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호

포커스

예대마진·금리 조작으로 돈 버는 은행들

“예금금리도 수상하다”

  • 입력2018-09-0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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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대 시중은행, ‘예대마진’으로 사상 최대 실적 달성

    • 예대마진으로만 한 해 30조 챙겨

    • 7개 은행, 대출금리 부당 산정액 27억 원

    • 예금금리 조작 의구심 솔솔

    최근 국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높게 책정한 것으로 밝혀져 많은 이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4대 은행이 ‘예대마진’ 장사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서민들의 허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6조 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지난 7월 19일 KB금융은 ‘2018 상반기 경영실적’을 발표하며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1조9150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수치로, 국민은행의 순이자이익 증가와 수수료 이익 확대, KB손해보험 연결 효과에 따른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룹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은 1조3533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증가했다. 

    순이익 실적 2위를 기록한 신한금융그룹의 상반기 순이익은 1조795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룹사별 실적을 보면 신한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조2718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늘었다. 

    우리은행은 근소한 차이로 KEB하나금융그룹을 앞지르며 상반기 당기순이익 1조3059억 원을 기록했다. 1분기에는 4대 은행 중 실적이 가장 저조했지만 상반기에는 대손충당금이 개선돼 깜짝 실적을 낼 수 있었다. 금호타이어, STX엔진 등 구조조정 기업의 정상화로 충당금 환입이 더해져 대손 비용률이 1분기 0.21%에서 2분기 0%로 줄어든 것. 

    하나금융그룹은 상반기 1조3038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6.5%나 늘어난 수치로, 2005년 12월 하나금융지주 설립 이후 사상 최대치다. 이 중 하나은행 상반기 순이익은 1조93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5% 증가했다.



    총자산수익률(ROA)은 ‘바닥권’

    4대 금융그룹이 이처럼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건 ‘이자이익’ 때문이다. 이들의 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 안팎으로 증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상반기 이자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한금융(11%)이고, KB·하나금융은 10.8%, 우리은행은 8.3%를 기록했다. 수수료 이익이 가장 큰 곳은 하나금융으로 22.1%를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신한금융 20.8%, KB금융 18.8%, 우리은행 12.1% 등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가뜩이나 불황에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은 상황에서 은행들의 이 같은 실적은 예대마진 논란에 다시금 불을 지핀다. 시장 금리가 오를 때 예금이자는 늦게 ‘찔끔’ 올리면서 대출이자는 바로 올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다. 올해 2분기 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는 2.35%포인트다. 고객들이 100조 원의 돈을 은행에 맡기면 이를 다시 대출해주고 1년간 2조3500억 원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시중 은행의 총 예금자산이 1300조 원 정도니, 예대마진으로만 챙길 수 있는 금액은 연간 30조 원 정도에 달한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우리나라의 예대마진 순위(낮은 순서대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9위를 차지한다. 얼핏 보면 국내 은행의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은행 전체 수익에서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비율은 월등히 높음을 알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 은행들의 이자 수익은 전체 수익의 60% 정도인 반면 국내 은행들은 무려 80~90%나 된다. 국내 은행들의 주요 수익지표가 아직 글로벌 스탠더드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수익률(ROE)의 경우 미국 은행들은 1.50%와 16% 수준이고, 중국 은행들도 1.3%와 19.3% 수준이다. 반면 KB금융의 ROA는 0.85%, ROE는 11.24%에 불과하다. 신한·하나금융, 우리은행 역시 ROA 1%를 넘지 못한다. ROA는 자산 대비 얼마만큼의 이익을 내는지 알려주는 지표로, 미국과 중국 은행들이 회사 자본 1000원으로 120~150원을 벌 때 우리은행들은 60~80원밖에 벌지 못한다는 뜻이다.

    7개 은행, 대출금리 조작 적발

    BNK경남은행에서는 25억 원가량의 대출금리 부당 청구가 일어났다. [동아DB]

    BNK경남은행에서는 25억 원가량의 대출금리 부당 청구가 일어났다. [동아DB]

    최근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올려 받은 사례가 적발되면서 은행 금리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올 6월 금감원은 2~5월까지 9개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검사한 결과, 가산금리 부당 책정 사례가 수천 건 발견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해당 은행은 KEB하나은행과 씨티은행, BNK경남은행 3곳이었다. 

    이후 금감원은 대출금리 산정체계 점검을 5개 지방은행과 Sh수협은행으로 확대했고 7월 18일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Sh수협은행 등 4개 은행에서 대출금리 부당 적용 사례가 확인됐다고 추가 발표했다. 

    대출금리 조작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졌다. 먼저 대출자 소득을 누락하거나 축소 입력해 가산금리를 높게 매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채비율(총대출/연소득)이 높으면 상환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이 비율이 250%를 넘으면 0.25%포인트, 350%를 넘으면 0.50%포인트씩 가산금리를 붙여 금리를 산정하는데, 이때 대출자 소득을 ‘0원’ 혹은 ‘100만 원’ 등 소액으로 입력해 대출금리를 조작한 것. 소득이 적게 입력된 대출자는 부채비율이 높게 나와 실제 가산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적용받은 것이다. 실제로 한 직장인은 연소득이 8300만 원이지만 소득이 0원으로 입력된 탓에 부채비율이 350%를 넘었고 이에 가산금리가 0.50%포인트 붙어 1년간 50만 원의 이자를 더 냈다. 

    신용 프리미엄을 주기적으로 산정하지 않고 수년간 동일한 고정값을 적용하거나 경기불황기 등의 사유를 반영해 금리를 높인 경우도 적발됐다. 또한 담보가 있는데도 없다고 입력해 가산금리가 높게 매겨진 경우도 있었다. 차주(借主)의 신용도가 향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금리인하요구권을 받아들였을 경우에는 기존에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금리 인하를 추진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영업점 직원이 전산으로 산정된 금리가 아닌 기업고객에게 적용 가능한 최고금리(13%)를 임의로 적용한 경우도 드러났다. 

    이번에 적발된 7개 은행 중 산정 오류 금액이 가장 큰 곳은 BNK경남은행이다. 2013년 1월 1일부터 무려 1만2000여 명에 걸쳐 25억 원가량 부당청구가 일어났다. 더욱이 전체 점포 165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00곳 안팎에서 가계자금대출 금리가 과다 산정됐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가계자금대출은 상품대출과 비상품대출로 나뉘는데, 공무원·교직원 등 신원이 확실한 집단 대출은 상품대출로 진행되고, 일반 개인은 직업과 소득 등을 별도로 입력해 금리를 매기는 비상품대출이 일어나는데, 취급된 비상품대출 20만 건 중 6%에 해당하는 1만2000건이 문제로 적발됐다”고 말했다. 

    한편 금리 과다 산정이 오랜 기간 광범위하게 일어났다는 점에서 고의적 ‘조작’이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 경남은행 측은 “자체 점검 결과 전산등록 과정에서 대출자의 연소득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게 실수였다. 하지만 사유가 무엇이든 고객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데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향후 업무 프로세스 개선과 직원 교육 등을 통해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경남은행보다 부당청구액 규모는 작지만 KEB하나은행과 씨티은행 역시 금감원으로부터 대출금리 산정과 관련해 허술한 시스템을 지적받았다. 하나은행의 경우 전산상 노출되는 ‘시스템 금리’에 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단한 요소들을 가감해 대출금리를 정하는데, 점포 직원이나 지점장이 개인·자영업·기업대출을 가리지 않고 임의로 최고금리를 입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피해를 본 고객 수는 2012년부터 2018년 5월까지 총 193명(가계대출 34명, 기업대출 159명)으로 확인됐다. 환급 대상 이자금액은 약 1억5800만 원이다. 

    씨티은행의 경우 대출금리에 반영되는 신용원가를 오류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급 대상은 2013년 4월부터 2018년 3월까지 대출을 받은 25명이고 피해금액은 1100만 원이다. 또한 추가로 밝혀진 광주·전북·제주·Sh수협은행에서는 총 294건(2470만 원)의 부당 청구가 일어났다.

    예금금리도 조작 가능하다?

    7월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단체에서 경남·KEB하나·한국씨티은행의 대출금리 조작에 따른 사기죄 고발장을 제출하러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7월 3일 오전 서초구 서울지방검찰청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단체에서 경남·KEB하나·한국씨티은행의 대출금리 조작에 따른 사기죄 고발장을 제출하러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일각에서는 ‘이참에 은행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예금금리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산 시스템 입력만으로 금리 조작이 가능한 만큼 예금금리 산정에도 분명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껏 금융위원회나 금감원이 예금금리 산정체계를 조사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관련 이슈가 있으면 점검하겠지만, 상시적 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지는 않다. 최근 몇 년을 되짚어보더라도 예금금리 관련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한 예금금리는 대출금리처럼 ‘모범규준(best practice)’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은행이 고객에게 몇%의 예금금리를 지급할지는 약관에 나와 있는 대로 은행 상품설명서를 통해 고지하면 그만이다. 

    또한 예금금리는 일정 구간 내에서 은행 직원이 임의로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어떤 조정이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대출금리처럼 기준금리가 없기 때문에 은행 자체적으로 판단해 제시할 수 있다. 고객등급별로 가산되는 금리가 달라 은행 직원과 ‘네고(negotiation)’가 가능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리 차등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바로 ‘고객등급’이다. 보통 영업점 우대금리와 실적 우대금리는 전산 시스템에 따라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고객등급은 실적에 따라 점수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해 예금우대 혹은 차별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 고객등급은 신용등급과 별개의 개념으로 해당 은행과의 거래 연수, 예치금 규모, 계열사 카드 사용 여부 등에 따라 점수가 매겨져 등급이 나눠지고, 등급이 높을수록 예금금리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5·6등급으로 낮아도 고객등급은 최고 등급이 될 수 있다. 대출은 신용등급에 연동되는 반면 예금등급은 고객등급과 연동된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MVP스타·로열스타·골드스타·프리미엄스타등급과 일반고객으로 나뉘고, KEB하나은행은 하나VIP, VIP, 하나패밀리, 패밀리, 그린 등급으로 나뉜다. 타 은행들 역시 이와 비슷한 구조로 고객 등급을 나누고 있다.

    고객등급별 금리 차는 ‘영업비밀’

    7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주최 긴급관계부처 현안보고 ‘은행 금리조작 의혹 점검 및 금융소비자보호 대책회의’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7월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주최 긴급관계부처 현안보고 ‘은행 금리조작 의혹 점검 및 금융소비자보호 대책회의’에서 손병두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고객등급별 예금금리 차가 얼마나 날지 궁금하지만 이에 대해 은행들은 일제히 함구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예금금리 차이는 지금껏 공개된 적이 없다. 만약 이런 내용이 공개되면 영업점 창구가 매우 곤란해진다”며 말을 아꼈다. 

    문제는 고객등급이 같아도 예금금리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금금리는 ‘1.5~2%’ 식으로 구간이 정해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조정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서도 은행 측은 ‘영업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은행권 한 인사는 “대출도 여러 은행의 금리를 비교한 뒤 결정하는 것처럼 예금도 마찬가지다. 은행별로 금리가 다 공개된 상황에서 은행 직원의 정성적 평가가 최종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그 범위는 매우 좁다. 특히 고객 유치를 위해서라도 예금금리를 무조건 낮게 책정하는 건 영업적 전략에도 맞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대출금리 부당 청구 사건을 계기로 서민들 사이에서는 예금금리 조작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뉴시스]

    대출금리 부당 청구 사건을 계기로 서민들 사이에서는 예금금리 조작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서민들이 은행에 갖는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 소재 직장인 A씨는 “최근 일어난 금리 조작 사건을 보면 예금금리 조작은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예금금리 구간 내에서 최고 금리를 책정해주는 곳이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대출금리는 날로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도무지 오르지 않으니, 서민 주머니 털어 은행만 배 불리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시중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예금특판’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예금특판은 보통 직전연도 사업비 마감을 앞두고 예대율을 맞추기 위해, 혹은 유동성에 문제가 있을 때 진행하는데, 최근 몇 년간 은행들은 해마다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하면서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최근 4~5년간 예금특판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금융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의 예대마진 장사는 결국 은행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국내 은행들은 예대마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를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개선, 비은행 계열사 이익 기여도 확대, 해외 수익 비중 확대 등 새 수익원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진출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1~2년간 금융사의 글로벌 이익이 늘어나고 있긴 하지만 아직 그 비중이 1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가계대출과 중소기업대출에만 목맬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장으로 나아가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 경제 관계는 물론 문화적으로 유사성 있는 아시아 지역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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