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호

폴더블폰 시장 선점 깃발 누가 꽂나

광광익선廣廣益善·조조익선早早益善

  • 김혜미 이데일리 기자

    pinnster@gmail.com

    입력2019-02-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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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필두로 화웨이·샤오미·로욜 등 중국 업체 출시 박차

    • 하루 수백 번 접었다 폈다 해도 2년 이상 버틸 수 있어야

    • 5인치 이상 화면이 주류 이룰 것

    • ‘갤럭시F(가칭)’, 펼쳤을 때 3개 화면 동시 활성화

    • 200만 원대 가격, 수요자에게 먹힐지 관건

    • 5G 스마트폰 대중화, 시간 걸릴 듯

    “내년(2019년) 상반기 전에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무조건 출시할 것이다. 1차 출시국은 초기 수요를 감안해 통상적인 플래그십 모델 출시국 수인 120여 개 국이 아닌 제한된 국가들로 이뤄질 것이다. 제품은 일단 출시하면 해마다 라인업을 가져갈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고동진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장(사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2018년 갤럭시S9과 갤럭시 노트9 등 주력 플래그십 스마트폰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인도 등 오랫동안 판매 1위를 유지해온 국가들에서조차 중국산 중저가 스마트폰에 밀린다는 우려가 한창일 때였다.

    오랫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폴더블 스마트폰이 드디어 세상에 나온다. 선두에는 글로벌 1위 기업 삼성전자가 있고, 화웨이가 잰걸음으로 뒤쫓고 있다. 샤오미와 로욜 등 다른 중국 업체들도 저마다의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2007년 아이폰 등장 이후 약 12년 만에 새로운 폼팩터의 등장이 스마트폰 시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주목된다.


    휴대전화를 왜 접지?

    폴더블 스마트폰은 말 그대로 ‘접을 수 있는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10년 전부터 개발해온 것으로, 하루 수백 번씩 접었다 폈다 하면서도 최소 2년 이상의 내구성을 확보해야 하다 보니 쉬 실체를 드러내지 못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의 휴대성을 감안할 때 가장 보편적인 크기는 접었을 때 4인치 선, 펼쳤을 때 7인치 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 2018에서 삼성전자가 공개한 폴더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크기는 접었을 때 4.6인치, 펼쳤을 때 7.3인치였다.



    그렇다면 폴더블 스마트폰은 왜 필요할까. 아니 더 정확히는 왜 스마트폰을 접어야 하는 것일까. 그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더 큰 화면’에 있다. 화면이 커지면 그만큼 영화나 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더욱 실감 나게 즐길 수 있고, 화상통화를 하거나 각종 오피스 프로그램을 사용할 때도 한결 편리하다.

    더 큰 화면에 대한 수요는 매출에서 바로 감지된다. 삼성전자의 상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 시리즈는 일반 S모델과 더 큰 화면의 플러스(+) 모델 판매량이 각각 45%, 55%를 차지한다. 애플 아이폰 역시 지난해 출시 초기 아이폰XS보다 더 큰 화면의 아이폰XS맥스가 훨씬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2019년 말까지, 5인치 이상 화면의 스마트폰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지금도 7인치에 육박하거나 혹은 7인치를 넘는 화면의 스마트폰이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9과 LG전자의 V40 씽큐가 각각 6.4인치이고, 애플 아이폰XS 맥스는 6.5인치, 화웨이 메이트20X(텐)은 7.2인치에 달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형태에서 7인치 화면의 스마트폰은 휴대성이 떨어진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XS 맥스를 출시했을 때 일부 해외 이용자들은 여성이 휴대하기에 불편한 크기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이후 USA투데이는 ‘폴더블 스마트폰이 우리가 디지털 세계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흥미롭고 강렬하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터리 금방 닳으면 말짱 꽝!

    지난해 10월 글로벌 IT업계에서는 ‘로욜(Royole)’이란 회사가 화제를 모았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로 알려진 로욜이 세계 최초의 폴더블 스마트폰 ‘플렉스파이(FlexPai)’를 선보인 것. 로욜은 ‘플렉스파이는 펼치면 7.8인치 태블릿으로 변신하고, 최다 20만 번 접었다 펼 수 있다’고 광고했다.

    하지만 플렉스파이는 내구성이나 완성도 면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접었다 폈다 하는 과정에서 디스플레이가 원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찌그러지는 등 불안한 휘어짐을 보였기 때문이다. 접었다 폈다가 가능한 것이 폴더블폰이라면, 과거 ‘경첩폰’이라며 비웃음을 샀던 ZTE의 ‘액손M’도 최초의 폴더블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업계는 플렉스파이에도 ‘세계 최초의 폴더블폰’이라는 타이틀을 허락하지 않는 분위기다.

    소비자의 기대에 가장 부합하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조사는 단연 삼성전자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해 SDC 2018에서 폴더블 스마트폰, 가칭 ‘갤럭시F’로 불리는 제품의 디스플레이와 새 UX(사용자 경험)를 최초 공개했다. 공개된 사양에 따르면 폴더블 디스플레이 패널은 접었을 때도 얇은 두께를 유지하기 위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한다. 접었을 때 외관에 드러나는 커버 디스플레이는 840×1960 해상도의 HD급, 펼쳤을 때 메인 디스플레이는 1536×2152 해상도의 QXGA+급을 지원한다. 메인 디스플레이는 크게 하나 또는 3개로 화면을 나눠 사용할 수 있다. 펼쳤을 때 3개 화면이 동시에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당시 저스틴 데니스 삼성전자 북미법인 상무는 “폴더블폰에 탑재될 인피니티 플렉스 디스플레이는 그 어떤 디스플레이보다도 얇은 슈퍼 신(thin) 디스플레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폴더블 스마트폰이 아무리 성능이 좋다 해도 금세 배터리가 닳는다면 소비자의 반응이 좋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용시간을 현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만들 예정이다. 일상적인 수준으로 사용할 때 한 번 충전으로 하루 정도는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에 ‘원(One) UI’로 명명된 새 UI를 채택할 예정이다. 원 UI는 현재의 갤럭시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두 가지 형태의 스마트폰을 모두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원 UI가 장기적으로 갤럭시 스마트폰에 사용될 디자인인 만큼 한 손으로 조작 가능하고, 아이콘을 깔끔하고 단순하게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 UI는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에 앞서 정식 서비스되며, 지난해 말부터 갤럭시S9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9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폴더블 디스플레이와 원 UI를 먼저 공개한 이유는,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생태계가 먼저 조성돼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많은 전문가는 폴더블 스마트폰의 성공 여부는 ‘왜 접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소비자에게 얼마나 잘 설명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화웨이·샤오미·애플도 출시 임박

    지난해 12월 1일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시제품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 제공·SK텔레콤]

    지난해 12월 1일 삼성전자 5G 스마트폰 시제품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사진 제공·SK텔레콤]

    폴더블 스마트폰의 안정성이 아직 확보되지 않아서일까. 세계 최초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큰소리쳐온 화웨이는 올해 중반께 5G를 지원하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화웨이는 폴더블 스마트폰 브랜드로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 라인업인 ‘메이트’를 붙인 ‘메이트 F’와 ‘메이트 플렉스’ ‘메이트 플렉시’ ‘메이트 폴드’ 등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한 영상에서는 샤오미 제품으로 예상되는 폴더블폰이 등장한다. 영상에는 태블릿 형태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화면을 3등분으로 접어 보통의 스마트폰 형태로 만드는 과정이 담겨 있다. LG전자도 이르면 올 3분기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는 외부에 유연한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계획인데, 힌지(Hinge) 기술이 양쪽 부분 사이에 적용돼 디스플레이가 스마트폰 왼쪽에서 자동 확장된다.

    애플은 다른 제조사들에 비해 좀 더 늦은 2020년에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의 움직임을 보더라도 애플은 다른 제조사들이 내놓은 신기술이 한창 무르익을 때쯤 해당 기술을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 애플은 지난해 3월 미 특허청(USPTO)에 폴더블 디스플레이 코팅 기술 및 관련 특허를 출원했는데, 당시 애플은 화면을 여러 번 접을 수 있도록 안료 조각과 폴리머 소재를 결합해 화면 내구성을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다만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은 화면을 양쪽으로 접는 ‘인앤아웃폴딩’ 방식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일단 첫 제품의 경우 안으로만 접히는 ‘인폴딩’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블 스마트폰은 올해부터 속속 출시될 예정이지만, 흥행 여부는 아직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우선 가격대부터 경쟁력이 떨어진다. 200만 원대로 예상돼 초기 수요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예상 판매량은 300만 대에 불과하고, 2020년 1400만 대, 2021년 3000만 대, 2022년 5000만 대로 점차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폴더블 스마트폰과 함께 올해 시장에서 관심을 받는 제품은 바로 5G 스마트폰이다. 5G 스마트폰은 외관상으로는 지금까지의 스마트폰과 큰 차이가 없으나, 동영상 등 대용량 파일 다운로드 속도가 지금보다 10배 이상 빨라진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통신사들이 선보인 삼성전자의 5G 스마트폰 시제품은 초당 1.5기가비트(Gb)의 속도를 기록했는데, 이는 1기가바이트 용량의 영화 한 편을 6초 안에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다.


    5G 스마트폰, 6초 만에 영화 한 편 다운로드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과 마찬가지로 5G 스마트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과 AT&T 등 주요 이동통신사들을 통해 올 상반기 첫 5G 스마트폰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에릭슨 모빌리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7월까지 시장에 출시될 5G 스마트폰은 8종 정도로 추정된다. 올해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로 부상한 화웨이 외에도 오포, ZTE, 모토로라 등이 5G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5G 스마트폰 역시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5G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 기술적으로 폴더블 스마트폰보다는 5G 스마트폰이 더 먼저 나올 수 있지만 5G 기술이 적용된 폴더블 스마트폰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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