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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에 카메라 다섯 개?

불붙는 스마트폰 카메라 경쟁

  • 김혜미 이데일리 기자 pinnster@edaily.co.kr

스마트폰 하나에 카메라 다섯 개?

  • 3월 중국 전자업체 화웨이가 스마트폰 후면에 카메라 세 개를 단 P20프로를 공개했다. 10월 LG전자는 전면에 카메라 두 개, 후면에 세 개를 각각 장착한 V40ThinQ로 맞섰다. 이어 삼성전자도 뒷면에만 카메라 4개를 탑재한 갤럭시 A9을 내놨다. 세계 유수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앞 다퉈 카메라 개수를 늘리는 이유를 살펴봤다.
스마트폰 하나에 카메라 다섯 개?
“도대체 뭐가 달라졌다는 거야?”

올 초 삼성전자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동통신 박람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8’에서 갤럭시S9을 공개했을 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다. 바로 전년도 공개한 갤럭시S8보다 베젤(bezel·화면 테두리)을 아주 약간 더 좁히고, 지문인식 위치를 바꾸고, 라일락 퍼플 색상을 새로 선보였을 뿐 언뜻 보기에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내구성을 높인다고 두께를 8.5mm로 기존보다 0.5mm 더 두껍게 했고, 무게 또한 163g으로 전작(155g)보다 무거웠다.


카메라 성능을 혁신적으로 높여 출시 당시 화제를 모은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9, S9+.

카메라 성능을 혁신적으로 높여 출시 당시 화제를 모은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S9, S9+.

삼성전자가 그때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들에게 내세운 게 바로 카메라다. 갤럭시S9 카메라는 갤럭시S8보다 28% 더 밝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고, 셔터를 누를 때마다 한 번에 4장씩 서로 다른 밝기로 3번을 촬영, 총 12장의 사진을 하나로 합성해 가장 좋은 결과물을 내놨다. 그런가 하면 갤럭시S9보다 좀 더 고급 모델인 갤럭시S9+(플러스)에는 듀얼 카메라를 탑재했다. 갤럭시S9+는 F1.5와 F2.4의 듀얼 조리개와 슈퍼 픽셀 이미지센서, 초당 960프레임의 슈퍼 슬로모션 기능 등으로 프랑스 카메라 전문 분석업체 DxO 마크로부터 당시 최고 점수 99점을 받았다.

하지만 소비자는 갤럭시S9에 대해 ‘혁신이 없다’고 평했다. 굳이 사용하던 폰을 바꿀 이유를 모르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갤럭시S9 판매량이 전작은 물론 예상보다 좋지 못한 배경이 됐다.


세계 최초 트리플 카메라

세계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한 중국 스마트폰 P20프로.

세계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한 중국 스마트폰 P20프로.

최근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는 중국 업체들이 선도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가장 먼저 주목할 만한 신기술을 채용하고, 그 뒤에 세계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가 이어받고, 가장 나중에야 애플이 이를 적용한다. 중국 업체들이 업계 후발주자이다 보니 눈에 띄려면 혁신 기술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베젤을 최소화하고자 카메라 모듈을 스마트폰 상단에 살짝 숨긴 건 중국 비보사 에이펙스(Apex)가 최초였다. 디스플레이 내장 지문인식 기술도 중국 업체의 스마트폰에 가장 먼저 쓰였다. 삼성전자나 애플은 이제 신기술을 자랑하기보다 품질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않으면 채용하지 않는 태도를 취한다.

카메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올 초 삼성전자가 갤럭시S9을 공개한 지 한 달 정도 만에 화웨이는 영국 런던에서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P20, P20프로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갤럭시S+시리즈처럼, P20프로도 좀 더 향상된 기술을 자랑한다. P20프로는 세계 최초로 후면에 3개의 카메라, 이른바 트리플 카메라를 채택했다.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X에 처음 도입한 노치(notch) 디자인도 적용했다. 노치는 ‘V자 형태로 파인 홈’을 가리키는 단어다. 애플은 아이폰X 개발 당시 화면 크기를 극대화하면서 다양한 센서를 탑재하려고 액정 윗부분을 잘라낸 듯 보이는 디자인을 개발했다. 이것을 화웨이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처럼 타사 스마트폰이 선보인 것 중 가장 좋은 것을 택하면서 동시에 기존에 없던 변화(트리플 카메라)까지 선보인 화웨이의 전략은 주효했다. 화웨이는 P20프로로 DxO 마크의 카메라 점수 109점을 받아 삼성이 갖고 있던 최고점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중국산 스마트폰이 더는 ‘싸구려’가 아니며 첨단 기술의 선봉에 있다는 걸 확인시켰다. 화웨이는 2분기 유럽에서 스마트폰을 670만 대 이상 팔면서 시장점유율에서 애플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확산이 세계인의 일상에 가져온 큰 변화는 언제 어디서나 사진 찍기가 쉬워졌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늘 휴대하고 있고, 카메라에 비해 손에 들고 다니기 간편하면서 남과 사진을 공유하기도 쉽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하면서 스마트폰 경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각’이 됐다.

오늘날 사람들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가장 많이 공유하는 게 음식 사진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지인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수저를 들려다 “잠시만 있어봐. 나 사진 좀 찍고”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널리 보급됐을 때도 이 같은 일이 있긴 했지만 지금처럼 일반화하지는 않았다.

음식 사진 공유 열풍은 여러 해프닝도 낳았다. 지난해 영국 버크셔의 미슐랭 3스타 셰프 미셸 루는 자기 레스토랑에서 음식 사진 촬영을 전면 금지했다. 음식이 가장 맛있는 순간에 사진을 찍느라 맛을 놓친다는 게 이유였다. 그의 음식 사진 촬영 금지 방침이 세계적인 이슈가 되면서 지금까지도 찬반 논란을 낳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 기능 중 가장 널리 쓰이는 게 사진 촬영이다 보니 카메라 품질이 스마트폰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분위기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 이도 많다. 이에 따라 음질 역시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하지만 음악은 어떤 헤드폰을 사용하는지, 음원을 고품질 MP4 파일로 선택하는지 아니면 스트리밍을 선택하는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반면 사진은 촬영 즉시 품질을 판단할 수 있고, 그 순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스마트폰 자체 기술이 매우 중요하다.


카메라 늘어나면 뭐가 좋지?

LG전자가 10월 출시한 스마트폰 V40ThinQ. 전면 2개, 후면 3개 등 총 5개 카메라를 장착했다.

LG전자가 10월 출시한 스마트폰 V40ThinQ. 전면 2개, 후면 3개 등 총 5개 카메라를 장착했다.

그럼 다시 화웨이 이야기로 돌아가자. P20프로에 세계 최초로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한 후 화웨이가 세계적 화제를 모으면서, 애플을 제외한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 탑재 스마트폰 업계에는 카메라 개수 늘리기 경쟁이 시작됐다. 사실 지난해 MWC에 듀얼 카메라가 등장한 후부터 카메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긴 했다. 그러나 화웨이가 이 개수를 3개 이상으로 늘린 뒤부터 네티즌 사이에서는 “아예 스마트폰 전면을 다 카메라로 채우지 그러느냐”는 비아냥까지 일 정도다.

이쯤에서 의문이 생긴다. 스마트폰 카메라 개수는 왜 늘어나야 하는가, 그리고 늘어나면 정말 좋은가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스마트폰 카메라 2개, 3개라고 쉽게 말하지만 카메라는 각각 여러 개의 렌즈로 이뤄져 있다. 스마트폰에 카메라가 2개 장착됐다는 건, 달리 말하면 여러 개의 렌즈가 배열된 카메라가 2개, 즉 렌즈군(群)이 2개라는 얘기다. 생각해보면 디지털일안반사식(DSLR) 카메라는 하나의 렌즈군(群)으로 충분히 좋은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 개수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DSLR만큼 렌즈 크기가 크지 않고 상황에 따라 적절한 렌즈를 바꿔 끼울 수 없다는 데 있있다. 그래서 동시에 여러 개의 카메라를 기능별로 탑재해 그때그때 적절한 사진 촬영 모드를 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카메라 개수를 늘리면서 스마트폰 카메라의 취약점으로 지적됐던 저조도(low-light cpature) 문제도 크게 개선했다. 카메라 업계에서 좋은 카메라의 기준으로 삼는 것 중 하나는 ‘F값’이다. F값(Focal ratio number)은 렌즈의 초점거리를 렌즈 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1에 가깝게 낮아질수록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의미다. 즉 F값이 낮을수록 조리개가 크게 열려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생동감 있는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된다. 최근 스마트폰 최저 F값이 1.5까지 내려갈 만큼 기능이 좋아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탑재 카메라 개수가 같아도 기능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 P20프로는 라이카와 협업했다. 트리플 카메라는 각각 4000만 화소 RGB(레드, 그린, 블루) 센서와 2000만 화소 흑백센서, 800만 화소 망원센서로 구성됐다.

반면 최근 LG전자가 출시한 V40ThinQ 트리플 카메라는 각각 표준, 초광각, 망원렌즈로 구성됐다. 초광각렌즈는 107도 화각으로 왜곡을 줄이고, 1600만 화소 고해상도를 적용했다. 삼성전자가 중저가 모델로 내놓은 A7의 경우 똑같이 트리플 카메라를 장착했지만, 각각 표준 2400만 화소 카메라와 초광각 800만 화소 카메라, 500만 화소 심도 카메라로 구성됐다.

초광각카메라는 더 넓은 시야각을 담을 수 있어 움직이지 않고도 더 멀리까지 화면에 담을 수 있다. 망원렌즈는 멀리서도 원하는 피사체를 화질 저하 없이 찍을 수 있게 해준다. 어떤 카메라를 탑재했느냐에 따라 각 스마트폰 제조사가 무엇을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스마트폰 가운데 후면을 기준으로 카메라 개수가 가장 많은 것은 삼성전자의 2018년형 A9으로 카메라가 4개다. 중저가 스마트폰에 신기술을 먼저 탑재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최근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A9의 카메라는 각각 오토포커싱이 가능한 2400만 화소 기본 카메라와 배경을 흐릿하게 처리할 수 있는 보케(Bokeh) 기능을 담은 500만 화소 심도카메라, 800만 화소 초광각카메라, 1000만 화소 망원카메라 등이다.

지금까지 사진에 관해서만 이야기했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는 사실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4K 동영상 촬영, 슈퍼 슬로모션이나 영화 같은 품질의 동영상 촬영, 360도 영상, 3D 이미지, 사물을 자동 감지해주는 AI 카메라 등등. 과거에는 수백만 원짜리 DSLR 카메라에나 들어 있던 기능이 고스란히 스마트폰에 옮겨지고, 때로는 스마트폰에 들어 있는 기능이 고가의 DSLR 카메라에는 들어 있지 않기도 하다.


하드웨어만큼 중요한 소프트웨어

이 모든 기능은 하드웨어에 뛰어난 소프트웨어가 더해질 때 빛을 발한다. 애플이 이스라엘 소형 카메라 기술업체 링스(LinX) 등 카메라 기술 관련 업체를 꾸준히 인수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들의 기술력은 아이폰 성능을 좌우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주요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나 SNS 인플루언서가 인스타그램에 주로 아이폰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올리는 이유는, 애플이 구현하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색감, 선을 표현하는 기술 등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색을 선명하게 표현하는 것만으로는 사진 품질이 최고라고 말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가 카메라 성능을 얼마나 좌우하느냐는 단일 렌즈를 사용하는 브랜드의 스마트폰을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구글의 픽셀3와 픽셀3XL, 소니의 엑스페리아XZ3 등은 해당 브랜드의 최신 스마트폰이면서 후면 카메라가 하나뿐이다. 그럼에도 대체로 만족스러운 성능을 자랑한다.

스마트폰은 이제 우리 삶의 한 부분이 됐다. SNS가 존재하는 한 카메라가 스마트폰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를 담당하게 될 것도 분명하다. V40ThinQ 출시를 앞두고 LG전자가 9월 한국 및 미국의 20~44세 스마트폰 사용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 중 87%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중에서도 음식 촬영이 압도적이다. 한국 사용자의 65%가 음식 사진을 찍는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이렇게 좋아지면 DSLR 카메라는 필요 없어질까. 많은 카메라 전문가는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현실적으로 30~40배의 여행용 광학줌이나 65배, 83배, 90배, 125배 광학 울트라줌 카메라 같은 기능을 구현하기 어렵다. 빛을 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미지 센서도 크기가 1인치 이상인 것을 탑재할 수 없다. 장비 휴대성을 중시하느냐 또는 사진 품질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스마트폰 카메라와 DSLR 카메라는 각자도생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 2018년 12월 호

김혜미 이데일리 기자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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