC가 책상 서랍에 남겨지던 시점엔 그 물건이 나중에 대통령의 발목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래서 그냥 남겨진 것이다. 모두가 잊은 것이다. 만약 새누리당이 분열되지 않고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이 태블릿PC가 노출됐다고 하더라도 정권은 어떻게든 임기를 마쳤을지 모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서울 서초구 영포빌딩 지하에 청와대 문건을 보관해오다 검찰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 문건은 이 전 대통령을 궁지에 빠뜨렸다.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비롯한 최측근들은 그 안에 청와대 문건이 있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영포빌딩에 문서를 보관한 것은 이들에겐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는지 모른다. 어쩌면 그 문서 중에서 문제가 되는 것만 없애고 나머지는 반납할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막상 문서를 폐기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문서 폐기는 일종의 범죄다. 문서를 폐기한 사람이 죄를 짓는 것이다. 명령을 받지 않고 폐기하면 자신이 전부 뒤집어쓴다. 온갖 내용의 서류가 뒤섞여 있었을 것이다. 선별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없애도 되나요? 저 부분은 남겨야 하나요?” 이 전 대통령에게 일일이 물어볼 수도 없다. 자신에게 불리할지 모르는 증거가 있다는 것을 대통령에게 자꾸 상기시켜 좋을 것이 없다. 누구는 개인 사정으로 문서 박스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인수인계가 제대로 됐을 것 같지도 않다. 

    이 전 대통령이 문서의 성격과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하실에 문서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문서의 내용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을 수 있다. 일이 생겨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서는 모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이 어쩌면 문제가 되는 문서는 모두 처리됐다고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언젠가 문서를 정리하라는 지시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행으로 옮겨졌다고 믿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서 폐기라는 범죄행위를 자발적으로 행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냥 내버려뒀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밤중에 혼자 몰래 박스를 뒤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다보니 위험한 증거가 그냥 내깔려두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차일피일 미루는 가운데 생각보다 빨리 압수수색의 날이 찾아온 것인지 모른다. 

    어떤 사람은 너무나도 확실한 증거인 수뢰 리스트를 만들기도 한다. 주는 사람이 뇌물 리스트를 만드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받는 사람이 수뢰 리스트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 뇌물을 준 사람을 챙기고 뇌물을 안 준 사람에게 불이익을 가하기 위해서는 받는 쪽도 리스트를 가져야 한다. 

    뇌물을 많이 준 사람에게 더 많은 이익을 줘야 하므로 액수도 기입해야 한다. 뇌물을 많이 받다보면 나중에는 사람도 헷갈리고 액수도 헷갈린다. 장부가 없이는 관리되지 않는다. 배달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자신은 1억 원밖에 받지 못했는데 준 쪽에서 2억 원을 줬다고 우기면 할 말이 없다. 이런 이유로 뇌물 장부를 만드는 것이다. 

    또한 받지 않은 것을 받았다고 뒤집어쓰거나 더 많이 받았다고 뒤집어쓰지 않기 위해선 일단 자료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방은 자료가 있고 나는 자료가 없으면 상대방의 말이 진실이 되어버려서 불리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잘 숨겼다가 나중에 없애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뢰 장부를 만들 정도로 강박적인 사람은 결국 이 자료를 없애지 못한다.

    카톡 메시지 지우지 않다가…

    불륜을 저지르는 일반인 중에 적지 않은 이들은 불륜 상대와 나눈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지우지 않고 보관하다 들켜 낭패를 본다. 이들은 대개 사랑하는 사람과 나눈 메시지이기에 지우고 싶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배우자를 얕잡아 봤다고 할 수 있다. 불륜에 빠지면 처음에는 조심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방심한다. 외모에 부쩍 신경을 쓰고 야근이나 회식이 잦아지고 대하는 태도가 바뀌면 배우자는 당연히 의심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배우자가 증거를 들이대고 다그치기 전까지 완벽하게 속이고 있다고 착각한다. 

    걱정이 돼 비밀번호를 걸어놓기도 한다. 비밀번호를 걸어놓은 것처럼 완벽한 정황 증거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배우자가 비밀번호를 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결정적 증거를 스마트폰에 계속 보관한다. 하지만 본인 생각에는 그럴듯한 비밀번호가 배우자에겐 꽤 단순할 수 있다. 

    때로는 자녀로 인해 들키기도 한다. 어린 자녀는 아무 생각 없이 부모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려고 가져간다. 그런데 이상한 내용이 있다. 배우자에게 들고 가 이게 뭐냐고 묻는다. 배우자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고 기겁을 한다.

    통으로 날려버리는 결단력?

    그렇다면 증거를 남겨두지 않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우선 부주의한 유형이 있다. 이들에겐 뭔가를 쓰고 정리하는 일 자체가 귀찮다. 뭐든지 대강 대강이다. 이들은 증거를 안 남기는 것이 아니라 못 남기는 것이다. 

    자신의 기억을 믿기 때문에 증거를 안 남기는 사람도 있다. 어떤 상황에 대한 기억을 삽화적 기억이라고 하는데, 이런 삽화적 기억력이 유난히 뛰어난 이들은 굳이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 

    서로 믿으면 굳이 기록이 필요 없다는 생각에서 뇌물을 줄 때 기록을 남기지 않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를 한번 믿으면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평판을 과시하기 위해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이다. 

    겁이 너무 많아 증거를 남기지 않는 이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뭔가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상황을 접하면, 나중에 골치 아파질 것 같은 예감이 들면, 그때 그때 기록을 파기하고 삭제한다. 

    몇몇 사람은 기록을 잘 정리한다. 동시에 이들은 이 기록을 확실하게 없애는 결단력(?)도 갖고 있다. 이들은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이 애써 기록한 것들을 통으로 날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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