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호

팟캐스트 시작한 ‘땅콩집’ 원조 이현욱 건축가

  • 글·강지남 기자 larya@donga.com,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2015-11-24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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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팟캐스트 시작한 ‘땅콩집’ 원조 이현욱 건축가
    작더라도 ‘내 집’ 짓고 살기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의 원조는 이현욱(45) 광장건축 대표·이현욱의좋은집연구소(이집소) 소장. 그는 2011년 고(故) 구본준 한겨레 기자와 함께 3억 원으로 ‘땅콩집’(한 필지에 두 가구의 건물을 붙여 지은 듀플렉스 홈(duplex home))을 지은 경험담을 책으로 펴내 ‘전셋값으로 내 집 짓기’ 열풍을 일으켰다.

    이 소장은 최근 개그맨 고명환과 함께 ‘집.꿈.땅’이란 타이틀을 내건 팟캐스트를 시작했다. 6000여 개 팟캐스트가 모인 ‘팟빵’에서 에피소드 8회 만에 130위로 뛰어오를 만큼 반응이 좋다. 팟캐스트에서 용적률과 건폐율의 개념을 소개하고, 무조건 신도시로 빈 땅을 찾으러 다닐 게 아니라, 도심 속 낡은 집(일명 ‘두꺼비집’)을 고칠 생각도 해보라고 권한다. 그는 “강연 요청에 일일이 응할 수 없어 라디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 용인 동백에 지은 땅콩집 1호로 ‘단박에’ 뜬 게 아니라고?

    “그전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철근으로 지은 죽전 ‘모바일홈’은 겨울철 난방비가 100만 원이 훌쩍 넘을 정도로 단열에 실패했고, 두 가구를 위아래로 붙인 국내 최초의 목조주택인 남양주의 ‘에코빌리지’는 층간 소음이 심했다. 이런 실패가 있었기에 단열성과 안전성 등이 뛰어난 목조로 이웃집과 ‘옆으로’ 붙여 한 달 만에 짓는 ‘이현욱식’ 집짓기를 할 수 있었다.

    ▼ 최근의 집짓기 트렌드는?



    “땅콩집이 혼자 있는 외콩집, 세 채 이상 붙은 완두콩집 등으로 다양해졌지만 핵심은 협소 주택이다. 작은 땅에 작은 집을 짓는 거다. 한 블록 전체를 땅콩집으로만 채우는 ‘마을 만들기’도 확산되고 있다. 2012년만 해도 동탄신도시에 동네 분위기를 흐린다며 ‘땅콩집 반대’ 현수막이 내걸렸는데, 지금 가보면 땅콩집이 더 많다. 집짓기에 관심을 갖는 세대층도 넓어지는 듯하다. 20대 연인들도 함께 땅 보러 다니더라.”

    ▼ 서울과 출퇴근 가능한 거리에 서민이 살 만한 땅이 지금도 남아 있을까.

    “내가 땅콩집 1호를 지은 2011년보다는 땅값이 올랐다. 하지만 지금도 고양, 용인, 동탄 등에 오르지 않은 땅이 많다. 신도시 부근 자연녹지 지역에서도 집 지을 만한 땅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발품을 팔아보라.”

    ▼ 다른 가족과 땅콩집을 지었다가 ‘이웃으로 살기 어렵겠다’는 결론에 이를 수도 있는데.

    “물론이다. 그래서 신도시 지구단위에 걸린 여러 제한을 풀 필요가 있다. 우선은 필지 분할을 어느 정도 허가해주면 좋겠다. 심지어 기와를 오렌지색만 할 수 있게 한 곳도 있다. 불필요한 제한이 없어야 주거문화가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다.”

    ▼ 집짓기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과시욕을 버리고 자기 능력에 맞춰 집을 지으라고 말하고 싶다. 집은 나중에 증축할 수도 있으니까. 내가 지금까지 설계한 가장 작은 집은 1층 7.5평, 2층 5평짜리 집이다. 청계산 등산로와 가까운데, 집이 정말 예뻐 등산객들이 카페로 착각하고 벨을 누른다고 한다(웃음). 그리고 건축가에게 설계를 맡기길 바란다. 건축가를 생략했다가 건축주와 시공자 사이에 싸움 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심지어 시공자가 바닥에 단열재를 넣지 않아 겨울에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집도 있다.”

    ‘집.꿈.땅’은 6개월간 시즌 1을 이어간다. 기초적인 건축 상식부터 땅을 보는 안목, 재테크로서의 집과 건물, 한국의 건축문화, 실제 집을 지어본 사람들의 경험담 등을 다룰 예정. 이 소장은 “궁금한 건 뭐든 이집소 홈페이지에 올려달라”고 당부했다.

    팟캐스트 시작한 ‘땅콩집’ 원조 이현욱 건축가

    이현욱 소장이 2011년 지은 경기도 용인의 땅콩집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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