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호

‘낙점說’ 3인 도덕성 논란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5-12-24 15: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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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술자리 발언 ‘보고’에 보답?
    • 강용석, 스캔들 불구 ‘이름값’ 기대?
    • 안대희, ‘법피아’ 논란에도 김무성 견제用?
    ‘낙점說’ 3인 도덕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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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사람 보는 눈’ 하나는 알아줬다. 그가 잘한 일의 하나가 ‘인재 영입’이다. 알고 보면, 노무현, 이명박, 손학규, 이인제, 김문수, 이회창 모두 ‘YS 키즈’다.    
    집권 새누리당은 4월 총선에 어떤 ‘신상’을 선보일까. 최근 ‘이준석 (서울) 노원 차출, 강용석 (서울) 용산 공천, 안대희 (부산) 해운대 낙점’설(說)이 신호탄 격으로 흘러나왔다.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은 이들의 지명도를 내세운다. 반면 인성이나 도덕성 논란을 이유로 이들에게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준석(30)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은 2012년 대선 때 손수조와 함께 영입된 ‘박근혜 키즈’다. 대선 후 그는 종합편성채널에서 ‘전 비대위원’ 직함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까는’ 것으로  존재가치를 유지한 듯하다. 자기편 공격하는 내부자는 희귀한 존재라 언론에서 잘 ‘팔린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대표를 “제일 존경하는 의원들 중 한 분”으로 치켜세웠다. 반면 ‘창조경제’ 같은 박근혜 트레이드마크를 “승자 독식”이라며 비교적 일관되게 ‘디스’ 했다.  
    이준석 전 위원의 부친은 유승민 의원과 고교 동기이고, 그는 이 인연으로 유 의원실 인턴, 당 비대위원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 파문으로 박 대통령과 남남이 되다시피 했는데, 이 전 위원은 김무성-유승민 라인에 가까운 것으로 비친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은 이 전 위원에 대해 “틈날 때마다 박근혜 정부를 비판해온 분 아니냐. 경력이라곤 하버드대 나온 것밖에 더 있나?”라고 말했다.

    “할 말, 안 할 말이 있지”

    ▼ 클라세스튜디오라는 벤처회사도 경영한다는데….
    “그건 뭐, 실체도 잘 모르겠고. (일부 언론은 ‘이 회사의 홈페이지와 상품이 초라하고 오피스텔 사무실이 자취방 같았다’고 보도했다.) 좌파 패션 흉내 내고 대통령 비판해온 사람을 언론 좀 탔다고 여당이 공천 준다? 무엇을 위한 쇄신인지 의문이다.”

    ▼ 이 전 위원이 음종환 전 행정관의 술자리 발언을 김무성 대표에게 전하기도 했는데.  
    “해선 안 되는 일을 한 거다.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를….”

    ▼ ‘보고’했다? 정치 도의적으로 부적절하다?
    “이 전 위원은 음 행정관에게 부탁도 하고 친하게 어울려 다녔을 것 아닌가. 밤 12시쯤까지 술자리에 같이 있었고.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그런 사이에 술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반대편에게) 공개한다? 아예 어울리질 말든지.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2015년 1월 정윤회 문건 파문 때 이 전 위원은 “문건 파동 배후는 김무성과 유승민”이라는 음 행정관의 말을 김 대표에게 전했다. 당시 김 대표 측과 음 행정관이 껄끄러운 관계라는 건 여권에선 알려진 일. 김 대표 측은 음 행정관에게 ‘두고 보자’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대표는 ‘K, Y, 음종환’이라고 적은 수첩을 고의인지 아닌지 카메라 기자에게 포착당해 대서특필되게 했다. K는 김무성, Y는 유승민이다.
    음 행정관은 이 전 위원이 말을 잘못 옮겼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 전 위원은 음 행정관에게서 받았다는 협박성 문자메시지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다. 음 행정관의 사퇴 쪽으로 기운 뒤엔 “협박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발 뺐다. 음 행정관은 “나는 (이준석처럼) 언론 플레이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전 위원은 김 대표 측의 눈엣가시를 빼준 셈이다. 황장수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당 핵심부 오만하다”

    “당시 김 대표 처지에선 청와대를 세게 한번 흔들 필요도 있었는데, 이 전 위원이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준 셈이다. 이 전 위원이 그런 역할을 했다면, 그리고 이번에 공천을 받는다 어쩐다 하면, 이건 공당(公黨)이 아니다.”
    최근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인 전·현직 서울시당 위원장들은 ‘이준석 노원병 차출’을 띄운다. 한 여권 인사는 “이준석이 청년 세대가 공감할 어떤 애환이나 사회경력을 쌓았는지 의문”이라며 “이준석 공천이 20~30대에게 좌절감을 줄지 모른다”고 말했다.  
    최근 ‘여권 핵심부가 지명도 높은 강용석 전 의원을 서울 용산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시키기로 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고 사퇴한 진영 의원의 지역이어서 해석이 분분하다. ‘강용석으로 진영을 친다’는 설이 있다.
    당 일각에선 여자 아나운서 비하 발언과 불륜 공방으로 논란을 일으킨 강씨가 당의 후보로 적합한지에 의문을 제기한다. 강 전 의원은 의원 시절인 2010년 ‘여자 아나운서는 다 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고, 2015년 ‘도도맘’으로 알려진 유부녀 A씨와의 불륜 논란에 휘말렸다. A씨의 남편 조모 씨는 2015년 1월 강 전 의원과 자신의 아내가 불륜을 저질러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면서 소송을 냈다. 강 전 의원과 A씨 간 문자메시지 중엔 “근데 매일 봐도 되나?”(강), “누구한테 말 안 하고 카톡만 잘 지우면 별문제 없긴 하죠”(강), “대기조는 부르면 뛰어가야죠”(A), “문제긴 하죠. 정들어서”(A) 등의 문자도 오갔다.
    두 사람의 홍콩 여행 의혹에 대해 강 전 의원은 “내 여권에는 홍콩에 다녀온 도장이 찍혀 있지 않다”고 언론에 말했다. 호텔 수영장 사진이 공개된 후 A씨는 “홍콩에서 만났지만 그 이상의 관계는 아니다”라고 번복했다. A씨는 일본에서 강 전 의원 카드로 식사했다. 강 전 의원과 A씨는 불륜 의혹을 부인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문자메시지 내용, 홍콩에 간 적 없다고 한 점 등 유부녀와의 불륜 의혹에 대해 강 전 의원은 제대로 해명해야 한다. ‘문자 부분발췌’ 설명 정도론 안 된다”고 말했다. 당의 다른 관계자는 “강용석 공천 추진이 사실이라면 ‘당 핵심부’가 오만해진 것”이라고 했다.
    강 전 의원은 기자에게 “출마 지역으로는 서울 몇 곳을 생각한다. 용산에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의원이 되려는 이유의 하나로 “박원순 시장의 민낯을 드러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김무성의 대척점

    안대희 전 대법관은 2014년 전관예우 논란으로 국무총리 후보에서 물러난 뒤 이번 총선 때 부산 해운대에서 출마할 것으로 알려진다. 그의 측근은 “‘야당 상황도 있고 하니 서두르지 말아달라’는 당 지도부의 요청이 있어 해운대 출마 기자회견을 연기했다. 그러나 해운대 출마 의지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당 안팎엔 그의 출마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많다. 그의 ‘5개월 16억 원 변호사 수입’은 김용준(전 총리 후보), 정동기(전 감사원장 후보)의 ‘7개월 7억 원’보다 훨씬 많은 ‘슈퍼 전관예우’다. 황장수 소장은 “도덕성 하자로 총리 후보에서 떨어졌으면 자중해야지. ‘부산의 강남’인 해운대에 나가겠다니…. 더구나 청문회 전에 사퇴하는 바람에 풀지 않은 의혹보따리도 많다”고 말했다.
    총리 후보 지명 당시 야당은 납세증명서 등을 근거로 변호사 수입을 제대로 신고했는지, 세금을 제대로 냈는지 따져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안 전 대법관의 자진사퇴로 ‘다운계약서 탈세’ 논란을 비롯한 갖가지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국세청 세무조사감독위원회 위원장 시절 나이스 홀딩스의 법인세 취소 소송을 맡은 이력도 꺼림칙하다.
    안 전 대법관은 2014년 5월 총리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수임료 11억 원의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그는 최근 “일부 금액을 기부했다”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 친박계 인사는 “중량감 있는 안대희를 당선시켜 차기 대선 때 부산·경남에서 김무성의 대척점에 세우겠다는 ‘깊은 뜻’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무성계는 술자리 대화를 ‘보고’한 이준석을, 보이지 않는 여권 핵심은 진영을 손봐줄 강용석을, 친박계는 김무성을 견제할 안대희를 각각 민다? 사실이라면 그들만의 절묘한 나눠먹기다.
    양승함 연세대 정외과 교수는 강 전 의원에 대해 “사람이 도덕적으로 완벽할 순 없지만 큰 물의를 일으킨 분을 공천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전 대법관에 대해선 “총리가 못될 사유가 있어도 국회의원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인데 자가당착 아니냐”고 반문했다. 양 교수는 “정당이 정략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면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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