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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국정화로 효도하고 종북 장사? 文, 외부의 적 만들어 사퇴론 탈출?

박근혜와 문재인의 속내

  • 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朴, 국정화로 효도하고 종북 장사? 文, 외부의 적 만들어 사퇴론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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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운동권 본능
하지만 새정연은 장외투쟁과 국회활동 보이콧으로 민생에 소홀한 틈을 보였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새정연이 민생을 외면한다며 역공에 나선 것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민생 프레임은 앞으로 새정연, 특히 문 대표와 친노계의 ‘민생 무능’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1차 전투에서 종북 프레임에 당한 문 대표와 친노계는 이번엔 당하지 않으려는 기세다. 국정화 확정고시 후 국회 본관에서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가 곧바로 국회를 정상화하기로 하고 농성을 접은 것이 그런 기류 변화를 보여준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자니 춥고 안에 묶여 있자니 답답하다. 이성은 ‘민생을 챙겨야 한다’고 말하지만 뿌리 깊은 운동권 본능은 투쟁을 지향한다.
민생 프레임, 민생 무능 공격마저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다면 문 대표와 친노계는 고립무원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민생 유능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이미 ‘무상 시리즈’의 약발도 떨어진 터다. 무상보다 더 강력하고 감동적인 민생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데,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문 대표와 친노계는 이루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지 않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대중경제론을 쓸 역량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지방분권론을 설파할 실력도 없다. 그나마 주장할 수 있는 것이 ‘민주주의의 완성’인데, 당내에서조차 절차적 민주주의를 번번이 무시하다 보니 여기에도 힘이 실리지 않는다.
박 대통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원래 무리수였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화를 전면에 내걸 때만 해도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문 대표와 친노계가 전면 대응에 나설지도 확신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 대표와 친노계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덕분에 1차 전투를 무난하게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만약 문 대표와 친노계가 투쟁에 나서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시간이 조금 더 걸리긴 했겠지만 시민사회에서 국정화 반대여론이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누가 봐도 시대 역행적이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를 검인정교과서로 바꾼 것이 엊그제다. 더욱이 선진국 중에 국정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없다.
역사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발행하는 국가는 북한을 비롯해 필리핀과 핀란드 정도다. 국정교과서를 발행하는 경우에도 검정제, 인정제, 자유발행제를 병용하는 국가가 대부분이다. 선진국 중엔 자유발행제 나라가 많다. 영국,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는 검정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는 데에는 애초 무리가 따랐다. 무리수였지만 강행했다.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을 리 없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국정화 반대 정서도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종북 숙주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문 대표와 친노계가 계속 깃발을 들고 나서니 국민, 특히 중도층이 주춤거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문 대표와 친노계가 정말로 종북적 사고를 가졌다면, 그것은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국정화 반대 여론이 높아지는 중에도 문 대표와 새정연 지지율이 급상승하지 않는 이유 또한 이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181석’의 꿈
많은 국민은 이렇게 생각한다. ‘국정화엔 반대다. 그러나 검인정교과서의 종북성도 문제다.’ 그래서 여론은 종북 숙주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문 대표와 친노계가 주도하는 새정연에 힘을 실어줄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결국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2017년부터 국정교과서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당장 집필 기간부터 예상보다 길어질 공산이 크다. 더욱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화 이슈로 얻을 것은 이미 얻은 상태다. 더 얻으면 좋겠지만, 이 정도에서 그쳐도 손해는 아니다.
문 대표와 친노계를 정치권에서 영원히 퇴출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국정화 이슈를 밀고 나가면서 종북 프레임을 계속 걸어야 한다. 그러나 문 대표와 친노계의 영구 퇴출은 박 대통령도 새누리당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처럼 상대하기 쉬운 정적(政敵)도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이들을 야권 주류로 남겨두는 편이 내년 총선은 물론 내후년 대선에도 유리하다고 보는지 모른다.
문 대표와 친노계가 주류로 존재하는 한 야권 분열은 계속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가장 바라는 바다. 야권 분열 상태로 총선을 치르면 전국 각지에서 야권 후보자가 2, 3등을 하고 새누리당 후보자가 어부지리로 1등에 당선하는 일이 속출할 것이다.
181석(재적의원 5분의 3)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다면 박 대통령의 임기 말은 행복해진다. 정치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기 전반기 내내 야당의 반대로 발목 잡힌 경제활성화 법안도 무난하게 처리해 공약사업도 마무리할 수 있다. 2017년 대선에서 정권을 재창출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181석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보수세력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185석까지 확보한 적이 있다. 한나라당이 153석, 친박연대가 14석, 자유선진당이 18석이었다. 그때에 비해 이른바 ‘운동장’은 더 기울어졌다. 2016년 총선 투표수에서 60대 이상과 20대의 차이는 2배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9대 총선 때보다 1.5배 늘어나는 것이다.
문 대표와 친노계가 새정연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는 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종북 프레임의 유혹을 떨쳐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선거전략으로 나쁘지 않다고 계속 생각할 것이다. 만약 문 대표와 친노계가 정기국회가 끝난 뒤 본격적으로 국정화 반대투쟁에 나선다면 박 대통령도 아마 더 세게 나갈 것이다.

박 대통령의 극적 양보?
그러나 국정화가 국익에 맞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한국은 ‘아시아의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이미지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를 뜯어고쳐 역사를 누더기로 만드는 건 끔찍한 일이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이 총선 직전 국정화 유보를 선언하는 극적 상황은 가능하다. 박 대통령은 현행 검인정 체제의 문제점을 알리는 데 이미 성공했다. 또한 문 대표와 친노계의 종북 의혹을 증폭하는 데도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런데 중도층은 국정화에 반대한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이 검인정 체제 전면개편 정도로 양보해도 나쁘지 않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그 선언을 총선 직전에 함으로써 고민 중인 중도층을 단박에 불러들이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관건은 국정화를 밀어붙인 원래의 동기인 박 대통령의 효심이다. 하늘에서 아버지 대통령은 ‘딸아, 그만하면 됐다’라고 말해줄지도 모른다.

신동아 2015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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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 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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