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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 군단 5만 병력 육박 꾀병 알면서도 사고 칠까봐…

한국군의 ‘구멍’ 관심병사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2개 군단 5만 병력 육박 꾀병 알면서도 사고 칠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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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요인은 본인이 갖고 온다”

대대장을 지낸 한 육군 대령은 “사고 요인은 입대자 본인이 갖고 들어온다”고 잘라 말했다.

“유전적 요소나 20여 년간 받은 가정교육과 사회화과정에서 생긴 스트레스가 내재 요인이고, 군은 그것이 터져 나오게 한 촉발 요인을 제공한 것밖에 없다. 사고가 나면 피해는 군이 가장 많이 입는데, 사회는 모든 책임을 군으로 돌려 비난한다. 그러니 지휘관은 지휘와 통제 같은 본업이 아니라 사고를 막는 데 중점을 둔다. 본말이 전도되는 것이다.”

육군은 병무청에, “강력한 사고요인을 가진 장정은 아예 입대시키지 말라”고 요구하나 현실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장정들이 신병교육대에 입소했을 때 눈에 불을 켜고 ‘이상한 자’를 찾아 ‘귀가’ 조치를 내린다.

과거에는 극소수만 귀가시켰으나 여러 사건을 겪은 지금은 제법 많은 장정을 집으로 돌려보낸다. 지난해 귀가 조치된 병사는 전년 대비 32%나 증가했는데, 이는 임 병장 및 윤 일병 사건 영향으로 보인다.



병역법령에 따르면 입대 후 귀가 조치된 장정은 6개월 내 그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입대해야 한다. 그때 재(再)귀가는 없다. 그러나 병역을 면탈하고 싶어서인지, 대부분은 치료를 받지 않고 재입대한다. 이것이 문제다.

그러한 ‘재수 입대병’이 바로 많은 이가 겁내는 ‘고문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육군은 치료가 안 된 재입대자는 받아주지 않는 쪽으로 관련법을 개정하고자 하나, 이렇게 되면 병역 면탈자가 늘어날 것이 뻔해 문제가 된다.

2개 군단 5만 병력 육박 꾀병 알면서도 사고 칠까봐…

2014년 10월 24일 경기도 모 군단이 운영하는 그린캠프를 방문한 국회 국방위원들.

運七福三의 지휘관

재수 입대병이 들어오면 지휘관들은 고참 병사를 ‘멘토’, 동기 병사를 ‘짝지’로 붙여준다. 말로는 “도와주라”고 지시하지만, 실제로는 감시케 한다. 그가 사고라도 치면 지휘관의 앞날이 꽉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덩달아 멘토와 짝지도 긴장한다. 재수 입대병은 ‘주홍글씨’를 새긴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가족 같은 병영생활은 꿈일 뿐 지겨운 병영생활이 시작된다.

과거에는 병사들 세계에도 위계질서가 있어서, 병사들이 고문관을 정상화했다. 기합과 폭력을 써서 그렇지, 섞이기 힘든 병사를 나름대로는 하나로 녹여내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진득한 전우애가 생겨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개인주의가 보편화돼 그러한 식의 ‘하나 되기’는 통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폭력이 난무하거나 소외시키기가 잦아지면 정상적인 병사도 ‘지뢰’가 돼버린다.

병사 간 구타가 금지된 지금, 관심병사 돌려놓기는 지휘관의 일이 됐다. 한 헌병 대령은 그가 겪은 ‘관심병사 돌려놓기’를 이렇게 회고했다.

“특별관리해야 하는 신병이 들어왔다는 보고가 있어, 매일 아침 일찍 부대로 출근해 그를 데리고 나와 인근 산에 올랐다. 그런 병사들은 대개 성격이 소극적이고 나약하기 때문에 대부분 하자는 대로 한다. 별다른 얘기는 하지 않고 땀만 같이 흘렸다. 수요일 오후의 전투체력 시간엔 부대의 정자로 데려가 음료수를 사줬다. 그렇게 한 달을 기다리자, 병사가 ‘있잖아요’ 하고 자기 이야기를 하더라. 스스로 입을 열면 일은 쉬워진다. 마음을 열었기 때문이다.”

많은 일을 제쳐놓고 지휘관이 ‘그’에게 매달려야 관심병사는 정상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휘관이 해야 할 일은 매우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중대장 소대장, 심지어는 멘토 병사에게도 관리를 위임한다. 그런데 중 · 소대장이라 해도 병사보다 2~6세 많은 젊은이다.

그러한 일은 고참 과장이나 차장에 해당하는 병사보다 15세 정도는 많은 대대장이 하는 게 좋다. 그런데 차 · 과장과 대대장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차 · 과장은 많아야 10명을 관리하지만, 대대장은 500여 명을 관리해야 한다. 일일이 이름 외우기에도 벅찬 인원이다. 그래서 ‘지휘관 생활은 부하 복이 있어야 한다’ ‘운칠복삼(運七福三)’ 같은 말이 나왔다.

성공적인 전문상담관 제도

그리하여 2005년 5명으로 시작한 것이 전문상담관 제도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상담심리사 자격증을 가진 유경험자 가운데 선발한 상담관이 복무 부적응자와 면담을 하는 것이다. 현재 211명이 활동하는데 2017년까지는 290명을 확보해 모든 연대에 1명씩 배치할 계획이다.

상담관은 대부분 여성이다(85% 정도). 병사에게는 이모나 고모뻘 되는 30대 후반이나 40대가 많다. 이들은 신병이 들어오면 인성검사를 해 예비 관심병사를 찾아내고, 그들과 면담해 문제를 풀어주는 일을 한다. 이들의 전화번호는 공개된다. 따라서 병사들이 전화를 걸어와 도움을 요청하면 찾아가 상담을 한다. 문제는 GP나 GOP처럼 고립된 공간에서 전화가 온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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