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여당 당권전쟁

인터뷰 | ‘친문 주자’ 최재성 민주당 의원

"이해찬 포함 ‘2004년 열린우리당 체제’ 극복해야”

  • 입력2018-07-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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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년 된 리더십으로 가야 하느냐?

    • 산증인이고 거목이지만 이번엔 안 좋아

    • 친노에서 젊은 친문으로 세대교체

    • 돌파하고, 혁신하고, 이끌어야

    • 전당대회 직후 총선 공천안 확정

    • ‘진문’은 지어낸 말, ‘진박’은 근거 있는 말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8월 26일 더불어민주당의 새 대표가 선출된다. 새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복잡 미묘한 당-청 관계의 한 축이 되며, 집권 여당의 성격을 규정한다. 관심은 친(親)문재인계에 집중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인기를 업고 친문재인계가 당권을 거머쥘지, 그렇다면 친문재인계의 누가 그 주인공이 될지, 그 과정에서 친문재인계 내부가 어떻게 요동칠지가 관심거리다. 추미애 현 대표는 친문재인계로 분류되진 않는다. 

    친문재인계에선 최재성, 전해철, 김진표, 박범계, 이해찬 의원이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청와대와 호흡이 가장 잘 맞는 것으로 알려진 젊은 친문계인 최재성 의원을 만나봤다.

    “배현진, 침착하고 가다듬어져 있는 느낌”

    송파을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소감이 어떠합니까? 

    “저도 당선됐고 당도 압승했어요. 기쁨도 물론 있지만, 책무도 비례해 늘어난 것 같아요.” 

    중간에 국회에 들어와 감회가 다를 것 같아요. 

    “낙선하지 않고 3번 국회의원을 한 뒤 2년을 쉬었는데 이렇게 쉰 게 처음입니다. 성찰의 시간을 가졌어요. 국회와 정치를 보는 자세도 달라졌고요.” 



    경쟁한 배현진 자유한국당 후보는 어떠하던가요? 

    “선거 과정에서 자주 마주쳤어요. 음, 젊은 나이에 MBC 뉴스데스크 앵커로 8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고, 파업에 참여했고, 또 파업에서 벗어났고, 정권이 바뀐 후 정치인으로 데뷔했죠. 한 사람의 삶이라 하기엔 반전이나 변화가 컸습니다. 나이에 비해 조금 침착하고 생각 밖으로 가다듬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자유한국당은 적폐 세력이므로 없어져야 한다’고 봅니까? 

    “없어지는 건 말이 안 되죠. 정당으로 존립해야 하고 존립할 수밖에 없어요. 그 정당의 구성원들을 보면 지나친 분들도 있고 합리적인 분들도 있고. 이런 다양한 부분을 놓고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안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정당은 평소에 자신들의 태도와 언어, 정책으로 국민의 판단을 요구하죠. 평소엔 지지율로, 선거 땐 투표 결과로 평가받습니다. 이런 점에서 정당의 정상적 궤도를 이탈한 지 오래입니다.” 

    다시 정상궤도로 돌아올까요? 

    “아직 불안해 보여요. 그 정당의 지배문화 중에 우려스러운 문화가 있죠. 특권과 반칙이 일상화되는 문화가 지배하고 있죠.” 

    더불어민주당이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정치적 측면에서 강하고 안정된 정당의 모습을 갖춰야 합니다. 자전거를 타다 멈추면 쓰러지듯 계속 달려야 합니다. 이것은 민주당의 운명과 같아요. 혁신이 일어났을 땐 승리했고, 혁신이 멈춰 있을 땐 패배했죠. 국민참여경선을 통한 노무현의 당선, 김대중의 젊은 피 수혈이 혁신의 과정이었습니다.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체제 후 공천 혁신, 온라인 정당 시스템 도입, 인재 영입, 네트워크 정당 구축 역시 혁신의 과정이었고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됐죠. 반면, 열린우리당 창당 이후 혁신이 멈춘 뒤 두 차례 대선에서 졌어요. 정책적 측면에서 한반도 평화와 민생경제 두 수레바퀴 중 어느 것 하나 가벼운 것이 없습니다. 특히 국민이 관심을 갖는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관리형은 퇴보”

    2020년 총선 때까지 정치권은 어떠한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까? 

    “보수 진영은 결집을 위한 재편을 시도하겠지만 실패한다고 봅니다. 민주당의 경우, 수권 능력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 인위적인 정계개편이나 역학관계의 변화보다는 내적 에너지 강화에 힘을 써야겠죠. 야당과 여당은 성격이 다른 길을 갈 것 같아요.” 

    민주당의 새 대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특정 정책에만 밝아선 안 됩니다. 두루 능수능란해야 하죠. 격동적 정치 재편 기간에는 관습적 정치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을 모색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충돌이 일어나고 이게 맞나 하는 두려움이 생기겠죠. 국민을 믿고 새로운 정치 패턴을 마다하지 않고 끌고 나가는 통솔력이 필요하다고 봐요.” 

    최 의원은 본인이 ‘선수’로 뛰는 민주당 대표 경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혁신’ ‘세대’ ‘당-청 관계’ ‘당내 통합’을 들었다. 인터뷰가 정점으로 치닫는 느낌이 들었다. 

    “먼저, 혁신이죠. ‘관리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라는 분도 있는데, 관리는 기본이지 리더십 내용이 될 순 없습니다. 정당은 경쟁해야 하고 이겨야 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죠. 관리에만 머무르는 것은 변화와 약진을 좋아하는 국민의 경향성에 비춰봐선 퇴보와 다름없어요. 이번 경선은 ‘관리형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후보’와 ‘돌파하고 혁신하는 역동적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후보’ 간의 대결입니다.” 

    언뜻 드는 느낌으로 당 대표 경선 주자로 거론되는 인사 중 ‘관리형 당 대표’ 이미지에 근접한 인사로는 관료 출신 김진표 의원이 떠오른다. 이어지는 최 의원의 경선 키워드론이다.

    주류 만드는 대표

    “그다음, 세대 문제가 관통할 수 있죠. 아직 후보가 정리되지 않았지만요. 이어 당-청 관계죠. 당 대표와 대통령의 관계가 바람직하게 설정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것이 당내 통합입니다. 지금 모두가 친문이라고 하는 것은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에선 당연한 일이죠. 이후 당의 큰 인적 흐름을 다시 만들어내야 하는, 이런 것을 통합이라 할 수 있는데, 특정 세력의 가치관을, 이런 주류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리더십으로는 되지 않죠. 이 네 가지가 관통하는 것 같아요.” 

    세대 문제가 일반 국민의 눈에 띌 것 같아요. 어떤 차원에서의 세대 문제인지…. 

    “저는 2004년 체제를 극복해야 민주당이 집권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 당을 지켜오신 선배들은 정말 훌륭한 분들입니다. 이 정치 선배들은 그대로 존경받아야 하고 예우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15년이 넘는 리더십으로 변함없이 가야 하느냐’의 문제에 대해선 당원이나 지지자, 국민의 판단을 요구하는 그런 전당대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특정한 사람을 염두에 둔 세대교체라기보다는 말이죠. 2004년 체제에 있다 탈당하신 분들 역시 탈당해서도 정치를 주도하고 있거든요. 야당을 자처하면서요. 당내에서도 그때 아주 무겁고 큰 역할을 한 분들이 엄존하고요. 이걸 그대로 변함없이….” 

    2004년 체제란 열린우리당 체제를 뜻하는 것인가요? 

    “그렇습니다, 열린우리당 체제. 15년 동안 지속하는 것은 국민이 원하는 변화의 속도에 비춰보면 꼭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 2004년 체제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 체제를 극복하는 마지막 전당대회가 될 필요가 있죠.”

    “다 평정되는 구도, 바람직하지 않아”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여당 대표는 여당을 튼튼한 정당으로 혁신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박해윤 기자]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여당 대표는 여당을 튼튼한 정당으로 혁신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박해윤 기자]

    ‘친노에서 젊은 친문으로의 세대교체’를 지향하는 것으로 들렸다. 친문계가 단일 세력이 아니며 그 내부에서 권력의 이동이 의도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이번 집권 여당 전당대회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세대교체는 당권 주자 중 누구를 포함할까. 당연히 총리를 지낸 70대 친노-친문 원로인 이해찬 의원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이해찬 전 총리가 당 대표에 출마하면 가장 큰 상수가 된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렇게 보는 분도 꽤 있고요, 그렇게 안 보는 분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주목도가 높아지고 그럴듯한 후보 구도가 되는 것 아니에요? 우리 당의 큰 어른이고 실력으로 입증받은 분이고 많은 경험을 가진 분이 함께 경쟁한다면 그 자체로 영광이고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구도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떤 후보가 출마해도 진폭의 문제이지 구도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다 평정된다는 느낌의 구도 변화라면, 그건 국민이나 당원의 눈에 바람직하게 보이진 않습니다. 그래서 영광스러운 경쟁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죠.” 

    이해찬 전 총리는 ‘2004년 체제’에 포함되는 인물로 봐야 하나요, 어떤가요? 

    “그렇죠. 그때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에 도전하셨고 총리 하셨고 나중에 당 대표 하셨고. 그 자체로 산증인이고 ‘더할 능력을 지닌 사람이 누구냐’ 할 정도의 거목이죠. 그러나 그것이 15년 동안 당 리더십의 변화 없이 그대로 이번에 또 제기된다면 서로 안 좋은 것 같아요.” 

    ‘친문계가 당권까지 다 장악하는 거냐?’ 이렇게 보는 시각도 있는데요. 

    “가위바위보를 해서 정하는 게 아니라, 유권자들이 판단하는 거죠. 이들이 ‘이번엔 대통령과 처음부터 함께해온 사람이 당 대표를 하는 것은 안 되겠다’고 하면 다른 결과가 나오겠죠. 민주당의 까다롭기로 유명한 당원들과 대의원들이라면, 후보들의 면면과 리더십을 보고 잘 선택할 겁니다. 그 결과를 놓고 ‘친문이다, 아니다’ 하는 것은 안 맞는 말이죠.” 

    ‘진문(진짜 친문재인계)’ ‘뼈문(뼛속까지 친문재인계)’ ‘새문(새로운 친문재인계)’ 같은 용어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것은 당에서 정치인들이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지어낸 거죠. 인터넷이나 SNS 공간에서 떠다닐 순 있지만, 재치나 심심풀이나 대중 속에서 나온 이야기로 정치권을 규정하는 보도는 너무 지나친 거죠.”

    “재치나 심심풀이, 떠다니는 이야기”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친박근혜계가 이런 식으로 분화됐죠. 

    “‘뼈문’이라고, ‘진문’이라고 하는 정치인이 누가 있습니까? 반면, ‘진박’은 정치인들이 말했고 구체적 행위로 뒷받침됐죠. 증거가 있는 것들이고요.” 

    민주당을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당 대표 한 사람의 능력에 의존하는 이런 시대는 지났다고 봐요. 시스템에 의해 굴러가는 정당이 돼야 합니다.” 

    정당 개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공천 문제겠죠. 

    “문재인 당 대표 시절에 친문 패권주의 공천할 것이라고 하도 흔들어대니 시스템에 의해 공천하겠다고 김상곤 혁신안이 나왔어요. 그러나 김종인 비대위는 그대로 공천하지 않았죠. 또한, 이 혁신안은 불가역적인 안이 아니었고요. 이번엔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두 달 안에 총선 시스템 공천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제가 위원장이었던 정당발전위원회의 혁신안에 아주 자세하게 담겼어요. 통과시키면 공천을 둘러싼 의심, 분열, 갈등, 우위를 점하기 위한 노력이 사라지고 집권당이 민생 현안에 집중할 수 있죠. 공천으로 흔들리고 대립하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우리는 시스템 공천안을 통과시켜 강하고 안정적인 정당으로 나아갈 겁니다.” 

    시스템 공천이 어떻게 다릅니까? 


    “정당의 공천은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경선하되 달리 정할 수 있게 해놨어요. 컷오프도 2명으로도 할 수 있고 4명으로도 할 수 있죠. 자격 기준도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고요. 지도부 마음대로 할 수 있죠. 그러니 전당대회 전부터 의원들은 당 대표가 될만한 사람에게 줄 서고, 전당대회 후로는 비당권파는 불안하니까 싸우고. 이런 게 쳇바퀴처럼 돌았죠. 다시는 자의적으로 할 수 없게끔, 돌아갈 수 없게끔, 불가역적 공천 혁신안을 만들었어요. 공천 방식을 개정할 순 있지만, 전체 당원-대의원 투표로 개정하게 했죠.”

    “생산될 당시 고가 상품 아냐”

    새 당 대표는 문 대통령 및 청와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할까요? 

    “대통령과 대립하는 당 대표가 좋은 말로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겠다’고 하죠. 같은 당 출신 대통령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두고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공감 능력이 부족한 것이죠. 이런 당-청 수평적 리더십은 부정적 느낌을 줍니다. 물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치만 보겠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죠. 말을 잘 나누고, 잘 소통하고, 이해를 구하고 나누는 데에 불편함이 없는 관계가 좋다고 봐요.” 

    최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대통령비서실장도 총학생회장 출신인데 당 대표도 총학생회장 출신이냐’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올지 모르겠어요. 

    “저는 생산될 당시 고가 상품이 아니었어요. 민주화운동을 했지만, 학생운동 지도부에 있지 않았고 단위학교(동국대) 총학생회장이었죠. 정치권 입문도 ‘젊은 피 수혈’ 케이스가 아니라 그냥 밑에서부터 경선을 거친 것이고요. 그렇게 특별히 취급받아야 할 이유가 없는 궤적을 갖고 있죠. 이런 점에서 총학생회장을 했다는 이유로 묶어버리는 게 타당한지…. 반면, 임 실장은 아주 잘생겼고 저는 그렇지 않죠. 이런 다른 점은 어떻게 하죠?”
    최 의원은 “여당 대표가 대통령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은 여당을 튼튼한 정당으로 혁신시키는 일이다. 그러면 여기에서 정권을 재창출할 에너지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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