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오명 낙인’ 충격 ‘취업 직격탄’ 공포 ‘내가 왜…’ 분노

‘부실 대학’ 판정 후폭풍 맞은 재학생들

  • 김상훈 | 자유기고가 loveruck21@naver.com

‘오명 낙인’ 충격 ‘취업 직격탄’ 공포 ‘내가 왜…’ 분노

1/2
  • 신입생 지원 격감
  • 본교-분교 갈등
  • “입사 면접 싸늘…우려가 현실로?”
‘오명 낙인’ 충격 ‘취업 직격탄’ 공포 ‘내가 왜…’ 분노

서울 한 대학에서 치러진 수시 모집 논술 고사.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지난 8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30개 대학은 ‘부실’ 딱지가 붙으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3개월이 지난 요즘, 이들 대학 재학생들은 후폭풍을 절감한다. 캠퍼스엔 을씨년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신입생 지원이 격감한 것은 물론이다. 대학졸업장이 그 소지자의 면모를 상당 수준 대변하는 학벌 사회에서, ‘부실 대학 출신’이라는 시선은 재학생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

“취업 면접 분위기가 싸늘했다” “우려가 현실이 됐다” “하반기 취업에 직격탄을 맞은 것 같다”는 한탄도 많이 나온다. 일부 대학에선 좋은 평가를 받은 서울 본교 출신과 나쁜 평가를 받은 지방 캠퍼스 출신 간 갈등 양상도 나타난다. 몇몇 재학생은 대학 당국을 향해 “도대체 학교를 어떻게 운영했기에…”라고 원망하거나 “열심히 준비한 내가 왜…”라고 분노하기도 한다.

“면접 때 질문 받아 당황”


2016학년도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모에게도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는 ‘뜨거운 감자’였다. 입시학원 상담에서도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서울 대치동의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이번 평가와 관련된 학부모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하위 등급을 받은 대다수 대학은 2016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경쟁률에서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분석한 결과, D·E등급을 받은 30개 대학 중 23곳은 평균 경쟁률이 지난해 8대 1에서 6대 1로 낮아졌다.

D+등급을 받은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수시 경쟁률이 지난해 16.8대 1에서 8.8대 1로 반 토막 났다. 역시 D+등급을 받은 건국대 글로컬캠퍼스도 9.4대 1에서 7.5대 1로 하락세를 보였다. 하위 등급을 받은 수도권의 서경대(19.1대 1→17.2대 1), 한성대(17.3대 1→13.1대 1), 수원대(15.6대 1→11.8대 1)도 줄줄이 경쟁률이 떨어졌다.

일부 대학은 신입생에 대한 국가장학금 제한에 대해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예비 학부모·학생의 우려를 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경대는 기획실장과 홍보담당관을 교체해 학교 홍보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이런 노력에도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는 입시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임성호 종로학원 하늘교육 대표는 “2012년 국민대와 세종대가 부실 대학 판정을 받았을 땐 경쟁률 하락을 예상한 ‘역선택’으로 경쟁률이 오히려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는 D·E등급 지정이 경쟁률 하락으로 직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대학의 자구 노력이 없으면, 정시 모집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원 기피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경기도 소재 한 고등학교 교사는 “요즘 고3 학생들은 학교에 대해 자세히 안다.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에 대해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 4학년 박모(26) 씨는 “대학이 잘못한 건데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입사 면접에서 이번 평가에 관한 질문을 받고 당황했다”며 답답해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는 정원 감축도 권고받았다. 박씨는 평소 가고 싶던 기업에 지원해 3차 임원 면접까지 갔지만 결국 탈락했다. 그는 “대학평가 결과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머리가 멍해져 다음 질문까지 제대로 답을 못했다”고 털어놨다.

같은 대학 이과 계열에 다니는 구모(25) 씨는 “평가가 발표된 후 학교가 패닉 상태”라고 표현했다. 고려대는 평가 결과가 발표된 직후 세종캠퍼스 부총장 등을 사퇴시켰다. 염재호 총장은 세종캠퍼스에서 학교 발전계획에 대해 학생들과 면담을 했다.

“벚꽃 피는 순서로…”


‘오명 낙인’ 충격 ‘취업 직격탄’ 공포 ‘내가 왜…’ 분노

모 대학의 총학생회 집회.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평가는 대학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로 시행됐다. 298개 대학에 대해 정량·정성지표로 종합적 평가가 이뤄졌다. 대학들은 A, B, C, D, E 등 5개 등급으로 구분됐다. 교육부는 부실 대학에 대해 정원 감축 비율을 권고하고 재정 규율을 엄격히 적용할 계획이다. 한석수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가만히 있으면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라며 “대학 경쟁력을 높이고 사회 수요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려면 이번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D나 E등급을 받은 대학의 재학생들은 당장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까 우려한다. 정부가 빼든 칼에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충주 소재)도 이번에 D+등급을 받아 자존심을 구겼다. 이 대학 총학생회는 단과대별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책임론을 거론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서울 본교를 방문해 글로컬캠퍼스 보직교수들의 퇴진을 요구하는 삭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글로컬캠퍼스 측은 “대학의 재정 건전성이 우수하고 학생 충원율도 122.3%로 건실해 일부에서 표현하는 부실 대학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재학생은 “후속 조치가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건국대는 이번 평가 발표 후, 서울 본교 학생들과 글로컬캠퍼스 학생들 간 이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의 대학 갤러리 게시판에는 건국대 본교 학생들과 분교 학생들 사이에서 오간 거친 언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서울 캠퍼스 학생들은 글로컬캠퍼스가 학교 명예를 실추했다고 비난한다.

얼마 전엔 이 대학의 한 교수가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부채질했다. 이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에게 ‘지잡대’(지방대학을 비하하는 속어)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너 같은 X는 졸업하면 건글(건국대 글로컬캠퍼스) 안 나온 척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건국대 측은 이 교수를 해임하기로 했다. 건국대 글로컬캠퍼스의 한 재학생은 “‘지잡대’ ‘부실 대학’이라는 편견에 노출될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1/2
김상훈 | 자유기고가 loveruck21@naver.com
목록 닫기

‘오명 낙인’ 충격 ‘취업 직격탄’ 공포 ‘내가 왜…’ 분노

댓글 창 닫기

2018/11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