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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와 미술관

텍사스 ‘시골’의 작은 ‘루브르’들

킴벨 · 포트워스 · 아몬카터 미술관

  • 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텍사스 ‘시골’의 작은 ‘루브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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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륙 유일한 미켈란젤로 작품

킴벨 미술관에서는 미켈란젤로와 카라바조의 작품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두 작품 모두 그들의 대표작이고 미술사에 기록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The Torment of Saint Anthony’는 아메리카 대륙에 단 하나뿐인 미켈란젤로 작품이다. 그리고 전 세계에 오직 4개뿐인 미켈란젤로의 패널 그림 중 하나다. 15세기 독일의 유명한 판각화가 마르틴 숀가우어(Martin Schongauer)가 판각한 패널에 미켈란젤로가 그림을 그린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12세 무렵 그린 작품으로 그의 유년기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이라고 한다.

2008년 소더비 경매에 나왔을 때 이 작품은 미켈란젤로의 스승이 만든 작품으로 알려졌고, 미국의 한 미술상인이 200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그리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으로 옮겨 정밀 감정을 했더니 뜻밖에도 미켈란젤로 본인의 작품으로 판명됐다. 이를 알게 된 킴벨 미술관은 곧 그 가격의 3배인 600만 달러 이상을 지급하고 이 작품을 사들였다.

카라바조의 ‘카드 사기꾼(The Cardsharps)’은 매우 재미있는 그림이다. 속임수로 카드 도박하는 장면을 그렸는데, 긴장되면서도 코믹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라트루 등 후세 화가들이 이 그림을 모사하거나 패러디한 작품만 해도 50여 점이나 된다. 카라바조가 23세 때쯤 스승으로부터 벗어나 홀로 서기를 할 때 그린 작품으로 그의 첫 후원자가 구매했다. 그 이후 로마의 귀족 가문으로 넘겨져 내려오다가 1890년대부터는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후 100여 년이 지난 1987년 스위스 취리히의 한 수집가가 이 작품을 시장에 내놓았고 킴벨 미술관이 사들여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다. 그런데 2006년 영국의 한 미술사학자가 소더비 경매에서 똑같은 그림을 하나 구입했다. 소더비는 킴벨 미술관 작품의 모사품이라며 판매했는데, 구매자는 카라바조가 직접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계에서도 구매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이 많았다. 카라바조는 똑같은 그림을 여러 점 그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진위를 놓고 소송까지 벌어졌다. 구매자는 2011년 사망했고, 그림은 런던의 한 미술관에 대여됐는데, 보험금이 무려 1000만 파운드(약 170억 원)나 된다고 한다.

연못에 솟아오른 미술관

텍사스 ‘시골’의 작은 ‘루브르’들

포트워스 현대미술관. 일본 출신의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매우 독특한 건물이다.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미국의 여느 현대미술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미술관의 출발은 1892년으로 올라간다. 텍사스의 첫 공인 미술관으로, 도서관(Forth Worth Public Library and Art Gallery)과 함께 설립됐다. 1892년 이후 이름과 위치가 수없이 바뀌면서 오늘의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실 규모는 1500평 정도이고, 3000점이 넘는 현대 작품을 소장한다.

특히 2002년 새롭게 개장한 미술관은 일본이 자랑하는 현대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가 설계한 건물로, 건물 자체가 마치 현대 조각품 같아 매우 돋보인다. 내부 전시실은 물론 건물의 외형과 정원 모두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으로 부각한 초현대식 건축물이다. 실내 전시실은 넓고 천장이 높아 어지간한 규모의 대작이 전시돼도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이 미술관의 하이라이트는 건물을 에워싼 연못. 미술관 건물이 마치 물속에서 솟아오른 것처럼 야트막한 연못에 둘러싸였다. 건물 외벽은 통유리로 돼 있어 미술관 안에서 바깥을 보면 발아래에서 물이 출렁인다. 벽이 모두 통유리로 둘러싸인 만큼 실내에서도 마치 정원에 나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미술관 레스토랑도 반드시 들러야 한다. 식당 바깥이 모두 물이라,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듯하다.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 역시 안도의 작품으로 두 미술관은 닮은 점이 많다.

연못의 외곽은 푸른 잔디밭이고, 거기에는 조각품들이 전시돼 있다. 텍사스의 따스한 햇볕을 받으면서 정원의 조각품을 감상하는 것 역시 놓쳐서는 안 될 즐거움이다. 미술관 정면 왼쪽에는 세라(Richard Serra)의 초대형 철 조각품이 우뚝 솟아 있다. 3층인 미술관 높이보다 더 높다. ‘Vortex’라는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대형 철 구조물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세라의 조각품으로, 32t이 넘는 대형 철판 7개로 만들어진 총 230t짜리 작품이다. 2002년 설치된 이후 10여 년간 산화한 철은 구릿빛 녹을 금빛처럼 햇볕에 반사시킨다.

안도 타다오는 일본 오사카 출신으로 매우 특이한 경력을 소유한 현대 건축가다. 건축가로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않았고, 건축가가 되기 전에는 트럭 운전사와 권투선수를 했다. 독학으로 공부한 건축가이고, 일본의 정신을 잊지 않는 건축가로 정평이 나 있다.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안도의 세 번째 미국 내 건축물이다. 첫 번째는 1997년 시카고에 지은 자신의 집이고, 두 번째는 2001년 건축한 세인트루이스의 퓰리처 예술재단(Pulitzer Foundation for the Arts) 건물이다. 그런데 두 건물 모두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다. 따라서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은 안도가 미국에서 자신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해서 지은 첫 건물인 셈이다. 안도는 유명 건축가들과 벌인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해 이 건물의 설계자로 선정됐다. 미술관 측은 안도의 작품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텍사스 오지에서 만나는 추상미술

포트워스 현대미술관에는 추상표현주의(abstract expressionism) 거장들의 작품이 유난히 많다. 뉴욕 MoMA에서나 봄직한 추상표현주의 작품을 텍사스의 작은 도시에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의외였다. 특히 추상표현주의 1세대 거장들의 작품은 미술관의 품격을 한층 높여준다.

로버트 머더웰(Robert Motherwell)은 미국 추상표현주의를 지칭하는 용어 ‘뉴욕파(New York School)’를 처음 쓴 사람으로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 빌렘 드쿠닝, 필립 거스톤 등과 더불어 추상표현주의 1세대로 일컬어진다. 그들 중에서는 막내에 해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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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표 |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jpchoi@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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