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호

김한길系 ‘결단’이 최대 변수

난파선 새정연號 험로

  • 엄상현 기자 | gangpen@donga.com

    입력2015-12-23 13: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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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승용 “사실상 분당, 文 책임져야”
    • 김한길 文-安 중재… ‘安 탈당’ 실패인가 의도인가
    • 김부겸 “문재인표 ‘野 통합’ 해법 내놔라”
    • 安, 신당 창당 대신 ‘千 신당’ 합류?
    김한길系 ‘결단’이 최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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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도공망(共倒共亡)’, 함께 무너지고 함께 망한다는 뜻이다.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처지를 빗대 당 안팎에서 회자되는 말이다. 말 그대로 위기다. 당 혁신안을 둘러싸고 계파별로 치열한 갈등을 보이더니 급기야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떠났다.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안 의원 탈당 이후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한때 당 공동대표를 맡았던 김한길 의원의 역할과 행보다. 당내에선 김 의원이 안 의원 탈당 직전까지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을 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의원들이 내놓은 ‘문-안 공동 비상지도체제’ 방안도 사실상 김 의원을 포함한 김한길계의 아이디어라는 것. 새정연 지도부 핵심 의원은 “김 의원이 안 의원의 탈당을 막지 못한 것은 결국 중재에 실패한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12월 11일이나 12일쯤 자신의 의견을 낸다고 했다가 취소했다. 김 의원이 나름대로 짜놓은 구상이 깨진 것이다. 아마도 김한길계는 문-안 공동 비상지도체제를 통해 지분 50%를 보장받으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안 의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다. 문 대표가 자신이 요구한 혁신 전당대회를 끝까지 받지 않으면 탈당하겠다고 했겠지.”

    ‘친노-文’ 고립 전략?

    일부에선 안 의원의 탈당이 김 의원이 짜놓은 각본에 따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안 의원은 탈당까지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김 의원이 이를 설득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 측과 가까운 한 정치권 인사는 “지난여름부터 은밀히 준비해온 것으로 안다”면서 “12월 말까지 매주 3~4명씩 조를 짜서 탈당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2월 설 전까지 신당을 창당하면서 이슈를 주도할 계획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새정연에 남은 친노와 문 대표를 철저히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이야기다.
    이 시나리오는 김한길계의 연쇄 탈당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현재 당내에서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의원은 주승용, 노웅래, 최원식, 최재천, 민병두, 변재일, 오재세 의원 등 10여 명. 안 의원 탈당 직전 최고위원직을 내던진 주승용 의원은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호남지역과 김한길계의 전폭적인 지지로 최다 득표로 당선돼 수석최고위원이 됐다. 이후 주 의원은 최고위원회에서 김한길계와 호남지역 정서를 대변했다. 이 과정에서 문 대표와 극한 대립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주 의원의 말이다.
    “아직 탈당은 생각하지 않는다. 탈당은 최후의 선택이다. 누가 탈당하고 싶겠나. 문재인 대표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결단을 내려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그나마 봉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대로 가면 2016년 총선에서 야당은 전패다.”

    ▼ 호남지역 의원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나.
    “호남지역 민심이 무척 안 좋다. 지금보다 더 안 좋아지면 결행하는 분도 나올 것이다.”

    ▼ 당의 미래에 가장 큰 변수를 꼽는다면.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다. 그 파괴력에 따라 탈당 규모도 결정될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지지부진하다면,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통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 의원이 탈당했다고 뒤에서 막말하고 총질하는 것도 문제고, 나간 사람이 자신이 몸담았던 당에 대해 막말하는 것도 정치 도의상 맞지 않다.”

    ‘통합행동’ 결단 내릴까

    당내 중도성향의 중진급 의원들로 구성된 ‘통합행동’의 향후 행보도 새정연의 미래와 직결된다. 박영선, 조정식, 민병두, 송영길, 김영춘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 상당한 파괴력을 지닌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동안 이른바 ‘빅텐트’론을 내세우면서 야권 대통합을 주장했다. 새정연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천정배 의원과 칩거 중인 손학규·정동영 두 전직 대표를 포함해 모든 재야세력이 모여서 통합 전당대회를 치러 야권을 통합해야 한다는 것. 안 의원의 탈당을 막기 위해서라면 ‘혁신 전대’라도 수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김부겸 전 의원은 12월 14일 섬영을 내고 문 대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다음은 성명 내용 중 일부다.
    ‘안철수 전 대표를 보냈다고 문재인당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쉽게 ‘혁신’이라는 구호를 내세워 분열 상황을 얼버무리고 책임을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온건파'로 분류되는 김 전 의원으로서는 이례적인 행동이다. 김 전 의원을 포함해 통합행동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안 의원과 가깝다. 김 전 의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 안철수 의원의 탈당을 어떻게 보나.
    “그 양반이야 정치를 금방 시작한 사람이니까,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그만둘 수 있지. 하지만 우리는 신중해야 한다. 정치지형 자체가 야권 다 합쳐도 부족하다. 야권이 돌이킬 수 없는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고민하고 추스르고 수습하는 게 우리 몫이다.”

    ▼ 성명을 냈는데, 어떤 의미를 담은 건가.
    “총선이라는 시험을 이 상태로 치를 수는 없지 않은가. 제1야당 대표의 임무가 당내에서 시비 거는 사람들 정리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당을 이렇게 만들어놨으면 수습할 책임도 있는 것 아닌가.”


    김한길系 ‘결단’이 최대 변수

    11월 16일 당내 통합과 혁신, 범야권 통합을 위한 기구 구성과 운영을 촉구한 ‘통합행동’ 소속 의원들. 동아일보

    ▼ 문 대표가 아직도 통합을 이끌어갈 수 있다고 보나.
    “당내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야권 전체가 천지사방으로 흩어져 이대로는 국민으로부터 버림받을 게 확실해졌다. 문 대표의 책임은 이제 역사적인 책임이 돼버렸다. 문 대표는 사퇴 요구에 ‘내가 물러난다고 답이 있느냐’고 거부하지 않았나. 그럼 이제 문 대표가 답을 내놔야 한다.”

    ▼ 문 대표의 해법을 보고 판단하겠다?
    “만약 문 대표가 혁신을 빙자해 친노 세력의 기득권을 챙긴다면 나도 그렇지만 당내 여러 정치인, 그리고 국민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안 의원에 이어 탈당할 의원이 얼마나 될지도 향후 야권의 판도를 결정지을 변수 중 하나다. 12월 15일 현재 탈당이 기정사실화한 의원은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 3명 정도다. 김동철 의원 등 일부 추가 탈당 움직임이 있지만 대부분 관망세로 돌아섰다. 안 의원을 적극 지지하면서 문 대표 비판에 동참한 호남지역 비주류 의원들도 마찬가지.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당을 떠나도 안철수 신당은 물론 천정배 신당(가칭 ‘국민연합’)에 합류하기도 어렵다. 당 혁신안을 기준으로 ‘하위 20%’에 걸려 공천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은 의원들인 만큼 ‘참신한 인물’을 내세워야 할 신당의 전략과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호남 비주류 의원들은 마땅히 안착할 ‘둥지’를 찾기 전까지는  탈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울 및 수도권 의원들도 정치역학구도상 탈당을 선택하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들의 지역구는 호남 출신 유권자가 많아 ‘호남 민심’의 향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문 대표를 중심으로 결집한 친노 성향의 ‘혁신표’ 없이는 총선에서 당선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결국 ‘호남표’와 ‘혁신표’ 둘 다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이다.
    물론 안 의원을 지지하는 표도 있지만 분명한 한계가 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안철수 지지층은 무당파가 대부분”이라며 “이들은 결집력도 약하지만 정작 투표일에 투표할지 안할지도 몰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할 만한 조직은 물론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천정배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친다. 천 의원이 이미 상당기간 전국적으로 조직을 갖추고 인재 영입 작업도 벌여온 만큼 자연스럽게 올라타는 게 합리적일 수 있다는 것. 비중 있는 인물이 한 사람이라도 절실한 천 의원 처지에서도 안 의원의 편승은 ‘천군만마’를 얻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文, ‘혁신 경쟁’ 승산 있다?

    실제로 ‘친안(親安)’으로 분류되는 문병호 의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으로 예전부터 천 의원과 무척 가까운 사이다. 유성엽 의원은 최근 천 의원이 주도하는 신당인 ‘국민회의 창당 발기인대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천 의원도 안 의원 탈당 소식을 접한 후 “야권을 재구성하고 총선과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내일의 희망을 만들 수 있는 정치를 해보겠다는 의지를 가진 분들에게 늘 함께하자고 한다”면서 “그런 의미에서 유력한 지도자 중 한 분인 안철수 의원과도 얼마든지 같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 의원 측은 천 의원과의 연대 또는 천정배 신당 합류에 대해서는 후순위로 미뤄놨다고 한다. 안 의원의 한 측근은 “당분간 창당 계획은 없다. 안 의원이 돌고 돌아 2012년 9월로 돌아왔다. 그걸 얼마나 진솔하게 설명하고 제도와 정책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면서 “호남 문제와 천정배 의원과의 관계는 한참 후순위”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난관에 봉착한 문 대표는 어떤 선택을 할까. 문 대표 측은 김한길계를 중심으로 20명 정도가 탈당해 안 의원과 함께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여기에 천정배 신당까지 합치면 상당히 위력적인 세력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 대표 측은 이런 상황이 온다면 결국 안 의원과 ‘혁신표’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치를 수밖에 없을 텐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문 대표는 현재 인재영입위원장을 겸한 상태다. 혁신안대로 하위 20%를 걸러내고 일부 의원들이 탈당하면 빈 자리가 생긴다. 여기에 선거구 개편으로 자리가 더 늘어나면 외부 인재를 탄력적으로 영입할 수 있다. 참신한 사람이 많이 들어오면 ‘혁신 경쟁’에서 안 의원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결국 문 대표 측은 정면 돌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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