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호

책 속으로 | 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

땅의 예찬 外

  • 입력2018-05-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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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의 예찬
    ‘나’를 착취하며 사는 ‘나’ 정원에서 ‘구원’을 얻다

    한병철 지음, 안인희 옮김, 김영사, 186쪽, 1만3000원

    한병철 지음, 안인희 옮김, 김영사, 186쪽, 1만3000원

    ‘시대마다 고유한 질병이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한병철 베를린예술대 교수(철학)의 저서 ‘피로사회’는 난해한 책인데도 출간되던 해(2012)에만 4만 부가 팔려나갔다. ‘피로사회’가 던진 주제는 아프다. 우리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자신을 착취하는 삶’을 산다. ‘난 할 수 있어’를 되뇌면서 무한 경쟁에 제 발로 동참해 ‘나를 갉아먹는다’. 피로와 우울을 안고 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땅의 예찬’은 ‘피로사회’ ‘투명사회’ ‘심리정치’ ‘타자의 추방’ 등의 저서로 한국과 독일에서 주목받은 한병철 교수가 독일과 한국에서 동시에 내놓은 신작이다. ‘정원으로의 여행’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저자는 3년간 땅을 일구며 정원을 가꿨다. 베를린의 정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시 봄을 겪는 동안 ‘피로사회’에서 잃어버린 ‘몸의 느낌’이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정원에서 일하게 된 뒤로 나는 전에 몰랐던, 강하게 몸으로 느끼는 특이한 느낌을 지니게 되었다. 땅의 느낌이라고 할 만한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어쩌면 땅이란 오늘날 우리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행복과 동의어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땅으로 돌아가기란 행복으로 돌아가기가 된다. 땅은 행복의 원천이다. 오늘날 우리는 주로 세계의 디지털화라는 행진을 하면서 땅을 떠났다. 생명을 살리고 행복하게 하는 땅의 힘을 우리는 더는 느끼지 못한다. 그 힘은 모니터 크기로 줄어들고 만다.”(32쪽) 

    4차 산업혁명은 아날로그 세상 전체를 디지털로 전환하려는 기획이다. 디지털화는 온갖 비밀, 온갖 낯섦을 없애고, 모든 것을 알려진 것, 진부한 것, 친숙한 것, 내 마음에 드는 것, 동일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디지털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는 ‘나’의 감각과 세계가 확장됐다고 믿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모니터보다 정원이 더 많은 세계를 담고 있다. 땅은 생명 없이 죽어 있는, 말 못하는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능변의 생명체, 살아 있는 유기체다. 돌조차도 살아 있다. 세상의 디지털화에 직면해 세상을 다시 낭만화하고 땅을, 땅의 시를 다시 찾아내고, 땅에 신비로움, 고귀함의 품격을 되찾아줘야 할 것이다.”(29쪽) 



    저자는 정원 일을 하면서 변화된 공간 및 시간 감각에 대해, 기다림과 인내의 희망에 대해, 색채의 빛과 향기에 대해, 수국과 옥잠화에 대해,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와 낭만주의에 대해, 삶과 죽음에 대해 명상한다. ‘자기착취의 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원은 ‘구원의 장소’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글 그림 이철민 지음, 팬엔펜, 324쪽, 1만8000원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오늘’은 수많은 날 중 가장 중요하다. 오늘에는 수많은 보석이 숨어 있으나 내일이 돼서야 오늘의 소중함을 눈치챈다. 어제를 놓친 후회로 오늘을 소비하고 나면 결국 또 오늘은 잊힐 것이다. 이 책은 6년 동안의 오늘을 메모하며 묶은 ‘이야기 그림’이다.






    도시를 걷는 시간 김별아 지음, 해냄, 268쪽, 1만5000원
    작가는 ‘역사는 그저 과거가 아니라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만나는 순간’이라고 말한다. ‘수천 수백 년 전 바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과 삶을 상상하며 그려내는 것’이 오늘날 우리가 과거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자 올바르게 기억하는 법인 것이다. 소설 ‘미실’의 작가가 독자를 수백 년 전 서울로 초대한다.



    환자 H.M.
    어느 남자의 기억 상실을 딛고 자란 현대 뇌과학

    루크 디트리치 지음, 김한영 옮김, 동녘사이언스, 564쪽, 2만6800원

    루크 디트리치 지음, 김한영 옮김, 동녘사이언스, 564쪽, 2만6800원

    “나는 생각보다 행동을 더 좋아한다. 그래서 외과의사가 됐다.” 

    1950년대 미국의 저명 신경외과 의사 윌리엄 비처 스코빌이 한 말이다. 뇌의 작동 방식에 큰 관심을 품었던 스코빌은 수많은 환자의 뇌를 열었고 수술을 통해 ‘결과를 보고자’ 했다. 이를 통해 그가 세상에 알린 발견 가운데 가장 화제를 모은 건 환자 H.M.의 사례다. 

    뇌전증(간질)을 앓던 H.M.은 1953년 8월 스코빌의 수술대에 누웠다. 당시 스코빌은 뇌전증의 원인을 분명히 알지 못했지만 일단 행동했다. H.M.의 뇌 양쪽 내측 측두엽, 즉 편도체와 구회, 내후각피질, 해마를 몽땅 제거한 것이다. 6주 뒤 스코빌이 의학 저널에 기고한 논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이 수술이 환자의 생리와 행동에 뚜렷한 변화를 일으키지는 못했다. 다만 최근에 대단히 위중한 기억상실증을 보인다. (중략) 심지어 소변보는 법도 기억하지 못한다.’ 

    환자 H.M에 대한 스코빌의 논문은 1957년 또 한 편 발표됐다. 요점은 이랬다. ‘이 환자는 양쪽 내측 측두엽 절제술을 받은 이후 사건에 대한 기억을 완전히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달리 말하면 사람이 정상적인 기억 기능을 수행하는 데 뇌의 내측 측두엽 구조물이 결정적인 구실을 한다는 걸 의미했다. 이 발견은 후속 연구를 통해 사실로 입증됐다. 이제 일반인도 대뇌 내측 측두엽에 있는 ‘해마’가 기억의 중추라는 걸 안다. 스코빌의 수술을 통해 인류의 오랜 수수께끼가 풀린 것이다. 그러나 그 성취의 뒤안길에서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파괴됐는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의사 스코빌의 손자인 저자는 바로 그 부분에 주목했다. 저자에 따르면 환자 H.M.은 1926년 태어난 ‘헨리 구스타브 몰래슨’이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뇌를 다친 그는 이후 뇌전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찾아오는 발작을 제외하면 건강하고 영민하게 성장한 소년은 27세가 됐을 때, 이렇게 살다가는 학업을 이어가기도, 괜찮은 직장을 잡기도 어려워진다는 걸 깨닫고 뇌수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이 선택은 스코빌에게 큰 기회였다. 그전까지 스코빌이 뇌를 연 수백 명의 ‘환자’는 대부분 심각한 정신질환자였기 때문이다. 그들의 뇌를 손상시켜도 정상인의 뇌에 적용할 만한 새로운 발견을 얻어내기 어려웠다. 반면 헨리는 일반인보다 여러모로 뛰어난 뇌를 가진 사람이었다. 뇌수술을 받은 뒤인 1955년 4월 실시한 IQ 검사 결과를 보면 헨리는 총점 118점으로 ‘우수한 지능’ 범주에 들었다. 그의 뇌 특정 부위가 수술을 통해 정교하게 손상된 덕에 과학계는 인간 뇌에 대한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 그 수술은 헨리에겐 삶의 종말을 의미했다. 헨리는 2008년 사망할 때까지 50여 년을 더 살았지만 수술 뒤 자신에게 벌어진 일 중 어느 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이후 그는 다만 환자 H.M으로 살았을 뿐이다. 생전에 수백 차례 실험 대상이 된 그의 뇌는 사후 2401개 조각으로 잘렸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스티븐 호킹의 블랙홀 스티븐 호킹 지음, 이종필 옮김·해설, 동아시아, 156쪽, 9500원
    ‘호킹지수’라는 말이 있다. ‘책을 구입한 독자가 실제로 책을 읽었는지 따져본 수치’다. 1000만 부 넘게 팔린 스티븐 호킹의 저서 ‘시간의 역사’의 호킹지수는 6.6%다. 이 책은 호킹지수 100%가 목표다. 호킹이 쓴 원서의 분량 자체가 적은 데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설을 덧붙였기 때문이다.






    크리스퍼가 온다 제니퍼 다우드나, 새뮤얼 스턴버그 지음, 김보은 옮김, 프시케의숲, 370쪽, 2만2000원
    인류가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것을 두고 때로는 흥분이, 때로는 두려움이 일어난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타깃 유전자만 정밀하게 조준해 편집하는 기술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윤리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으나 인류에게 놀라운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생명을 ‘지적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크 챕터
    성폭행 트라우마는 어떻게 손발을 묶는가

    위니 리 지음, 송섬별 옮김, 한길사, 545쪽, 1만5500원

    위니 리 지음, 송섬별 옮김, 한길사, 545쪽, 1만5500원

    성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다. 가해자가 붙잡혀 10년형을 선고받았다. 

    드물다고는 할 수 없는 뉴스다. 그나마 가해자가 붙잡혀 처벌됐으니 다행이랄까. 그런데 피해자는 어떻게 됐을까. 2008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라디오 뉴스 진행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 어린 중국 소녀가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벨파스트의 이런 면을 보게 해서 정말 유감입니다. 불쌍한 아이의 인생을 망친 셈이니까요.” 

    ‘어린 중국 소녀’의 인생은 그러나 망쳐지지 않았다. 사실 성폭행 피해자는 어린 중국 소녀가 아니다.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에서 영화제작자로 활동하던, 사건 당시 29세이던 대만계 미국인 위니 리다. 10년 후 리는 자신의 성폭행 피해 경험을 다룬 자전소설 ‘다크 챕터’를 펴냈다. 비록 영국 영화계는 떠났지만 싱가포르 등지에서 영화 일을 계속하고 있고,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단체를 설립해 활동하고도 있다. ‘다크 챕터’는 영국 언론 가디언에 의해 ‘2017 독자가 뽑은 최고의 소설’로 선정됐다. 한국을 포함해 1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됐거나 출간될 예정이다. 

    소설은 두려울 정도로 자세하고 집요하다. 사건의 전말과 이후 경찰 조사와 증거 채집 등 피해자가 어떤 일을 겪는지, 트라우마가 어떤 방식으로 일상생활에 침투해 손발을 묶어버리는지 차분하게 서술한다. 성폭행이란 전적으로 가해자 잘못임에도 세상의 편견은 피해자를 향하고, 거기에 맞서는 것은 오로지 피해자의 몫이란 냉철한 현실도 그대로 드러낸다. 대체 왜 여자 혼자서 낯선 장소에서 하이킹을 하지? 성인 여자가 고작 열다섯 살 소년에게 일방적으로 당했다고? 어떤 강간 피해자가 ‘밤새도록 해도 모자라겠는걸’이라고 말할 수가 있지? 가해자를 성적으로 칭찬하면 살해당하지 않을 것 같았기에, 살아남기 위해 그런 말을 한 것이라고, 여자는 기자들까지 몰려온 법정에서 증언해야만 했다. 소설은 피해자와 가해자 양쪽의 시선을 번갈아가며 서술한다. 절반이 저자 자신의 이야기라면, 나머지 절반은 처음부터 괴물은 아니었을 가해자를 이해하려는 철저한 노력으로 읽힌다. 실제 가해자가 아일랜드 유랑민 출신이기에, 저자는 각종 자료 및 유랑민 인터뷰 등을 참고해 가해자의 이야기를 완성했다고 한다. 

    실제 겪은 일을 소설로 쓴 이유에 대해 위니 리는 “성폭행 피해자란 나약하고 수치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저항할 힘을 지녔으며 충분히 회복할 수 있는 존재란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소설 속 그녀도 전혀 기대치 않았던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결국엔 헤쳐 나온다. 다시 혼자서 배낭을 메고 낯선 길을 걷는다. 그것이 아일랜드와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도 많은 이에게 큰 위안이 되리라는 것은 누구나 짐작하는 바와 같다.  

    살아 있는 사람들 틈으로 돌아온 것이 한없이 기쁘다. 어두운 골짜기에서 느낀 절망적인 두려움을 뚫고 여기, 사람들 틈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그러니까 이제부터 남은 저녁 시간은 선물인 셈이다. 앞으로 다가올 모든 저녁들도 마찬가지다.(523쪽)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역사의 역습 김용운 지음, 맥스미디어, 616쪽, 2만5000원
    과거 힘의 논리로 무자비한 권력을 휘두르던 대국과 핵을 앞세워 대국을 압박하기 시작한 소국들의 양상을 다룬 책이다. 저자는 현시점을 역사의 역습으로 정의한다. 절멸을 불러올지도 모르는 급박한 상황에서 인류가 어떻게 정신 혁명에 성공할 수 있는지 한반도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미술책을 읽다 정민영 지음, 아트북스, 360쪽, 1만8000원
    제목 그대로 미술책 애독자인 지은이가 출판인으로서, 미술 애호가로서 어떤 미술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책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의 지향점은 ‘미술과 동행하는 삶’이다. 책을 읽은 독자들이 미술을 가까이하며 즐겼으면 하는 바람에서 쓰였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
    붕괴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북한 붕괴론’

    박한식, 강국진 지음, 부키, 320쪽, 1만6800원

    박한식, 강국진 지음, 부키, 320쪽, 1만6800원

    1994년 5월 미국이 북한 핵시설 폭격을 검토하면서 한반도에 전운이 감돌았다. 동해에 미군 항공모함 전단이 전개된 가운데 지미 카터 미국 전 대통령이 6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을 만났다. 김일성은 카터에게 미국이 경수로를 제공해주면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김일성 사망(7월 8일) 후인 그해 10월 제네바 공식 회담에서 북·미 합의로 1차 북핵 위기가 마무리됐다. 

    “2017년 4월 미군이 보유한 항공모함 칼빈슨호가 동해에 나타난 적이 있었는데 그러한 것 역시 전쟁으로 이어지는 발단이 될 수도 있고, 전쟁 위기의 한 징표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국인들 대다수는 그런 일을 너무 오랫동안 자주 겪어 무뎌져 있을 뿐이지요. 실제로 외국인 중에는 ‘너무 위험해 보인다’며 한국 여행을 주저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9쪽) 

    전쟁이 다시 일어날까. 북한은 과연 붕괴할까. 한반도 비핵화가 실현될까.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는 무슨 생각을 할까.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세계에서 한 손에 꼽히는 북한 전문가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아메리칸대 대학원에서 석사, 미네소타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71~2015년 조지아대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쳤다. 50여 차례 평양을 방문해 북한의 실상을 접했다. 1994년 지미 카터, 2009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방북을 중재했다.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국면에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격랑을 일으킨다. 남북·북미 관계가 대결·불신에서 평화·신뢰로 도약할지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박한식 명예교수가 펴낸 ‘선을 넘어 생각한다’는 오해와 편견을 벗겨내고 ‘있는 그대로’ 북한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강국진 서울신문 기자가 묻고 그가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그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확실히 아는 것은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뿐이라며 ‘흔한 편견’ 12가지에 관해 설명한다. ‘잘못된 생각’이 자리 잡은 데는 탈북자들의 ‘잘못된 증언’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북한은 절대 붕괴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붕괴한 것은 북한이 아니라 닳고 닳은 북한붕괴론”(20쪽)이라는 것이다. ‘김일성 주체 종교’가 지배하는 상황에서는 김정은이 암살되더라도 북한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견해다. 또한 김정은은 미치광이가 아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거치면서 체제가 공고화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할 일은 경제를 살리는 것밖에 없다면서 김정은은 ‘북한의 덩샤오핑’이 되고자 한다고 분석한다. 

    그는 “‘장사꾼’ 트럼프가 북한을 ‘악마화’함으로써 얻을 이익과 북한과 거래함으로써 얻을 이익을 저울질할 것”(220쪽)이라고 내다본다. 북한과 거래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판단이 서면 북·미관계가 의외로 급진전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전쟁 걱정이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정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친구를 사귀려면 자주 만나 이야기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때로는 시답잖은 수다를 떠는 것도 우정을 돈독히 하는 데 도움이 되지요. 처음에는 오해도 생기고 갈등도 생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만들려면 포기하지 않고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태도가 필요합니다.”(10쪽)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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