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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 | 미완의 합의, 불안한 미래 |

북·미 정상회담 트럼프 손익계산서

‘사면초가(四面楚歌)’ 피하려다 ‘피호봉호(避狐逢虎)’ 될 수도

  •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북·미 정상회담 트럼프 손익계산서

  • ● 녹록지 않은 미국 내 정치 상황
    ● 김정은 손잡고 탄핵 위기 돌파한다?
    ● 반복된 정상회담 예고는 트럼프의 ‘교토삼굴(狡兎三窟)’ 전략
    ● 동맹국 적으로 돌리는 ‘국익 추구’의 위험성
G7 정상과 관료들이 6월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라말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공개한 이 사진은 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 하단)과 다른 정상들 간 불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AP/뉴시스]

G7 정상과 관료들이 6월 9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 라말베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공개한 이 사진은 회의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맨 오른쪽 하단)과 다른 정상들 간 불편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AP/뉴시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6월 8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특검)가 폴 매너포트 전 트럼프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을 추가 기소했다. 그로부터 닷새 전인 6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인단에 속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특검이 대통령과 미국의 외교정책, 대북정책을 정면 방해하고 있다.” 수사 1년, 뮬러 특검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하길 원한다. 최측근까지 기소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이상 피해갈 곳이 없을 정도로 코너에 몰린 상황이다.

사면초가(四面楚歌) 

공화당 내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뮬러 특검 해임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 화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진행하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해 한차례 논란을 빚었던 터다. 뮬러 특검 해임 가능성에 대해 공화당 출신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대통령직 종말의 시작’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공화당 출신 폴 라이언 하원의장도 해임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간접 제동을 걸고 나서기도 했다. 공화당의 정치분석가 알렉스 카스텔라노스는 이미 탄핵이 멀지 않았다고 예고한 바 있다. 탄핵 위기에 몰리자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셀프 사면까지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이 또한 적절성 논란에 휩싸인 상태다. 

교토삼굴(狡兎三窟)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서 북·미 정상회담은 한줄기 빛과 같았을 것이다. 그래서 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가능한 한 오래 활용하고 싶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 두 번째, 세 번째 회담을 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열어야 할지 모른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일 개연성이 높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직후 “‘적절한 시기에 평양을 찾을 수 있기를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김정은 위원장에게 말했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을 적절한 시기에 백악관으로 초대할 예정”이라고도 언급했다. 그리고 이 말도 빼놓지 않았다. “다시 만나면 더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 합의하고 서명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 뒤 나온 공동성명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결정적으로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빠진 점을 아쉬워한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초기의 일괄타결 방식에서 북한이 원하는 단계적 해결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렇게 전략을 바꿨을까? 북·미 정상회담을 특검 소환 조사 지연에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지 말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북핵 문제 해결에 필요한 추가 회담을 앞둔 나를 자꾸 귀찮게 하지 말라는 논리다. 

금선탈각(金蟬脫殼)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 정상회담은 위기 모면 카드인 동시에 반전 카드다. 연속적인 북·미 정상회담 결과 9월 말 유엔 총회에서 종전선언까지 하는 멋진 장면을 만들어낸다면 노벨평화상 수상이 가능할지 모른다. 5월 이미 미국 공화당 하원의원 18명은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공식 추천하는 서한을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로 보냈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는 노르웨이 집권 여당인 진보당 의원 2명도 노벨위원회에 추천 서한을 보냈다. 영국의 합법 도박업체 래드브록스가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또는 동반 수상 확률을 상향 조정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추천을 받았다고 해서 올해 수상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올해 수상자 추천은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율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갤럽이 발표한 6월 첫째 주(2018년 6월 4~10일)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2%로 나타났다. 그런데 북·미 정상회담 이후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로이터통신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6월 12, 13일 성인 유권자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표본오차 ±4%) 결과를 봐도 응답자의 51%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협상을 잘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금의환향(錦衣還鄕)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매개로 지지율 상승에 성공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6일 치러지는 중간선거 승리를 바라볼 수 있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회담에 노력을 기울인 배경은 결국 중간선거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인 폴리티코 역시 “중대한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인이자 협상가로서 역할을 할 기회를 줬다”는 평가를 내렸다. 중간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당연히 탄핵 가능성도 낮아진다. 

상상을 한번 해보자.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김정은 위원장이 핵 폐기 절차에 신속하게 돌입해 ‘불가역’하다는 20% 수준까지 진행시킨다. 그 성과를 검증한 뒤 트럼프 대통령이 9월 말 즈음 백악관으로 김 위원장을 초청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연다. 곧바로 유엔 총회장으로 이동해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함께 손을 맞잡고 종전선언을 한다. 이 장면을 본 미국 유권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연히 환호할 것이다. 

금상첨화(錦上添花) 

트럼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답게 안보에 경제를 잘 엮는 편이다. 결합외교다. 미군 주둔을 원하면 방위비를 더 분담하고 무역역조(貿易逆調)도 개선하라는 식이다. 북한 핵 폐기 역시 예외일 수 없다. 핵 폐기 대가로 제공할 경제원조 비용은 한국과 일본이 지불하라고 이미 요구하고 나섰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과 일본이 많이 도와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은 돕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관점에서는 저비용 고효율 외교 전략이 아닐 수 없다. 

북핵 폐기 과정에서 한미군사훈련을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한미연합훈련 같은 경우는 우리 비용 부담이 크다. 훈련할 때 괌에서 폭격기가 오고 있다. 이 같은 거대 전투기, 폭격기가 대한민국까지 가는 데 6시간 걸린다. 6시간은 긴 시간이다. 이렇게 온 폭격기들이 다시 훈련이 끝나면 괌으로 돌아간다. 내가 비행기에 대해 잘 아는데 비용이 아주 비싸다.” 굳이 이렇게 설명한 이유가 뭘까? 미국 국민의 이익을 극대화하려고 애쓰는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소탐대실(小貪大失)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과 미국 국민의 이익 극대화에 힘쓰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국우선주의를 지나치게 내세우다 보니 동맹관계에 난기류가 형성되곤 한다. 우리 정부하고 이미 한미 FTA와 철강관세 문제로 한차례 갈등을 겪은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EU)과도 무역 갈등을 빚고 있다. 캐나다 정부하고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문제로 설전을 거듭 중이다. 북·미 정상회담 직전인 6월 9일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조치를 ‘동맹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지옥에 특별한 자리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인신공격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북·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일찍 싱가포르에 도착한 이유도 실은 캐나다에서 열린 G7 정상회담 중 다른 나라 정상들과 설전을 벌인 때문이라는 분석이 없지 않다. G7 정상회담 전날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G7 국가들이 뭉쳐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리고 실제 회담 분위기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성토 비슷하게 흐른 것으로 알려진다. 자칫 밀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서 차라리 중도하차를 택한 셈이다. 유일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국제회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화내빈(外華內貧) 

트럼프 대통령의 자랑 섞인 홍보에도 북·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미국 내 반응이 무조건 호의적인 건 아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매우 걱정스럽다’며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포기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비핵화 약속이 모호했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양보했다고 혹평했다. 공화당 밥 코커 상원의원도 ‘실체성 있는 어떤 것이 있었는지 확정하기 힘들다’며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국 언론의 기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뉴욕타임스는 비핵화 시기와 검증 방법의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도 핵 폐기와 관련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거의 담겨 있지 않고 비핵화 시기와 검증 방법도 향후 협상에 맡겼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인 태도가 상대적으로 저자세였다는 점을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를 리얼리티쇼처럼 한다고 해서 대니얼 러셀 전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외교예능(diplotainment)’이라는 신조어까지 부여했다. 볼거리가 화려한 만큼 내용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인식이 반영된 표현이다. 북핵 폐기도 결국 이렇게 끝나지 않겠느냐는 우려 섞인 시각이 적지 않다. 

피호봉호(避狐逢虎) 

국익으로 잘 포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탄핵 저지인 것으로 보인다. 북핵 폐기와 무역전쟁 승리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그 여세를 몰아 중간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면, 탄핵을 무산시키면서 재선 성공까지 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인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 북·미 정상회담을 여러 차례 개최하려는 것, 그리고 북핵 협상과 폐기 절차를 단계적으로 가져가려는 이유도 결국 이런 계산에 따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개인적 이익과 국가적 이익에 간극이 발생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단기적으로 미국 국익에 유리한 것은 맞다. 하지만 다른 국가들 역시 대응에 나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에 나서면 글로벌 경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이것은 결국 미국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북핵 문제 해결에서도 당장의 필요 때문에 본질을 비켜간다면, 장기적으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눈가림은 오래지 않아 탄로 나기 마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래서 늘 위태로워 보인다.


신동아 2018년 7월 호

| 이종훈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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