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호

실태 추적

김정은 경호부대 ‘호위총국’과 ‘제974군부대’

경호 넘은 김정은의 권력 기반

  • 입력2018-07-25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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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위총국 20만 병력 보유

    • 호위총국이 사실상 감시와 통제 및 인사권 장악

    • 김정은 지휘로만 움직이는 ‘친위대’ 제 974군부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 무대에 데뷔하면서 국제사회의 최대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더불어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하던 북한 경호부대에 대한 궁금증도 커졌다. 북한에서 경호부대는 단순한 경호부대 이상이다. 필자는 김정은 권력의 근본은 경호부대에서 비롯된다고 단언한다. 

    김정일은 사망 전인 2009년경 북한의 주요 안보 세력인 호위총국(기존 호위사령부), 국가보위성(국가안전보위부), 군 정찰총국(기존 당 작전부 등 해외정보공작세력 포함) 등의 지휘권을 김정은에게 넘겨줬다. 이 중에서도 호위총국을 사실상 김정은의 안전을 지키는 친위 세력으로 탈바꿈시킨 사실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경호부대 제963군부대

    호위총국은 공식적으로는 조선인민군 제963군부대로 일컬어진다. 김일성의 경호가 중요시되면서 북한 군부에선 최초로 1963년 전문 경호부대로 독립됐다. 본부는 평양시 모란봉구역 북새동에 있으며, 내부에서는 일명 ‘모래터’로 불린다. 1963년 창설 초기만 해도 1개 여단(1만 명 내외)에 불과했고, ‘호위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김정일이 후계자로 정식 내정된 1974년쯤 3만~4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호위국은 ‘호위총국’으로, 다시 1989년 12월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이 처형된 시기를 전후로 ‘호위사령부’로 격상된다. 북한 내부 군부 쿠데타에 대비해 산하에 강력한 기계화 및 특수 저격·경보병 전투여단들이 만들어지면서 6만~7만 명으로 불어난다.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 군부에서 김정일 체제에 반대하는 소위 ‘프른제’ 사건이 일어나면서 호위사령부는 더욱 비대해진다. 특히 각 지역에 김정일과 그 직계가족을 위한 특각(特閣)이 곳곳에 만들어지면서 이를 경호하기 위한 부대들이 생겨나 7만~8만 명으로 불어난다. 

    김정일 사망 이후 2012년 호위총국으로 명칭이 격하되긴 하지만 경호 능력은 더 증강돼 12만여 명으로 불어난다. 2013년 장성택 사건 이후 현재는 20만 명 이상으로 전 세계 어느 국가에 비교할 바가 아닌 규모를 갖고 있다. 이는 그만큼 체제에 반하는 위험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현재 호위총국은 김정은과 그 가족들을 측근에서 직접 경호하는 제974군부대(일명 당 제6처)를 중심으로 5개의 부(정치부, 간부부, 참모부, 후방부, 보위부), 3개의 국(1국=경호국, 2국=보장국, 3국=건설국), 4개의 처, 12개의 전투 및 건설여단, 15개의 직속 연대·대대 등이 편재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1980년대까지는 경호부대 지휘관으로 오백룡 상장(우리의 중장에 해당), 전문선 상장, 이후 호위사령부로 격상되어서는 조선인민군 원수 리을설이 사령관으로 있을 정도로 김일성의 충신들만 임명됐다. 오히려 북한 군 총참모부나 인민무력부 책임간부들보다 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 직급도 높았다. 현재는 호위사령부 참모장을 하던 윤정린 대장이 지휘하고 있으며, 정치위원도 1990년대 리동춘 대장(항일무장투쟁 시기 소위 정치공작원이었던 리제순의 아들)에 이어 현재 김성덕 상장이 정치위원을 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참고로 호위총국은 유사시 평양 외곽을 지키는 91훈련소(수도방위사령부)와 평양 상공을 지키는 평양고사포사령부도 지휘할 수 있는 작전 권한을 갖고 있다.

    김정은의 권력 산실 제974군부대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한한 김여정을 경호하는 제974군부대 소속 경호군인들. [동아DB]

    평창 동계올림픽 때 방한한 김여정을 경호하는 제974군부대 소속 경호군인들. [동아DB]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김씨 가문의 1인 독재체제 기초가 다져진 배경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분석하지만, 필자는 호위총국 내에 김정일만의 ‘친위대’가 만들어진 1980년대 초부터라고 단언한다. 김정일 친위대는 지금 김정은의 경호 부대인 최측근 경호대이기도 하다. 김정일 시대에 현재의 경호 시스템을 완비하고 거의 2배 이상 증강한 제974군부대는 최근 확인한 결과, 그 숫자가 2만5000명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호위총국 내 제974군부대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74년으로 알려져 있지만 당시에는 비밀리에 조직됐으며, 실제 1982년 1월 말쯤 당시 호위사령부의 관련 지시를 받던 시스템에서 오직 김정일(김정은)의 지휘로만 움직일 수 있는 호위 친위대가 만들어진다. 제974군부대는 오직 김정일(현재 김정은)의 지휘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는 그야말로 ‘친솔부대’다. 김정일 혹은 김정은의 최측근 부대인 제974군부대에 대한 명령지휘체계, 구체적인 임무 지시 인지 및 수행 과정에 대해서는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필자는 수년 동안 이 부대에 관심을 가져왔다. 

    제974군부대는 크게 지휘부(직속 부대)와 평양시내 관저를 지키는 55과(정규 사단급), 평양시를 제외한 김정은의 특각을 지키는 16과(정규 사단급)로 나뉜다. 본부에만 거의 2000여 명(측근 경호대 포함)이 있고, 평양시내 관저를 지키는 55과 과장급은 소장(우리의 준장에 해당)이다. 

    지휘부는 상위명령부서인 당중앙위원회 제6처 처장인 제974군부대 부대장(중장급, 우리의 소장급에 해당)과 정치위원(중장급), 정치부장(제974군부대 조직비서로 소장급), 참모장 1명과 2명의 부처장(경비 및 후방 부처장으로 소장급), 보위부장 역시 소장급으로 부부장 1명으로 이루어진다. 

    지휘부는 다시 크게 정치부, 참모부(경호전담), 후방부, 보위부와 간부부 등 4개 단위로 나뉜다. 정치부는 정치위원과 정치부장 휘하 10여 명, 참모부는 참모장과 경비부처장 휘하 15명, 후방부는 담당 부처장 휘하 6~8명, 보위부는 보위부장 휘하 보위부(5명)와 간부부(4명) 등으로 총 40~50여 명이 사실 각각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

    직속부대로는 우선 군관측근경호대 2개 소대(100여 명)가 있다. 이들이 바로 옛 언론에서 꾸준히 다뤄온 소위 측근경호대 부대다. 특히 이번 김정은 방중과 김여정 및 김영철 방한,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한 까까머리 호위성원들이 속해 있다. 그 외 직속부대로는 호위 3개 중대(외부에서 진행되는 쿠데타 진압 전담 부대로 알려짐, 각 중대장은 모두 대좌급으로 한 개 중대에 150여 명씩 총 450여 명)와 예비 3개 중대(400~500여 명 규모), 열차행사부(100여 명), 각종 서비스 명목으로 동행하는 일부 성원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김정일의 친족 일가를 지키는 경호담당 한 개 소대도 포함된다. 김설송, 김여정, 리설주 등의 경호를 전담하는 소대가 2014년 이후 생겨난 것으로 확인된다. 

    제974군부대의 모든 것은 최종적으로 김정은의 지시에 따른다. 위에서 언급한 중앙당 6처 고위 간부들은 누구도 윤정린 호위총국 총국장이나 김성덕 정치위원의 지시를 받는 위치가 아니다. 즉 제974군부대(당중앙위원회 제6처)의 임무는 오직 김정은을 위시한 최고지도부의 핵심 실세에 의해 조정 및 수행된다. 오히려 유사시 호위총국 부대들을 직접 동원할 수 있는 특권을 갖고 있을 정도다. 

    이들의 무기 작전능력이나 화력밀도 등은 어떤 다른 부대에 비해 확실히 높다. 이들의 경호 수준과 충성도에 따라 김정은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북한 제974군부대의 경호 임무와 규모는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북한 내부 정치 및 군사적 안정이 김정일 시대보다 상대적으로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경호부대에 대한 특권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경호하는 북한 경호부대원들이 버스에서 대기하고 있다. [동아DB]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경호하는 북한 경호부대원들이 버스에서 대기하고 있다. [동아DB]

    김정일은 생전에 항상 ‘우리 애들’이라는 발언을 할 정도로 이들에 대해 최상의 대우를 해왔다. 김정은도 최근 인원을 대폭 증강하며 그들의 노고를 치하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반적으로 북한 권력은 당 조직지도부에서 나온다고 한다. 중앙당 핵심부서인 선전선동부, 군수공업부, 국제부조차 사실상 산하 관련 부서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감시와 통제 및 인사권은 오직 조직지도부에서 행사한다. 그런데 간부들의 인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게 ‘조직사상생활 정형’이다. 주요 간부들의 조직사상생활 상황은 중앙당 산하 각 부 초급당위원회에서 보고되는 자료에 기초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절차는 호위총국 내 중앙당 경호를 담당한 부서들에 의해 이뤄진다. 사실상 호위총국이 인사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도 김정은 측근경호대인 제974군부대 각 부서원들에 대한 관리와 감시는 오직 당 서기실 내 담당 부부장만 관여한다. 이렇듯 경호부대에 대한 관리가 김정은 혹은 담당 부부장 정도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특권이 보장된다. 이 때문에 경호부대 내에 당중앙위원회 정위원 6명, 후보위원 5명이 할당될 정도의 특혜를 받고 있다. 

    이들이 어느 정도 특혜를 받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1990년대 중반, 북한 주요 중앙부처 산하 외화벌이 전문회사 사장이 금과 외화를 100만 달러 이상 착복한 혐의로 검찰과 직속 상급 당위원회의 책벌을 받게 되었다. 이미 재판이 끝났고, 며칠 후면 책벌과 함께 감옥에 가게 되었다. 사장에게는 딸 2명이 있었는데, 큰사위가 제974군부대 김정일 측근 경호대원이었다. 

    제974군부대원은 절대 외부로 나올 수 없고, 이들에게 가족의 상황을 전달해줘서도 안 된다는 규칙이 있다. 하지만 사장은 특단의 결심을 한다. 막내딸에게 편지를 써서 어떻게든 사위에게 자신의 상황을 알려줄 것을 부탁한다. 자칫 이 사실이 알려질 경우 온 가족은 물론 사위까지 위태로울 수 있었다. 처제를 통해 장인의 상황을 전달받은 사위는 직속상관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한다. 그 결과 김정일의 특별지시로 오히려 외화벌이 사장(김정일 측근 경호대원의 장인)을 범죄인으로 처리한 상급 당 간부와 검찰 간부가 옷을 벗고 ‘혁명화’ 당했다.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이들을 특별대우하는 이유는 항상 무기를 휴대하고 자신을 따라다니는 이들이 마음만 달리 먹으면 엄청난 위급 상황이 벌어질 수 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대우가 상당하다는 사례는 이뿐만 아니다. 현실적으로 김정은이 참가하는 회의에서 졸다가 직무에서 해임되거나 혁명화를 당하는 사례가 종종 보도되곤 한다. 바로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조사하는 일도 실상은 회의장에서 모든 것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측근경호부대 일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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