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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공기업 ‘포용적 혁신성장’ 현장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마사회는 사회에 공헌하고 말산업은 달린다”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 ● “국정농단 지우고 약자 포용”
    ● “5508명 정규직 전환”
    ● “국산 명마 배출”
    ● “승마 대중화”
    ● “말산업 신성장동력”
    ● “신의 직장?…복리후생비 87% 절감”
‘렛츠런파크 서울’의 야간 경마 장면. (왼쪽)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렛츠런파크 서울’의 야간 경마 장면. (왼쪽)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

‘포용적 혁신성장’은 문재인 정부의 주된 정책 기조다. 문 대 통령은 2월 7일 “우리 정부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추구하면서…”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기조가 공공기관·공기업 경영에 반영돼 ‘포용’ ‘혁신’ ‘성장’의 가치가 국민 개개인의 삶에 스며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와 관련해 한국마사회는 특히 주목을 받는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마사회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의 승마 입시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2018년 1월 김낙순 한국마사회 회장이 취임하면서 “공익성과 공공성을 최우선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한국마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찾아왔다.

“취임하던 그 겨울, 유별나게 매서웠습니다. 정작 더 몸을 움츠리게 한 건 마사회를 바라보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이었습니다. 국정농단 연루설, 용산 장외경마장 분쟁, 경마 사행성 논란, 불통 기관 낙인…. 2012년 이후의 매출 하락도 문제였죠.”


“그 겨울 유별나게 매서웠다”

김 회장은 “살아남기 위해 새롭게 거듭나야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설립 목적에 충실한 기관으로 되돌아가는 방법”을 택했다고 한다.

“경마를 통한 수익 창출? 이건 마사회의 목적이 아닌 ‘수단’입니다. ‘이윤 창출 극대화’ 논리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본연의 목적에 더 충실해야 한다고 봤어요. 지금이야말로 마사회가 ‘포용성장’을 추구할 때라 생각했습니다.”



- 설립 목적에 충실한 기관이 되기 위해 어떠한 그림을 그렸나요?

“조직 내부를 혁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섰습니다. 기부금이나 축산발전기금 등 사회적 기여를 대폭 늘렸습니다. 경마의 사행성과 중독성에 대한 우려가 많았습니다. 이걸 불식하고자 했어요. ‘말산업 육성’을 통해 국민의 취미레저생활에 기여하고 국가경제에 일조하고자 했습니다.”

- 정유라 문제로 인해 적폐청산이 마사회에서도 화두가 됐나 봅니다.

“국정농단 연루, 대규모 투자 실패, 비인격적 행위, 저성과가 청산 대상이었죠. 공공성과 지속가능 경영을 위해 중복된 기능을 조정했습니다. 그러자 조직의 효율성도 높아졌어요.”

- 포용은 자신에게 엄격하고 남에게 관대한 마음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마사회는 ‘신의 직장’이라 불리기도 했는데요.

“일부 오해의 소지도 있으나, 다른 공기업 대비 높은 복리후생 수준으로 2013년 정부로부터 ‘방만 경영 중점관리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후 방만 경영 체크리스트 55개 항목을 전부 이행했어요. 인건비도 정부 지침을 엄격히 준수합니다. 이젠 공기업 기관장 급여 순위에서 29위로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닙니다. 2013년 대비 2017년 일반직 1인당 복리후생비는 80.7%나 감소했습니다.”


소리소문 없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놀라운지’ 모습.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놀라운지’ 모습.

- 지난해 공기업 부정채용 논란이 끊이지 않았죠. 마사회는 어떻습니까?

“채용비리는 미래 세대에 대한 큰 범죄입니다. 마사회는 모든 채용에 블라인드 방식을 채택해 나이, 성별, 학력에 따른 차별을 제거했어요. 면접은 물론, 서류심사에도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비리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습니다. 채용 이후에도 외부 전문가가 채용 전 과정을 리뷰하도록 했어요. 정의로운 결과를 담보하기 위해 채용비리에 대해선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 공공기관의 부정부패 비리는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경마를 운영하는 만큼 청렴 문화 정착에 더 각별히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반부패 시책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습니다. 앞으로 ‘윤리청렴기업’ 이미지를 더 확산해나갈 생각입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일자리 정책이다. 한국마사회는 소리소문 없이 처우개선 실적을 냈다. 12회에 걸친 노사협의 등을 통해 시간제경마직 같은 비정규직 5508명을 경마지원직 같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이런 노력이 인정돼 고용노동부 주관 ‘정규직 전환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김 회장은 “청년창업가와 농가 판로 확대, 말산업 전문인력 양성, 말산업 사업자와 구직자 매칭, 승마대회 지원, 취업지원 프로그램 운영, 인턴 채용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한다. “협의기구를 통해 파견·용역 근로자들의 목소리도 적극 반영한다”고 했다.

- 마사회에서 자주 거론하는 ‘말산업’이 무엇입니까?

“말의 사육은 1차 산업, 사료 마장구 설비제조는 2차 산업, 경마 승마 관광 교육은 3차 산업입니다. 이렇게 말산업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죠. 미국에서 말산업은 1000억 달러, 140만 개 일자리 효과를 냅니다.”

- 요즘 주변에 승마장이 많아진 것 같긴 합니다.

“전국적으로 512개 승마시설이 들어섰고 체험승마 인구는 90만 명을 바라봅니다. 국내 말산업은 3조4000억 원 규모를 넘어설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종사자도 1만6000명이 넘고요. 말산업은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국산마 ‘국제대회 2위’ 성과”

- 마사회가 주관하는 승마시범학교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라면서요?

“지난해 7개 학교에서 412명의 학생이 참여했어요. 높은 만족도를 보였어요. 끝나고 난 이후에도 계속 말을 타고 싶다고 희망할 정도였으니까요. 올해엔 26개 학교가 참여를 희망했지만 제한된 예산으로 아쉽게도 14개 학교에서 진행됩니다. 승마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도심공원 무료 체험승마를 운영했는데 1만9000여 명이 이용했습니다. 승마시설과 강습 매뉴얼도 표준화하고 있어요.”

- 승마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습니다만.

“‘전 국민 승마체험’은 강습료를 걱정하는 국민을 위해 저희가 만든 프로그램이죠. 1회 강습료 3만 원 중 5000원만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마사회가 지원합니다. 말을 타면 치유가 되죠.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재활·힐링 승마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 마사회 하면 경마가 떠오르는데, 경마를 사행산업으로 보는 시각이 없지 않습니다.

“경마 종주국인 영국에서 경마는 레저스포츠이자 사교의 장으로 여겨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유명 정치인들이 경마를 건전하게 즐겼어요. 김구 선생은 김구상을 제정해 특별 경주를 열 정도로 열렬한 경마 팬이었죠. 하지만 경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좋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3조4000억원의 경제적 효과, 2만4000명 고용, 1조6000억 원 국가·지방재정 창출, 1700억 원 기금 출연 같은 경마의 사회적 기여도가 간과되는 점은 아쉬워요. 사행산업이라는 부정적 시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그 이면의 순기능과 건전 레저로 새롭게 태어나려고 노력하는 한국 경마의 변화를 응원해주면 좋겠어요.”

- 경마와 관련해 케이닉스(K-Niks)는 무엇입니까?

“마사회는 미국에서 경주마를 발굴해 현지 출전을 통해 검증한 뒤 국내에 들여와 우수한 국내산 경주마로 만드는 중장기계획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경주마 수출까지 가능해집니다. 이를 위한 도구가 ‘최적교배프로그램’인 케이닉스인데, 씨암말의 열성 유전자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우성 유전자의 씨수말을 찾아 태어날 자마의 경주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죠. 정확도와 신뢰도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특허로 등록됐고, 국내외 유명 학술지에 등재됐어요.”

- 케이닉스가 실제로 경마에서 성과를 내나요?

“이 기술이 적용된 경주마 ‘닉스고’는 지난해 11월 ‘경마 올림픽’으로 불리는 미국 ‘브리더스컵 주버나일’(총 상금 340억 원)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어요. 결승선 70m에서 추월을 허용해 아쉽게 2등을 했지만 실로 엄청난 성과죠.”


“경마의 품격이 국가의 품격”

- 경마 팬들은 명마에 열광하는 법이죠.

“이름난 경주마 1두가 갖는 파급력은 기대 이상입니다. 일본의 경주마 ‘오구리캡’은 국민적 사랑을 받았고, ‘빅투아르피사’는 두바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일본 말산업을 단숨에 세계 5위로 끌어올렸죠. ‘경마의 품격이 국가의 품격’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국제 수준의 능력을 보유한 국산 명마를 배출하기 위해 마사회는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 주말 쾌적한 경마장에서 경주마가 지축을 울리며 내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쾌감을 느낀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경마를 즐기는 게 좋을까요?

“과거 경마장으로만 불리던 렛츠런파크는 경마 경기뿐 아니라 공연, 행사, 이벤트를 즐기고 승마도 체험하는 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젊은 세대도 많이 찾습니다. ‘놀라운지’에서 경마 초보자들은 경마 룰이나 우승마 분석 방법까지 쉽게 배울 수 있고 소액으로 베팅을 즐길 수 있습니다. 투어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경주 시행 과정을 잘 이해하게 됩니다. 마사회는 과도한 베팅 등 ‘과몰입’을 방지하는 유캔센터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마사회는 30개의 장외발권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전체 매출의 70%가 나온다. 그러나 이들 장외발권소는 지역사회에선 기피시설로 여겨지기도 했다. 김 회장은 “전 좌석 지정좌석제 실시 등 관람문화를 개선해 복합문화레저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경마가 발달한 홍콩의 경우 150개 장외발매소가 문화를 즐기는 카페 형태로 운영된다. 우리도 이런 형태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대타협 위해”

- 일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용산 장외발매소 문제 해결을 꼽았는데요.

“용산 장외발매소는 ‘화상경마장’으로 불리면서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샀습니다. ‘사회적 대타협’을 위해 마사회는 용산 장외발매소의 폐쇄를 단행했죠. 저는 18층인 이곳을 ‘한국마사회 장학관’으로 탈바꿈시켰어요.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기숙사, 체력단련실, 다용도실, 식당, 스터디 소모임실로 조성했죠. 보증금 10만 원에 월 입실료 10만 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농업인 또는 농업인 자녀이면서 수도권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공익을 위해 도심 건물 전체를 사회에 환원한 마사회 최초의 인프라형 사회공헌사업이죠. 앞으로도 현안에 적극 참여하면서 지속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가겠습니다.”

마사회는 2023년 개장을 목표로 66만1160㎡(20만 평)에 말, 사람, 자연이 어우러진 경천경마공원을 짓기로 했다. 김 회장은 “많은 국민이 마사회의 서비스를 즐겨주면 좋겠다. 사회에 공헌하고 약자를 포용하는, 그래서 함께 성장하는 마사회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신동아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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