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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제조업 ④석유화학

차이나로 뜨고 차이나에 울고 그래도 승부처는 차이나

  • 남장근 |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연구위원 namjk@kiet.re.kr

차이나로 뜨고 차이나에 울고 그래도 승부처는 차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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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저유가, 세계 불황이 석유화학 발목 잡아
  • ● 중국 수출이 절반 넘는데 中 수요 줄고 中 생산 늘어
  • ● 북미 셰일가스 화학제품 아시아 유입은 또 다른 ‘고비’
  • ● M&A로 대형화하고 고부가 상품 개발해야
차이나로 뜨고 차이나에 울고 그래도 승부처는 차이나
산업 전반이 어려운 시기다. 석유화학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여러 가지 대내외 위협 요소가 잇달아 대두하면서 업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2014년에는 국제유가 급등락에 따라 나프타 구매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 간 시차에 따른 재고 손실에다, 최대 수출시장 중국의 성장세 하락에 따른 수요 부진 속 자급률 상승,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주요 기업들은 매출액 및 영업이익 급감 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전형적인 ‘샌드위치’

2015년에도 합섬원료 및 합성고무는 중국 내 공급 과잉으로 부진이 계속됐다. 다행히 9월까지 스프레드(에틸렌 가격-나프타 가격)가 개선됐고, 제품 원료인 원유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뒤) 안정됐으며, 폴리에틸렌(PE)은 수요와 공급이 얼추 맞아들어 시황이 개선되는 등 기업 실적이 호전됐다.
하지만 이는 잠깐의 햇살로 끝났다. 10월 들어 계속되는 저유가, 중국 내수 부진으로 인해 수출단가가 더욱 하락해 수출액 감소세가 이어졌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그나마 꾸준하게 증가해온 ‘물량 기준 수출’마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수출 물량은 전년 동월 대비 2.9% 감소했다.
2016년에도 석유화학업계는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선 국내 시장을 보자. 국내 석유화학 수요는 포화상태가 된 지 오래다.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갔다. 더욱이 전자, 자동차, 섬유 등 주요 전방 수요산업의 해외 이전이 가속화하는 데다, 2015년 아파트 분양이 공급 과잉을 빚은 탓에 새해에는 건설업(PVC 등 수요산업) 경기마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해에도 석유화학 내수시장은 쪼그라들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우리 석유화학산업은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여기에다 범용제품 위주(70% 내외)의 포트폴리오,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 규모, 과다한 참여 업체 수, 내수시장 포화에 따른 과당경쟁 등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더욱이 주력사업 분야인 범용제품은 전형적인 성숙산업으로 제품 차별화가 쉽지 않다. 따라서 주로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데, 한국은 값비싼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해 원가 경쟁력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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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가가 하락한 덕분에 에탄(중동), 셰일(북미), 석탄(중국) 등 경합 관계에 있는 원료와의 경쟁에서 원가 격차가 축소돼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다소 높아졌다. 그러나 문제는 향후 유가가 더 하락할 것으로 기대한 ‘고객’들이 구매를 연기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재고 비용이 상승하고, 급격한 유가 변동에 따른 마진 폭 축소로 수출 채산성이 더욱 악화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고는 세계경기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범용제품은 중동 등 후발국의 추격에 쫓기고, 고부가가치 특화제품(specialty) 부문에서는 높은 원천기술 장벽으로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전형적인 샌드위치 양상이다.
1992년 한중수교 이래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중국 특수(特需)’를 누렸다(표 참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화학 수입국으로, 국내 업체들은 지리적 근접성을 바탕으로 중국의 수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단기간에 중국 시장점유율 1위(14~16%)를 확보했다. 석유화학 제품의 총 수출액 중 중국(홍콩 포함)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30%에서 2009년 55%로 크게 올랐다. 이후 서서히 하락해 2015년(1~10월)에는 48%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산업은 생산량의 절반 이상(2014년 기준 55.1%)을 해외에 내다파는 대표적 수출업종이다.

중동·동남아의 맹추격

비즈니스에서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경구가 통용된다. 중국이라는 한 나라의 사정에 따라 우리 석유화학 수출 증가율이 매년 급격히 요동치는 등 석유화학산업은 구조적 불안정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합섬원료 중 일부 주력품목은 물량 기준으로도 수출이 급감하는 등, 이미 ‘차이나 쇼크’의 한 가운데에 서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새로운 경제정책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서 적신호가 켜졌다. 2014년 5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선언한 중국판 뉴노멀(New Normal), ‘신창타이(新常態)가 그것이다.
중국 경제는 지난 20여 년간 9%대 성장을 지속하다 2012년부터 7%대로 성장세가 둔화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이를 ‘새로운 정상상태’로 인정하고, 성장률 목표를 중(中)성장으로 낮춰 잡았다. 산업 구조조정과 내수주도형 안정 성장을 추진하며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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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석유화학 제품 수입 증가세도 크게 꺾였다. 2012년 증가세가 -4.9%를 기록한 데 이어 2014년에는 -3.9%, 2015년 1~9월에는 전년 동기대비 -17%로 대폭 감소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시장에서 중동·동남아 등 후발국의 추격이 만만치가 않다. 특히 대중(對中) 수출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3대 유도품(합성수지·합섬원료·합성고무) 시장에서 중동, 동남아국가연합(ASEAN) 및 미국의 시장 잠식으로 한국의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다. 비중이 가장 높은 합성수지 시장에서 한국은 나프타의 4분의 1에서 5분의 1밖에 안 되는 에탄가스 기반의 중동 제품에 밀리고 있고, 최근에는 동일한 나프타 기반의 ASEAN에도 쫓기고 있다. 합성고무 시장에선 미국에 추월당하는 모양새다.
그 결과 대표적인 합성수지 품목인 폴리에틸렌의 중국 시장 내 한국의 점유율은 2011년 15%에서 2014년 12%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중동의 점유율은 41%에서 48%로 상승했다. 앞으로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을 갖춘 중동이 수출품 다각화 전략을 통해 합섬원료, 합성고무 시장에도 진출한다면 한국의 중국 시장 내 위상은 더 흔들릴 것이 불보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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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장근 |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연구실 연구위원 namjk@kie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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