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호

“경찰과 공조해 불법 피라미드 근절”

어청수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입력2015-11-19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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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조5000억 시장, 700만 회원, 연 14% 성장”
    •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중소기업 상생 기여”
    • “‘미래 유통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바로잡겠다”
    “경찰과 공조해 불법 피라미드 근절”

    사진제공·직접판매공제조합

    다단계판매에 대한 국민의 눈길은 곱지 않다.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로 규정된 합법적인 판매 방식인데도 ‘다단계=피라미드=불법’이란 인식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 수장(首長) 출신이 다단계판매 회사들이 출자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설립한 공제조합 대표가 됐다. 어청수(60)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이다.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 청와대 경호실장 등을 역임한 경찰의 상징적 인물이다.

    ‘법을 수호하던 경찰 수장이 다단계의 수장으로?’ 라는 의구심을 안고 직접판매공제조합 사무실을 찾았다. 단단한 체구의 어청수 이사장이 밝은 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그가 인터뷰에 응한 건 경찰청장이던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좋은 제품만 살아남아”

    ▼ 이사장을 맡은 계기가 궁금합니다.

    “2013년 2월 청와대 경호실 근무를 끝으로 33년의 공직생활을 마감했습니다. 처음으로 찾아온 휴식이라 한동안은 아무 생각 없이 푹 쉬었습니다. 그런데 밤낮없이 일만 하던 사람이라 쉬는 것도 쉽지 않더군요. ‘아직 젊은데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무언가 일을 해보려던 차에, 이곳 이사장 공모 소식을 들었습니다.”



    ▼ 다단계판매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좋지 않은데요.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몰랐다가 다단계판매 회사로 구성된 공제조합이라는 걸 알고는 ‘다단계’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선입관 때문에 공모하지 않으려 했죠. 그런데 공정위로부터 인가받은 곳으로, 소비자의 피해보상과 예방 업무를 하는 공익적 기능을 하는 기관이며, 회원사 역시 건전하고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회사임을 알게 됐습니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세간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등 이곳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 합법적인 다단계 회사의 기준이 있나요.

    “다단계판매업을 영위하려면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공제조합)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본금 요건(5억 원), 후원수당 35% 제한, 160만 원 가격 제한, 각종 신고의무 등 까다롭고 엄격한 법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 다단계판매를 쉽게 설명한다면.

    “일반적인 판매 방식과 달리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중간 유통과정을 없애고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중간 유통과정에서 생기던 마진만큼 생산자는 품질 향상에 더 투자할 수 있고, 소비자는 더 저렴하게 살 수 있으며, 소비자이자 판매원들은 후원수당 등을 지급받게 됩니다. 또한 광고나 홍보가 아닌 오직 소비자의 사용 경험과 입소문을 통해 재구매가 이뤄집니다. 그러니 좋은 제품만 살아남죠. 그 어떤 업태보다도 믿을 만한 판매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불법 피라미드 판별법

    ▼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다단계판매 매출 규모가 약 4조5000억 원입니다. 등록 회원이 전체 인구의 10%가 훨씬 넘는 700만 명에 달하고, 회원에게 지급한 수당이 약 1조5000억 원이나 됩니다. 적지 않은 규모죠. 더욱이 장기적인 경기불황에도 매출이 연간 14% 정도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단계판매가 유통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죠. 대다수 판매원이 40~50대 여성이라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유발 효과도 크다고 봅니다.”

    ▼ 다단계판매사는 대부분 외국계 회사 아닌가요.

    “외국계 기업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토종 기업도 많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외국계 회사라고 해서 외국 제품만 판매하는 건 아니고 국내 중소기업의 질 좋은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해 우리 경제에 크게 기여하죠. 상생 경영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어 이사장은 “다단계판매 방식처럼 투명하게 회사 관련 정보가 공개되고, 공제조합 같은 소비자 피해 구제제도를 갖춘 업태도 흔치 않다”고 자신했다. 그럼에도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은 ‘불법 피라미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단계판매가 소비자로부터 인정받고 사회·경제적으로도 파급효과가 큰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비(非)제도권의 불법 피라미드 업체가 난립하면서 법령을 준수하며 건전하게 영업하는 우리 다단계판매 회사까지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 합법적인 회사와 불법 피라미드 회사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습니까.

    “불법업체들의 큰 특징은, ‘단기간에 고수익’을 벌 수 있다고 현혹하는 겁니다. 땀 흘리지 않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 허황한 이야기를 하는 곳은 불법 피라미드 회사라고 보면 됩니다. 다단계판매는 인적 판매에 기초를 두기에 믿을 만한 회사인지, 구매 이후 반품이나 청약철회는 제대로 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우선, 등록된 합법 업체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전화,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해 공정거래위원회나 공제조합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등록업체 여부뿐만 아니라, 해당 회사 관련 정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경찰수사연수원과 업무협약

    “경찰과 공조해 불법 피라미드 근절”

    경찰수사연수원과 업무협약을 하는 어청수 이사장.

    ▼ 직접판매공제조합은 어떤 곳인가요.

    “우리 공제조합은 ‘다단계판매와 후원방문판매’에서 발생하는 소비자 또는 판매원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2002년 1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아 설립된 소비자 피해보상기관입니다. 우리 조합에 가입된 회사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나 판매원이 정당한 반품이나 청약 철회를 요청했는데도 회사가 대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우리 조합이 피해보상을 해줍니다. 즉, 우리 조합 회원사로부터 구매하는 제품은 행여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구매해도 됩니다. 통상적으로 ‘공제조합’은 조합원의 상호 부조를 위해 설립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 조합은 공제(보험) 가입자는 회사지만, 실제 수혜자는 소비자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공제조합과 달리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는 공제조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 몇 개 회사가 가입돼 있나요.

    “한국암웨이, 한국허벌라이프, 뉴스킨코리아, 하이리빙 등 50개 다단계판매 회사가 가입돼 있습니다. 우리 외에도 특수판매공제조합에 등록된 다단계판매 회사들이 있습니다.”

    ▼ 공제조합의 중요한 기능을 소개한다면.

    “회원사들이 합법적인 영업을 하고 있는지 관리·감독합니다. 특히 개별 회원사들의 매출 흐름을 눈여겨보죠. 갑자기 매출이 늘어난 회사가 있으면 불법성이 있는지 확인합니다. 회원사들이 ‘공제조합이 우리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 공정위를 위한 조직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입니다. 그래도 소비자 피해가 있어서는 안 되기에 조합의 임무를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받는 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어청수 이사장은 “회원사 관리감독, 소비자 피해보상뿐만 아니라 불법 다단계로 인한 소비자 피해 예방, 다단계판매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도 애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9년부터 ‘불법 피라미드 신고포상제’를 운영하면서 무등록 불법업체에 대한 신고와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접수된 내용을 확인해 포상자로 선정되면 최대 100만 원의 포상금도 지급합니다. 그동안 총 420건이 접수돼 131개 업체가 경찰에 수사의뢰 조치됐고, 6710만 원의 포상금이 지급됐습니다.”

    ▼ 이사장 취임 후 경찰수사연수원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더군요.

    “이사장에 취임한 후 가장 먼저 추진한 일입니다. 일선 경찰조차 합법적인 다단계회사와 불법 다단계의 차이를 잘 몰라요. 수사당국이 합법과 불법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해 서민경제 침해사범인 불법 피라미드를 제대로 근절해보자는 취지입니다. 그동안 우리 조합이 다단계판매 피해보상 시스템을 운영하면서 쌓은 ‘피해보상·예방 노하우, 불법 피라미드 행태 관련 정보’와 ‘경찰수사연수원의 수사 역량’을 결합해 강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우리 업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자료도 공유해서 다각적인 협력을 지속한다면, 불법 피라미드를 뿌리뽑는 데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래 유통산업 주역”

    그는 경찰수사연수원과의 업무협약으로 합법적인 다단계판매 회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소비자 피해는 ‘무등록 불법업체’로부터 발생하는데도 다단계 피해 사건만 일어나면 경찰이 합법적으로 영업하는 업체들을 타깃으로 수사하곤 합니다. 불법업체들은 발견하기 어렵고, 합법적인 기업은 금방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합법적인 기업이 억울하게 피해를 보기도 합니다. 경찰이 다단계판매의 합법과 불법을 정확히 인식하면 이런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 다단계판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던 경찰의 수뇌부가 이 자리에 왔다는 자체가 다단계판매의 건전성을 증명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 대학생을 비롯한 많은 소비자가 합법 다단계판매와 불법 피라미드를 구분하는 방법, 불법업체 유형, 다단계판매 소비자 피해보상 보험제도 등을 보다 쉽게 알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고, 동시에 건전한 다단계판매가 미래 유통산업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려 합니다.”

    ▼ 합법적인 다단계판매 회사를 보호, 양성하기 위한 구상이 있다면.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대에 맞지 않은 불합리한 규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추진할 생각입니다.”

    ▼ 공제조합을 이끌어가는 데 가장 중점을 두는 경영 철학은.

    “공직에 있던 33년 동안 제가 한결같이 지켜온 덕목은 ‘친절, 배려, 겸손’을 바탕으로 하는 ‘기본과 원칙’ ‘긍지와 열정’ ‘창의와 효율’ ‘공정과 투명’ ‘소통과 화합’입니다. 이러한 5가지 실천 덕목을 바탕으로, ‘소비자 신뢰 증진’ ‘업계 이미지 개선’ ‘업계 지속성장 지원’을 3대 핵심 가치로 정하고 우리 조합의 혁신을 이끌어가려 합니다. 또한 산업 현장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그 변화 속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항상 시장을 향해 안테나를 세워야 합니다.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조합을 보다 내실 있게 운영해갈 계획입니다.”

    명예와 자부심

    그에게 공직생활 시절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미소만 지었다.

    “광우병 촛불시위, 불교계와의 갈등 등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오해가 빚어낸 일이었다는 걸 당시 당사자들은 다 알아요. 지금은 이야기할 때가 아니고, 언젠가 기회가 있을 겁니다.”

    ▼ 33년 공직생활을 마치고 퇴임할 때 소회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1980년 봄 첫 발령을 받았을 때 당시 서울역 시위 현장에 출동하느라 신고식도 못했습니다. 1987년 6월에는 시위대에 포위돼 몰매를 맞고 허리를 다쳐 수술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 어려움도 있었지만 초임 경찰 시절부터 퇴임할 때까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에 헌신·봉사하는 일에 모든 열정과 정성을 쏟으며 최선을 다한 보람된 시간이었습니다.”

    ▼ 공직생활 중 가장 아쉬운 점은 뭔가요.

    “경찰은 각종 범죄와 무질서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어떠한 국가 위기 때도 최선봉에 서서 온몸을 던져 든든한 버팀목 노릇을 해왔습니다. 그럼에도 경찰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때가 재직 중에는 물론, 경찰을 떠난 뒤에도 가장 마음 아프고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경찰도 따뜻한 가슴으로 국민의 손과 발이 되고, 경찰의 명예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늘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어야 하며, 국민으로부터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받을 때까지 한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에게서 여전히 경찰로서의 자부심과 긍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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