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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증강사업 좌초·실패·부실… “KAI는 망하는 길로”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전력증강사업 좌초·실패·부실… “KAI는 망하는 길로”

  • ● “통수권까지 기망하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
    ● 인도네시아 철수하면 “KAI 재정으로 감당 못 해”
    ● “감사원 출신 사장이 방위산업 알겠나”
    ● 전작권 전환 대전제가 전력증강·국방개혁
전력증강사업 좌초·실패·부실… “KAI는 망하는 길로”
 “힘을 통한 평화는 군의 사명이며, 평화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강한 군대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의 날을 맞은 10월 1일 이렇게 말했다. 2019년 예산안에 대한 11월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힘을 통한 평화’를 역설했다. 안보를 등한시하지 않고 국방력을 튼튼히 해 평화를 견인하겠다는 뜻이다.


속도 내는 ‘전작권’ 전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도 속도를 낸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10월 31일 미국 펜타곤(국방부 청사)에서 제50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를 열고 ‘미래지휘구조 기록각서(MFR) 개정안’에 서명했다. 한미는 전작권 전환 과제 중 하나이던 미래연합군사령부 창설에 합의했다. 미래연합사는 국군 대장이 미군을 지휘하는 형태다. 국군 대장이 사령관, 미군 대장이 부사령관을 맡는다.

한국은 6·25전쟁을 유엔사 깃발 아래 치렀다. 국군, 유엔군 전투지휘 체계를 일원화한다는 명목으로 국군통수권을 보유하면서도 작전권을 유엔군 사령관에게 위임했다. 정전(停戰)체제가 이어지면서 유엔사 역할은 사실상 정전 관리로 국한됐으며 1978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본떠 한미연합사가 창설됐다. 정전체제→평화체제 중간 과정으로서 논의가 이뤄지는 종전선언과 맞물려 유엔사 존폐 문제와 일본으로의 이전이 거론된다.

유엔사는 한미연합사와 주한미군의 몸통 격이다. 한미연합사는 유엔사로부터 위임받은 한미 양국 작전부대에 대한 전작권을 행사해왔다. 유엔사가 폐지되면 한미연합사 존재 명분이 약해지고 주한미군 역할 및 기능도 불명확해질 수 있다. 한미 국방장관은 10월 31일 전작권 전환 이후를 대비한 연합방위지침도 공표했다.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사 해체, 미군 전시 지원 여부 등과 관련해 제기되는 우려를 연합방위지침을 통해 덜었다.


“‘자주’ 하겠다면서 ‘전력증강 실패’ 방치”

전작권 전환을 대비하고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국방개혁 2.0’과 ‘방위산업 혁신계획’이 궤도에 올라 성과를 내야 한다. 3축 체계(킬 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 보강과 국군 주도 전구작전 수행능력 향상도 필요하다.

문제는 ‘전작권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핵심 전력증강사업이 실패했거나 좌초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작권 조기 전환에 반대하는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는 “눈(目)도 없는(독자 정찰 능력을 갖추지 못한) 국군이 미군을 어떻게 지휘하느냐”면서 “힘을 통한 평화가 가능하려면 ‘국방개혁 2.0’을 뒷받침할 전력증강사업이 성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 때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한 남북 군사 분야 합의 대전제도 대북 군사 우위다. ‘신동아’가 입수한 김종대 의원(정의당)의 ‘2018 예산심사보고서’ 등에 따르면 ‘충격적이게도’ 대북 군사 우위의 뼈대가 될 425사업(정찰위성), 차기 군단·사단·대대급UAV(무인기), 한국형전투기(KFX), 육군 기동헬기 수리온, 상륙 기동헬기 마린온, K-11 소총, 공군 장거리 레이더, 소부대 무전기 사업 등이 공히 좌초·실패했거나 부실하다.

전작권 전환에 찬성하는 김종대 의원의 우려는 다음과 같다.

“문제가 심각한 것은 국방개혁 2.0의 핵심인 북핵 대응과 미래 합동작전 구현을 위한 부대·전력·병력구조 개편이 실패·좌초·부실한 전력증강사업에 기초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력증강사업의 핵심인 KFX 사업은 국방 및 방위사업 정책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김 의원은 “KFX 사업은 통수권까지 기망하고 있다”면서 “KFX 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 “실태 조사와 함께 즉각적으로 플랜B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성민 대표는 “한국 방위산업이 미래를 상실한 지 오래다. 보수는 ‘방위’산업과 ‘토목’공사를 혼동했으며, 진보는 ‘자주’를 하겠다면서도 ‘전력증강 실패’를 방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작권 전환에 각각 찬성, 반대하는 두 사람이 같은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공군 과욕, ADD 무책임, 방사청 무능력”

전력증강사업 좌초·실패·부실… “KAI는 망하는 길로”
KFX 사업은 2001년 3월 김대중 정부가 제안했다. 국군 합동참모본부는 2002년 12월 KF-16+급 국산 전투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타당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16년이 지난 상황에서 KFX 사업의 오늘을 보면 KIDA의 지적이 일부 적절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문 대통령도 국회의원 시절 KFX 사업을 질타했다. 2015년 10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문재인 의원’은 “(미국의 4대 핵심 기술 이전과 관련해) 기술 이전이 가능하다는 기대를 하고 사업계획을 세웠는데, 그 전제가 무너졌다. 이제 와서 자체 개발할 수 있다면서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면 되겠느냐”고 꾸짖었다.(2015년 10월 31일자 동아일보 참조)

KFX는 18조 원을 투입해 쌍발 엔진 전투기 120대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 F-35 사업과 KFX 사업을 비교해보자. F-35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록히드마틴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다르게 F-16, F-117, F-22 등 미군 주력 전투기를 생산한 경험을 가졌다. F-35 프로젝트는 2001년부터 개발비 70조 원을 투입하고 450조 원을 들여 500여 대를 양산하는 사업이다. 18조 원으로 단발 엔진 전투기보다 개발이 어려운 쌍발전투기를 120대 생산하겠다는 목표는 미국이 투입하는 예산과 비교해봤을 때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개발비 내지 않는 ‘파트너’ 인도네시아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6년 6월 22일 대전 항우연 저속풍동시험실에서 KFX의 기체 형상 설계를 위한 풍동시험에 착수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16년 6월 22일 대전 항우연 저속풍동시험실에서 KFX의 기체 형상 설계를 위한 풍동시험에 착수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김종대 의원은 공군의 과욕,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무책임, 방위사업청의 능력 부족이 결합해 무모한 계획이 수립됐다면서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①공군은 개발비용이 2조 원 넘게 드는 쌍발 형상과 5세대 전투기 수준의 내부 무장창(전투기 내부에 직접 수납하는 무장)을 요구했다. ②ADD는 미국이 4대 핵심 기술 이전을 거부하자마자 AESA 레이더를 포함한 체계통합 기술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③방위사업청은 ADD의 기술 확보에 대한 정확한 타당성 검토 없이 추진했다.

스웨덴 사례를 보자. 스웨덴은 1950년대부터 2·3·4세대 전투기 2000대를 개발·생산한 전투기 분야 ‘강국’이다. 스웨덴 공군은 최신예 JAS-39 전투기를 실전배치했으며 체코 등 5개국에 60여 대를 수출했다. NG형(New Generation·4.5세대 F-16+급) 전투기도 개발 중이다. 스웨덴은 60년 넘는 전투기 개발 경험을 가졌는데도 기술 여건을 감안해 전투기 개발 과정에서 핵심인 체계 종합(무기 체계의 엔진 및 구동 체계, 무장 체계, 방호 체계 등 세부 계통을 결합해 최적의 장비 성능을 구현하는 기술)과 비행제어, 항전제어 등에 집중하고, 항전장비는 대부분 해외에서 구매하는 전략을 취했다. AESA 레이더, 전자광학타기팅포드 등을 유럽과 미국으로부터 구매해 장착했다.

KAI의 이력과 실력은 기본훈련기 KT-1, 초음속 훈련기 T-50을 거쳐 경공격기 FA-50을 개발한 수준이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함으로써 형상 최적화, 첨단 센서, 무장 통합 기술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으며 KAI의 항전 시스템 및 비행 제어 개발 능력에도 부정적 견해가 많다. 2025년까지 F-16+급 쌍발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은 KAI의 항공기 개발 역사와 기술 수준에서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한국은 기술 자립화를 추구하면서 인도네시아와 차세대 전투기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인도네시아가 발을 빼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인도네시아는 KFX·IFX 공동 개발 사업에 20% 지분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개발비를 미납 중이다.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시제기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고 전투기 50대를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할 계획이었는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담금을 내지 않고 있다. 공동 개발 사업에서 철수하거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재협상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대 의원의 우려다.

“KFX 사업의 전제 조건이 인도네시아의 개발비 분담이었다. 향후 개발비 납부도 불투명하다. 개발비가 미납되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데도 개발비 미납의 책임을 KAI에 지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KAI의 재무 능력으로는 개발비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2018년 6월 현재 KAI 부채비율이 262%에 달한다. KAI가 개발비 분담을 감당할 수 없다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조차 없다.”

인도네시아와 계약을 맺은 주체는 KAI다. KFX는 KAI의 주력 사업이면서 “그것에 올인하는 상황”(KAI 관계자)이다. “인도네시아가 철수하면 KAI가 엄청난 타격을 입는다”는 지적에 KAI 관계자는 “지금 그런 상황”이라고 답했다.


“KFX 사업 전반 재검토해야”

홍성민 대표는 “AESA 레이더를 포함해 4개 핵심 센서 개발 성공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했다. 또 다른 방위산업 관계자는 “KFX 사업 난맥 등으로 인해 KAI가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고 했다. 2016년 32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KAI는 지난해 2100억 원 적자로 전환됐다.

한국은 체계 개발 착수 5년여 만에 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 센서를 개발한다는 개발 목표를 세웠다. 미국, 유럽이 AESA 레이더를 개발하는 데 15~20년이 소요된 것을 고려할 때 현재 시점에서 KFX 전력화 기간 내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AESA 레이더 관련 기술을 축적했으며 1997년 F-22에 AESA 레이더를 장착했다. 현재는 F-35의 AESA 레이더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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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의원은 “신규 쌍발 엔진 형상에서 단발 엔진 형상으로 전환하는 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AESA 레이더 등 새로운 항전장비 개발 시 테스트베드(TestBed) 항공기에 장착해 시험한 후 실제 항공기에 적용하는데 한국은 검증·성숙화 단계 없이 KFX 항공기에 장착하는 것이어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표> 참조).

방위사업청은 선진국에서도 개발하는 데 20년 넘게 걸린 AESA 레이더 사업을 짧은 시간과 적은 예산으로 이뤄내기가 어렵다는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2006년부터 ADD에서 AESA 레이더 핵심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후발 주자로서의 이점이 있으며, AESA 레이더와 관련해 많은 기술이 공개돼 있고 기술 협력을 할 나라도 다수라는 것이다.

홍성민 대표는 “전투기와 같은 최첨단 무기체계는 어느 한 가지만 차질을 빚더라도 사업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군의 전력 공백은 물론이고 방산 업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김종대 의원은 “공군이 요구한 성능 전면 재검토, ‘선(先)전력화·후(後)국산화’ 추진, 인도네시아에 조기 의사 결정 촉구 등 플랜B가 필요하다”면서 “전투 효과 및 국내 개발 능력과 무관하게 대형 쌍발전투기를 선호한 것과 애국심으로 포장한 맹목적 국산화 주장, 외부에서 영입된 KAI 경영층의 전문지식 및 경영 능력 부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플랜B가 필요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논란과 우려가 있으나 기존에 확정된 계획대로 변경 없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기술을 주지 않는다고 좌절할 이유가 없으며 미디엄(medium)급 전투기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으며 해외 구매로 대체하면 한국형 전투기라는 독자 플랫폼을 개발할 기회가 수십 년간 없을 것이라는 게 방사청의 주장이다. 인도네시아가 공동 개발에서 철수할 경우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그 경우에는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와 협상을 시작한 게 아니라 준비 중인 사안으로 말만 나오고 구체화된 것은 없다”면서 “인도네시아가 손을 떼면 한국형전투기사업단에서 대안을 검토할 예정이나 현재로서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쳇말로 ‘주인 없는 회사’ KAI

10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10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소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북한군 중장이 종결 발언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 군사분야 합의 이행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0월 26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제10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소장(왼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북한군 중장이 종결 발언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남북은 평양 정상회담 군사분야 합의 이행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KAI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항공, 대우중공업, 현대우주항공을 통합해 출범한 항공기 종합개발 회사다. 항공기부품, 헬기, 미사일, 인공위성 발사체를 개발한다. 다목적 전투기, 정찰용 무인기, 기동헬기 등을 개발·생산하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방산업체다. KAI가 개발한 FA-50은 대한민국 최초의 다목적 전투기로서 국내 최초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을 전투기로 개조한 것이다.

KAI는 시쳇말로 ‘주인 없는 회사’다. 2000년대 중반 경영난에 직면했으나 노무현 정부의 경영 정상화 지원 등에 힘입어 경영 실적이 빠르게 개선됐다. KAI 설립 이후 T-50, FA-50, 수리온 등에 15조 원 넘게 투입됐다.

‘주인 없는 회사’인 터라 정부가 사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다 보니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능력에서 잇따라 문제가 노출됐다. “각종 비리와 경쟁력 약화로 곪아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김홍경 전 사장(2008~2013)은 산업자원부 차관보 출신으로 대형 사업 차질, 이윤율 하락 등을 가져왔다. P-3CK 초계기 352억 원 지체상금(계약기간 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지불하는 금액), 수리온 헬기 납기 지체, 군단급 UAV 사업 적자 수주 등이 김 사장 재임 시절 불거졌다. 수리온은 결국 ‘깡통 헬기’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하성용 전 사장(2013~2017)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영진 비리로 촉발된 KAI 수사는 원가 부풀리기와 분식회계, 협력업체 비리 수사로 이어졌다. KAI는 지난해 감사원 감사에 따른 납품 지연 등으로도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

하 전 사장 재임 기간에도 △대형 사업 납품 지체 지속 △적자 수주 △이윤율 저하가 일어났다. KFX 사업뿐 아니라 LAH(소형무장헬기)·LCH(소형민수헬기) 사업(개발비 1조6000억 원, 양산 비용 3조~4조 원) 착수도 지연돼 군 전력과 항공산업 육성에 악영향을 줬다. LAH·LCH를 두고 ‘제2의 수리온’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7년 10월 취임한 김조원 KAI 사장은 노무현 정부 때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감사원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으로도 일했다. 방위산업을 총괄하는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감사원 사무총장을 지냈다. 무기 개발이나 수출보다는 방산 비리 척결에 무게를 둔 인사라고 볼 수 있다.

KAI는 김조원 사장 체제에서 7월 해병대 ‘마린온’ 헬기 추락 사고에 이어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나선 차기 미국 고등훈련기(APT) 교체 사업에서도 고배를 들었다. 추락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마린온과 수리온의 수출 길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KAI는 11월 9일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1000억 원 규모의 KT-1 항공기 추가 수출 계약을 체결하면서 한숨을 돌렸다.

방산업계 한 관계자는 “감사원 출신 CEO가 전투기에 대해 뭘 알겠냐”면서 “평생을 감사하면서 살아온 사람에게 방산 기업 경영을 맡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근본적 재검토 없이는 KFX 사업의 성공이 난망한 상황에서 KAI의 주인을 찾아주든지 전문 경영인 체제를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 증강과 관련해 난맥인 것은 KFX 사업뿐이 아니다. 정부는 4·27판문점선언 이후 대대급 무인기의 전방 운영을 중지했으며 대전차 방어시설 13곳을 해체하고 있다. 킬 체인·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대량응징보복으로 이뤄진 ‘3축 체계’ 구축 계획도 “북한 비핵화 진행과 연계해 융통성 있게 검토하겠다”며 축소 움직임을 보였다.


우선협상 대상 업체 교체로 뒤숭숭한 425사업

적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정보감시정찰 능력도 제자리걸음이다. 2023년까지 킬 체인의 ‘눈’인 정찰위성 5기를 전력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킬 체인의 핵심 전력인 425사업의 난맥 탓이다. 425사업은 북한 도발 징후 및 전략 표적 감시를 위한 군 정찰위성을 ADD 중심으로 연구·개발하는 사업이다. 425는 ‘사(SAR)’ 위성과 ‘이오/아이알(EO/IR)’ 위성의 영어 발음을 딴 합성어다. 425위성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짐을 미리 파악하는 ‘눈’ 역할을 한다.

425사업은 방위사업청 방위사업감독관실이 직접 나서 우선협상 대상 업체가 1순위에서 2순위로 바뀌는 등 난항을 거듭했다. 지난해 말 425사업 시제품 개발 우선 협상 대상업체로 LIG넥스원이 선정됐으나 11월 13일 현재 KAI 컨소시엄과 ‘조정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통상적이라면 1월 말께 1순위 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했다.

한 관계자는 “재선정된 업체의 국내 개발 수준이 교체된 곳보다 우수하다고 결코 볼 수 없는데도 감사원 출신 방위사업청장 아래서 감사원 출신이 주축인 방위사업감독관실이 감사원 출신이 CEO인 업체 쪽으로 사업을 조정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있다”고 말했다. “LIG 측이 당초 제시한 사양보다 개발 목표를 낮춰달라고 요청했고 이후 검증 과정을 거친 후 협상이 결렬됐다”는 게 방위사업청 설명이다.

평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당위(當爲)지만 안보는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다. KFX·425사업 등이 계속 표류하면 문재인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전작권 전환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신동아 2018년 1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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