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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하모니’ 꿈꾸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 글·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남북 하모니’ 꿈꾸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남북 하모니’ 꿈꾸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오보에가 A(라)를 연주한다. 목관·금관·현악기 연주자가 오보에 음에 맞춰 악기를 조율한다.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온 이들이 판문점에서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베토벤 교향곡 ‘합창’을 부른다. 아리랑 선율이 이어진다. 남북이 하나 돼 아리랑을 부른다….

“오케스트라 연주자는 소리를 내기보다 귀를 먼저 열어야 해요. 남의 소리를 듣고 내 소리를 조율해야 화음을 낼 수 있죠. 나만 잘났다 목소리 높이면 남북관계처럼 소음만 나요. 광복 70주년인 8월 15일 오후 7시, 남북의 하모니가 판문점에서 울려퍼질 겁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39·린덴바움뮤직 대표)은 7월 29일 이렇게 말했다. “남북관계 상황을 볼 때 성사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자 그는 통일부, 국방부, 북한 당국이 보낸 공문을 보여주며 웃었다.

“무모한 도전이라더군요. 잘 알아요, 쉽지 않다는 걸. 하지만 이번엔 꿈이 이뤄질지도 모릅니다. 북측이 원칙적으로 동의했거든요. 북측에서 사람들만 내려오면 아리랑 연주로 남북이 하나 될 수 있어요. 음악은 위대합니다. 처음 만난 이들도 화음을 낼 수 있죠. 남북의 70년 불협화음을 하모니로 바꾸려 합니다.”

그는 8월 15일 오후 통일대교(경기 파주시 문산읍) 남단 검문소에서 비무장지대 출입 허가 통보를 기다렸다. 통일부, 국방부, 유엔군사령부가 공연을 허락한 터였다. 단원들은 대기하면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과 북한 작곡가 최성환의 ‘아리랑 환상곡’을 연습했다. 그러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열릴 예정이던 광복 70주년 평화음악회 ‘원 피플, 원 하모니’는 공연 예정 시각인 7시 취소가 확정됐다.

8월 28일 다시 만난 그는 안타까워했으나 의기소침해 있지 않았다.

“남측이 심리전을 펼 경우 북측이 확성기를 조준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상황이라 유엔군사령부가 행사를 취소해야 한다더군요. 북측에선 사람들이 내려와 판문점 판문각에서 통일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우리가 예정대로 판문점에 갔더라면 자연스럽게 합창이 이뤄졌을 거예요.”

‘남북 하모니’ 꿈꾸는 바이올리니스트 원형준
비무장지대 지뢰 폭발로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연주자 13명은 통일대교를 건너지 못했다. 스위스 플루티스트 필리프 윤트, 프랑스 지휘자 앙투안 마르기에 음악감독 등 음악인 13명은 트럭 짐칸에 올라타고 비포장도로를 달려 휴전선 인근 석장리미술관(경기 연천군 백학면)에서 남쪽만의 음악회를 열었다.

“언젠가는 6년 노력이 결실을 보리라 믿습니다. 유엔 북한대표부, 베를린 주재 북한대사관과 접촉해 교감을 얻어낸 것만도 큰 성과라고 생각해요. 위기 국면이던 남북관계가 협상을 거치면서 대화 분위기로 바뀐 것도 고무적이고요”

그가 처음 ‘남북한 오케스트라’를 꿈꾼 것은 2009년. 스위스 지휘자 샤를 뒤투아와 의기투합해 남북 연합 오케스트라를 꾸려 서울, 평양을 오가는 연주회를 계획했으나 실패했다. 2011년엔 뒤투아가 평양을 방문해 북측의 동의를 받아냈으나 두 번째 시도도 남북관계 경색 탓에 무산됐다. 2012년, 2014년에는 스위스와 독일에서 남북연합공연을 추진했으나 역시 실패. 지난해엔 중립국감독위원회 초청으로 판문점에서 남측만의 평화음악회를 여는 작은 성과를 거뒀다.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 연주자들을 모아 ‘서동시집(西東詩集) 오케스트라’를 꾸렸습니다. 남북한도 못할 게 없어요. 분단된 나라에서 태어난 연주자들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모습을 보려는 건 숙명 같은 겁니다. 반드시 이뤄낼 거예요.”

신동아 2015년 10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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