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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경제보고서 | LG경제연구원

할 말 다 하는 회의 화끈한 ‘창조적 마찰’

집단 창의· 협업 모델 픽사(Pixar) ‘브레인트러스트’

  • 박지원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할 말 다 하는 회의 화끈한 ‘창조적 마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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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場 만드는 리더십

할 말 다 하는 회의 화끈한 ‘창조적 마찰’
많은 기업에서,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집단 창의나 협업 과정에서 여전히 의사소통을 제약하는 리더를 종종 볼 수 있다. 모든 협업자의 의견을 골고루 경청하기보다 리더가 이미 정해놓은 방향대로 일방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거나 혹은 자신의 생각을 지지해주는 의견 위주로 취사선택해 회의 분위기를 끌고 감으로써 다른 의견들을 제거하는 경우가 그런 예다.

이와는 반대로 의사소통의 장은 잘 만들어놓지만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다’는 안이한 태도로 여러 의견을 단순 취합해 어정쩡한 결론을 도출하는 경우도 볼 수 있다. 물론 여러 사람의 의견을 잘 듣는 것은 중요하지만, 창조적인 결론을 도출하려면 단순히 절충하거나 취합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리더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지적 자극을 이끌어내는 고도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픽사 리더십의 특징은 한마디로 혁신의 장을 만드는 데 뛰어나다는 점이다. 집단 창의성과 관련해 픽사의 리더십을 연구한 린다 힐 교수는 다른 사람들이 혁신을 일으키도록 맥락을 조성해준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한다. 즉, 회의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 있지만, 그럼에도 픽사의 리더들은 구성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의지를 계속 북돋우고 지속적으로 아이디어 교류와 창조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애니메이션 감독은 약 200명이 넘는 스태프를 거느리고 장기간 공동작업을 하면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때 감독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대로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수천 개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고 이를 한 편의 영화로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양한 사람의 의견과 제안 의도를 이해하고 적절하게 고려할 수 있어야 하며, 스태프의 경험과 능력을 잘 이용하고, 그들 간에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과 상호작용이 일어나도록 하고 있다.



외롭지 않은 책임자

집단 창의나 협업 과정에서 책임이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을 경우, ‘잘되면 내 덕, 안되면 네 탓’을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특히 실패할 경우 자칫하면 모든 책임을 다 뒤집어쓸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 누구도 명확하게 책임지지 않으려고 책임을 분산시키기도 한다. 그 결과 아무도 위험을 감수하며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고 서로 미루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적당히 일을 처리하고 한발 물러서거나, 일이 잘 될지 안 될지에 대해 눈치를 살핀 후에 숟가락을 얹거나 발뺌하려는 태도도 생겨나 구성원 간 신뢰가 낮아지거나 점점 협업을 불편해하거나 껄끄러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다양한 사람의 협업에서 모호해질 수 있는 책임 문제를 픽사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무엇보다 책임관계를 명확히 했다.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대로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들도 감독에게 수정을 지시할 수 없다. 난관이 발생하면 감독이 책임을 지고 해법을 찾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감독을 외롭게 혼자 두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는 감독이지만, 어려움에 봉착하면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브레인트러스트가 존재한다.

그뿐만 아니라 픽사 내부에는 실패를 두렵거나 공포스럽게 여기기보다 학습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있다. 실패를 단지 특정인의 책임으로 몰기보다 픽사 모두의 문제로 여기는 문화가 뿌리를 내린 것이다. 잘나가는 픽사도 한때 수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계속 실패하던 시기가 있었다. 실패가 거듭되자 2011년 내부적으로 ‘왜 잇달아 실패하는가’라는 주제로 무거운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잘못을 따지거나 자신을 방어하거나 남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보다 오히려 자신의 문제라고 여기고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를 보였다. 경영자들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픽사의 가장 큰 장점인 창의성 발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된다고 여기고, 브레인트러스트를 통해 역경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함께 헤쳐나간다는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잘못된 ‘집단사고’ 막으려면

회의는 기업에서 집단 창의나 협업을 위한 중요한 시스템이다. 문제는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전문가적 역량과 깊은 식견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참석자들이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는 집단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집단사고(group thinking)를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집단 창의와 집단사고를 결정짓는 유의미한 요소로 조직 단결력과 리더십을 지적한 바 있다. 픽사와 다른 기업의 회의 문화의 가장 큰 차이도 바로 여기서 나타나는 듯하다.

고객에게 경이로움을 주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제품을 만들어내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이라는 제도는 그 누구도 모방할 수 있다. 하지만 픽사만의 신뢰 문화와 창조적 마찰의 장을 열어주는 리더십은 쉽게 따라가기 어렵다. 제대로 된 집단 창의와 협업으로 가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고민해야 할 포인트가 여기에 있다.

신동아 2015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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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 LG경제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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