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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있는 풍경

창백하고 처절하게 가을이 묻어나는 노래

김정호 ‘하얀나비’

  • 글·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사진·석재현 | 대구미래대 교수, 사진작가 | 동아일보

창백하고 처절하게 가을이 묻어나는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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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하고 처절하게 가을이 묻어나는 노래

광주 북동성당 뒤편이 김정호 생가가 있던 곳이다.

김정호 재조명 경쟁

김정호의 외삼촌 박종선(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9호 아쟁산조 예능보유자) 씨는 “내가 아쟁을 타고 있으면 옆에 쪼그리고 앉아 좋아하던 모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국악을 무척 좋아했다. 조카는 국악을 배우지 않았어도 집안에서 타고난 끼가 몸속에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래서 김정호가 남긴 노래 대부분은 국악에 바탕을 뒀다. ‘바위섬’으로 알려진 가수 김원중은 “그의 대표곡 ‘하얀나비’는 도 · 레 · 미 · 솔 · 라(궁 · 상 · 각 · 치 · 우)라는 국악 음계로만 작곡했을 만큼 그의 음악은 남도 판소리에 뿌리를 대고 있다. 어려서부터 듣고 자란 국악적 요소로 한국적 포크 음악을 고민했던 음악인”이라고 말한다.

신세대들은 김정호의 노래를 영화 OST를 통해 접한다. 지난해 개봉된 코미디 영화 ‘수상한 그녀’는 개발시대 한국인들의 곤고한 모습이 시대적 배경이다. 돈 벌러 해외에 간 남편을 여의고 홀로 갓난아이를 키우며 갖은 고생을 하던 풍경들과 함께 주인공 여배우 심은경이 직접 ‘하얀나비’를 부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인터넷에서는 “영화를 통해 알게 된 노래지만 심금을 울리고 눈물이 났다”는 신세대들의 글이 눈에 띈다. 이런저런 이유로 최근 들어 김정호의 노래들을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담양이 그 시작이다. 담양군은 수년 전부터 김정호의 음악적 재능과 열정을 재조명하는 세미나와 추모 음악회를 지역 명물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열고 있다. 담양 출신 가수 김원중은 “김정호는 담양 소리의 상징과도 같은 명창 박동실의 외손자이며, 담양 소리의 맥을 잇는 어머니 박숙자, 아쟁 명인인 외삼촌의 영향을 받았다”며 김정호의 음악적 고향은 담양이라고 주장한다.

담양 사람들은 내친김에 ‘김정호 음악의 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역 사회단체, 김정호와 인연이 있는 가수, 팬클럽이 참여하는 ‘김정호 노래비 건립 추진위원회’가 지난해에 구성돼 활동 중이다. 추진위에는 하남석, 이필원, 백순진, 임창제, 홍민, 채은옥, 소리새 등 추억의 가수들이 대거 참여했다. 추진위는 팬클럽 회원, 군민,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온 · 오프라인 모금운동을 벌여 기금을 마련해 담양군 메타세쿼이아 가로숫길에 노래비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를 계기로 김정호를 숫제 담양의 인물로 굳힐 자세다.



그런데 광주광역시가 이에 발끈하고 나섰다. 김정호가 광주에서 태어났고 수창초교를 다녔기에 누가 뭐래도 광주의 인물이라는 것이다. 담양군이 공세적으로 나오자 광주시는 서둘러 ‘김정호거리 추진위원회’를 발족하고 올해가 가기 전에 수창초교에서 ‘하얀나비 김정호 거리가요제’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도의 정서를 대중가요에 접맥해 독특한 포크 음악을 추구한 김정호를 거리가요제를 통해 새롭게 조명하자는 게 목적이다.

김정호와 그의 음악이라는 문화자산을 광주 도심 재생에 활용한다는 야심 찬 계획도 세웠다. 북구 북동 북동성당 뒤 생가 터에서부터 수창초교, 롯데백화점까지 이어지는 1.3㎞ 거리를 ‘김정호거리’로 조성하고, 아시아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양동시장-김정호거리-대인시장-예술의 거리-무등산 등을 연결하는 문화벨트를 조성한다는 게 시의 복안. 김정호의 음악적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낙후된 옛 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가 2011년 가수 고(故) 김광석이 태어난 대구 방천시장 부근 둑길 350m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로 조성해 성공한 데서 자극 받은 것으로 보인다.

창백하고 처절하게 가을이 묻어나는 노래

(왼쪽)김정호가 다닌 광주 수창초교. 일제강점기에 지어져 지방문화재로 지정됐다. (오른쪽)‘김정호 기념 거리’로 조성되는 수창초교~롯데백화점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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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동률 | 서강대 MOT대학원 교수 yule21@empas.com 사진·석재현 | 대구미래대 교수, 사진작가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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