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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인터뷰 | 한국군 최강 여전사들

“가장 어려운 훈련이 뭔가?” “가장 쉬운 훈련은 없다!”

특전사 베테랑·신세대 7人의 포효

  • 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가장 어려운 훈련이 뭔가?” “가장 쉬운 훈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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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리 강물의 추억

▼ 그만두고 싶은 적 없었나.

“거짓말 같지만 단 한 번도 없었다. 끝까지 가야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 적성에 잘 맞았나보다.

“난 잘 모르겠는데, 주변에서 ‘딱’이라고 하더라.”



▼ 여군을 안 했다면 뭘 했을 것 같나.

“경찰. 그런데 여군이 낫다.”

그에겐 ‘전군 1호 준위 부부’ 기록도 있다. 부사관 때 만나 2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그는 4000피트(1200m) 이상의 고공강하 전문가다. 저고도 강하에 사용하는 원형 낙하산은 뛰어내리면 자동으로 펴진다. 하지만 고공강하용 사각 낙하산은 조작을 해야 펴진다. 그는 가장 힘들다는 HAHO(High Altitude High Opening · 고고도 활공침투) 훈련에도 참가했다. HAHO 훈련 고도는 최고 2만5000피트에 달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훈련은 공수기본교육이다. 겨울에 온종일 얼차려만 받기도 했다. 이런 걸 사람이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혹독했다. 그런 극한의 고통을 겪은 후에야 낙하산을 펼 수 있었다. 그걸 해내고 나니 세상의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자신이 생기더라. 사실 나중에 그보다 훨씬 난도 높은 훈련을 받았는데, 처음 들어와 받은 교육이기에 크게 다가온 것 같다.”

▼ 첫 강하 때 기분은?

“미사리에서 강하했는데 강물을 내려다보니 정말 아름다웠다.”

▼ 잘못하다 죽겠다는 생각은 안 했나.

“그런 생각하면 집에 가야지(웃음). 사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고공강하 할 때마다 한다. 자동차 운전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방어하고 규정을 지키면 안전하다.”

그는 “지상에 내려온 후 엄청 울었다”고 했다. 거기엔 특별한 이유가 있다. 1982년 6월 1일 특전사 공수대원들을 태운 항공기가 기상악화로 청계산에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특전사 대원 49명, 공군 4명 등 53명이 순직했다. 49명 중 44명이 그의 동기생이었다.

“2진으로 비행장에 도착했는데, 빨리 낙하산 벗고 부대로 복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1호기가 추락한 것 같다’고 했다. 부대로 돌아오니 선배들이 ‘살아 돌아왔다’고….”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장례를 치르고 일주일 뒤 그는 미사리에서 첫 강하를 했다.

“동기들을 보내고 나서 올라가려니 몹시 부담스럽고 힘들었다. 교육단장님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가장 어려운 훈련이 뭔가?” “가장 쉬운 훈련은 없다!”

국군의 날 태권도 시범 훈련을 하는 여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맥주병’에서 ‘물개’로

최애순 원사는 다부진 표정과 시원시원한 말투가 인상적이다. 1989년 임관한 최 원사는 특전사의 모든 훈련과정을 마친 최초 여군이라는 기록을 가졌다. 공수기본, 고공기본과정(HALO), 대테러 특수임무, 강하조장 교육(JUMP MASTER), 스킨스쿠버, 낙하산 포장 및 정비교육(RIGGER), 인간정보교육, 심리전교육 등을 이수했다. 입대 후 줄곧 707특임대에서 훈련받은 그는 2006년 이라크에 전투요원으로 파병되기도 했다. 태권도, 특공무술, 격투기 유단자로, 다 합치면 9단이다.

▼ 어떤 훈련이 가장 힘들었나.

“가장 쉬운 게 뭐냐고 물어보라.”

▼ ‘공부가 가장 쉬웠다’고 대답하려는 건가.

“예리하시다(웃음). 모든 훈련에는 고통이 따른다. 고공강하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다. 살아남으려면 안전지역에 착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산악지역이 많아 위험하다. 짧은 시간에 어느 지역으로 침투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대테러 훈련도 만만치 않다. 체력단련은 기본으로 하면서 격투기와 근접전투기술, 장애물 극복훈련 등을 단시간 내에 소화해야 한다. 난 쓸데없이 자존심이 세 남군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남들 자는 한밤중에 혼자 다리 찢기, 발차기, 낙법 훈련을 했다.”

▼ 체력으로는 아무래도 남군에 밀리지 않나.

“그건 (기록의) 차이일 뿐이다. 특전사의 체력측정 기준은 일반 부대보다 훨씬 높다. 특전사 여군은 그 모든 훈련을 남군과 똑같이 받는다.”

▼ 하긴 최 원사는 웬만한 남군보다 셀 것 같다.

“지금 부딪쳐도 지지 않을 것 같다. 어깨싸움에서 안 밀리니까(웃음). 남자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정신력을 말하는 거다.”

그는 “육체적으로는 해상침투(해상척후) 훈련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파도에 휩쓸려 바위에 부딪히는 바람에 까무러친 적도 있다. 수영을 전혀 하지 못했던 그는 이 훈련을 거친 후 ‘물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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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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