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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학자 박혜성의 ‘행복한 性’

남녀 끓는 시간 차 6배

‘16분’ 느림의 미학

  • | 性학자 박혜성

남녀 끓는 시간 차 6배

남녀 끓는 시간 차 6배
진심으로 사랑하던 남자와 여자도 성격 차이로 이혼하곤 한다. 그런데 실상을 보면 ‘성격 차이’란 게 ‘성적 차이’인 경우가 많다. ‘성적 차이’란 게 뭘까. 결별을 결정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라면, 극복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성적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남녀의 호르몬만큼이나 중요한 생리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그 차이를 알면 자연히 극복 방법을 찾을 수 있다. 

1966년 윌리엄 매스터스(William H. Masters)와 버지니아 존슨(Virginia E. Johnson)이 ‘인간의 성 반응(Human Sexual Response)’이란 책을 출간했다. 여기서 ‘남녀의 성 반응’이란 유명한 그래프를 발표했다. 그들은 최초로 남녀 실험군의 성 반응을 측정해 그래프로 만들었고, 이를 4단계로 분류했다. 이 발견은 성의 혁명이었다. 남녀는 모두 ‘흥분기’ ‘고조기’ ‘오르가슴기’ ‘해소기’를 거치는데 시간에 차이가 있음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즉 남자는 평균 2분 30초, 여자는 평균 16분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성적 흥분은 남녀 모두 몸이 아닌 뇌, 즉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해야 일어난다. 성적인 열정이 불타오르기 위해선 먼저 뇌가 흥분해야 하고, 그 흥분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야 한다.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방법은 뭘까. 사랑, 칭찬, 감사, 감동, 이해, 미소, 웃음 등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말이나 행동이다. 짜증 나는 일이나 걱정거리, 화가 나거나 긴장된 상황에서는 교감신경이 활성화해 성욕이 죽어버린다. 이렇게 예민한 뇌를 행복하게 만들어야 성욕이 꿈틀거리기 시작해 남자는 발기되고 여자는 젖기 시작한다. 이것이 흥분기다. 사람의 부교감신경을 자극해야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


2분 30초와 16분

흥분된 다음은 고조기가 되는데, 남자는 완전히 발기되고 여자는 충분히 젖어서 삽입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고조기는 사람마다 시간차가 크다. 성적인 자극의 정도나 강도에 따라 짧을 수도 길 수도 있다. 때론 오르가슴까지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서 고조기에 다양한 테크닉과 기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 시간의 다양성이 오르가슴에 오르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 시기에 여성에게 부드럽고,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성적 자극을 해줘야 여성은 안심하고 오르가슴에 오를 수 있다. 성적 폭발, 클라이맥스, 절정에 오르기 위해 남자는 숨이 차더라도 여성에게 공을 들여야 한다. 그런데 여성에게 성적 자극이 충분하지 못하면, 물이 100도라는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하면 끓지 않듯이, 절정에 도달하지 못하고 해소기로 직행해버리는 여성들도 있다는 것을 성 반응 그래프에서 보여주고 있다. 

그다음이 오르가슴기인데, 이때 남자는 사정을 하고 여자도 오르가슴에 오르게 된다. 이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다. 불과 3~5초 동안 페니스나 음핵 주변의 근육이 0.8초 간격으로 3~8번 수축한다. 이 순간을 위해 남자는 여성에게 밥을 사고, 커피를 같이 마시고, 영화를 보고, 평생 돈을 벌어다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오르가슴의 느낌은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이고, 몸 안에 있는 모든 세포가 치유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황홀한 느낌이다. 이 느낌을 경험하면 그 사람과 헤어지기 어렵고, 그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고 모든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남녀가 동시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성관계는 엄청난 만족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여성이 이걸 느끼기가 쉽지 않다. 평생 못 느끼는 여성도 있다. 또한 대부분의 남성에게 오르가슴은 한 번이지만 여성은 여러 번 오르가슴을 느끼는 멀티오르가슴이 가능하다. 이것 또한 매스터스와 존슨이 처음으로 ‘인간의 성 반응’에서 발표했다. 

해소기는 두 사람의 육체가 평상시로 돌아가는 단계로, 이 단계에서 평화가 오고 남자는 잠에 곯아떨어지게 된다. 프로락틴이 감소하면서 코를 골며 졸게 된다고 해서 ‘Snorgasm’이라고 하는데, 진화생물학적으로 남자는 한 명의 여자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등을 돌리고 잔다고 한다. 즉 모든 수컷은 되도록 많은 암컷에게 씨를 뿌리도록 진화했지 암컷이나 새끼를 먹여 살리도록 진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직 인간의 여성만이 남성을 세뇌해서 평생 한 여자와 사랑하고 한 여자와 섹스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남성이 아닌 여성의 승리인 것이다.


‘Snorgasm’

어떤 이유로 성욕이 없거나 질이 젖지 않거나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남녀가 있어 그 상태가 오래가면 둘 사이에 성적 차이라는 게 생긴다. 흥분이 잘 안 되는 사람 중에 걱정이 많거나 부정적이거나 예민한 사람, 강박적이고 경쟁적인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성적으로 흥분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성욕이 없는 경우가 많고, 성욕이 있다고 하더라도 쉽게 발기가 안 되거나 젖지 않는다. 성욕이 없는 사람이 성욕이 강한 파트너를 방치하면 이혼이나 외도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부교감신경을 충분히 만족시키기 위해 칭찬, 감사, 감동, 이해, 배려를 해줘야 한다. 

오르가슴 장애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가장 흔한 것이 성 반응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기술이 부족한 경우다. 얼마나 오랫동안 애무나 피스톤 운동을 해야 하는지, 어디를 애무해야 하는지 잘 모르면 고무다리만 긁게 된다. 특히 남녀가 흥분해서 오르가슴에 오르는 데 2분 30초와 16분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남자 혼자 달리게 되고, 여자를 외롭게 만들 수 있다.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자는 미리 여성의 뇌를 흥분시키기 위한 칭찬과 사랑의 말과 스킨십을 해야 하고, 삽입 속도를 최대한 천천히 하며, 피스톤 후에 사정할 때까지 시간을 16분 이상 끌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여자가 성적으로 무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조물주의 뜻이다. 왜 그렇게 남녀가 차이 나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여자가 오르가슴을 먼저 느끼면 남자가 씨 뿌릴 기회를 놓치기 때문에 여자가 나중에 오르가슴을 느끼도록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남녀의 차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다. 필요에 의해 그렇게 진화했을 뿐이다. 가장 진화된 이 형태를 잘 활용하는 남녀가 있는가 하면,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원망만 하는 사람이 있다. 남녀의 차이는 서로 끌리게 하는 매력을 만들어 자석처럼 결합하게 하고 그 차이 때문에 서로 필요를 충족시키고 계속 사랑하도록 진화해왔다. 남녀의 차이를 알고 잘 활용하는 인간은 지혜롭고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인간은 지혜롭지 못하다.


남녀 끓는 시간 차 6배
박혜성
● 전남대 의대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 경기도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 대한성학회 이사
● (사)행복한 성 이사장
● 저서 :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 팟캐스트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박혜성의 행복한 성’ ‘이색기저섹끼’ 진행


신동아 2018년 11월 호

| 性학자 박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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