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호

癌항원 정보 전달해 암세포만 골라 공격

일본 수지상세포 백신요법 ‘박셀’

  • 모리타 유지 | 일본 세렌클리닉 도쿄 대표원장

    입력2015-11-23 18: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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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 암항원 ‘WT1펩티드’로 백신 제조
    • 1회 성분채혈로 5~7회 투여
    癌항원 정보 전달해 암세포만 골라 공격

    수지상세포 백신 ‘박셀’을 접종하는 의료진.

    최근 면역 시스템 연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면역요법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면역요법은 권위 있는 과학지 ‘사이언스’가 2013년 과학 부문의 ‘획기적 진전(breakthrough)’ 사례 중에서도 첫손에 꼽을 만큼 희망적인 암 치료법으로 인정받았다.

    일본 세렌클리닉 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암 면역요법의 하나인 ‘수지상(樹枝狀)세포 백신요법’을 중심으로 암 치료를 시도해왔다. 여러 가지 면역세포 중에서도 중추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수지상세포를 이용한 요법이다.

    수지상세포는 암세포 및 체내로 들어온 병원체에 대한 공격을 담당하는 면역세포에 병원체의 특징을 ‘명령’과 함께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수지상세포는 암세포가 가진 표지(항원)를 림프구에 전달하고, 림프구 세포는 수지상세포로부터 전달받은 항원 정보를 가지고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한다.

    임상 보고 9500건

    세렌클리닉은 도쿄, 나고야, 고베, 후쿠오카에 있다. 4곳 모두 암환자들의 주 치료법으로 수지상세포 백신요법을 시행 중이다. 지난 6월 말까지 6000여 건의 치료 실적을 쌓았다. 대학병원을 포함한 일본 전국의 의료기관과 제휴해 임상 연구를 벌이며, 이에 따른 연구 성과를 영어로 번역, 논문으로 작성해 해외 주요 의학 잡지에 발표하고 있다. 전문 학술지 외에도, 우리 병원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테라(주)에서는 각종 암에 따른 사례 보고와 논문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말까지 9500건의 임상시험에 대해 보고했는데 이는 면역요법으로는 세계 최고의 수치다.



    수지상세포 백신요법의 치료 순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상담을 실시한다. 환자와 가족에게 치료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한 뒤 수지상세포 백신치료를 시작한다.

    치료 첫 단계에선 수지상세포 치료에 필수적인 단구(單球)를 채취하기 위해 성분채혈을 시행한다. 환자의 혈액 속에 있는 단구를 채취하면 바로 병원 내 배양시설로 옮겨져 배양이 시작된다. 배양 과정에서 단구가 성숙한 수지상세포로 성장하면 암세포에 대한 정보를 인식시키는데, 이때 정보로 사용하는 것이 인공 암항원 ‘펩티드’이다.

    세렌클리닉은 수지상세포 백신 제조용 인공 암항원으로 ‘WT1펩티드’를 사용한다. WT1펩티드는 75개 종류의 암항원 가운데 유용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미국 학회지 ‘Clinical Cancer Research’는 WT1펩티드를 가장 뛰어난 암항원으로 소개한 바 있다. WT1펩티드는 오사카 의대 스기야마 교수가 개발한 인공 암항원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암에서 가장 높은 비율로 효과가 나타났다. 우리 병원에서는 환자의 HLA(조직적합항원,백혈구 형태의 일종)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그 결과에 맞는 WT1펩티드를 사용한다.

    ‘획득면역반응’이라 일컫는 HLA Class-Ⅰ(HLA-A), HLA Class-Ⅱ(HLA-DQ, DR, DB) 등 여러 가지 검사를 거쳐 수많은 펩티드로 연결된 WT1 단백질 중에서 환자의 암항원과 일치하는 것만을 분리해 사용하며, 이와 더불어 환자의 암 종류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적합한 인공 암항원(MUC-1, CEA, Her2, PSA)도 추가로 인식시킴으로써 암에 대한 면역반응을 효과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표준치료와 병용 권장

    성분채혈을 한 뒤 약 3주가 지나면 백신이 완성된다. 1회의 성분채혈로 1사이클(5~7회)을 투여할 수 있는 백신이 만들어진다. 환자에 따라서는 그보다 많은 양의 백신을 만들 수도 있다. 이런 경우 1사이클 종료 후에도 남은 백신을 맞아 면역력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환자의 면역력을 확인하기 위해 3개월 간격으로 관련 검사를 계속 실시함으로써 면역치료 이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하며 관리하는 치료 시스템을 운영한다.

    우리 병원에서는 암 면역요법을 표준치료와 병용할 것을 권장한다. 표준치료에 수지상세포 백신요법 등을 함께 시행하면 훨씬 더 나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표준치료 주치의와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치의의 협력이 없으면 환자의 치료 일정이 겹쳐 일정을 바꿔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을 겪을 수 있고, 치료 결과에 대한 분석 오류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한 주치의와의 연대를 강화해 환자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원활한 치료를 시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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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객관적이고 재연 가능해야

    의료의 기본은 ‘치료’에 있다고 생각한다. 치료란 ‘정신적, 육체적으로 병든 사람을 절제된 의료 기술을 사용해 치유하는 것’이라고 본다. 환자마다 제 각각의 인생, 가족, 라이프스타일을 지녔다. 그래서 우리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그러한 내용에 맞는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하는 것으로 병이 치유될 수 있다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치료에 임한다. 세렌클리닉 그룹의 수지상세포 백신요법 ‘박셀’이 한국의 (주)세렌-코리아(www.seren.kr)를 통해 한국 환자들과 만나게 된 것을 계기로 면역요법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정리해본다.

    △2015년 11월부터 일본에서 시행된 ‘재생의료법률’에 따라, 그간 일각에서 무분별하게 시행되던 세포치료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고 무자격자의 시술이 법적으로 금지됐다.

    △세포치료의 효과는 약사법에 근거해 객관적으로 검증되고, 전문 학술지 등재를 통해 관련 질환 환자에게 올바른 치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자가 통계방식의 증례 보고 및 주관적인 효과 판정으로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사례가 만연한 것이 일본 세포치료의 현실이다.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특허 등록 등의 상업적인 방식을 통해 환자의 정확한 판단을 가로막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의료는 과학이다. 과학은 실험을 통해 검증되는 것으로, 객관적이고 재연 가능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아직 일본의 세포치료 기관 중에는 이러한 과학적 검증과 학술 활동을 하는 곳이 소수에 불과하다.

    최근의 면역요법은 암 치료의 새로운 선택지로 등장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과학 잡지에 여러 차례 학술논문으로 게재돼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혼란스러운 현실에 대해서도 유념해야 한다. 희망의 세레나데를 부르기 위해서는 암과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려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 이 글은 새롭게 시도되는 암 치료법을 소개한 것으로, 의학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치료법은 아님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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