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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남포 앞바다 유전 개발’ 합의…中 극력 반대”

中 대북소식통이 전한 北 인사 충격 발언

  • 김승재 언론인 phantom386@daum.net

“북·미 ‘남포 앞바다 유전 개발’ 합의…中 극력 반대”

  • ● “북한 서한만서 기름 뽑아대면 中유전 말라버려”
    ● 北, 1997년 시험 시추 후 외국에 러브콜
    ● 英 아미넥스, 미국계 몽골 기업 HB오일 北 유전 탐사
    ● 美·中, 北 거대 유전에 눈독…北 자원 노리는 빅2
[동아DB]

[동아DB]

지난해 북·미 협상 과정에서 양측이 북한 남포 앞바다 서한만(西韓灣) 유전을 공동 개발하기로 합의했고, 이에 대해 중국이 강력 반발했다는 언급이 북측 인사로부터 나왔다.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지난해 11월 하순 만난 북측 인사가 “미국과 중국 관료들이 양국을 오가며 협상을 하고 있는데, 북한의 자원 문제를 두고 서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비공식 일정으로 중국 사절단 300명가량이 미국을 방문한 데 이어 11월에는 미국 사절단 60명 정도가 중국을 찾았다고 한다. 이에 앞서 양국은 각각 북한과 협상을 벌였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은 서한만 유전, 중국은 북한의 광물 지하자원에 관심이 많았다고 북측 인사는 전했다.

북·미 협상 과정에서 북한은 제재 완화를 최우선으로 요구했다. 이에 미국은 제재 완화와 관련해 서한만 유전 개발권을 달라고 요구했고, 북한은 이를 수락했다. 미국은 중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 서한만 유전 개발 합의 사실을 알렸고, 이에 중국은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북한과 중국을 잇는 대륙붕

중국이 내세운 반대의 논거는 서한만 유전이 중국 유전과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서한만 유전은 중국의 대형 유전과 같은 뿌리이기에 서한만 유전에서 기름을 빼 올리면 중국의 유전이 말라버린다는 논리다. 서한만 유전과 같은 뿌리라는 유전은 산둥(山東)성 둥잉(東營)시 일대의 석유산지, 성리(勝利)유전을 말한다. 성리 유전은 헤이룽장(黑龍江)성에 있는 다칭(大慶) 유전에 이어 중국 제2의 유전이다.



중국은 해저에 있던 성리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황하(黃河)의 물줄기를 인위적으로 바꾸기까지 했다. 산둥성의 소식통은 황하는 원래 옌타이(煙台)와 웨이하이(威海) 사이로 흘렀는데 중국 정부가 물줄기를 둥잉 쪽으로 틀어버렸다고 전했다. 강줄기를 틀어버린 이유는 유전이 있는 바다를 육지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황하의 강줄기를 바꾸자 석유를 해상이 아닌 육지에서 채굴하게 됐다. 자연의 흐름까지 바꾸며 기름을 채취하게 되니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황하를 지배하는 자가 천하를 지배한다”는 옛 속담이 회자됐다.

다칭 유전과 성리 유전은 중국의 주요 권력 집단 가운데 하나인 ‘석유방(石油幇·석유 인맥)’과도 관련이 있다. ‘석유방’은 지금은 해체된 중국 국무원 석유부와 석유학원(현 석유대학) 출신 인맥을 의미한다. ‘석유방’은 다칭 유전 출신의 ‘다칭계’와 성리 유전을 기반으로 한 ‘성리계’가 거대 파벌을 형성해 막강한 권력과 부를 차지해왔다. 후진타오(胡錦濤) 시대 9인 집단 지도체제 가운데 1인이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석유방’의 좌장 노릇을 했는데, 시진핑(習近平) 시대 들어 부패가 확인돼 2015년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처럼 성리 유전이 권력과 부의 상징이다 보니 여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서한만 유전 개발에 중국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서한만은 중국 랴오둥(遼東)반도와 산둥(山東)반도 앞바다와 맞닿아 있다. 서해는 중국에서 황해(黃海)라고 한다. ‘누런 바다’라는 뜻이다. 황하가 싣고 오는 중국 내륙의 황토로 인해 바닷물이 누렇게 물들어 붙은 이름이다. 황해는 원래 중국 대륙과 이어지는 육지였다가 빙하기가 끝나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바다가 됐다. 모든 해역에 걸쳐 수심이 얕은 대륙붕이 형성돼 있다.

중국은 이 대륙붕 위에 북한 서한만 유전과 성리 유전의 뿌리가 함께 있다고 주장한다. 둥잉 당국은 지난해 8월 성리 유전의 석유 매장량 가운데 80%가 아직 추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은 나아가 서해 대륙붕의 소유권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북한이 미국을 끌어들여 유전을 개발한다고 하니 중국 처지에서는 펄쩍 뛸 노릇이다. 게다가 미국의 최신 장비와 기술이 자국 영해 바로 옆으로 들어와 해저를 탐사하는 것도 불쾌할 수밖에 없다.


“평양이 기름 더미 위에 올라 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외국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 서한만 유전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북한은 1997년 6월 서한만 인근에서 시험 시추를 했다. 뽑아 올린 원유는 450배럴. 원유 생산의 경제성 여부를 판단할 순 없었지만 서한만 일대의 유전 징후는 확인한 셈이다. 그로부터 4개월이 지난 뒤 북한은 일본 도쿄에서 ‘조선유전설명회’를 열고 “남포 앞바다 일대에 50억~430억 배럴 규모의 원유가 매장돼 있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방북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평양이 기름 더미 위에 올라 있다. 원유를 생산해서 파이프라인으로 가져가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때부터 남과 북은 서해유전 공동개발 논의를 시작했다.

한국석유공사는 2004년 5월 서해 유전 개발 참여 계획을 공개했다. 석유공사 측은 당시 “경제협력 차원에서 서해와 발해만의 북한 유전 개발과 관련한 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며 “특히 서한만 일대는 원유 매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2007년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도 북한 유전 공동개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다만, 서한만 대신 동해의 동한만으로 대상이 변경됐다. 2007년 국회 산업자원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시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은 “서해는 북한과 중국 간 원유개발 협정이 맺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어 외교적 문제가 될 수 있기에 우선 동해 북부지역의 동한만 분지 유전 탐사에 착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남북관계가 급랭하면서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지난해 남과 북은 판문점과 평양에서 3차례나 정상회담을 했다. 2000년, 2007년 정상회담에서 주요 이슈였던 북한 유전 개발은 지난해 남북 정상의 만남에서도 논의됐을까. 석유공사 측은 이와 관련한 기자 질문에 대해 “어떠한 것도 공개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황두열 전 석유공사 사장이 언급했듯 북한은 중국과도 서해 유전 개발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양측은 2005년 12월 ‘서해 해저 유전 공동개발 협정’을 맺었고, 이듬해 중국 지질조사국은 ‘서한만 석유·가스 매장 타당성 평가’를 시행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서한만 분지에 600억 배럴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산된다며 적극적으로 개발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후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다.


英 아미넥스, 北과 20년 계약… 8년 만에 철수

2011년 5월 30일 김영일 당시 무역협회 남북교역투자협의회 고문은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2010년 북·중 간 서한만 유전 공동개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한만과 연결된 중국 보하이(渤海)만 대륙붕 유전지대에는 200억t에 해당하는 원유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며 “채취 가능량을 매장량 200억t의 3분의 1 수준인 70억∼80억t으로 잡는다면 중국이 대략 30년간 소비할 수 있는 분량이기에 경제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에는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엔케이뉴스(NKNews)가 “중국 국영 석유회사 CNPC가 서한만 유전 탐사에 나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과 보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서한만 유전 개발에 실제로 착수했다는 징후는 없다.

북한은 중국 외에도 호주와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의 시추업체들과 유전 탐사 및 시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영국, 몽골 측 기업과의 협력이 주목된다. 북한 조선원유개발총회사는 2004년 영국의 석유개발회사 아미넥스와 20년간 원유를 탐사하고 개발하기로 계약했다. 북한은 아미넥스에 북한 전역을 탐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앞서 계약을 맺은 호주, 싱가포르 등 업체에는 특정 지역 탐사 권한만 줬기에 상당한 특권이었다. 하지만 아미넥스는 북한 진출 8년 만인 2012년 철수했다. 아미넥스가 밝힌 철수 이유는 ‘북한의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한 정치적 상황’이다.

아미넥스의 북한 현지 탐사 작업을 지휘한 이는 영국의 지질학자 마이크 레고다. 레고는 영국 석유회사 BP에서 수년간 근무한 데 이어 아미넥스에서 탐사 분야 최고 책임자로 일한 베테랑이다. 레고는 지구과학 전문지 ‘지오엑스프로’ 2015년 9월호에 ‘북한 석유 탐사와 잠재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북한 육지와 바다에 원유와 천연가스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많이 있다. 원유와 가스의 상업 생산이 없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언급했다. 레고가 북한에서 원유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지역은 7곳이다. 평양과 신의주 등 내륙 5곳과 서한만과 동해 유역 등 해양 2곳이다.

아미넥스가 철수한 이후 북한이 손잡은 업체는 몽골의 HB오일이다. HB오일은 2013년 6월 조선석유개발회사 자회사인 원유개발총회사의 지분 20%를 인수하면서 북한과 합작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HB오일의 지분 절반 정도는 미국 헤지펀드 ‘파이어버드 매니지먼트’가 보유하고 있다. 파이어버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2016년 1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상당히 많은 양의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믿고 있다”면서 “초기 투자자들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계 몽골 기업 HB오일, 대북 원유 탐사 3년여 만에 철수

이 같은 뉴욕타임스 보도가 있은 지 불과 5개월 뒤인 2016년 6월 HB오일은 사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고, 이듬해 1월에는 조선석유개발회사와의 모든 직간접적 교류를 영구히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2016년 12월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단행한 대북 독자제재에 조선석유개발회사가 포함됐기 때문이다. 결국 HB오일 역시 아미넥스와 비슷한 이유로 북한에서 철수했다. 야심만만하게 북한에 뛰어든 지 3년여 만이다.

이에 앞서 2014년 3월 북한은 러시아의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과도 석유·가스 매장지 탐사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의 소리’ 방송은 2014년 3월 루스탐 만나하노프 타타르스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해 이러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소리는 “북한은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타타르스탄 공화국은 매장지 탐사 경험이 있어 타타르스탄 전문가들의 경험이 북한에 적용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로 진척되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원유 채취와 관련해 이렇듯 오랜 역사가 있음에도 가시적 성과가 없으므로 북한 유전 개발에 회의적 시각도 적지 않다. 미국 국방정보 분야에서 근무한 조지프 버뮤데즈는 2015년 12월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를 통해 북한의 석유와 가스 탐사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는 “북한이 50년간 개발에 매달렸지만, 상업적으로 가치 있는 수준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그 이유로 3가지를 제시했다. ‘중국 등 주변국과의 관할수역 문제’ ‘현대식 채굴 장비와 기술 부족’ ‘자본 부족과 정치적 위험’이 그것이다.

버뮤데즈는 북한 유전 개발 난항의 가장 큰 이유로 중국을 꼽는다. 그는 자원 확보에 매우 공격적인 중국이 대규모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서한만 분지에서 북한과 해양경계선 논쟁을 계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이유로 북한에 현대식 채굴 장비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빅2끼리’ 나눠 가지려 해”

버뮤데즈의 이러한 분석은 북측 인사가 전한 소식과도 일맥상통한다. 거대한 땅과 인구를 가진 강대국은 식량과 에너지원 확보 여부가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사활을 걸고 달려든다. 중국이 그렇듯 미국 역시 북한의 서한만 유전이 무척 탐났다. 미국은 영국 아미넥스와 미국계 몽골 기업의 정보를 통해 그 숨은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오랫동안 꿈꿔온 유전 개발과 제재 완화가 시급하기에 미국의 제안을 대환영했다. 중국과 무역 분쟁 중이던 미국은 중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 서한만 유전 개발 이슈를 테이블 위로 올려놨다. 하지만 중국은 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북한의 자원을 ‘우리 민족끼리’가 아니라 세계의 ‘빅2 끼리’ 나눠 가지려 한다는 것이 이러한 추론의 배경이다. 과연 이러한 관측은 비약에 불과한 것일까. 한반도의 운명이 결국 강대국의 손에 좌지우지된 역사를 돌이켜본다면 그렇게 치부하기만은 어려울 것이다.




신동아 2019년 2월호

김승재 언론인 phantom386@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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