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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된 엄마들 맘충

  • 김지은 객원기자 | likepoolggot@empal.com

‘공공의 적’ 된 엄마들 맘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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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인 ‘맘충’은 제 아이만 싸고도는 일부 몰상식한 엄마를 가리킨다. 어쩌다 우리 사회의 모성이 존중하고 싶지도, 존경받을 수도 없게 돼버렸을까.
‘공공의 적’ 된 엄마들 맘충
성인이 된 아들이 대낮에 문을 박차고 나가 벽에다 오줌을 갈긴다. 뒤따라간 어미는 나무라기는커녕 약사발을 입에 떠받쳐가며 “이쁘다” “잘했다”며 아들 비위를 맞춘다. 그 아들이 살인용의자가 됐다. 아들을 구하기 위해 어미는 필사의 노력을 다한다. 누구 하나 이들 모자를 도와주지 않지만 종국에는 어미가 해내고야 말 것이라는 확신이 들 만큼 여인의 눈빛은 단호하고 절박하다. 그리고 마침내 해낸다. 누명을 쓴 줄로만 안 아들이 정말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어미는 유일한 목격자인 노인을 죽이고, 부모 없는 아이를 아들 대신 살인자로 몰아간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묻는다. “너는 엄마 없니…?”

봉준호 감독의 6년 전 영화 ‘마더’에서 묘사된 모성은 무섭도록 집요하고 냉혹하다. 관객은 한편으론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그 지긋지긋한 모성이야말로 한국적 정서를 대변하는 것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지금 관객들이 6년 전으로 돌아가 ‘마더’ 객석에 앉았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국민배우 김혜자가 연기한 ‘마더’가 ‘맘충’이냐 아니냐를 놓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설전을 벌이지 않을까.

지난해 12월, 발달장애인 이모 군이 두 살 된 아이를 아이 엄마가 보는 앞에서 복지관 난관으로 던져 살해했다. 법원은 사리 판단이 되지 않는 장애인에겐 책임 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 아동 부모는 가해자 측 부모가 한 달이 넘도록 사과의 뜻조차 전하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복지관 측도, 복지관 관리를 담당하는 구청도 장애인 이군에게만 책임을 미루고 나 몰라라 했다. 죽은 자는 있지만 그 죽음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되레 피해 아동 부모에게 비난이 쏟아졌다. 두 살짜리 아이가 그런 일을 당하도록 엄마는 뭘 했느냐,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그런 일이 생겼다는 억측이 난무했다.

개념 없는 엄마들

특정 집단을 지칭하는 단어 뒤에 ‘충’을 붙여 비하하는 뜻으로 사용하는 혐오의 방식은 우리 사회에 유행처럼 퍼져 있다. 시작은 ‘일베충’이다.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들의 도를 넘는 행동을 비난하는 뜻으로 사용된 ‘일베충’은 이후 ‘노인충’ ‘설명충’ ‘무뇌충’ ‘급식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집단을 비하하는 혐오의 의미로 번져갔다.

그런데 ‘맘충’은 혐오의 원천이 대상 자체가 아니라 대상의 자녀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앞의 ‘…충’ 집단과 차이가 있다. 맘충의 공통적인 특징은 부모의 관리 소홀, 혹은 무례함으로 벌어진 일인데도 마치 아이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지 못한 상대방의 잘못인 양 큰소리를 치며 적반하장 격으로 상황을 몰아간다는 점이다.

자장면 두 그릇을 시키면서 “아이도 먹을 수 있도록 자장면 양을 ‘낭낭하게’, 군만두도 서비스로 보내달라 했는데 그냥 달랑 자장면 두 그릇만 왔다”며 “아이 키우는 일이 얼마나 힘든데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투덜댄 닉네임 ‘재연맘’의 자장면집 후기는 이후 ‘낭낭하게’라는 단어를 유행시키며 개념 없는 엄마들의 행동을 꼬집는 사례로 회자됐다.

커피숍 메뉴를 적어놓은 칠판에 낙서하고 있는 아이를 말리기는커녕 “어머, 참 잘했어요”라며 칭찬하거나, 똥 기저귀를 버젓이 식당 테이블 위에 버려두고 간 경우도 있다. 음식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식사를 방해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엎질러놓고도 “아이 기를 죽였다” “놀라게 했다”며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광경은 꽤 자주 목격된다.

“맘충, 맘충 하기에 남의 일인 줄로만 알았더니 제 여동생이 그러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딩크족(합의 아래 자녀를 두지 않고 살아가는 부부)인 이씨는 몇 달 전 가족모임에서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친정 부모와 여동생 내외, 조카와 함께 횟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이었다. 다섯 살 난 조카가 “쉬 마렵다”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여동생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 자리에서 조카의 바지를 내렸다. 놀란 눈으로 그 광경을 보는 이씨 부부를 아랑곳하지 않고 여동생은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을 집어들더니 ‘쉬’ 소리를 내며 오줌을 뉘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컵을 벗어나 천장으로 솟구친 오줌줄기가 그대로 회 접시 위에 떨어졌다.

“아이가 화장실이 급한 상황이었다 해도 공공장소, 그것도 식사하는 자리에서 아이를 벽 쪽으로 돌려세우지도 않은 채 테이블을 향해 오줌을 누이는 게 상식적인 행동인가요? 더 기가 막힌 건 가족 중 저희 부부 말고는 아무도 그걸 나무라는 사람이 없었다는 거예요. 심지어 부모님은 불쾌해하는 저를 나무라시더라고요. 더 웃긴 건 여동생이었어요. 아이 오줌이 뭐가 더럽냐, 그깟 회가 조카보다 귀하냐며 되레 화를 내더군요.”

“아이를 안 낳아봐서 뭘 모른다”는 가족들의 힐난에 기분이 상한 이씨 부부는 그날 이후 가족모임에 일절 참석하지 않겠노라 결심했다.

‘너도 애 한번 낳아봐!’ ‘애가 그럴 수도 있지’는 맘충이라 비난받는 사람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말이다. 인터넷을 떠도는 사례의 상당수도 그런 엄마들의 비상식적인 행동에 분노한 피해자들이 아니라, 맘충이라 불리는 사람들 스스로 육아 카페 등에 ‘이게 무슨 맘충으로 불릴 일이냐’며 올린 것이다.

이런 사례를 두고 엄마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다. ‘막상 아이를 낳아보니 한편으로 이해가 되기도 한다’는 의견부터 ‘나도 자식을 키우지만 정말 이해가 안 된다’는 반론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공공의 적’ 된 엄마들 맘충

지금 사람들이 영화 ‘마더’를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국민배우 김혜자가 연기한 ‘마더’가 ‘맘충’이냐 아니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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