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호

고난도 수술법 익히는 중증 외상 전문의 산실

PART 4 고려대 구로병원 - 현장취재Ⅰ 중증외상교육센터

  • 입력2015-11-24 11:2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복지부 지정 외상 전문의 집중육성 수련병원
    • 외상 전용 중환자 병상, 수술실 갖춰
    고난도 수술법 익히는 중증 외상 전문의 산실

    고려대 구로병원 중증외상교육센터는 외상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현재 수련의 7명이 외상 전문의의 지도를 받는다. 사진제공·고려대 구로병원

    어느 날 중년 남성이 중증외상교육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고려대 구로병원을 처음 방문한 외래환자였다. 오종건 중증외상교육센터장이 남성의 걸음걸이를 주시했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성이 바지를 걷어 올리자 다리의 형체가 드러났다. 오 센터장의 표정이 금새 어두워졌다. 빳빳하게 굳은 다리근육,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비틀어진 골격, 수많은 수술 자국이 상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족히 수십 번은 수술받은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 센터장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1988년 불의의 사고로 다리를 다친 이 남성은 올해 초까지 모두 70차례 수술을 받은 중증외상 환자였다. 검사를 마친 오 센터장은 ‘다리 절단’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중년 남성은 체념한 듯 눈을 감았다.

    외상 판별 이송 시스템 부재

    오 센터장은 “중증외상교육센터를 찾는 환자 중 절반은 최소 한 차례 수술을 받은 사람들”이라며 “전문적으로 치료받지 못한 탓에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병에 묶인 채 살아간다”고 말했다. 중년 남성이 28년간 70번 다리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오 센터장은 “외상 환자가 발생하면 외상의 정도에 따라 어느 병원으로 이송할 것인지 현장에서 판별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엔 이송 시스템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중증외상 환자가 외상 전문의가 없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전문적으로 치료를 받지 못해 외상이 악화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문제는 또 있다. 외상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외상 전문의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외상 분야를 지원하는 인력이 적기 때문이다. 외상 분야는 업무 강도가 센 데다 고난도 수술을 해야 해 수련의가 기피하는 전공 중 하나다.

    고난도 수술법 익히는 중증 외상 전문의 산실

    오종건 중증외상교육센터장은 “우리나라 외상 체계가 한 단계 도약하려면 외상 전문의 양성과 이송 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설령 수련의가 외상 분야를 지원했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이들을 전문적으로 교육할 수련병원이 마땅치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부는 외상 전문의 양성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그 결과, 지난해 3월 26일 고려대 구로병원이 서울 지역의 외상 전문의 집중육성 수련병원으로 지정됐다. 구로병원은 함께 응모한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삼육병원을 제치고 전국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고무적인 사실은 구로병원이 중증외상교육센터를 중심으로 한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갖췄다는 점이다. 중증외상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응급의료센터, 정형외과, 외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의료진이 협진하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오 센터장을 비롯해 김남열 교수 등 저명한 외상 치료 전문의가 외상 분야를 이끈다. 외상 환자 맞춤형 인프라를 구축한 것도 자랑거리다. 구로병원은 대형 병원에서 보기 드물게 외상 전용 중환자 병상과 수술실을 갖췄다.

    구로병원이 중증외상 분야에 투자할 수 있었던 요인은 지역 특수성에 있다. 병원이 위치한 구로구는 영등포구와 함께 전국에서 외상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교통사고가 잦은 데다 인근에 구로공단이 있기 때문이다.

    외상 전문의 수급 문제 해소

    중증외상교육센터의 목적은 외상 전문인력 양성이다. 궁극적으로는 외상환자가 전문적으로 치료받는 것이다. 고려대 구로병원이 중증외상 전문의뿐 아니라 장기 군의관까지 수련시키는 이유다. 현재 중증외상교육센터에서 교육을 받는 수련의는 총 7명. 이들은 외상 전문의 지도에 따라 중증외상 환자를 진료한다. 권역외상센터 주관 학술활동과 복지부 관련 프로그램, 외상 분야 교육 및 학술활동에도 참여한다.

    괄목할 점은 중증외상교육센터가 갖는 의미다. 구로병원은 중증외상교육센터를 통해 국내 외상 전문의 수급 문제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청사진도 마련했다. 구로병원은 중증외상교육센터를 발판 삼아 ‘중증외상센터 시대’를 준비한다. 서울 서남부 지역 중증외상센터로 격상돼 제대로 된 이송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오 센터장은 “외상 전문의를 양성하고 지역 병원과 연계해 이송 시스템을 개발하면 중증환자가 치료를 전문적으로 받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줄어들 것”이라며 “우리나라 외상 체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중증외상교육센터가 구심점 노릇을 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