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포커스

北위성발사장 파괴 불똥 南우주발사체 KSLV-Ⅱ로 튀어

“北 반발해도 발사체 10월 예정대로 쏜다”

  • 입력2018-07-25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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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남조선 위성 발사 감싸주는 건 이중 잣대, 철면피의 극치”

    • 南 vs 北 로켓 능력 비교 “南은 고체로켓 강국이지만…”

    • 南 액체연료 로켓기술 北에 최소 10년 뒤져

    • 현무Ⅱ 4기 묶으면 日로켓 H2-A보다 추력 강해

    • “평화 목적 인공위성 발사 北에 휘둘려선 안 돼”

    7월 5일 나로우주센터가 자리 잡은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의 날씨는 흐렸다. 한국형발사체(KSLV-Ⅱ) 추진기관 연소시험이 오후 3시로 예정됐으나 5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시험발사체 ‘QM’이 화염을 뿜어냈다. 굉음이 164초간 이어졌다. 환호성이 울렸다. 성공이다. QM은 10월 실제로 비행할 발사체 ‘FM’과 무게, 크기, 연료탱크, 구조가 동일하다. 시험발사체는 고도 195㎞, 지상거리 400㎞가 비행 목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이 KSLV-Ⅱ 추진기관 연소시험에 성공했다. 10월 시험비행체 발사에 한발 다가섰다. 시험발사체는 75t급 엔진 1기로 이뤄졌다. 75t급 엔진 4기를 ‘묶은(clustering·클러스터링)’ 300t급 1단 로켓이 2021년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KSLV-Ⅱ는 1단에 75t 엔진 4기, 2단에 75t 엔진 1기, 3단에 7t 엔진 1기로 구성되는 3단형 로켓이다. 우주발사체는 1단 로켓 개발에서 성패가 갈린다. 75t 엔진 4기를 1단으로 묶어내는 게 남은 숙제다. 

    미국 방위산업체에서 일하다 1980년대 해외 유치 과학자로 들어와 로켓 개발에 투신한 한 원로 과학자는 “우리의 우주기술로 우리나라를 보호하는 게 로켓 과학자의 사명”이라고 했다. 우주로(to the space) 나아가 우주로부터(from the space) 국토를 지킬 초석을 마련하려면 우주 주권(主權)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 땅’에서 ‘우리 위성’을 ‘우리 기술’로 쏘아 올려야 최소한의 우주 주권이 확보된다. 그러려면 ①위성체 제작 능력 ②발사체 개발 능력 ③영토 내 발사장이 완성돼야 한다. 한국은 ①, ③을 확보했다.

    北, 고체·액체 투 트랙 로켓 개발

    우주발사체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경계는 모호하다. 미사일은 엔진이 있건, 없건 날아다니는 비행물을 뜻한다. 로켓은 ICBM 엔진일 수도, 우주발사체일 수도 있다. 우주발사체와 ICBM 기술은 거의 같다. 로켓에 위성을 실어 우주로 쏘면 발사체, 핵탄두를 실어 다른 나라로 쏘면 핵미사일이다. 

    로켓에는 고체로켓, 액체로켓이 있다. 엔진에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고체로켓, 액체연료를 사용하면 액체로켓이다.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앉힐 추력을 갖춘 고체로켓은 ICBM으로 쉽게 전용된다. 고체로켓은 연료를 장전해놓으면 언제든 쏠 수 있다. 발사 준비 상태로 실전배치가 가능한 것이다. 



    액체로켓은 ICBM으로 사용하기에는 난점이 있다. 추진제(연료+산화제)를 연료탱크에 장기간 보관하기가 어려워 발사를 앞두고 연료를 넣어야 한다. 적국이 발사 준비 사실을 포착해 선제 타격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평화적 목적으로 개발 중인 KSLV-Ⅱ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액체로켓이다. 

    로켓을 가장 먼저 개발한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 육군로켓연구소의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가 ‘로켓의 아버지’로 불린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은 V-2 로켓에 폭탄을 실어 영국에 퍼부었다. 1945년 독일이 항복한 후 미국은 독일 육군로켓연구소를 접수해 장비를 미국으로 이전하면서 브라운 박사와 연구원들을 미국으로 데려갔다. ‘특별 고용자’로 불린 이들은 ICBM 개발에 관여했으며 미국항공우주국(NASA) 탄생에도 기여했다. 

    북한은 내로라하는 로켓 강국이다. 세계에서 10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했다. 자국 영토에서, 자국 로켓으로, 자국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국가로는 북한 외에 러시아(1957) 미국(1958) 프랑스(1965) 중국(1970) 일본(1970) 영국(1971) 인도(1979) 이스라엘(1988) 이란(2009)이 있다. KSLV-Ⅱ를 성공적으로 발사하면 한국도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한다.

    ‘노동’ 4기 묶은 ‘은하 3호’

    북한은 투 트랙(액체·고체연료)으로 로켓을 개발해왔다.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2형’은 고체로켓, ICBM ‘화성15형’은 엑체로켓이다. 

    화성-15형은 ‘화성’ 시리즈 로켓을 여러 개 묶어 1단 로켓을 제작했다. 북극성 계열 로켓을 클러스터링해서도 ICBM을 만들 수 있다. 북한이 지난해 5월 ‘북극성2형’과 ‘화성12형’(IRBM)을 일주일 간격으로 발사한 것은 고체·액체로켓 기술을 모두 갖췄음을 시위한 것이다. 

    북한은 1978년 소련에서 스커드-B 미사일을 들여와 분해한 후 역으로 설계도를 그려내는 ‘리버스 엔지니어링’을 통해 로켓 기술을 확보했다. 1989년 사거리 500㎞의 화성 6형(스커드C), 1993년 사거리 1300㎞의 노동1호를 개발했다. 

    화성6형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커드 계열 미사일이다. 북한은 이란, 시리아, 파키스탄 등에 스커드C를 수출했다. 화성 6호를 여러 개 묶은 게 ‘노동’, 4기의 노동을 하나로 묶은 게 2012년 12월 발사한 장거리로켓 은하 3호다. 북한이 ‘신형 ICBM’이라고 일컬은 것을 고려하면 화성15형에는 진일보한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ICBM 화성15형을 시험발사한 후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으나 우주에서 대기권으로 탑재물(핵탄두)을 재진입(re-entry)시키는 능력을 확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액체로켓은 앞서 언급했듯 미사일에 연료를 주입하면 연료통에 부식이 일어나 오래 둘 수 없다. 액체로켓 ‘노동’의 발사 준비 시간이 30분~1시간인데 반해 북극성2형은 발사 준비 시간이 5분 정도에 그친다. 북극성 계열로 ICBM을 제작하면 무기로서 가치가 더 큰 것이다. 액체로켓이 가진 무기로서의 장점은 연료 공급 밸브 조절로 추력을 조절해 탄착점을 조정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미국, 러시아는 연료통을 코팅하는 방식으로 액체연료를 3~6개월 동안 충전해 보관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북한의 코팅 기술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는지 알 수 없으나 로켓 선진국 수준은 아닐 것이다.

    韓은 ‘고체로켓 강국’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뉴시스]

    한국 최초 우주발사체 나로호. [뉴시스]

    한국은 고체로켓 강국이다. 1978년 처음으로 개발한 고체로켓 백곰은 미국의 나이키-허큘리스를 수정(modification)해 4기를 하나로 묶은 것이다. 현무는 묶은 게 아니라 한 통으로 돼 있다. 유도탄사령부가 보유한 국군의 주력 탄도미사일 현무Ⅱ는 사거리가 300㎞다. 탄두 중량을 줄이면 500km 넘게 날아간다. 2017년에는 사거리 800㎞의 현무Ⅱ-C 개발에도 성공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1993년 고체연료를 사용한 1단 로켓 KSR-Ⅰ을 발사했다. 1998년 2단 고체로켓 KSR-Ⅱ를 개발해 단(段) 분리에도 성공했다. 고체연료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했다면 진즉에 가능했다. 

    한국은 고체로켓으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할 능력을 가졌으나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로켓 과학자 A씨는 “현무Ⅱ 4기를 묶을 필요도 없다. 거칠게 말해 동서남북에 하나씩 매달면 된다. 그렇게 해도 일본 우주발사체 H2-A보다 추력이 강하다”고 했다. 기술력만으로는 지금도 사거리 1만㎞가 넘는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이 ICBM으로 전용하기 쉬운 고체연료로 우주발사체를 개발하지 못하는 것은 강대국의 견제 탓이다. 


    1979년 사거리 180㎞ 이상, 탄두 중량 500kg 이상인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선 안 된다는 ‘한미 미사일 지침’이 체결됐다. 2001년 사거리 300㎞, 탄두 무게 500㎏의 탄도미사일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지침이 개정됐다. 현무Ⅱ는 2001년 개정의 산물이다. 

    2012년 10월 지침이 재개정돼 한국은 최장사거리 800㎞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800㎞까지 사거리 연장을 이끌어낸 것은 외교 성과다. 사거리 800㎞의 현무Ⅱ-C는 2012년 협정 개정 이후 5년이 안 돼 개발을 완료했다. 

    한국은 이렇듯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을 만큼의 고체로켓 기술을 확보했으나 미국의 견제 탓에 러시아에서 1단 로켓을 들여와 2013년 나로호(KSLV-I)를 발사했다. KSLV-I의 1단 로켓은 러시아 후르니체프가 제작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작성된 보고서는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우려해 러시아 발사체 기술의 한국 이전에 반대하는 서한을 러시아 외무부에 보냈다”고 밝힌다. 나로호 사업 때 미국은 한국 기술로 만든 2단 고체로켓에 미사일 부품이 사용됐는지 확인하겠다며 국방과학연구소를 여러 차례 찾았다. 

    일본은 나로호 1차 발사를 앞두고 한국이 로켓을 발사하면 일본 영공을 통과한다면서 나로호의 상세 자료를 내놓으라고 항의했다. 중국은 현무Ⅱ-C 개발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액체로켓 개발은 2002년 KSR-III 발사로 신호탄을 쏘았다. 2021년 KSLV-Ⅱ를 발사하는 것은 계획보다 미뤄진 것이다. 한국 액체연료 로켓기술은 북한에 최소 10년 뒤진 것으로 평가된다. “개발을 할 수는 있냐?” “세금 먹는 하마다”라는 비판도 들었으나 1단 엔진 개발 완료가 머지않았다. 

    동아시아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충돌하는 우주 전쟁 최전선이다. 2021년 KSLV-Ⅱ 발사에 성공하면 최소한의 우주 주권을 확보할 수 있으나 한국형발사체 사업이 1단 엔진 개발 완료를 앞두고 남북 및 북·미 관계 개선 흐름과 북한 미사일 발사 시험장 파괴라는 암초를 만났다.

    트럼프에 ‘동창리 발사장’ 파괴 약속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북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2016년 9월 2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북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지위성 운반로켓용 대출력 엔진 지상 분출 시험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2016년 9월 20일 보도했다. [노동신문]

    2013년 1월 30일 한국이 나로호(KSLV-I) 발사에 성공한 직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의 광명성3호 2호기 발사를 부당하게 문제시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채택을 주도한 미국이 남조선의 나로호 발사는 비호 두둔하는 추태를 부렸다. 우리의 위성발사 권리를 부정하면서 남조선 괴뢰들의 위성발사는 무작정 감싸주는 것이야말로 이중기준과 철면피의 극치다. 미국의 파렴치한 이중기준과 적대행위는 우리의 초강경 대응을 면치 못할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에는 저들이 꾸며낸 미사일전파방지제도를 제 손으로 허물고 남조선 괴뢰들의 미사일 사거리를 대폭 연장해줌으로써 지역정세를 긴장시켰다. 저들이 적대시하는 나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미국의 날강도적 논리가 묵인되는 것이 현 세계의 실상이다.” 

    전직 안보당국 고위인사는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파괴와 관련해 남측도 KSLV-Ⅱ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평화적 목적의 인공위성 발사가 북한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비핵화 조치의 일환으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파괴하겠다고 약속했다. 2012년 12월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탑재한 장거리로켓 은하 3호가 발사된 곳이며 사거리 1만3000㎞ 화성-15형도 이곳에서 개발됐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북한이 문제를 삼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한국형발사체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북한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해온 것은 미사일 개발을 전제로 한 것이었으나 우리가 개발하는 것은 평화적인 우주발사체다. 미국도 나로호 등을 평화적인 발사체라고 정의했다. 과거에도 북한이 자기네 것만 제재하느냐고 문제를 제기했으나 우리가 개발하는 것은 연료나 용도가 무기용이 아닌 데다 우주 개발을 위한 수단이기에 원래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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