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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역歷/사史/내內/란亂

“검인정교과서 실체는 민중사학의 비틀린 허위의식”

격돌인터뷰 Ⅱ ‘국정화 찬성’ 이기동 동국대 석좌교수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검인정교과서 실체는 민중사학의 비틀린 허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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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유가 뭔가.

“교과서 검인정 과정이 불공정했다. 더구나 한국사에서 ‘근현대사’만 따로 분리한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대에서 전근대까지는 ‘국사’(국정)로 놔두고, 근현대사를 다섯 배쯤 늘려서 독립과목으로 떼내 검인정제를 도입한 것이다. 근현대사가 없는 국사교과서가 말이 되나. 결국 할 수 없이 국사에도 근현대사 내용을 간략하게 붙였다. 그리고 국사는 필수, 근현대사는 선택으로 나눴다. 교육정책이 파행이었다. 그런데 그게 10여 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역사책 꼴이 우습게 됐다. 사학계에서는 교과서를 도외시했고, 그러다보니 방관 아닌 방관을 하게 된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기인 2002년 국사와 근현대사로 나뉜 역사교과서는 2010년 다시 ‘한국사’로 통합되면서 검인정제로 일원화했다. 그로부터 5년 만에 다시 국정화로 바뀌게 된 것이다.

▼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는데, 국정화에 대한 내부 논의는 없었나.

“9월 15일에 국무총리실에서 간담회를 한다고 해서 갔더니 역사학자가 7~8명 와 있었다. 나는 국정화에는 관심 없었다. 하지만 검인정 역사교과서로 학생을 가르치는 게 한심해서 ‘검인정 7종을 전부 합격시킨 것부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이 ‘앞으로 2종만 합격시킬 것’이라고 했다. 검인정을 강화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만약 그렇게만 했으면 이렇게까지 여론이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검인정 강화를 고려했지만 국정으로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교과서 쓸 사람 많다”


▼ 역사교과서 집필 요청을 받았을 것 같은데.

“여러 차례 제안 받았다. 10월 20일경 국사편찬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있었다. 그때 위원장이, 고고학은 최몽룡 교수가 맡을 테니 나보고 고대사를 맡아달라고 했다. 그다음 날 집으로도 전화가 왔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서 어렵다고 거절했다. 30년 전에 쓴 책 증보작업에 2년 반째 목매는데, 교과서 집필에 참여하면 이걸 못하기 때문이다.”

▼ 사정이 없으면 맡았겠나.

“다른 일이 없더라도 솔직히 내키지 않았을 것 같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세력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내가 70살이 넘었다. 교과서 집필은 주로 40~50대 학자들이 하는 일이다. 또 책 전체를 쓰는 게 아니라 6분 1이나 7분의 1 쓰고, 그걸 또 다른 사람이 윤문한다니 자존심 상할 것도 같고. 교과서는 제약도 많다. 책을 사용하는 사람이 성장하는 학생들 아닌가. 교육적으로 훌륭해야 하고, 감동도 줘야 해서 굉장히 신경 쓸 게 많다. 그게 어렵다. 그에 비하면 논문 몇 편 쓰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 학계의 반대가 심한데 역사교과서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어느 대학에나 정치지향적인 교수들이 있다. 그 교수들이 찾아와서 서명을 부탁할 경우 동료들은 크게 손해 볼 게 없으면 후하게 찍어준다. 동료애라고나 할까. 서명에 참여한 사람 중에는 온건한 사람도 꽤 있다. 분위기가 안 좋지만, 교과서 쓸 사람은 많다.”

▼ 국사편찬위원회가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데.

“국가기구의 일부인데 벗어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내가 1997년부터 9년간 국편 위원으로 있었기에 그동안 일을 훤히 안다. 정치적인 영향이 많이 작용할 것이다.”

▼ 결국 나중에 또 다른 이념적 편향성 시비가 제기되지 않을까.

“랑케(‘역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독일의 역사학자)가 와서 역사교과서를 써도 약점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다. 물론 랑케라면 국내 역사학계에서 조사한 자료만 가지고는 ‘서술 불가’라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 학자들은 용감해서 실증자료가 없는데도 추리소설처럼 쓰는데, 상고사에 그런 대목이 많다. ‘실증사학’이라면 기술 불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현 정부가 상고사와 고대사를 강화한다는데, 그게 뭔가 심상치 않다. 요즘 재야 사가들이 부활했거든.”

▼ 재야 사가들?

“1980년대에 ‘국사찾기 운동’이라는 움직임이 있었다. 전두환 정권 말기였는데, 윤보선 전 대통령을 총재로 내세운 ‘국사찾기국민회의’라는 극우단체가 주도했다.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니 정부에서 국사교육심의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그때 내가 관여해서 잘 안다. 이들은 상고사에서 ‘단군신화의 역사성을 부각하자’ ‘한사군은 수치스러운 일이니 역사에서 빼자’고 주장했다. 그건 옳지 않은 일이다. 그때 국정을 검인정으로 전환하는 걸 부대 의견으로 달았다. 그런데 요즘 다시 그 움직임이 인다. 얼마 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처하기 위해 역사교과서에서 상고사와 고대사 비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는데, 그게 저들의 논리와 똑같다. 이것도 걱정이다.”

▼ 이번 국정 역사교과서 체제가 얼마나 유지될 것 같나.

“교사 개혁이 먼저”


“정권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솔직히 단명하리라고 본다. 다음 정권에서 또다시 3년마다 한 번씩 검인정 소동이 반복될 게 뻔하다. 걱정이다.”

▼ 근본적인 해법은 없을까.

“역사 교육에서 ‘다양성 확보’를 강조하는데, 사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교사의 재무장과 재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과서는 가장 전형적이고 표준적인 것만을 뽑아놓은 것이다. 교과서에는 다양한 설을 다 제시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혼란만 가중되기 때문이다.

교과서에 없는 다양한 시각과 설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교사다. 결국 중요한 건 교사의 역할이라는 이야기다. 교사를 개혁하려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전교조 소속 교사가 전체 교사에 비해 소수지만, 적극적인 소수가 다수를 움직이는 게 우리 사회다.”

신동아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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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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