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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불편과 희생이 큰 변화 이끈다” 믿음 줘야

소비자 불매운동, 한국에선 용두사미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작은 불편과 희생이 큰 변화 이끈다” 믿음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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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소비자는 말로는 불매를 선언하면서도 돌아서면 해당 기업 제품을 구매한다. 이런 메커니즘을 꿰뚫고 있는 기업은 불매운동이 시작되면 그때만 잠깐 허리 숙여 사과할 뿐이다. 그러곤 이내 흐지부지다. 한국의 불매운동은 왜 메아리 없는 외침일까. 우리의 불매운동은 왜 이중적일까.
“작은 불편과 희생이 큰 변화 이끈다” 믿음 줘야
애플, 스타벅스, 코카콜라, 나이키….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미국 경제지 ‘포춘’이 선정한 ‘2015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목록을 보면 애플과 스타벅스가 1위와 5위를 차지했고, 코카콜라와 나이키는 각각 10위와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조사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각 기업의 경영실적과 사회적 책임(CSR) 활동, 제품 및 서비스 품질 수준 등을 평가한다.

그런데 이들 기업 사이엔 또 다른 공통분모가 있다. 이들이 과거 ‘불매운동’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고, 이를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 경영의 변화를 모색했다는 점이다.

불매운동의 위력

2012년 애플은 전자제품 환경평가시스템(EPEAT) 녹색인증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가 미국 전역에서 불매운동이 전개될 조짐을 보이자 “우리는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라며 태도를 바꿨다. 당시 회사 경영진은 “녹색인증을 받지 않겠다고 한 것은 실수”라며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는 불매운동을 계기로 지속가능 경영의 틀을 마련했다. 대기업의 커피산업이 저개발국가의 빈곤 악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공정거래 커피 구매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이후 스타벅스는 공정무역 커피 인증제를 경영방침으로 도입했고, 이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지금처럼 우호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었다.

세계에서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업 중 하나로 도마에 오른 코카콜라는 자연과 공동체에 자사가 사용한 양 만큼의 물을 돌려주겠다는 ‘재충전’ 캠페인을 벌였고, 아동의 노동력을 이용해 축구공과 운동화를 만든다는 비난을 받은 나이키는 개발도상국의 청소년을 돕는다. 두 기업은 지금도 이 활동을 꾸준히 전개한다.

이들 사례에서 눈여겨볼 점은 ‘불매운동의 위력’이다. 기업은 불매운동을 변화의 기회로 받아들이고, 소비자는 불매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시장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불매운동은 잘만 활용하면 기업과 소비자가 모두 상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에서 불매운동이 힘을 갖는 이유는 뭘까.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기업의 사회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다. 선진국일수록 기업의 사회성이 브랜드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된다. 마치 사업허가를 내줄 때처럼 이것저것 깐깐하게 요구한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기업으로선 사회적 책임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지속적인 경영활동이 어렵다.

또 하나의 요인은 소비자단체와 기업 간의 네트워크다. 소비자단체는 불매운동을 그저 무기로만 삼지 않는다. 불매운동을 빌미로 무작정 기업을 압박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소비자단체나 비영리단체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게끔 유도한다. 불매운동을 계기로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이다.

메아리 없는 외침

한국에서도 불매운동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특히 근래 몇 년 동안 ‘갑(甲)의 횡포’가 사회적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불매운동에 불이 붙었다. 최근엔 롯데제품 불매운동이 불거졌다. 지난 7월 부자·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촉발된 롯데 사태는 황제경영, 비밀경영으로 시장 질서를 해쳤을 뿐 아니라 불공정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지적을 받는다.

롯데는 식품사업을 비롯해 영화관, 놀이공원, 호텔, 카드사 등을 운영한다. 더욱이 롯데가 운영하는 편의점, 마트, 쇼핑몰, 백화점은 전국 방방곡곡에 퍼져 있다. 국민의 일상과 밀착된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이 제대로 전개된다면 파괴력이 엄청날 것이다. 롯데 불매운동을 펼치는 이들도 이런 점에 주목한다.

하지만 실상은 예상과 달랐다. 본격적으로 불매운동에 돌입한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일주일 동안 롯데마트 매출은 오히려 전주 대비 약 4% 증가했다. 2주 전과 비교하면 15%가량 늘었다. 휴가철과 맞물려 벌어진 불매운동이 당위론에 바탕을 둔 여론만 형성했을 뿐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금융소비자원과 소상공인연합회는 롯데 불매운동을 끝까지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카드의 퇴출을 위해 소상공인 업소에서 롯데카드를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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