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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는 어떻게 보수의 ‘잔 다르크’가 됐나

“숙주에 들러붙어 기생하는 반체제 운동권이 너무나 싫다”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이언주는 어떻게 보수의 ‘잔 다르크’가 됐나

  • ●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게 파쇼
    ● 체제 위협 외엔 노선이랄 것도 없어
    ● 조지 오웰 ‘동물농장’ 같은 사회 만들려 해
    ● 차기 대선에서 ‘그들이’ 대통령직 노릴 것
    ● 김제동이야말로 화이트리스트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국회의원 이언주는 1972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영도여고, 서울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했다. 보수의 ‘잔 다르크’가 된 그를 두고 놀랍다는 반응도 있다. 보수에선 “싸울 줄 안다” “이언주밖에 안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정치적 원적(原籍)인 민주당에서는 “구태 정치”(이철희 의원) “경유형 철새”(우상호 의원)라고 비판한다.

정치권에서 최근 가장 핫한 인물을 꼽으라면 첫손에 꼽히는 이언주가 우파의 아이콘이 된 까닭은 뭘까. 이언주는 2012년 국회의원 총선거 때 ‘정치 할 것 같지 않은’ 앳된 얼굴로 경기 광명을에서 선거를 치렀다. 19대 총선 지역구 당선자 중 최연소(만 39세)다. 2016년 20대 총선 때 광명갑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민주통합당,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지냈다. 2017년 4월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옮겼으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서 바른미래당 소속이 됐다.


“나는 그 인간들이 너무 싫다”

- 요즘 핫하다. 이언주TV 구독자 수가 정치인 유튜브 채널 중 1위더라.

“구독하는 분이 5만 명을 넘었다. 기존의 방송이 너무나 편향됐다. 방송을 신뢰하지 않는 분들은 TV로 뉴스를 안 본다.”

- 앳된 얼굴로 첫 선거를 치르던 모습이 떠오른다.


“정말로 정치인 같지 않게 생긴 얼굴이었다. 비례대표를 생각했지 지역구에 나갈 줄은 몰랐다. 어색하고 민망했다. 정치권 밖에서 활동하다가 들어온 터라 신선하게 느껴진 측면도 있다.”



이언주는 연줄이나 인맥에 올라타 정치권에 발을 들인 사례가 아니다. 민주통합당이 여성계와 인재 영입 협약을 맺었으며 민주통합당 여성위원회가 여성 인재 영입을 공모했다.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공모에 응해서 시스템에 의해 영입된 것이다. 힘센 사람에게 딱 붙어 ‘숙주(宿主) 정치’를 해온 운동권 출신들과 다르다.”

이언주는 1997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다. 법무법인 충정과 르노삼성 법무팀에서 일했다. 에쓰오일(S-OIL)에 근무할 때는 30대에 상무에 오르며 최연소 여성 임원이라는 기록을 썼다.

“사법시험 1차 붙고 나서 집이 망했다. 아버지 회사가 부도났다. 그 바람에 합격한 것 같다. 헝그리 정신. 더 이상 물러설 데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언주의 말본새는 직설적이되 나긋나긋하다.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 변화도 거의 없다. 딱 한 번 인상이 크게 일그러졌다. “경유형 철새냐”고 물었을 때다.

“경유한 적 없다. 한 번 탈당했다. 누구를 추종한 적도 없다. 보스를 지키려고 국민을 배반하는 정치가 옳은가. 나는 그 인간들이 너무 싫다. 전대협 운동권들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이중적인 줄 아나. 숙주를 정해 찰싹 달라붙어 권력을 얻는 게 그들이다. 임종석이 언제부터 ‘친문’이었나. ‘반체제’ ‘체제 위협’을 제외하면 노선이랄 것도 없다. 나라를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비전도 없다. 스스로 정치를 한 적도 단 한 번도 없다. 숙주를 정한 뒤 달라붙어 지금껏 기생해온 것이다.”


“그거 거의 간첩짓이잖아”

그가 가까이서 지켜본 이른바 운동권은 “위선” “나만의 정의” “독선” “전체주의” “파시즘” “사회주의 이상사회”라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전체주의로 질주하는 현실”은 “조선 후기 망국 상황”과 비슷하단다.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은 ‘설마 아직도 그럴까?’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민주당에 입당할 때까지는 그랬다.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어’, 뭐 이런 심리 있지 않나. ‘그들도 바뀐 세상에 적응했겠지’라고 생각했다. 민주당 안에서 깊이 들여다보니 전대협 핵심에서 활동한 그들은 달랐다. 정서가 우리와 섞일 수 없다. 일반 사람과 다르다.”

- 운동권 출신 정치인을 한 묶음으로 재단할 수는 없지 않나.

“큰 틀에선 다르지 않다. 통일전선이다. 전술적으론 다를 수 있어도 시각이나 관점은 비슷하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다. 나 역시 국정교과서에 반대했다. 국정교과서 논쟁 과정에서 민주당 내 운동권들의 발언을 접하면서 그들의 역사 인식을 적나라하게 봤다. 나와는 다른 사람들이었다. 사드 배치를 두고 논란이 한창일 때 국회의원들이 중국에 다녀왔다. 그거 거의 간첩짓으로 보이지 않나. 간첩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반국가적 행위다. 우리의 동맹은 미국이다. 사드는 안보를 위한 것이다. 내정에 간섭하는 중국 편을 드는데 기가 막히더라.”

- 과거에 반체제 성향을 가졌다거나 주사파였대서 지금도 주사파는 아니다.

“주사파죠.”

- 지금도?

“주사파죠. 전향한 적 있나?”

- 그렇게 보나.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다 극복했을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20대를 그렇게 보냈기에 틀이 남아 있다. 권력을 잡으니 이상향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본다. 무의식중에 계속 나온다. 중차대한 문제에서 의심이 가는 이들에게 정권을 맡길 수 있나. 모든 사람이 전향했다고 보지 않는다. 생각이 무의식에 남아 있다고 본다.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그들을 배려할 이유는 없다.”


“그때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 달라”

이언주의 언어는 선명하다. 낱말이 또렷하게 귀에 박힌다. “특별재판부는 인민재판부” “문화대혁명 같은 계급투쟁” “사회주의 이상사회 건설이 그들의 목표” “박정희 아니었으면 필리핀보다 못한 나라에서 살았을 것” 같은 언급을 보라.

한쪽에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동맹’을 놓는다. 반대쪽엔 ‘전체주의’ ‘파시즘’ ‘반체제 세력’이 있다. 비판적으로 보면 ‘낙인찍기’면서 ‘분열의 언어’다. 다르게 보면 사안의 민낯을 드러내려는 언어다.

- 더불어민주당과 그 전신인 민주통합당, 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원내 대변인을 했다.


“북한 인권 문제가 제기됐을 때 논평하기가 굉장히 괴로웠다. 인권 운운하면서 북한 인권은 말하지 않는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 그게 이해가 되나. 다른 건 긴가민가해도 그것은 명백한 사안이다.”

- 민주당에는 여러 그룹이 섞여 있다.

“과거의 민주당과 지금의 민주당은 엄청 많이 다르다. 내가 정치를 시작할 때는 당시 새누리당보다 왼쪽에 있는 중도 정당이었다. 바른정당과 합당한 국민의당과 비슷했다고 보면 된다. 당내에 운동권이 있었으나 그들이 주도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 김한길, 안철수 공동대표 시절만 해도 지금과는 세력 지형이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내가 그때 청년위원장을 했다. 체제와 헌법상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당이었다. 지금과 같은 전체주의적 성향이 없었다. 경제민주화도 새누리당이 말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되면서 뭔가 막 이상하게 흘러갔다. 당이 쪼개지는 상황까지 가지 않았나. 호남 의원들과 구(舊)민주계가 안철수를 내세워 탈당했다. 나를 비롯한 전문직 출신 수도권 의원들도 탈당을 준비했다. 10여 명이 나갈 계획이었다. 김종인 대표가 오면서 1명, 1명씩 다 설득해 주저앉혔다. 김종인 대표는 친문 패권이라든지 좌경화되는 상황을 막겠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김종인 대표는 선거 때 써먹은 것일 뿐이었다. 총선이 끝나고 친문 패권이 당을 완전히 장악했다. ‘친문’ ‘운동권’이 아니면 설 자리가 없는 정당이 돼버렸다.”


“배후에 뭔가 있다”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 2017년 4월 민주당을 탈당해 국민의당에 합류하기 직전에 내놓은 발언들의 수위도 지금처럼 높았다.

“기억하나? 나는 변한 게 아니다. 그때 더 세게 발언했다. 민주당 안에서 거의 혼자 싸웠다. 지금은 야당이니 자신 있게 싸운다. 그 안에서 싸울 때는 정말로 힘들었다. ‘문빠’한테 문자폭탄을 얼마나 받았는지 아나.”

이언주는 원래부터 보수 성향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동맹을 틀로 삼아 사안을 재단한다.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그가 강조하는 까닭이다.

“헌법 정신에 충실하려고 노력해왔다. 그게 국회의원이 할 일이다. 헌법 정신이라는 게 뭔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권위주의적 속성을 가진 앞선 정부가 탄핵되면서 문제가 된 여러 일이 있었다. 지금은 헌법 정신, 헌법의 가치가 정면으로 훼손되고 있다. 체제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그러니 사명감 갖고 싸울 수밖에 없다. 차기 대선에선 그들이 대통령직을 노릴 것이다.”

- 정치권에 들어와 야당만 했다.

“양쪽 정부의 야당 생활을 해보니 너무 비교가 된다. 박근혜 정부 욕을 많이 했는데 지금에 비하면 훨씬 양반이다. 그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공기업에 낙하산을 보내도 눈치는 봤다. 말이 되는 낙하산을 보내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무시한다. 신경도 안 쓰는 것 같다. ‘우리는 점령자야, 점령자니까 마음대로 하는 거야’ ‘우리는 정의의 사도잖아. 그러니까 우리 마음대로 하는 게 정답이야’ 이런 게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숙주 삼아 기생하면서 온갖 조직에 낙하산을 투하해 반체제적 상황을 만들고 있다.”

- 정의의 사도인 양 행동한다?

“아, 나 못 참아요. 그게 운동권 특성이야, 특성! 도덕적 우위에 있다고 착각하는 게 파쇼다. 1980년대 독재 정부와 싸워 승리를 쟁취했다는 성취감에 완전히 매몰됐다. 군사정권을 그 사람들이 무너뜨린 게 아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무너진 것이다. 운동권이 나서지 않았어도 당시 야당 세력이 이겼을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 프레임은 굳어져 있다. 운동권 세력의 궁극적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그들이 우리 정치의 주류가 됐다. 정치가 완전히 길을 잃었다. 이른바 진보세력 또는 좌파세력이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는 동시에 체제를 위협하려는 의도를 가졌는지 의심해야 한다. 배후에 뭔가 있다.”


“건방지기 짝이 없다”

[조영철 기자]

[조영철 기자]

-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가주의’라는 표현을 썼다.

“국가주의 맞다. 국가주의에서 더 나가면 전체주의다. 김병준 위원장이 정책을 두고 얘기했다면 나는 정치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를 봐라. 틀을 만들어놓고 끼워 넣는다. 민주화운동을 했다면서 인간을 통치의 대상으로 본다. 국민을 기계의 부속품처럼 여긴다는 느낌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통치의 대상에게 특정한 생각을 주입하면 이렇게 많은 인구가 사는 국가를 자신들이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건방지기 짝이 없다. 김제동, 김미화야말로 화이트리스트다. A4용지에 써야 화이트리스트인가. 블랙리스트니, 화이트리스트니 문서로 작성한 게 오히려 순진한 거다.”

-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지향하는 사회가 무엇이라고 보나.

“최근 베네수엘라에서 고급 장난감 판매를 금지했다고 한다. 위화감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어떻게 되겠나? 산업이 발전할 수 없다. 사회주의자는 인간의 욕망을 부정한다. 내 집, 내 소유물을 가지려는 욕구를 잘못된 것이라고 여긴다. 그들에게 인간은 공동체나 집단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시장이 분배 기능을 한다. 시장을 대신하는 이들이 등장하면 그들이 기득권자로 군림한다. 권력을 쥔 사람이 자원을 분배하는 ‘빅브라더’가 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같은 사회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초래할 결과는 자영업자와 중산층의 몰락이다. 민주노총과 공공부문이 지배하는 임금 근로자 생태계가 꾸려지면 어떻게 될까. 그게 사회주의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나라는 뭐냐? 더 많은 사람이 내 집을 갖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자산을 모으고, 더 많은 사람이 신분 상승을 하는 기회의 나라다.”

그가 덧붙여 말했다.

“나는 국가권력의 비대화를 싫어한다. 국가주의적이거나 권위주의적인 우파가 싫었는데 알고 보니 그쪽은 별 게 아니었다. 좌파세력의 전체주의 지향이 큰 그림에서 용의주도하게 진행된다. 시장에서의 자원 배분은 실력과 노력, 운에 따라 차등화하기에 비교적 공정하다. 자원 배분을 평등하게 하려면 권력이 개입해야 한다. 자원 배분의 키를 권력이 쥐면 국민은 권력의 노예가 된다.”


“운동권 세력 척결해야”

- 권력이 이길 것 같나. 시장이 이길 것 같나.

“권력은 시장을 못 이긴다. 현대사회에서는 시장이 곧 국민이다. 권력이 국민을 이길 수 없다.”

그는 “운동권 세력 척결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분기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을 봐라. 독점적 진입 장벽을 세워놓고 남들을 못 들어오게 한다. 사다리 걷어차기다. 계급투쟁 관점에 사로잡힌 이들은 결코 이 나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들은 가장 강력한 기득권 세력이며, 적폐가 돼 있다. 만악의 근원인 것 같다. 낙선시키고 국가 주도 세력에서 배제해야 한다. 세력 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국민을 믿고 가자. 문제를 드러내놓고 싸우자. 국민이 현재의 보수와 권위주의적 행태를 싫어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체제가 바뀌는 것을 바라진 않는다. 김정은과 만나는 것을 두고 박수 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나 안보까지 포기하는 것에 동의하는 국민은 거의 없다”




신동아 2019년 1월호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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