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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인터뷰 | 한국군 최강 여전사들

“가장 어려운 훈련이 뭔가?” “가장 쉬운 훈련은 없다!”

특전사 베테랑·신세대 7人의 포효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가장 어려운 훈련이 뭔가?” “가장 쉬운 훈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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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여군 최초 강하 1000회, 천리행군 완주, 저격수 1호…
  • ● 고공강하 때마다 죽음 떠올려…“조국에 목숨 바칠 각오”
  • ● 자살까지 생각한 천리행군…완주 후 눈물 왈칵
  • ● “낙하산은 우리 생명, ‘낙하산 인사’란 말 쓰지 말라”
“가장 어려운 훈련이 뭔가?” “가장 쉬운 훈련은 없다!”
“이왕이면 강인한 여군이 되고 싶었다.”(박○○ 하사)

“그냥 여기 오고 싶었다.”(민○○ 하사)

“빨리 오고 싶었다.”(노○○ 하사)

특수전사령부(특전사)를 왜 지원했느냐고 묻자, 그들은 이렇게 답했다. 더 묻고 따질 여지를 봉쇄하는 깔끔한 단답형으로.

8월 하순 미국 육군에서 처음으로 여군 2명이 레인저 스쿨을 수료한 사실이 화제가 됐다. 레인저 스쿨은 혹독하기로 이름난 특수훈련 과정. 그렇다면 한국군에는 이런 강력한 여전사가 없을까. 있다. 바로 한국 육군 특전사 소속 여군들이다.

특전사는 두말할 나위 없는 한국군 특수부대의 간판이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훈련과 일기당천(一騎當千)의 전투력으로 ‘강한 남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웬만한 남자도 견뎌내기 힘든 이 강골 부대에 수십 명의 여군이 있다니…. 도대체 그들은 왜 거기 있을까. 그들은 과연 얼마나 강할까. 혹시 중성(中性)은 아닐까. 이런 의문을 품고 서울 외곽 특전사 1공수특전여단을 찾았다.

특전사엔 7개 여단이 있다. 그중 1공수여단은 특전사의 모체이자 선임 부대다. 1공수여단장 방성호 준장은 “오랜 전통에 빛나는 자부심 강한 부대”라고 소개했다.

이 부대의 역사엔 얘깃거리가 많다. 1961년 5·16 군사정변 때는 박정희 소장의 친위대로 나섰고, 1979년 12·12 군사반란 때는 육군본부와 국방부를 점령해 신군부 집권에 일조했다. 1960년대 베트남전에 참가해 용맹을 떨쳤고, 이라크 자이툰부대(2004년), 레바논 동명부대(2007년) 등 해외 파병의 선봉에 섰다.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때는 미군이 못다한 미루나무 가지치기 임무를 완수하고 북한군 초소 4곳을 파괴했다(폴 버니언 작전).

‘소녀 전사’들

“가장 어려운 훈련이 뭔가?” “가장 쉬운 훈련은 없다!”

특전사 1공수여단장 방성호 준장.

1공수여단에 전투병과 여군이 배치된 것은 올해 초. 사령부 직속 707특수임무대대 여군중대에 소속된 여군들이 예하 여단으로 분산된 것이다. 주 임무가 대(對)테러인 707특임대는 특전사 최정예부대로 꼽힌다. 특전사는 여군 중대를 해체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여군끼리 있는 것보다 남군과 함께 있으면 서로 경쟁심이 생겨 실력이 더 좋아진다는 논리였다. 방성호 여단장은 여군 합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한 예로 태권도 훈련에 여군이 동참하자 남군이 더 잘하려 애쓴다. 여군은 여군대로 남군에게 지지 않으려 악착같이 한다. 여군은 지적으로 우수하고, 남군에 체력적으로 전혀 밀리지 않는다.”

특전사 여군은 남군과 똑같은 체력훈련, 전투훈련을 받는다. 다만 평가기록에서 약간 차이가 날 뿐이다. 자원입대인 데다 뽑는 인원이 워낙 적어 경쟁률이 수십 대 일이다. 모두 부사관이다.

9월 초순 오전 1공수여단 연병장에선 태권도 훈련이 한창이었다.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를 앞두고 하루 몇 시간씩 맹연습 중이라고 했다. 격파와 기합, 구령 소리가 연병장을 뒤흔든다. 외발 턴, 오버헤드 킥 등 화려한 고난도 발차기 격파가 파도처럼 순차적으로 펼쳐진다. 태권도복을 입은 수백 명 대원 중 여군은 20명뿐이지만, 그 존재감은 자못 컸다. 남군들의 우렁찬 고함 간간이 그들의 앙칼진 고음이 공기를 찢었다.

격파 시범이 이어졌다. ‘소녀 전사’ 몇 명이 나와 팔꿈치와 이마로 기와 10장씩 깨뜨렸다. ‘혹시나’ 했지만, 단 한 사람도 실패하지 않았다. 기자가 기와를 만져보니 여간 단단한 게 아니다.

다음은 외줄 오르기 훈련장. 외줄 오르기는 서킷 트레이닝(Circuit Training)의 한 과정으로, 밧줄을 타고 공중에 오르는 것이다. 여군 2명이 밧줄을 잡더니 5초도 안 돼 10m 높이까지 올랐다.

이어 11m 높이의 건물벽 모형이 있는 레펠 훈련장으로 이동했다. 검은색 대테러복을 입은 대원 2명이 시범을 했다. 밧줄에 의지해 머리를 아래로 해서 빠른 속도로 하강하는 역(逆)레펠이었다. 다리 걸어-하강-중지-하강…. 이들은 훈련관의 지시에 따라 자유자재로 속도를 조절했다. 내려오는 속도가 워낙 빨라 보는 사람이 아찔했다. 훈련을 마치고 카메라 앞에 선 모습을 보니 분명 여군이었다.

◇ 첫 번째 만남 : 베테랑 4인

훈련 참관 후 특전사의 전설적인 여군 4명과 마주앉았다. 전명순(55) 준위, 최애순(44) 원사, 김정아(44) 상사, 강경희(39) 상사가 그 주인공이다.

1981년 입대한 전 준위는 몇 가지 기록을 가졌다. 여군으로는 처음 고공강하 1000회 기록을 세웠고, 고공강하 국제심판 자격증도 땄다. 강하를 4000회 이상 한 특전사 여군은 전 준위를 포함해 2명뿐이다. 여군중대 고공팀장으로 활약한 그는 특수전교육단 고공강하 교관을 지내며 후배 양성에도 열성을 다했다. 특전사 여군 최초로 심리전 교육도 이수했다. 내년 1월 전역할 예정이다. 특전사 여군 최초 정년퇴직이라는 새 기록을 세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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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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