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史記에 길을 묻다

천하를 독점하려는 자 천하를 잃는다

민심은 곧 권력

  • 김영수 | 사학자, 중국 史記 전문가

천하를 독점하려는 자 천하를 잃는다

3/3
그러면서 숙향은 자비가 진(晉)에서 13년을 있었지만 그를 따르는 자들 가운데 학식이 넓고 깊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인재가 없다는 것이고, 가족은 없고 친척은 배반했으니 지지세력이 없다는 것이며, 기회가 아닌데도 움직이려 하니 책략이 없다는 것이고, 종신토록 (국외에) 매여 있었으니 백성이 없다는 말이며, 명하고 있는 데도 아무도 그를 생각하지 않으니 덕이 없다는 뜻이라면서 절대 권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숙향의 ‘득국오난’은 비단 자비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작은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람은 물론 모든 정치가와 통치자가 귀담아들어야 할 지적이다. 국정을 끌어갈 인재, 정책과 권력 기반을 지지하는 세력, 국정에 대한 원대한 책략, 백성, 그리고 덕을 갖춰야만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 정치적 상황과 통치자의 모습을 숙향의 ‘득국오난’에 대입해 찬찬히 곱씹어보자.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도는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가장 못난 정치

수천 년 동안 많은 현자와 선각자들은 오랜 역사적 경험을 통찰해 ‘민심이 천심’이라는 점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백성과 민심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위정자와 정치가들의 폐부를 찌르기에 충분한 경구들을 남겼다. 특히 최초의 병법서이자 통치 방략서인 ‘육도(六韜)’를 남긴 강태공(姜太公)은 단호한 어조로 천하 흥망의 관건이 백성에게 달렸다고 일갈했다.



천하(백성)와 천하의 이익을 함께 누리는 자는 천하를 얻고, 천하의 이익을 독점하려는 자는 천하를 잃는다(同天下之利者則得天下, 擅天下之利者則失天下).

강태공은 이 구절 앞에 “천하는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라 천하의 천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백성과 더불어 같이 아파하고, 같은 마음으로 일을 이루고, 좋지 않은 일은 서로 돕고, 좋아하는 일에 서로 모이면 군대가 없어도 이기고, 무기가 없어도 공격하며, 참호가 없어도 지킬 수 있다”고 했다.

강태공은 백성을 위한 정치의 요점을 ‘백성을 사랑하는 것뿐’이라는 뜻의 ‘애민이이(愛民而已)’라는 말로 간결하게 정리했다. 통치자는 늘 어떻게 하면 백성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할 수 있을까만 고민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태공은 “백성을 힘들게 하는 통치자는 누가 됐건 벌을 받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사마천은 ‘사기’ 곳곳에서 못난 정치와 그것이 초래하는 수많은 폐단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특히 정치 중에서 ‘가장 못난 정치란 백성과 다투는 정치’라는 천하의 명언을 남겼다. 사마천이나 강태공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다. 백성을 힘들게 하는 리더는 백성들로부터 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든 리더가 명심해야 한다. 민심과 세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그 어떤 정치인이나 지도자도 살아남을 수 없다.

바야흐로 이합집산(離合集散), 동당벌이(同黨伐異, 패거리를 지어 자신들과 다른 자들을 공격함)의 계절이 돌아왔다. 이 두 사자성어 모두 올해의 고사성어로 선정될 만큼 정치판을 묘사하는 대표적인 용어가 됐다. 여야 모두 민심과 여론을 앞세우지만, 정작 민심과 여론은 들러리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천하 흥망은 백성의 책임

수많은 선각자가 민심을 얻는 자가 성공하고 권력을 얻는다고 진단했건만, 우리의 현실 속에서는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민심을 무시하고 민심마저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이들을 뽑아준 왜곡된 민심이 더 문제일 수도 있다. 이제 민심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제대로 보여줄 때가 됐다.

강태공의 말대로 엎질러진 물은 주워 담을 수 없고(覆水不返盆), 한비자의 말대로 백성이 원망하면 나라가 위태로워지며(民怨則國危), 고염무의 말대로 천하의 흥망은 백성들 책임이기 때문이다. 민심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바로 선량한 국민이라면 결코 피해서는 안 되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의무다.

신동아 2015년 11월호

3/3
김영수 | 사학자, 중국 史記 전문가
목록 닫기

천하를 독점하려는 자 천하를 잃는다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