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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역歷/사史/내內/란亂

민중사관式 서술 극치 국정화 폐해 반면교사

‘조선력사’ 등 북한 교과서 분석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민중사관式 서술 극치 국정화 폐해 반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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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일성·김정일이 역사 해석 독점
  • ● ‘외세 침략에 투쟁해온 인민의 역사’
  • ● ‘동족의 나라 배신한 신라=대한민국’
  • ● ‘미제의 정치특무, 김영삼 역도’
민중사관式 서술 극치 국정화 폐해 반면교사

북한의 의무교육은 12년이다. REX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로는 북한, 스리랑카, 몽골, 베트남이 있다. 중국과 태국은 국정과 검정이 공존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검정·인정·자유발행제다. 국정인 나라는 한 곳도 없다. 러시아는 2013년 2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국정화를 지시했으나 사회적 반발이 심해 지난해 8월 국정 발행 계획을 취소했다.

편향 교과서 어이할꼬

박근혜 대통령은 “바른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역사에 대한 뚜렷한 가치관이 없다면) 통일이 돼도 우리의 정신은 큰 혼란을 겪고 중심을 잡지 못하는, 그래서 결국 사상적으로 지배를 받는 기막힌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검정교과서가 몇 종인지는 형식적 숫자일 뿐이고 사실상 1종의 편향 교과서”라며 “고등학교의 99.9%가 편향적 교과서를 선택해 다양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편향성 논란의 중심엔 사관(史觀)이 있다. ‘민중사학’과 이에 반발하는 측이 충돌한다.

민중사학은 반(反)외세를 앞세운다. 검정제 시행 이후 민중사학계 인사 상당수가 교과서 필진으로 참여했다. 현행 교과서에 편향성이 있는 건 문제지만, 국정교과서 1종으로 역사를 가르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국정과 검정이 경쟁하는 형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역사 해석은 누구도 독점할 수 없으며 독점해서도 안 된다. 일방적 견해를 주입하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역사는 집단의 기억이다. 권력이 특정 해석을 주입한다 해서 집단의 기억이 바뀌는 게 아니다. 기억 투쟁은 수십 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다.

북한의 교과서에는 국정화의 폐해가 고스란히 담겼다. 권력(김일성, 김정일)이 역사 해석을 독점한다. 계급사관, 유물사관으로 역사를 서술했다. 좌편향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우리 민중사관식 교과서 서술의 최고봉 격이다. 북한 교과서 ‘조선력사’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활동’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력사’ ‘미제와 일제의 조선침략 죄행’을 살펴봤다.

북한 역사교과서의 명칭은 ‘조선력사’다. 총 6권.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에서 3권씩 배운다. 북한의 의무교육은 12년이다. 유치원 1년,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 2014년 개편된 학제다. 2002~13년엔 유치원 1년, 소학교 5년, 중학교 6년이었다. 2002년 이전에는 의무교육이 11년이었다. 소학교를 인민학교(4년)라고 칭했으며 초급중학교, 고급중학교는 고등중학교(6년)였다.

‘조선력사’는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것은 왕이나 봉건 통치자들의 역사를 알자는 것이 아니라 인민의 투쟁 역사와 창조의 역사를 알자는 것”이라면서 역사를 배우는 목적은 “혁명을 잘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한다. 대중을 역사의 중심에 뒀다는 점에서 한국의 민중사관과 시각이 유사하다.

‘조선력사’ 1권은 을지문덕, 대조영, 우륵, 혜초 등 인물 중심으로 옛날 얘기하듯 서술돼 있다. 2권은 고려, 조선 역사를 사건과 인물 중심으로 소개한다. 1, 2권은 “왕건은 궁예를 왕자리에서 내쫓았습니다”(2권 1과 ‘첫 통일국가를 세운 왕건’)라는 식의 ‘…습니다’ 문체로 서술한다.

3~6권은 ‘고주몽은 기원전 298년 부여에서 태어났다’ 식의 ‘했다’ 문체로 돼 있다. 3~6권이 본격 서술이다.

3권은 ‘1장: 원시공동체 사회’, ‘2장: 노예소유자 사회’, ‘3장: 봉건사회-첫 봉건국가들’, ‘4장: 발해와 후기신라’로 이뤄졌다. 카를 마르크스의 유물사관과 역사발전 5단계설(원시 공산사회-고대 노예제사회-중세 봉건사회-자본주의사회-사회주의사회)을 따른 것이다. 한국은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로 시기를 구분한다.

4권은 고려, 5권은 조선을 다룬다. 6권은 1905~1929년이다. 북한은 일제가 조선을 강점한 때를 1910년 경술국치가 아니라 1905년 을사늑약으로 본다. 1905~1945년이 일제강점기인 셈이다.

1930년 이후 역사는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활동’ ‘김일성 대원수님 혁명력사’라는 이름의 교과서에 담겼다. 김일성의 역사가 나라의 역사가 된 것이다. 1930년부터 최근까지를 다룬 ‘미제와 일제의 조선침략 죄행’이라는 별도의 교과서가 있다.

북한은 김일성, 김정일이 역사 해석 권한을 독점한다. ‘조선력사’ 1권은 김정일의 ‘말씀’으로 시작한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원수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습니다. .”

김일성의 말은 ‘교시’, 김정일의 말은 ‘말씀’이다. 북한은 “수령은 오류가 없다”고 가르친다. ‘교시’ ‘말씀’은 인민이 관철할 목표다. 생활총화 때도 ‘교시’ ‘말씀’을 근거로 자아비판, 상호비판을 한다. ‘교시’ ‘말씀’은 실제 발언을 적은 게 아니라 특유의 형식으로 각색해 정리한 것이다. 경제학 논문도 ‘교시’ ‘말씀’을 인용해 작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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