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호

특집 | ‘가짜냐 진짜냐’ 南北美정상의 이상한 비핵화

〈인터뷰〉 태영호 전 북한공사의 2차 북·미 정상회담 전망

“김정은, 총체적으로 유리” “트럼프, 핵군축 해놓고 비핵화라 선전할 것” “문재인, ‘비핵화 어렵다 ’솔직히 말해야”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9-02-19 14:2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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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차 북·미 정상회담, 트럼프의 엄청난 실책”

    • “실책 희석하려 2차 회담 개최”

    • “金 밀어붙이면 트럼프 들어줄 것”

    • “영변핵단지 사찰과 개성공단 재개 교환 예상”

    • “핵탄두 그대로…핵군축 불과”

    • “개성-금강산 열리면 김정은 답방”

    • “종전선언 시 ‘미군 떠나는 시나리오’ 각오해야”

    • “2~3년 뒤 북핵 그대로면 한국도 핵 가져야”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비핵화냐 핵군축이냐.’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 비핵화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트럼프-김정은 하노이 회담과 관련해 ‘신동아’는 최근 서울 중구 북한인권정보센터에서 태영호 전 공사를 2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앞서 태 전 공사는 A4지 12장 분량의 서면 답변과 참고자료를 보내왔다. 그는 1962년 평양에서 태어나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뒤 1993년 북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2016년 8월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에서 대사 다음 서열인 공사로 재임하던 중 탈북해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그는 탈북 외교관 중 최고위급으로서, 북한 정권 내부 사정에 정통하다.


    “트럼프, 김정은에게 말려들었다”

    -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외에 미국과의 협상은 북한에서 누가 주도하나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김혁철로 내려가는 라인이 맡고 있죠. 이번에 평양에 들어간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상대한 김혁철이 국무위원회 소속이에요. 북한이 치밀하게 협상 전략을 짜고 있다고 생각해요.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김혁철 사이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김정은이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인상을 트럼프에게 주고 있죠. ‘당신도 전 과정에 관여하라’는 메시지를 트럼프에게 보내는 거죠. 트럼프를 톱다운 방식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북한의 기획이죠. 김혁철이 비건과의 협상 결과를 보고할 땐 당연히 김계관, 리용호, 김영철을 거치죠. 그걸 김정은이 보고 승인을 해주는 구도로 갈 겁니다.”

    -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협상 초기부터 관여해 결정하는 톱다운 방식에 트럼프를 끌어들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트럼프의 즉흥적 성격에 맞게 협상을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이죠.”


    “싱가포르 방식”

    비건 대표가 실무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일시와 장소를 미리 밝혔다.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외교가에선 ‘실무 일꾼이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하지 않고 정상이 먼저 시간과 장소를 밝히는 방식’을 ‘싱가포르 방식’이라고 정립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건 국제 외교사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싱가포르 방식’을 다시 쓰는 건가요?

    “트럼프로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절실하죠.”

    - 세계 최강대국 대통령인데 왜 김정은과의 만남이 절실하죠?

    “트럼프는 1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싱가포르를 떠날 때까진 자기가 아주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미국 의회와 전문가로부터 뭇매를 맞았어요. 지난 6~7개월 동안 트럼프는 ‘싱가포르 합의를 잘했다’고 말하지 못하고 있어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미국 정부도 이렇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폼페이오가 북한을 갔다 온 뒤 북한은 폼페이오를 ‘강도’라고 비난했죠. ‘미국이 싱가포르 선언대로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미국이 이에 대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어요.”

    태 전 공사는 “미국에 1차 북·미 정상회담은 실패한 회담이었다”고 말한다.

    - 1차 북·미 정상회담은 성공적인 회담이었다는 평가가 있는데요.

    “미국과 북한이 지금 교착상태에 있지 않습니까. 예전엔 전 세계가 북한을 비난했어요. 지금은 미국 편에 서서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나라가 없어요. 왜 달라졌느냐? 싱가포르 합의 조항을 놓고 보면 미국은 엄청난 외교적 실책을 범한 겁니다. 싱가포르 합의문 자체가 실패작입니다. 가장 큰 과오는 ‘선(先)신뢰구축, 후(後)비핵화’로 순서를 잘못 정한 것이죠. 트럼프로선, 싱가포르 선언을 희석하고 미국의 입장을 담은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그래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시간과 장소를 발표해 김정은을 2차 회담에 얽매여놓으려고 한 것이죠.”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작이고 트럼프가 이를 희석하려고 2차 회담에 매달린다’는 태 전 공사의 지적은 대북 전문가들이 말하지 않은 내용이다. 태 전 공사는 “트럼프로서는 싱가포르 합의에서 실패했다는 것을 내심 인정하므로 2차 회담을 통해 이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이라고 치켜세우는 것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태 전 공사의 말이다.

    “우리 정부는 싱가포르에서 역사적 합의를 했으니 이를 바탕으로 더 구체적으로 나아가자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은 싱가포르 합의를 더 구체화하자는 말을 안 합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합의를 뒤집으려고 하노이 회담을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김정은은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나와 김정은은 좋은 관계’라고 말하는 것이고요. 트럼프로선 자그마한 것이라도 받아내 이걸 미국 국민에게 과대포장해 보여줌으로써 현재 처해 있는 정치적 난관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자 하는 것이죠. 트럼프는 싱가포르에 가기 전에도 실수를 범했어요.”


    두 ‘살라미 맨’

    - 어떤 실수인가요?

    “김정은은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폭탄을 실험하고 괌을 공격하겠다고 했습니다. 트럼프가 버락 오바마나 로널드 레이건 같은 정상적인 미국 대통령이라면 김정은을 무시했을 겁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2017년 11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했어요. 그러니 ‘미친 김정은과 통제 불능 트럼프라는 두 핵 열차가 마주 부딪쳐 핵전쟁으로 간다’ ‘핵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국제사회에 퍼졌어요. 분위기가 비핵화에서 평화로 바뀐 겁니다. 북한이 원한 바였죠. 이젠 트럼프도 북한에 말려들었다는 것을 알 겁니다.”

    -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다시 트럼프를 만나려는 건가요?

    “북한은 ‘선 신뢰 구축, 후 비핵화’라는 싱가포르 합의의 구조와 순서대로 가자고 떠들어왔어요.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으로 돌아가 ‘북한의 함정’이라는 말을 듣게 됐고 미국은 대북제재 해제, 종전선언 어느 하나 해결하지 않은 채 멈춘 겁니다. 김정은이 원한 것은 조그마한 비핵화를 하나 던져주면 미국이 그걸 받아먹으면서 대북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해주는 흐름을 만드는 것이었죠. 그러나 제재가 하나도 풀리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걸음 더 나가자’고 김정은은 생각한 겁니다. 대북제재를 빨리 풀어 싱가포르 선언을 진전시키려고 2차 회담에 응한 것이죠.”

    - 트럼프와 김정은은 작은 걸 주고받는 소위 ‘스몰 딜(small deal)’을 하겠네요?

    “스몰 딜, 살라미 전술(얇은 소시지인 살라미처럼 한 과제를 여러 단계로 세분화해 다루는 협상 전술). 트럼프도 ‘살라미 맨’이 되고 김정은도 ‘살라미 맨’이 돼 두 ‘살라미 맨’이 서로 마주 앉는 거죠. ‘두 사람이 스몰 딜로 가면 비핵화 그림은 언제 그릴 것인가?’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무엇을 줄까요?

    “북한은 ‘종전선언을 하자’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해달라’고 할 겁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동의를 얻어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열면 중국은 더 당당히 유엔 안보리이사회에서 ‘북한 민생에 타격을 주는 철광석 석탄 제재를 해제하자’고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면 미국이 반대할 명분이 없어집니다. 북한은 이런 상황을 만들고 싶어 하죠.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열어 중국과 러시아의 뒷문을 더 크게 열겠다는 것이죠.”


    “트럼프, 살라미를 순대처럼 과대포장할 것”

    -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에게 무엇을 줄까요?

    “김정은은 ‘영변핵시설단지의 영구폐기’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국은 ‘검증을 통한 영변 영구폐기’를 요구하죠.”

    - 영변과 개성-금강산을 맞바꾼다?

    “쟁점은 시점입니다.”

    - 왜 시점이 이슈가 되죠?

    “제가 억측해보겠습니다. 미국은 ‘영변핵시설단지를 영구 폐기하자’고 할 겁니다. 북한은 ‘오케이’ 할 겁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즉시 풀어달라’고 합니다. ‘행동 대 행동’이라면서요. 반면, 미국은 ‘영변 불능화까지 가지 못한 상태에서 제재부터 풀어주게 돼 어렵다’고 하겠죠. 미국은 ‘영변단지가 완전히 폐기됐을 때 개성과 금강산을 열어주겠다’고 맞설 겁니다.”

    - 영변단지가 완전히 폐기되는 시점은 언제가 될까요?

    “1년 만에 안 될 겁니다. 2005년 8월 영변에서 5개 시설을 사찰하는 데 1년 반이 걸렸어요. 지금 영변핵시설단지에 390여 시설이 있어요. 국제원자력기구와 미국 측 수백 명이 들어가 시료 채취하고. ‘이게 맞나, 틀리나’ 하면서 또 싸움이 붙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까지 안 끝나요. 그러니 시기 문제에서 북한은 사찰을 시작할 때 제재를 해제해달라고 밀어불일 것이고 미국은 검증을 통한 영변핵시설 폐기라면 할 수 없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즉시 재개’에 푸른 등을 켜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이런 살라미를 얻어놓고 순대처럼 과대포장하겠죠.”

    - 북한에 제재 해제와 종전선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합니까?


    “제재 해제가 더 중요하죠. 제재 해제는 돈이고 북한은 물질적인 것을 원해요.”


    “저기 들어가면 피폭”

    - 미국이 영변단지 폐기 대가로 종전선언 정도를 즉시 해줄 수 있다고 제안하면….

    “북한엔 별로 의미가 없죠. 김정은은 ‘영변핵시설은 북한의 전체 핵 자산의 핵심이다. 이런 것을 내놓으니 너희도 상응하는 것을 내놔라’라고 하겠죠. 상응하는 것은 연간 1억5000만 달러가 걸려 있는 개성공단과 금강산이죠. 또, 김정은은 북한 주민에게 10월까지 원산에 갈마해안특구 건설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했어요. 기본 골조는 됐어요. 관광지가 되려면 한국에서 투자가 들어와야 합니다. 남북한 철도가 빨리 연결돼 갈마역 짓고. 이런 타임테이블을 갖고 있어 북한은 강력히 요구할 겁니다.”

    - 김정은은 영변핵시설단지를 정말 폐기할까요?

    “그렇죠. 영변단지든 뭐든 20~30년 쓰면 버려야 합니다. 실험용 원자로가 1965년 완공됐고 연이어 점점 불어났어요. 영변단지는 대단히 낡은 단지죠. 세계에 이런 핵시설이 없어요.”

    - 어느 정도로 낡았죠?

    “사례를 들어볼게요. 6자회담 때 한국의 핵 과학자들과 외교전문가들이 영변단지에 갔습니다. 쭉 둘러보다가 북한 사람들이 ‘여기까지 오셨으니 핵연구소와 그 안에 좀 들어가보시죠’라고 제안했어요. 북한이 자기 핵시설을 한국 사람들에게 열어준다는 건 대단하죠?”

    - 그래서요?

    “한 사람도 들어가지 않았어요. 한국인들로선 한번 들어가서 북한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봐야 하잖아요? 그러나 ‘됐습니다’라면서 거절했어요.”

    - 왜 거절한 거죠?

    “육안으로 봐도 ‘저곳에 들어갔다 나오면 과연 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생긴 거죠. 당장 죽지 않겠지만. 이 정도로 영변단지가 열악해요. 전문가들은 눈으로 봐도 압니다. 북한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이 궁금해하니까 들어올 것’이라고 짐작했죠. 제가 한국에 온 뒤 당시 영변단지에 온 사람에게 ‘그때 왜 안 들어갔어요?’라고 물었어요. 돌아오는 답변이 ‘그때 토의를 했다’는 거예요.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한국 과학자들이 ‘저기 들어가면 방사능에 피폭될지 어떻게 알겠느냐’라고 말했다고 해요. 이런 우려가 나올 정도로 낡았다는 겁니다. 숱한 북한 사람이 그 안에서 방사능에 오염돼 죽었어요. 북한으로선 영변시설은 이제 버려야 할 시설이죠.”

    2005년 9·19 공동성명 1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자기가 갖고 있는 모든 핵무기와 핵시설을 폐기한다”라고 밝힌다. 이때 영변단지를 포함해 폐기해야 할 리스트가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는 게 태 전 공사의 설명이다. “이걸 지금 흥정물로 던지고 있다. 폐차를 돈을 주고 사는 흐름”이라고 했다.

    - 390개 핵 관련 시설이 있다는 영변단지는 전체 북한의 핵능력의 몇 %를 차지하나요?

    “70~80% 정도 되죠. 북한의 견지에선 진짜 핵심 시설입니다.”


    “핵물질신고 없으면 실패작”

    - 그럼에도 왜 북한은 이걸 버려도 되는 건가요?

    “북한은 핵 대국이 되려고 하진 않습니다. 한반도 정세에 주도권을 쥐는 데에 필요한 핵미사일만 갖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죠. 북한이 미국과 핵전쟁을 벌여 이기겠습니까? 필요한 핵물질과 핵탄두는 북한이 충분히 확보했습니다. 그래서 핵물질을 생산하는 낡은 시설인 영변단지를 파기해버려도 되는 거죠.”

    - 영변단지를 불능화해도 북한의 핵물질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는 뜻인가요?

    “북한은 핵물질을 내놓겠다고 한 적이 없어요. 핵물질이란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물질과 핵탄두를 의미하는데요. 이건 무기입니다. 이걸 내놓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 영변이 없어져도 핵물질은 계속 갖고 있겠다?

    “당연하죠.”


    “핵무기 자체를 건드려야 비핵화”

    - 그렇다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영변단지를 영구적으로 폐기하더라도 이것은 핵군축에 불과하네요?

    “그렇죠. 대단히 중요한 문제죠. 이번에 영변핵단지를 폐기하겠다고 한다면, 이것은 비핵화의 일환이냐 핵군축의 일환이냐? 아주 애매모호합니다. 김정은의 비핵화 진정성을 믿는 사람은 비핵화의 일환이라고 할 것입니다. 김정은의 진정성을 믿지 않는 사람은 핵군축이라 할 겁니다. 핵군축이란 핵무기 등 핵 공격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그 공격 능력의 일부 또는 그 공격 능력을 조성하는 시설과 물질 일부를 없애는 것이죠. 북한은 영변핵시설 폐기를 비핵화의 일환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영변핵단지, 핵실험장, 미사일 발사장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재를 부분적으로 해제해주면 이것은 핵군축입니다. 핵무기를 그대로 두고 일부 변두리 시설만 없애는 방식이니까요. 핵무기 자체를 건드려야 비핵화입니다.”

    -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조선반도 비핵화’를 약속했습니다. 이런 약속이 김 위원장을 얼마나 구속할 것 같나요?

    “북한의 비핵화와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는 차이가 있어요.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화는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지난해 4월 판문점선언, 9월 평양선언, 6월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나오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놓고 많은 한국 전문가는 ‘김정은의 핵 포기 의사’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희망사항이죠.”

    -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선 핵물질 신고, 사찰, 폐기 절차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 진정한 비핵화가 가능한가요?

    “그렇죠. 국제적으로 핵협상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핵군축협상과 비핵화협상입니다. 핵군축협상에선 자국의 모든 핵물질을 신고하지 않죠. 단지 핵전력의 일부를 줄이는 게 핵군축입니다. 비핵화협상은 순서가 교과서처럼 정해져 있어요. 미국이 우크라이나, 리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핵화할 때 이렇게 했어요. 첫 번째 단계에서 자국이 갖고 있는 모든 핵탄두 핵물질 핵시설 리스트를 만들어 신고해요. 이것을 가지고 비핵화로 가는 로드맵을 그립니다. 이 로드맵의 매 단계에서 폐기에 따르는 상응 조치를 해줍니다. 이게 비핵화입니다.”  

    닉슨 독트린 vs. 트럼프 독트린

    - 핵물질 신고 합의가 안 된다면?

    “그건 비핵화가 아니죠. 북한은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현 단계에서 핵물질 신고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어요. 미국도 북한의 이런 입장을 이미 수용했어요. 최근 미국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전까진 핵물질신고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펜스 부통령이 직접 이야기했어요. 그러면서 정상회담 다음 단계 조치에선 리스트 문제가 들어가야 한다고 했죠. 이것을 약속해달라고 했지만 북한은 그것조차 할 수 없다고 했죠. 제 생각에 미국은 2차 회담 전에 핵물질신고를 북한과 타협하지 못할 겁니다.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겠다고 하면 내놓겠죠. 그러나 핵 포기가 불가능한 체제입니다.”

    태 전 공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로서는 영변핵시설단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검증을 요구할 것이고 대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풀어주고 종전선언을 해주는 스몰 딜이 나오지 않겠느냐”고 예상한다.

    - 이런 수준의 합의가 나온다면 반응이….

    “미국 내 거의 모든 전문가와 국무부의 행정관료 집단도 (이런 합의에) 반대하고 있어요. 지금 북한이 바라는 건 어떻게 하든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스몰 딜을 만들어 시간을 끄는 것이죠. 스몰 딜임에도 트럼프는 큰 진전을 얻었다고 자신의 치적으로 포장하면서 말기까지 가겠죠. 현실적으로 트럼프는 북한 비핵화에 관심이 없습니다. 국정철학은 미국우선주의죠. 북한 핵이 미국으로만 날아오지 않으면 오케이죠. ‘북한이 핵을 쓰지 않게 대화와 협상을 통해 상황만 관리한다면 된다’는 생각이 트럼프 머릿속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봐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핵 협상의 궁극적 목적이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라고 합니다. 많은 동맹국을 거느린 나라의 외교수장이 할 이야기는 아니죠. 본토에 대한 안전뿐만 아니라 한국 같은 동맹국에 대한 위협 제거도 고려해야 하는데, 미국은 이 문제를 거의 시야에 두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태 전 공사는 “만일 미국이 미국에 대한 위협 제거로 타협한다면 이것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트럼프 독트린을 발표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이다. 미국이 1969년 7월 닉슨 독트린으로 핵을 가진 중국과 타협한 것과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의 평화무드 오래 못 갈 것”

    - 이런 상황으로 진행되면 한국의 안보엔 어떤 영향을 줍니까?

    “현 정부는 ‘선 평화, 후 비핵화’입니다. 국민에게 이런 평화가 먹혀들고 있어요. 북한이 핵을 갖고 있음에도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비무장지대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되죠. 그러나 이런 흐름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북한의 핵무기를 없애지 못하면 단기적으로 평화무드가 나오겠지만 결국 핵이 있는 북한과의 평화는 이뤄질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반동 조치로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나 킬 체인을 만들고 미국으로부터 최첨단 군사 장비를 수입해야 합니다. 분단 비용이 더 늘어날 겁니다.”

    - 말한 내용을 들어보면 1차 북·미 정상회담도 비핵화 측면에서 실패였고 2차 회담도 해봐야 북한에 이로운 상황으로 갈 것이라는 이야기인데요.


    “총체적으로 김정은에게 이로운 상황으로 가죠.”

    - 그러면 이런 회담을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미국이 이런 식으로는 해선 안 됩니다. 무엇을 합의하기도 전에 트럼프가 2월 27일 베트남에서 회담한다고 발표하는 식이죠. 싱가포르 회담에서도 회담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1분만 만나보면 비핵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안다’ ‘느낌과 촉각으로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느낌과 촉각으로 4시간 김정은을 만난 뒤 결국 북한이 준비한 합의문에 사인해줬습니다. 이렇게 하면 실패하는 겁니다. 그런데 2차 회담도 그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 2차 회담에 임하는 트럼프에게 ‘핵물질 신고에 대한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주문해도 될까요?


    “당연하죠. 김정은에게 ‘이제라도 비핵화 첫 단계로 나가라. 대담하게 핵물질을 신고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트럼프에겐 ‘핵물질 리스트도 없이, 비핵화 역으로 가는지 핵군축 역으로 가는지 종착역도 정해놓지 않고 회담하려면 베트남회담 필요 없다. 비건이든 폼페이오든 실무자에게 시켜서 가려는 역이 명백히 보일 때 회담에 나가라’고 말하고 싶어요.”

    - 트럼프가 회담 시점과 장소를 발표했지만 철회할 수 있나요?

    “미국이 자기 의견대로 되지 않는다면 철회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아무것도 합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깨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어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비핵화가 급물살을 탈 것 같았지만 주저앉았죠. 이번에도 회담 자체를 미국이 그만둘 수 있다고 봐요. 비건도 말했어요. 정상회담 전까지 다시 북한과 실무협상을 해야 한다고요.”


    “물질적 혜택 가시화돼야 서울 올 것”

    - 트럼프도 대북제재를 풀어주면 큰 역풍을 맞을 수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하지 않을까요?

    “옆에서 보좌진이 트럼프의 소매를 잡아당기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새로운 방식으로 해보자고 해왔어요. ‘너희 방식으로 해서 안 됐다. 일단 김정은을 믿고 제재도 풀어주고 한번 가보자. 리스트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하냐. 김정은이 하겠다는데 가보자’ 이렇게 할 수 있죠.”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김정은의 한국 답방은 어떻게 될까요?

    “김정은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물질적 혜택이 가시화돼야 한국에 올 겁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런 현실적인 대북제재 부분 해제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김정은으로선 서울에 올 필요가 없다고 여길 겁니다. 서울에 와서 얻어갈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현 시점에선 아무것도 없어요. 김정은은 북한에선 신과 같은 존재인데 서울에 오면 우파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규탄 시위하고 이러겠죠. 국회에서 연설하고 쇼 몇 번 하고 돌아갈 때 가지고 가는 게 있어야 하는데 우리 정부가 김정은에게 뭘 쥐여 보낼 수 있을까요? 미국의 승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줄 수 없죠. 제재 해제라는 상응조치가 없다면 김정은은 서울에 오지 않을 겁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단지 사찰 개시 시점이나 종료 시점에 제재를 해제해주는 것이 아니고 절충안으로 사찰 중간 시점에 제재를 해주겠다고 제안하면 어떻게 될까요?

    “북한은 안 받아들일 겁니다. 북한은 이 사찰의 고비를 넘는 것이 대단히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사찰이 시작되면 예기치 않은 엄청난 의견 불일치가 생길 겁니다. 이런 불일치가 나오기 전에 일단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열어놓으려고 하는 거죠. 열어놓으면 다시 막기 힘들죠.”

    - 한국 국민에겐 ‘영변 불능화와 개성공단 즉시 재개’로 합의되면 손해일 것 같은데요?

    “네. 협상을 위한 협상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십 년 동안 북한과 합의한 문건이 400개가 넘습니다. 북한과 합의해서 들어와 현 정부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해본다, 나중에 되든 안 되든 상관없다, 이렇게 가선 안 된다는 거죠. 궁극적 목표는 북한 핵무기가 없어지는 것이죠. 북한에 핵무기를 폐기하고 있다는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말해야 합니다. 그 첫걸음은 가지고 있는 모든 걸 내놓겠다는 청사진을 보여주는 것이죠.”


    종전선언 관련 가짜뉴스

    - 북한은 ‘핵 리스트 제공은 공격 좌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할 텐데요.

    “어디에 있는지 안다고 해서 한국이나 미국이 공격하겠습니까? 북한의 핵시설 100개를 동시에 공격한다고 하는데, 하나라도 맞히지 못해 북한의 핵미사일이 서울에 떨어지면 만회할 수 없습니다. 이건 안 내놓겠다는 뜻으로, 말이 안 됩니다. 천천히 가더라도 정상적인 코스로 가야 합니다. 우리 정부는 이것을 뒤로 미루자고 합니다. 이것을 미루는 식으로 가면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후세도 북한의 핵 위협 속에서 살아야 할 겁니다.”

    - 종전선언이 유엔사령부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나요?

    “북한은 종전선언을 해도 당장 유엔사 해체를 요구하진 않을 겁니다. 9월 19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 때 일부 언론은 ‘북한은 유엔사 해체에 관심이 없다’고 보도했어요. 그러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지난해 9월 29일 유엔 총회에서 유엔사에 대해 ‘아직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했어요. 유엔사가 한반도 평화에 걸림돌이라고 유엔에서 밝힌 것이죠. ‘종전선언과 유엔사는 관계가 없다’는 뉴스는 ‘가짜뉴스’입니다. 종전선언이 나오면 북한은 적대행동중지 지역을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하자면서 유엔사 해체를 점차 들고 나올 겁니다.”

    - 종전선언 후 주한미군 철수는 어떻습니까?

    “북한은 ‘미군은 나가라’ ‘한국과 평화체제로 가는데 외국 군대가 왜 있나’라고 할 겁니다. 9·19 공동성명에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미국이 북한을 핵무기나 재래식 무기로 침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미국이 사인했습니다.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따라 핵전력 갖고 있는 국가의 군대는 한반도에 있으면 안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결국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하면 미군은 점차적으로 나갈 수밖에 없어요. 종전선언에 사인한다고 할 땐 우리 국민과 정부는 1, 2년 안에 벌어질 사태는 아니지만 유엔군사령부와 미군이 한반도를 떠나는 시나리오를 각오해야 합니다.”

    - 한반도 비핵화하에선 미국의 핵우산도 제공되지 않는다?

    “당연하죠.”


    “대화라는 호랑이 등”

    몇몇 대북전문가는 북한의 비핵화를 낙관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통해 대규모 경제지원을 받고 북한을 친미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김 위원장은 친중파가 아니다”라고도 한다. 이에 대해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핵무기와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김정은 시스템은 북한 내부를 전시(戰時) 군사국가로 운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북한식 통일이 가능한 것처럼 선전해야 하고 방대한 군사무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게 정권 유지 방법입니다. 이 방법에 핵무기는 없어서는 안 될 산소와 같습니다. 김정은이 친미로 돌아서면 중국은 김정은 체제를 붕괴시킬 겁니다. 북한은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이런 나라가 없습니다. 중국이 결심하면 북한은 생존할 수 없습니다. 몇몇은 ‘김정은이 개발독재형 지도자로서 북한의 초고속성장을 이끌 수 있다. 베트남식 도이모이 개혁개방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북한체제를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베트남과 중국엔 체제 위협 요인이 없었어요. 그러나 북한엔 한국이라는 체제 위협 요인이 있습니다. 개혁개방을 잘 못하면 한국에 흡수됩니다. 한국에 엄청난 불안을 느끼죠. 베트남과 중국은 세습체제가 아니어서 예전 체제를 부인하고 새로운 길로 갔습니다. 반면, 김정은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만든 사회경제 시스템을 부인해야 합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베트남과 중국은 인터넷으로 외국과 연결될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를 어느 정도 줬습니다. 김정은 체제는 정보를 열고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순간 붕괴됩니다. 베트남과 중국은 정치조직에서 유리될 자유도 줬어요. 그러나 북한은 정치조직 기능이 해체되면 국가 시스템이 무너집니다. 김정은 체제하에서 경제 기적은 이뤄질 수 없다고 봐요.”

    -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각각 어떠한 입장을 취할까요?

    “합의가 잘 안 되더라도 두 사람은 협상의 흐름을 깨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 왜죠?

    “트럼프로선 미국 국민에게 한 말이 있어요. ‘김정은을 믿는다’ ‘김정은은 나이스한 사람이다’라고 이야기했어요. 이런 김정은과의 핵 회담을 깨뜨리면 자기 손으로 자기 눈을 찌르는 겁니다. 트럼프는 이런 일을 안 할 겁니다. ‘이번에 구체적으로 합의는 안 됐지만 나는 김정은을 믿고 계속 협상해볼 것이다’라면서 끌고 갈 수밖에 없어요. 대화라는 호랑이 등에 김정은과 트럼프가 타고 있습니다. 둘 중 누구도 호랑이 등에서 내리지 않을 겁니다.”


    “문재인도 ‘김정은 핵 포기’ 안 믿을 것”

    - 현실적으로 가능한 북한 비핵화 방법은 무엇입니까?

    “김정은 시스템에 대한 정권 교체밖에는 없습니다.”

    -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정부 여당은 지금 ‘김정은이 핵을 포기한다’고 계속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정말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한다’고 믿을까요? 저는 문 대통령도 김정은이 핵을 포기한다고 믿지 않을 것 같습니다. 포기 안 한다는 걸 다 알고 있어요. 한국 국가정보원이 ‘김정은이 핵을 포기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여야 정치권이 합의해 ‘자,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게 명백하다. 핵을 가진 북한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현실적 방도를 찾아야 합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아직도 권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2월 8일 북한군 건군절 때 북한군 수장은 황병서 총정치국장, 이명수 총참모장, 김정각 인민무력상이었다. 이번 2월 8일엔 김수길 총정치국장, 이영길 총참모장, 노광철 인민무력상이었다. 또한 2월 8일엔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최룡해, 이수용, 김평해, 태종수, 김영철, 오수영이 등장했다. 선전선동부 책임자인 박광호가 보이지 않았다. 박광호는 지난해 11월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이러한 군과 당 수뇌의 부단한 교체는 김정은의 권력 기반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징표”라고 태 전 공사는 설명한다.

    - 북한군 총정치국장이나 참모장, 인민무력상이 변심하면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나요?

    “쿠데타를 하려면 무력을 움직여야 하는데 참모장이라도 무력을 움직일 권한이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요. 그럼에도 김정은은 여전히 불안한 겁니다. 그래서 부단히 수장을 바꾸는 거죠.”


    ‘북한판 청와대’ 서기실

    -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핵심 권력 기반은 어디인가요?

    “김정은에게 가장 근접해 직접 보좌하고 옹위하는 곳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라고 일컬어지는 ‘(조선노동당 당사) 3층 서기실’입니다. 그곳에 많은 인력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나는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기능이죠.”

    - 같은 건물에서?


    “네네. 다 같이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부 서기실 외곽에 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가 있습니다.”

    - 서기실은 우리로 치면….

    “청와대와 같죠.”

    - 청와대는 직원이 900명 가까이 된다는데요.

    “서기실은 그렇게까지 많진 않고 200명 정도 되지 않을까.”

    - 3층 1개 층에서 모두 근무하나요?

    “아뇨. 3개 층에 갈라져서. 김정은 집무실이 3층인지 2층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 청와대는 대통령의 메시지 전체를 생산하는데요.


    “서기실은 서기, 즉 비서 역할을 합니다. 최고책임자는 서기실 실장으로 불렸는데, 최근엔 국무위원회 부장으로 불리죠. 최근까진 김창선이 맡았습니다. 김정은이 군사 분야 연설을 할 땐 당 조직부 내 인민무력부 담당 과에서 연설문을 만들죠. 외교 분야 연설은 당 국제부나 선전선동부, 외교부에서 만들고요. 서기실은 밑에서 올라온 것을 취합해 김정은에게 보고하고 김정은의 의견을 밑에 전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합니다.”

    - 이번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중요 현안에 서기실은 어떻게 관여하나요?

    “서기실 안에 외교담당라인이 있습니다. 이들이 김정은과 토의해 이런 과업을 외무성에 주든지 통일전선부에 주든지 해서 안을 세우게 합니다. 안이 올라온 것을 놓고 이들이 김정은과 함께 극비 대화를 합니다. 이렇게 갈 것이냐 저렇게 갈 것이냐를 결정하죠. 거기엔 최고위급 전문가들이 올라갑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이 고모부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은 물론이고 이복형 김정남의 독살을 지시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도 소재를 알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내다봤다.

    - 김한솔은 김정은에겐 위협이 되나요?


    “김한솔은 아직 어리고 김정은의 시야에서 멀리 벗어나 숨어 지내고 있어요. 김한솔은 아버지가 죽는 걸 봤기 때문에 아버지처럼 여기저기 자유분방하게 다니면서 인터뷰를 하거나 존재를 과시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김한솔이 어디엔가 나타난 것이 포착된다면 북한 테러조가 금방 달려들어 그도 테러해 죽일 겁니다."


    “文 퇴임할 때 자괴감 들 것”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어떠한 전략을 취할 것 같나요?

    “김정은은 1월 시진핑을 방문했죠. 김정은이 하는 모든 회담 방식은 시진핑과 사전에 합의한 겁니다. 만일 김정은이 트럼프와의 핵 협상이 잘 안 돼 제재를 풀지 못한다면, 무너져야 하는데, 김정은에겐 뒷문이 있는 겁니다. 바로 시진핑이죠. 시진핑은 김정은이 무너지지 않도록 계속 경제적 지원을 해줄 겁니다. 시진핑의 궁극적 목적은 김정은을 밀어주고 한국을 끌어당겨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에 있죠.”

    - 요즘 평양은 고층빌딩이 즐비하고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장마당 등으로 경제가 잘 돌아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현재 북한 실정은 어떠하다고 봅니까?

    “북한 경제는 2017~2018년 대단히 많이 개선되는 기미를 보입니다. 중국이 북한에 무상원조를 주고 있어요. 북한이 무너지지 않을 정도로 주고 있죠. 중국의 강력한 지원을 바탕으로 북한이 버티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 사실이라면 유엔 결의 위반 아닌가요.

    “명백한 위반이죠. 그러나 미국이 말하지 못하는 게 극비로 주는 것이니까요. 예를 들어, 북한과 중국 사이엔 수천km의 국경선이 있습니다. 이 국경선을 통해 기름이 얼마나 흘러 들어가는지 미국이 도무지 잡아낼 수가 없습니다. 김정은도 중국의 후원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고 시진핑도 김정은이 자기를 찾아와 의논하고 돌아가는 것을 흐뭇하게 여겨요. 김정은에게 제일 중요한 건 원유라든지 물자입니다. 시진핑이 이런 것을 주지 않았다면 김정은이 시진핑에게 가서 굽실거리고 예술단을 보냈을까요? 그건 전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죠.”

    - 중국은 북한이 핵을 갖기를 원하나요?

    “원하지 않지만 핵을 포기하면 북한 시스템이 붕괴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중국으로선 자신의 통제가 가능한 핵보유국으로 가고 있기에 북한을 돕는 것이죠. 북한과 중국은 지금 조화를 잘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 북·미 정상회담이 없었다면 지금쯤 어떤 상황이 됐을까요?

    “북한의 경제 형편은 훨씬 악화됐겠죠. 김정은은 2017년 11월 핵을 완성했기에 혁명 승리의 문 앞에 와 있다고 했어요. 제재가 풀리지 않고 누구도 만나주지 않고 곤란한 상황이 계속 유지됐다면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되고 신뢰가 추락했을 겁니다.”

    - 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봅니까?

    “문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전쟁은 안 된다’면서 김정은에게 계속 평화 조치를 취해주면 김정은의 마음도 변한다고 생각하고 선의로 대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1년밖에 안 지나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문 대통령도 퇴임할 때가 되어 북한의 핵무기를 하나도 없애지 못하게 되면 ‘김정은에게 속았구나’ 하는 대단히 큰 자괴감이 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한국의 안보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고 봅니까?

    “문 대통령이 국민에게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 ‘북한은 비핵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이야기한다면 결국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봐요. ‘북한의 비핵화를 실현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핵을 가진 북한과 교류 협력해야 한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가장 진정성 있는 정책 제시 아닐까요?”


    “현찰 박스에 담아주지 말라”

    태 전 공사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이 재개되더라도 북한 근로자 임금을 현찰로 박스에 담아 김정은의 사무실에 갖다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반드시 월급봉투를 북한 근로자들의 손에 직접 쥐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당국이 도로 뺏겠지만 이렇게 해야 북한 근로자들의 의식을 변화시키고 체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은 한국의 물자와 사람이 북한을 통과해 중국을 자유롭게 오가도록 보장해야 한다. 이런 약속을 받아낸 뒤에 남북한 철도·도로를 연결해야 한다”고 했다.

    -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가 아닌 핵군축이 진행된다면, ‘한국도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을 텐데요.

    “당장 우리가 핵무기를 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2~3년이 경과해도 비핵화에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북한이 계속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면, 국제 관례를 보면, 핵을 완성하고 협상해 3년을 넘기면 핵보유국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이 된다면 한국도 핵 옵션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핵을 우리도 가져야 해요. 그래야 균형이 이뤄지죠. 핵을 가진 국가와 적대관계에 있으면서 미국 핵우산에 계속 의지한다? 북한 핵이 한국으로 날아올 때 미국 핵이 북한으로 날아간다는 담보가 있을까요? 우리가 핵을 직접 가지고 강력한 억제력을 보여줄 때에만 한반도에서 핵전쟁이 안 일어납니다.”


    “한두 해 힘들겠지만 핵 가져야”

    - 무역으로 사는 나라로서 국제 제재를 못 견딜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물론 한두 해는 힘들겠죠. 쉽게 핵무기를 가진 나라는 영국밖엔 없을 겁니다. 프랑스도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면서 나토에서 나오고 미국과 심각한 정치적 갈등을 겪었어요. 중국은 1960년대 수소탄을 만들 때 미국의 경제제재로 3000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습니다. 이렇게 고통을 겪으면서 핵 보유로 간 것이죠. 우리가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않고 노래를 부르면서 핵 보유로 간다? 불가능합니다.”

    - 고통을 겪어도 안 되는 일이 있는데요.

    “미국이 2~3년 내로 북핵을 저지하지 못한다면, 한국의 핵무장을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누가 북한과 핵 딜을 했습니까? 미국이 했습니다. 미국이 압박과 제재를 가했는데도 어떻게 하지 못했다면 우리가 핵을 가지겠다고 말하지 못할 겁니다. 그러나 미국이 핵 협상을 주도해 주고받기 식으로 북핵을 인정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우리는 당당히 미국에 핵 보유를 주장할 수 있다고 봐요.”

    -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폐기할까요?

    “미국의 최대 약점은 북한이 몇 개의 ICBM을 갖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20개가 있다면 10개 정도 내놓는 것으로서 반쪽짜리 ICBM 폐기를 하겠죠. 제가 보건대 트럼프는 반쪽짜리 ICBM 폐기에 타협할 가능성이 있어요. 북한은 이것을 통해 제재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일부 ICBM을 폐기할 겁니다. ICBM에서 핵탄두를 분리하고 이 ICBM을 프레스로 찍어 파철로 만들어 미국에 줄 겁니다. 북한의 적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입니다. 북한은 핵무기로 한국을 타격할 능력만 유지할 수 있다면 미국과 그 어떤 거래도 할 겁니다.”

    김정은 시스템의 수명과 관련해 태 전 공사는 “핵을 갖고 있어도 길게는 20년, 짧게는 10년 내로 무슨 변고가 꼭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절대권력을 가지고 철권통치를 하고 있는데.

    “김정은은 고위 간부들에 대한 부단한 교체를 통해 불안하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금 김정은을 옹립하는 70~80대 고령층은 10년이 지나면 다 사라져요. 내부에서 소요가 일어날 겁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북한 내에서 전주(錢主)가 많이 늘어났습니다. 김정은은 이러한 자본주의적 시스템을 법적으로 인정해주느냐 하는 딜레마를 갖고 있어요. 소유권을 인정해주면 김정은체제는 10년 이상 가기 어려워요. 인정하지 않으면 이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요? 변혁을 요구할 겁니다.”


    “金체제 고무줄 10~20년 내 끊어질 것”

    - 김정은은 백두혈통 같은 것으로 정권의 정당성을 유지하려고 할 텐데요. 

    “세뇌교육을 통해 계속 이끌려고 하겠죠. 그러나 김정은이라는 지도자로부터 사람들이 점점 멀어지고 있어요. 이건 되돌릴 수 없어요. 이 체제의 고무줄이 점점 늘어나고 있죠. 20년 만에 끊어질지 10년 만에 끊어질지 모르지만, 20년은 넘기지 못한다고 봐요.” 

    - 북한은 지방 소도시 주민들까지 철저히 통제하는데요. 

    “내리누르려는 힘과 저항하는 보이지 않는 힘 간의 물리적 충돌 속에서 어느 한 곳에서 아랍혁명 때처럼 자그마한 스파크가 일어날 것 같아요. 김정은 성격상 강경 진압할 겁니다. 그러면 오히려 도화선이 돼 전국적으로 불길이 일어나 김정은 시스템이 붕괴하는 일이 일어날 겁니다. 우리가 대비책을 잘 마련해놓는 게 중요해요.”

    태 전 공사는 “그러려면 북한과의 교류가 완전히 단절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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