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호

인터뷰

박혜성 해성산부인과 원장의 ‘행복한 성’ 특강

“내가 생각하는 사랑 말고 상대가 원하는 사랑하라”

  • 입력2018-09-05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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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쁜이수술’ ‘성기확대술’로 부부 관계 해결 안 돼

    • 남녀의 ‘뇌’ ‘호르몬’ ‘생리’ ‘신체’ ‘언어’ 차이 알아야

    • 男 ‘섹스로 모든 갈등 해소’, 女 ‘섹스와 갈등은 별개’

    • 남자든 여자든 ‘편한 상대’에게 반응하는 건 본능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누구나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게 ‘성’이다. 특히 부부 관계에서 ‘성’은 잘만 사용하면 느슨해진 관계에 활력소가 되지만, 반대로 방치할 경우 ‘성격 차이’가 아닌 ‘성적 차이’로 이혼당할 수도 있다. 

    경기도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박혜성(54) 원장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성 전문가’다. ‘오르가슴의 과학’ ‘인간의 성’을 공동 번역했고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에 이어 최근 ‘굿바이 섹스리스’를 펴냈다. 팟캐스트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박혜성의 행복한 성’에 이어 현재 ‘이색기저섹끼’를 진행하며 제대로 된 성 담론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대한성학회 이사, (사)행복한성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달부터 ‘신동아’에 ‘性학자 박혜성의 행복한 性’ 칼럼을 연재하는 그를 만났다.

    실습 性 코칭 워크숍 계획

    7월 14~15일 1박2일 동안 ‘부부의 성’을 주제로 한 워크숍을 열었더라. 

    “오래전부터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성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에 앞서 연습 삼아 성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 1박2일 성 워크숍을 진행해보았다. 15명이 참여했다.” 

    어떤 내용인가. 

    “결혼, 사랑의 언어, 남녀의 신체, 남녀의 생리, 남자의 뇌, 여자의 뇌, 여자의 발견, 남녀의 호르몬, 오르가슴, 명기(여자의 성기), 명도(남자의 성기)를 테마로 총 10시간 동안 강의했다. 성의 A부터 Z까지 모두 다뤘다고 보면 된다.” 

    이야기만 들어도 강의가 무척 폭넓고 디테일하게 진행됐다는 게 느껴졌다. 

    “실습까지는 하지 않았다. 진짜 성교육 프로그램을 할 때는 전문가를 초빙해 실습까지 할 계획이다. 워크숍에서 실습은 필수적이다.” 

    실정법상 그게 가능한가. 

    “물에 들어가지 않고 어떻게 수영을 배울 수 있나. 필드에서 연습하지 않고 이론만 배워서 어떻게 골프를 잘 칠 수 있나. 성교육도 마찬가지다. 말이나 영상만으로 교육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실습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실습 코칭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에 있다.” 



    실습 교육까지 하려면 비용이 만만치 않을 텐데. 

    “그만큼 내용이 알차고 퀄리티 있게 준비할 생각이다. 성의 중요성을 알고, 부부 관계 향상을 위해 노력할 마음이 있다면 그 정도 비용은 충분히 지불할 의향이 있을 것이다.” 

    왜 대상이 신혼부부인가. 부부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중년 부부들을 위한 성 워크숍이 더 필요할 것 같은데. 

    “부부 관계가 틀어진 부부는 이미 감정의 골이 깊다. 성이 매개가 되어 다른 갈등들이 풀릴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신혼부부는 아직 감정의 골이 생기지 않았으니까 성이 부부 관계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평소 관계가 원만한 부부들, 갈등이 있지만 개선해보려는 의지가 강한 부부들도 성교육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시각과 후각 vs 청각과 촉각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6년에 이곳 해성산부인과를 개원해 22년째 환자들을 만나고 있다. 그러면서 수많은 성 상담을 해왔다. 2006년 다국적 제약회사인 화이자가 27개국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 90%가 성이 가정의 행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는데, 정작 성생활 만족도는 남자 9%, 여자 7%에 불과했다. 세계에서 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정작 만족도는 가장 떨어졌다. 왜 그럴까를 생각하면서 처음엔 섹스 테크닉, 스킬 등 섹스 행위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럼 뭐가 중요한가.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있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그런 남편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아내가 많다. 그렇다 보니 서로 오해가 쌓여 부부 관계가 악화된다. 이런 상태에서는 여자가 이쁜이수술(질 축소술)을 한다고, 남자가 성기확대 수술을 한다고 해서 부부 관계가 해결되지 않는다. 상대를 사랑하는 감정을 몸과 마음으로 표현하고 서로 교감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먼저 상대를 알고 이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남녀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상대의 뇌, 호르몬, 생리, 신체, 언어를 알아야 상대방의 행동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우선 남자와 여자는 뇌 구조가 다르다는 것부터 이해해야 한다.” 

    남녀의 뇌 구조가 다르다? 


    “예를 들어 모르는 길을 갈 때 남자는 혼자 힘으로 목적지를 찾아가려고 하지 웬만해선 남에게 묻지 않는다. 그런 모습이 여자는 답답해 보일 수 있다. 원래 남자의 뇌 구조가 그러니까 화를 낼 필요가 없다. 또한 진화생물학적으로 남자는 시각과 후각에 민감하고 여자는 청각과 촉각에 민감하도록 훈련돼왔다. 남자들은 원시시대 수백만 년 동안 사냥을 잘하기 위해 시각과 후각에 온 신경을 집중했고, 여자들은 공동채집생활을 하면서 청각과 촉각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자는 말을 많이 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풀지만, 남자는 반대로 이야기를 들을수록 스트레스가 쌓인다. 이 차이를 알면 상대를 유혹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자를 유혹할 때 ‘사랑해’ 같은 감미로운 말과 함께 포옹 등 신체 접촉을 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남자를 유혹하려면 야한 옷으로 시각을, 향수로 후각을 자극하면 효과가 크다.” 

    그는 “여자가 출산한 후 남편과의 섹스를 외면하는 것도 뇌의 작용”이라고 설명했다. 여자에서 엄마로 뇌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것. 

    “섹스할 때 분비되는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은 아이가 젖을 빨 때도 분비된다. 젖을 물리면 쾌감을 느낀다. 아이와 터치를 하며 애착심도 커진다. 자연히 남편보다 아이에게 애정을 쏟게 된다. 이 상태가 최소 10년은 지속된다. 남편은 섭섭함을 느끼게 되고, 심한 경우 외도로 이어지기도 한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여자는 ‘네 자식 키우느라 이렇게 고생하는데’ 하며 원망한다. 불만만 가져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남자가 ‘엄마의 뇌’ 상태를 다시 ‘여자의 뇌’로 바꿔주면 된다. 스킨십을 늘리는 등 자신과 있을 때도 옥시토신이 분비되도록 노력하면 된다.” 

    성욕은 몸이 느끼는 것 아닌가. 


    “성감대의 95%는 뇌에 있다. 뇌가 느껴야 성욕이 생긴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돼 분비되는 호르몬에 의해 남자는 발기하고 여자는 애액이 나온다.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려면 마음이 편해야 한다. 남편과 아내가 편하지 않은데 성적 욕구가 생기기는 쉽지 않다. 남자든 여자든 자기를 긴장시키는 이성보다는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쳐주는 편한 상대에게 반응한다.”

    성과 관련한 남녀의 차이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성 관련 남녀의 신체적 차이가 있다면. 

    “구조상 남자가 여자보다 먼저 오르가슴을 느끼고 사정을 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한 여자는 자신이 ‘정액받이’가 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만약 여자가 먼저 오르가슴을 느낀다면 어떻게 되겠나. 남자는 사정을 못 하게 돼 난자와 정자가 만날 수 없다. 임신이 될 수 없으니 인류는 멸종될 수밖에 없다. 또한 남자의 몸은 사정 후 곧바로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여자는 아랫도리에 몰린 피가 풀어지는 데 15분 정도 걸린다. 그동안 여운을 느낀다. 그런데 사정한 남자는 이내 등을 돌리고 잠을 잔다. 여자가 가장 싫어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건 씨를 뿌린 후 정을 붙이지 않기 위한 수컷의 본능적 행동일 뿐이다. 그렇다고 남자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건 아니다. 여자들은 남자의 본능이 그렇다는 걸 알면 되고, 남자는 여자의 몸이 아직 여운이 남아 있는 상태이니 토닥거려주면 된다. 그런 행동이 여자를 행복하게 만든다. 서로를 알고 이해하면 그에 맞는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그 외에 남녀 간의 차이가 있다면. 

    “남자에게는 섹스가 곧 사랑이다. 섹스하면 사랑하는 거다. 그러니 남자에게 ‘날 사랑해’ 하고 물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여자는 확인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 ‘왜 쓸데없는 걸 묻냐’고 화낼 필요 없다. 그냥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된다. 그 한마디에 여자는 본능적으로 행복해하고, 남자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남녀가 다른 게 또 있다. 남자는 섹스가 해결되면 모든 갈등이 해결된다. 여자는 안 그렇다. 섹스는 섹스이고 서운한 건 서운한 거다. 여기서 부부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박 원장은 사랑에는 5가지 언어가 있다고 했다. ‘스킨십’ ‘인정하는 말’ ‘함께하는 시간’ ‘선물’ ‘봉사’다. 미국의 심리학자 게리 채프먼이 한 말이다. 

    “자신이 인정받을 때 사랑을 느끼는 사람, 상대가 자기 옆에 있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스킨십을 할 때 사랑을 느끼는 사람, 자기 일을 도와줄 때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사람…, 이처럼 사람마다 사랑의 언어가 다르다. 상대의 사랑의 언어를 충족해줘야 자신이 원하는 사랑의 언어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남자는 스킨십을, 여자는 봉사를 원한다면 자신이 먼저 상대를 충족해줘야지, 요구만 해서는 해결이 안 된다.”

    상대가 원하는 사랑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

    그러려면 먼저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야 하겠다. 

    “상대가 원하는 사랑을 표현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황혼 이혼을 앞둔 부부가 같이 치킨을 먹고 있었다. 남자가 평소처럼 아내에게 닭다리를 쥐여주었다. 그러자 아내가 ‘당신은 그러니까 안 돼’ 하고 화를 내며 ‘당신은 평생 한 번도 내가 좋아하는 닭 날개를 준 적이 없어’ 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내가 가장 좋아는 게 닭다리라서 그걸 너에게 준 거였다’고. 남편은 자기가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행동을 한 것이지만 아내가 그게 사랑이라고 느끼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대다수 남자들은 한 달 내내 뼈 빠지게 일해서 아내에게 월급 갖다 주는 게 사랑이라고 여기지만 여자가 원하는 건 그게 아니다. 상대가 바라는 사랑이 뭔지 모르면 노력하는 게 의미가 없다.” 

    앞으로 칼럼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성이 잘못 쓰이고 있다. 제대로 잘 쓰일 수 있도록,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성이라는 도구가 개인과 가정, 사회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데 쓰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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