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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일대일로’ 위기일발

“유라시아 국가들 ‘反中 감정’ 확산”

  • | 윤성학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시진핑의 일대일로’ 위기일발

  • ● ‘일대일로 발생지’ 카자흐스탄, 反中정서 확산
    ● 파키스탄, IMF구제금융 받을 판
    ● “중국, 일대일로 미명하에 금융 약탈”
    ● 서방 제재 받는 러시아엔 도움
    ● “실패하면 시진핑 정권 위기”
‘시진핑의 일대일로’ 위기일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라는 구상을 처음으로 꺼낸 곳은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 있는 나자르바예프 국립대학이다. 이후 정책 소통, 인프라 연결, 무역 확대, 자금 조달, 민심 상통을 내건 이 사업에 80개국이 참여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협력 국가인 카자흐스탄에 2017년까지 40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에선 오히려 반중(反中) 정서가 확산하는 양상이다. 일대일로를 통한 경제협력이 철저하게 중국의 이익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라시아 국가들은 일대일로 사업의 핵심 파트너다. 중국은 특히 자국과 국경을 접하는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파키스탄 등 유라시아 국가와 교통 물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거대한 ‘경제 회랑(지붕이 있는 긴 복도)’을 건설하려고 한다.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점령하면서 2014년부터 서방의 경제 제재를 받는 러시아는 일대일로 사업이 자국 인프라 건설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같은 경제 규모, 군사력, 정치적 영향력을 갖지 못한 유라시아 국가들에선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우려와 반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와 중국 다음으로 유라시아에서 큰 면적(세계 9위, 272만4900㎢)을 가진 나라다. 석유 매장량은 약 300억 배럴로 세계 12위 수준이다. 1991년 독립 이후 지금까지 권좌를 지키는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경계하는 외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와 전통적인 유대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지나친 의존을 탈피하기 위해 미국, 중국, 유럽연합(EU)과의 관계도 중시한다. 그중 중국과의 관계가 핵심이다.


“꿈의 날개에 오른다”

중국은 일찍이 카자흐스탄의 지정학적 위치와 자원에 주목했다. 카자흐스탄 유전의 절반 이상은 중국이 소유권을 갖고 있으며, 카스피해에서 신장성까지는 송유관이 깔려 있다. 또한 카자흐스탄에는 중국의 가장 중요한 가스 수입국인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오는 가스관이 3개나 깔려 있다. 중국은 2015년부터 유럽으로 가는 물류 허브로 카자흐스탄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중국과 카자흐스탄의 경계 지역인 호르고스 자유경제구역은 일대일로의 6대 경제회랑 중 하나인 ‘신유라시아 대륙교량’의 출발지이자 물류 허브다. 호르고스에 집결한 중국 상품이 국제철도를 통해 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으로 수출된다. 2017년 호르고스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0만 개였지만 2020년에는 50만 개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말부터는 모든 수화물이 전자식으로 처리된다. 중국은 호르고스를 유럽으로 가는 내륙 항만(dry port)으로 개발하고 있으며 이미 카자흐스탄에서 지분 49%를 사들였다. 

2017년 6월 시진핑 주석은 카자흐스탄을 다시 방문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는 지난 4년간 제안에서 행동으로, 개념에서 실행으로 옮겨졌으며, 더 빠른 속도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카자흐스탄 관계에 대해 “꿈의 날개에 오른다”고 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 국민은 최대 투자 국가인 중국을 경계한다. 19세기 카자흐 부족은 조공을 강요하는 청나라를 피해 러시아의 지배를 선택했다. 중국을 러시아보다 더 위협적인 국가로 생각했다. 카자흐스탄은 자국 및 중앙아시아로 중국의 영향력이 확장되는 것을 경계한다. 2016년 3월 카자흐스탄 정부가 외국인에게 토지 임대를 10년에서 25년까지 허용하자 카자흐스탄 국민은 이 조치가 중국에 혜택을 주는 것이라며 대규모 반중 시위를 벌였다. 국민의 반(反)중국 정서에 놀란 나자르바예프 정권은 경제 및 농업 장관을 해고했고 토지개혁 정책 실행을 유예했다. 유라시안개발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카자흐스탄 국민 6명 중 1명만이 중국을 ‘우방’으로 여긴다.


처음엔 쌍수를 들고 환영

가난한 중앙아시아 국가인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중국의 일대일로를 처음에는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6대 회랑 중 하나인 ‘중국-중앙아시아-서부아시아’를 연결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이 지나며 우즈베키스탄과 중국을 잇는 철도가 놓일 예정이다. 키르기스스탄은 중국의 원조로 주변국을 이어주는 도로를 건설했고 비슈케크 시내 도로를 보수했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제학자인 주마카두로프 아코네프는 중국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벨트는 키르기스스탄에 최적의 기회를 가져다줬다”고 극찬했다. 

타지키스탄도 이미 중국과 교역하지 않고는 경제를 운용할 수 없는 지경이다. 중국은 2016년 타지키스탄 서부 도시 ‘바흐다트~아만’ 간 48.6㎞ 구간의 철도를 개설했다. 이를 통해 타지키스탄은 중부와 남부 지역을 처음으로 철도로 연결할 수 있었다. 또한 타지키스탄 최대 사업인 수력발전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공짜로 인프라를 깔아준 것은 아니다. 두 나라는 중국 돈으로 철도와 도로, 수력발전소, 가스관을 건설하면서 많은 빚을 졌다. 중국 의존도는 크게 높아졌다. 키르기스스탄의 채무는 일대일로 사업 이후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나 불어났다. 이중 중국에 빌린 돈이 71%나 치지한다. 

타지키스탄은 수력발전소 건설 자금으로 받은 3억 달러를 갚지 못해 중국에 금광 개발권을 넘겼다. 투르크메니스탄도 남부 가스전을 개발하면서 중국에 지분과 물량을 넘겨줘야 했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의 투자가 당사국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의 인프라 투자는 현지 노동력을 배제하고 저임금 중국 노동자를 대거 유입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현지 노동자 고용을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했지만,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은 중국 눈치를 보느라고 외국인 노동자 유입에 관한 법률을 만들지 못했다. 이로 인해 그러지 않아도 실업 문제가 심각한 두 나라에서 자국민들이 일자리에서 배제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인프라 투자 사업을 통한 고용 창출 효과를 못 보고 있는 것이다. 

키르기스스탄 제이-베스트 컨설팅사 제니 제니스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키르기스스탄 국민의 80%는 중국계의 유입을 부정적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키르기스스탄 국민의 44%는 중국 투자가 자국 독립에 위협이 된다고 본다.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 경제는 이미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사회적·정치적 반감도 증대하고 있다.


중국 말 듣다 국가 부도 위기 직면

‘시진핑의 일대일로’ 위기일발
파키스탄은 일대일로의 최대 투자 대상 국가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과다르항에서 신장성 카스까지 연결하는 총길이 3000km의 경제회랑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460억 달러(약 51조9600억 원) 규모의 이 사업을 위해 2015년 과다르항 경제특구를 43년간 운영하는 각서를 체결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이 경제회랑에 고속도로, 철도, 송유관, 광케이블, 산업단지를 건설할 예정이다. 

파키스탄의 과다르항은 중동산 원유가 아시아로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에 인접해 있다. 중국은 과다르항을 통해 자국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서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거치지 않고 중동산 원유를 직수입할 수 있다. 또한 과다르항을 통해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다 자국 상품을 수출할 수도 있다. 파키스탄 처지에서도 중국과의 대규모 경제협력은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처럼 보였다. 

장밋빛 청사진을 갖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빈약한 파키스탄 재정 때문에 곧 난관에 부딪혔다.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면서 자국 내 인프라 건설 자금의 80%(620억 달러)를 중국에서 조달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파키스탄의 국가부채는 외환보유액 214억 달러의 2배가 넘는 564억 달러에 이르렀다. 

8월 18일 취임한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는 국가 부도를 막고자 국제통화기금(IMF)에 12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과 경제 전쟁을 치르는 미국이 IMF의 최대주주로서 반대하고 있다.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IMF 구제금융 자금이 중국에서 빌린 돈을 갚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국가 부도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상당수 유라시아 국가에선 일대일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이 사업이 결국 중국이 돈 버는 구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들 나라에 인프라 건설 비용을 대주면서 이 비용을 이들 나라의 국가 부채로 잡는다. 또 중국 기업들과 근로자들을 동원해 사업을 추진한다. 

파키스탄의 다이메르-바샤댐 사업은 건설 인력 1만7000여 명 대다수를 중국인으로 충원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중국 자본으로 건설 중인 2개의 도로 건설 프로젝트도 중국인 노동자가 70%에 달한다. 반면 이미 중국의 인프라 건설로 쓴맛을 본 투르크메니스탄은 건설 인력의 70%를 현지인으로 고용하도록 했다. 우즈베키스탄도 경영 관련 업무에만 중국인이 참여하도록 법을 바꿨다. 

파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같은 나라들은 제대로 된 제조업을 갖고 있지 않아 실질 실업률이 40%가 넘는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마당에 중국 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현지 자재 대신 중국산 철, 시멘트를 사용하고 장비도 중국에서 직접 조달한다. 심지어 식당마저 같은 중국인에게 하도급을 준다. 또한 중국 기업들의 불투명한 경영 관행과 국제 경험 부족으로 해당 지역의 반발을 사는 경우도 많다.


일부 국토의 양보도 요구

중국은 일대일로가 ‘중국이 국제사회를 위해 제공하는 공공재’라고 강조하지만 협력국가들은 이것을 일종의 부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들 국가에 원조해주는 대가로 천연자원이나 계약 패키지에 접근하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또한 양허, 무역 협정, 투자에 대한 협상을 수정하도록 재협상을 강요한다. 중국은 타지키스탄에 일부 국토의 양보를 요구했고, 아프가니스탄엔 군사 요충지의 중국군 주둔을 타진하기도 했다. 

이렇게 중국의 원조는 대부분 조건부로 제공되는데, 이는 중국이 내는 돈 중 상당액이 중국 기업으로 들어간다는 의미다. 결국 중국 기업들은 일대일로 원조를 해외로 손쉽게 진출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자본과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은 당장 인프라 투자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고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중국이 요구하는 조건에 굴복하게 된다. 원조나 투자를 받는 국가들은 원금과 이자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요구, 중국 기업을 배려하라는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이 못 갚을 것을 알면서도 악의적으로 빚의 수렁에 빠뜨리는 방식으로 유라시아 국가에 일종의 약탈적 대출(predatory lending)을 자행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중국이 원조를 통해 중국 기업과 중국인들에게 일감을 준다. 장기적으로 빌려준 돈을 무기로 유라시아 국가에 시장 개방을 요구한다. 이들 국가를 상대로 무역 흑자를 달성하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일대일로가 정말 성공하려면 원조를 받는 국가들이 중국과 교역을 증대하고 중국과의 무역 다변화가 가능하도록 자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중국 산업구조로는 불가능하다. 중국보다 더 싸게 상품을 제조할 수 있는 개발도상 국가는 거의 없다. 베트남이 자국에 투자하는 한국을 반기지만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일대일로는 유라시아 국가들이 장기적으로 중국 경제에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 내부의 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16일 오전(현지 시간) 중국 충칭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중 산업협력 충칭 포럼’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부개발의 거점도시인 충칭은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출발점으로 현대자동차 등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12월 16일 오전(현지 시간) 중국 충칭 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중 산업협력 충칭 포럼’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서부개발의 거점도시인 충칭은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출발점으로 현대자동차 등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해 결국 유라시아 국가 사이에서 ‘중국은 위험한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다. 이런 중국식 개발 모델에 대한 부작용은 아프리카에서 시작해 유라시아 지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미국마저 일대일로를 중국의 대외 확장 정책으로 보면서 일대일로의 이미지는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다. 

심지어 일대일로가 중국식 약탈이라면, 약탈하는 중국엔 좋은 것이어야 하는데, 중국 내부에서도 일대일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몇몇 중국 인사는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외화가 일대일로에 투입되는 것과 관련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냉소한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2014년 12월 400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했다. 이후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에 인프라를 구축해주겠다면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설립했다. 여기에 매년 100억∼15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돈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6대 경제회랑을 구축하는 데에도 막대한 돈이 들었다. 또한 이런 인프라에서 나오는 수익은 별로 없다. 본래 인프라는 수익이 나지 않는 것이긴 하다. 

이에 따라 이미 투자한 돈 대부분은 회수하기 어려운 부실채권이 돼버렸다. 게다가 국가마다 다른 제도 때문에 생기는 조정 비용, 부패한 현지 정치세력에 바치는 뇌물 비용,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로 인해 발생하는 매물 비용으로도 돈이 줄줄 샜다.


환경이 파괴된 현장과 장부상 채무

이 때문에 중국 인사 몇몇은 “중국의 국부를 중국 영토 안에서 중국인들을 위해 투자해야지 왜 황량한 아시아 내륙에서 쓰나”라고 반문하기 시작했다. 일부 중국 전문가 사이에선 “일대일로가 실패로 귀결되면 중국 내부에서 시진핑 정권도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패하고 경제위기를 맞게 되면 일대일로 사업은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중도에서 멈추면 유라시아 국가들도 덩달아 중국발 위기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기업과 중국 노동자가 휩쓸고 지나가면서 환경이 파괴된 현장도, 장부상으로 남은 채무도 이 국가들에 큰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신동아 2018년 10월 호

| 윤성학 고려대 러시아CIS연구소 교수 dim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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