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기고

펫숍은 전부 나쁘다?

“투명하고 안전한 강아지 매매도 가능”

  • 입력2018-07-2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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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에는 동물보호단체가 많지만, 동물을 제대로 이해하고, 동물과 사람 간 관계를 고려하면서 장기적으로 동물보호운동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세상을 바꾼 몇 사람의 동물보호 영웅 이야기로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ASPCA(American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는 미국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동물보호단체이며, 현재까지 미국의 대표적인 단체다. 1960년대 말 켄터키주 출신의 한 사람이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면서 ASPCA에 입사했다. 회계업무를 맡기로 한 그에게 유기견 안락사 업무가 주어지자 그는 큰 충격을 받아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그런데 퇴사하기 6일 전 사무실로 개 구조 요청 전화가 왔고, 마침 외근 담당 직원이 없어 그가 ASPCA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개를 구조하러 나섰다. 현장에 가보니 개는 차에 치인 상태로 길가에 쓰러져 있었다. 그가 이 개를 들어 올리자 골목에서 몇 사람이 나오더니 ‘뭐하는 짓이냐’고 항의했다. 그들은 이 개가 얼마나 살 수 있을지를 놓고 내기를 했던 것이다. 그는 ‘이 개는 다쳤기 때문에 내가 데리고 가야 한다’고 맞섰고, 몇 마디의 실랑이가 있은 후 골목에서 뛰쳐나온 이들은 그를 칼로 찌르고 몽둥이로 때린 뒤 사라졌다. 그는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는 상태에서도 다친 개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다시 살아난다면 남은 삶을 유기견을 위해 바치겠다고 기도했다. 불행히도 개는 죽었지만 그는 살아남았고, 당시의 약속을 평생 지켰다. 이후 ASPCA를 떠나 동물보호운동에 일생을 바친 이 사람의 이름은 마이크 암스(Mike Arms)다.

    반려견 가치를 높여라

    암스는 처음에는 동물보호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North Shore Animal League’라는 곳에서 새로운 길을 찾는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동물보호단체인 ‘North Shore Animal League’의 후원자는 진공청소기 발명자로 유명한 알렉산더 로이트(Alexander Lewyt)였다. 로이트는 동물보호단체 운영에 사업 마인드를 적용했다. 

    동물보호단체의 유기견 입양 사업은 일종의 ‘중고 개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로이트는 이에 착안해 유기견 보호소의 개를 입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기게 했다. 그리고 보호소에 있는 개를 결코 무료로 분양하지 않았다. 

    이러한 태도는 현재 우리나라 일부 동물보호운동단체의 행태와 대비된다. 우리나라 단체들은 보호소에 있는 개가 강아지 공장에서 비참하게 자랐고, 펫숍에서 방치됐으며, 주인에게 버림받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는 왜 그런 개를 입양해야 하는가. 그렇게 모두에게 버림받은 ‘가치 없는’ 개를 입양해야 할 이유가 있나. 



    로이트가 주도한 보호소 운영 정책이 성공한 건 이러한 관점을 버렸기 때문이다. 보호소에 있는 개들은 고유의 가치가 있으며,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North Shore Animal League’에서 이 모습을 본 암스는 1999년 이 단체를 떠나 지금은 ‘헬렌 우드워드 동물센터’ 대표로 일한다. 이곳에서 그는 지금까지 약 900만 마리의 개를 입양시키는 데 관여한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0만 마리의 유기동물(개와 고양이를 합친 숫자)이 발생하고, 이 중 개의 경우는 약 7만5000마리 중 대략 25%가 안락사, 17%가 자연사하며 32%는 입양되고 19%는 원래 주인이 찾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안락사를 시키는 개와 입양되는 개를 더한 약 4만2000마리의 개가 입양이 가능한 개체인 셈이다. 우리가 이렇게 적은 수의 개조차 다 입양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동물보호운동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입양만으로는 부족한 개 수요

    세계 동물보호운동 분야에서 또 한 명의 영웅 이야기를 해보자. 역시 ASPCA의 CEO를 지낸 에드윈 세이레스(Edwin Sayres) 이야기다. 그도 동물보호운동에 평생 헌신했다. ASPCA에 몸담기 전에는 보호 동물을 안락사시키지 않는 이른바 ‘노킬(No-Kill)’ 정책을 추진하던 샌프란시스코 SPCA(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에 근무했다. 그는 이후 뉴욕에 있는 ASPCA로 옮기면서 동물보호운동에 획기적 변화를 추구했다. 브리더(가축이나 식물의 교배, 사육, 생산 등을 하는 사람)를 비판하고, 개를 펫숍에서 사지 말고 보호소에서 입양하라는 내용의 캠페인을 했다. 그 효과로 미국 내에서 유기견 입양률이 매우 높아졌다. 유기견이 보호소에 들어왔다 살아 나가는 일이 많아진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그런 그가 2014년 PIJAC(Pet Industry Joint Advisory Council)라는 회사로 이직했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개를 판매하는 PetLand와 관련이 있어 세이레스의 이직은 미국 내에서 큰 논란이 됐다. 하지만 세이레스는 PIJAC와 컨설턴트 계약을 맺고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이 동물보호운동가 나단 위노그라드(Nathan Winograd)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데, 세이레스는 이 보고서에서 미국 내에 개가 잉여로 존재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매년 400만 마리의 개가 필요했고, 거의 1500만 마리의 개가 안락사당했다. 이때는 분명 개가 필요한 사람이 유기견 모두를 입양한다 해도 여전히 많은 개가 남았다. 그래서 ‘잉여 개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는 매년 800만 마리의 개가 필요하고, 보호소에는 400만 마리가 들어와 그중 200만 마리가 안락사당한다. 그런데 안락사 대상이 되는 개의 일부는 여러 문제를 갖고 있어 입양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즉 펫숍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 개를 입양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사실 PetLand는 미국 정부에서 허가받은 번식업자에게서만 개를 데려온다. 그러므로 세이레스는 자신이 보호소에 근무할 때 한 말을 사실상 뒤집은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달리 보면 세상이 바뀐 것을 받아들였다고 할 수도 있다.

    반려견 문화의 미래

    반려동물 입양을 하나의 문화이자 산업으로 본다면 펫숍을 혐오하는 사람이 많은 것은 매우 좋지 않은 현상이다. 우리나라 펫숍이 강아지 공장에서 열악하게 키운 개를 데려다 판다는 대중의 인식과 달리, 현실을 보면 문제가 별로 없다. 외국의 강아지 공장은 비밀리에 운영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공개된 경매장을 통해 개가 매매되고, 이러한 절차 때문에 펫숍은 문제가 된 강아지를 번식한 농장 이름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계속 문제 되는 개를 번식시키는 농장은 경매장에서 도태되고, 펫숍 사이에서도 기피 대상이 된다. 

    그런데 꼭 펫숍이 있어야 할까. 필자는 바로 그런 조직이 있어야 개의 가치가 높아지고, 보호자가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가 있으며, 법적으로 반려동물 입양 관련 문제가 발생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일반 사람들이 개는 유기견 보호소에 가기만 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여기거나, 혹은 친지들로부터 언제든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리나라 유기견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외국의 유명한 사육장들도 그곳에서 번식한 개를 직접 분양하고 남으면 경매를 하거나 펫숍을 통해 유통한다. 그것이 과연 무책임한 일일까. 

    글을 정리하면 우리나라 유기견 문제가 심각해진 건 개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개에 대해 공부하고, 개의 생태학적인 지위를 제대로 인식하며, 개가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으면서 역사적으로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종이 됐는지 이해한 후에, 반려견과 사람의 바람직한 미래가 무엇인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편집자주   

    ‘신동아’ 6월호에 실린 설채현 수의사의 칼럼 ‘공장産 강아지 판매소 펫숍의 그림자-당신이 안 사야 바뀐다’에 대해 김영규 한국동물복지연합 지킴이가 의견을 보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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