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심층분석

도덕성 검증엔 ‘어물쩍’ 냉·온탕 오가는 극단 언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의뭉 화법’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도덕성 검증엔 ‘어물쩍’ 냉·온탕 오가는 극단 언사

1/3
  • ● ‘마약 복용’ 사위 관련 말 바꾸기 논란
  • ● 의혹 제기되면 말끝 흐려
  • ●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놓고 반말
  • ● 감성적 어휘로 안정감 만들기도
도덕성 검증엔 ‘어물쩍’ 냉·온탕 오가는 극단 언사
정치행위의 90%는 말로 이뤄진다. 집권여당의 수장이자 차기 대선주자 1, 2위를 다투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화법과 언술을 취재했다. 그는 요즘 사위의 마약 복용 및 봐주기 수사·판결 의혹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는 가끔 이런 자신의 도덕성 검증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불명확하게 말하거나 침묵하는 경향을 보인다.

판결문 등에 따르면, 충북지역 재력가의 아들이자 김 대표의 둘째 사위인 이모(38·S사 대표) 씨는 2011년 12월부터 2014년 6월 25일쯤까지 지인으로부터 코카인, 필로폰, 엑스터시, 대마초 등을 받아 15차례 직접 흡입하거나 주사기로 투약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검찰에 구속됐다가 올 2월 7일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출소했다. 이씨와 김 대표의 차녀 김모(31) S대 교수는 8월 26일 결혼했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동아일보’는 수사와 판결에 특혜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법원은 징역 4년~9년 6개월인 양형 기준 하한선을 벗어나 집행유예를 선고했고 검찰은 항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코카인 1회, 대마초 2회 복용 혐의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사례’에 비하면 이씨에 대한 판결은 지나치게 관대한 것으로 비쳤다. 배우 김부선은 페이스북에 “난 대마초 한 번 흡연했다는 지인의 진술로 8개월 구속. 강성마약 필로폰 코카인 엑스터시 상습 복용자들은? 법은 만인에게 공평한가”라고 반문했다.

“아직 신랑감 안 데려온 둘째딸”

김 대표는 ‘미디어오늘’이 실명을 보도하자 9월 10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렇게 해명했다.

“내 딸이 사위하고 만나서 교제했는데 오래 교제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하기로 결정했다. 약혼식은 안 했지만 양가 부모를 만나서 혼인을 언약하는 과정을 다 거쳤다. 그렇게 해서 결혼 날짜가 정해졌다. 그때까지 우리는 전혀 몰랐다. (사위가) 일이 있어서 몇 달간 외국에 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재판이 끝나고 출소한 지 한 달 정도 지나서 이 내용을 알게 됐다. 그래서 ‘절대 안 된다, 파혼이다’ 이야기하고 설득했다. 부모가 자식 못 이긴다. ‘사랑한다’고 울면서 ‘결혼 꼭 하겠다’고 하는데 방법이 없더라.”

이어 김 대표는 “동아일보에서 마치 정치인의 인척이기 때문에 양형을 약하게 했다,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됐다. 요새 세상에 정치인 가족이라면 더 중형을 때리지 도와주는 판사 본 적 있나?”라며 자신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김 대표가 차녀-사위와 관련해 말 바꾸기로 오해받을 수 있는 말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3월 24일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대 토크콘서트에서 “나는 중매결혼을 했다. 선을 보고 네 번 만나 결혼했다. 억울해 죽겠다. 결혼은 연애결혼이 제일 행복하다. 집에 갈 때 아직 신랑감도 데려오지 않은 둘째딸을 보면 머리가 아프다”라고 말했다. 대학생 청중은 이 말에 폭소를 터뜨렸다.

하지만 김 대표가 9월 10일 해명한 내용을 상식선에서 풀어보면, 그의 해양대 토크콘서트 때 둘째딸과 사위는 이미 양가 부모의 승낙하에 혼인을 언약하고 결혼식 날짜까지 잡은 사이였다. 또한 3월 7일 경 김 대표가 사위의 마약 복용을 알고 (2월 7일 사위가 출소한지 한 달 정도 지나 알게 됐다는 게 김 대표의 해명) 결혼을 만류했지만 둘째딸의 요구로 결혼이 그대로 추진되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둘째딸과 사위는 6개월 뒤 결혼했다.

“딸 혼사로 집안 뒤집혔는데…”

이런 정황상 김 대표가 3월 24일 “아직 신랑감도 데려오지 않은 둘째딸을 보면 머리가 아프다”라고 한 것은 사실과 다르게 말한 것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강연 시점엔 둘째딸의 혼사 문제로 김 대표의 집안이 뒤집힌 것 같은데 김 대표가 강연회에서 왜 굳이 그런 말을 했는지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해명 내용에도 불투명한 구석이 많다. 그는 “그때까지 우리는 전혀 몰랐다. (사위가) 일이 있어서 몇 달간 외국에 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런 모양이라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여기서 ‘우리’가 누구를 지칭하는지 불명확하다. 그의 해명 전후 맥락을 봐도 ‘우리’에 그의 둘째딸이 포함되는지 알 수 없다.

그런데 그의 둘째딸이 사위의 구속을 언제 알았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사위는 2014년 11월 구속됐다가 올 2월 7일 1심 선고와 함께 석방됐다. 두 달 넘게 수감된 셈이다. 김 대표의 해명을 상식선에서 해석하자면, 그의 둘째딸은 구속 이전부터 사위와 혼인을 언약한 사이였고 출소 이후에도 사위를 변함없이 사랑해 결혼을 강행했다.

말하자면 둘째딸과 사위는 결혼을 앞둔 연인관계를 지속해온 것인데, 보통 이런 긴밀한 관계에서 남자가 장기간 외국에 나가게 되면 남녀는 대면을 못하는 대신 통화나 문자메시지, e메일 등을 자주 교환하기 마련이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79개국에서 데이터 로밍 서비스를 실시한다. 해외전화는 전 세계 어디에서든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위가 교도소에서 통화하면 해외 로밍으로 잡히지 않는다. 따라서 적어도 사위는 수감되면서 연인 사이인 김 대표의 둘째딸에게 ‘몇 달 간 외국에 나가 있을 것’이라고 둘러대긴 어려워 보인다. 통화가 잘 안 되면 금방 들통 날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정황상 김 대표의 둘째딸은 사위가 구속된 직후부터 사위의 구속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이 있다.
1/3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도덕성 검증엔 ‘어물쩍’ 냉·온탕 오가는 극단 언사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