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호

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GE, 소니, 유니레버, 코카콜라…

  • 전재권 |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입력2015-12-28 17:16:39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스타트업 기업들이 고객의 요구와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반면 대기업은 상대적으로 의사결정 속도가 더디고 변화도 쉽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타트업 기업이 가진 혁신의 민첩성을 배우려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GE의 자회사 퍼스트빌드.

    스타트업 기업들이 작은 규모만큼이나 민첩하게 움직이며 기존 대기업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스타트업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영역으로, IoT(사물인터넷) 스타트업들은 전자 기업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굴해낸다.
    조직이 오래되고 규모가 클수록 변화하기가 어렵다. 수많은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과 조정, 오랜 기간 누적된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 신화처럼 굳어진 과거의 성공 방정식, 층층이 쌓인 보고 체계 등이 혁신을 위한 의사결정을 지연시키는 걸림돌로 작용한다. 내부의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다지 혁신적이지도 않고 이미 때늦은 혁신안이 채택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변화를 추진하던 구성원들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보며 무력감에 빠지기 십상이다.
    반면 스타트업 기업의 혁신은 조직이 작고 가벼운 만큼 민첩성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고객 목소리에 기민하게 움직이고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한다. 대처가 빠르니 비용도 적게 든다. 조직 구조나 업무 프로세스의 변화도 용이하다.
    민첩하게 움직이는 스타트업 기업들을 보며 스스로 혁신하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 스타트업 기업에 자본을 투자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던 방식에서 더 나아가 스타트업 기업으로부터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배우려 한다. 스타트업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혹은 스타트업 기업을 모방하며 이들처럼 빠르게 움직이려는 실험을 하고 있다.

    대기업의 ‘모순된 작업’

    대기업에서 혁신이 어려운 것은 혁신이 근본적으로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그 존재 자체로 하나의 성공을 상징한다. 그 기업의 방식을 통해 성과를 냈기 때문에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성공적이었고 지금도 나름대로 성과를 내는 방식을 ‘이제는 틀렸다’고 여기기가 쉽지 않다.
    잘 다듬어진 내부 프로세스도 혁신에 걸림돌이다. 기존의 프로세스는 오랜 기간에 걸쳐 다듬어진 방식으로 의도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대단히 효과적이며, 자원이 낭비될 여지를 최소화했기에 효율적이다.
    이러한 장점이 혁신에는 단점이 될 수 있다. 기존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새로움을 위한 다양한 시도는 언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할지 불확실해 효과적이지 못하며, 무수한 실패에 따른 자원 낭비를 허용해야 하기에 비효율적이다. 기존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이러한 시도는 규정에서 벗어난 일이다. 기존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도 있지만, 그 시간만큼 일은 더 늦어진다.
    자원이 한정된 것도 문제다. 새로운 시도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보다 자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어렵게 자원을 얻은 이후에도 순탄치만은 않다. 성과에 대한 압박으로 경영진은 빈번하게 성과와 진척 상황에 대해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보고 준비로 인해 지연되는 시간도 적지 않다. 또한 어느 팀이나 자원이 여유롭지는 않기 때문에 호시탐탐 자원을 빼앗아가려는 시도를 막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대기업 내 수많은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갈등을 해결하고 조정하는 일도 남아 있다. 혁신이 기업 전체 관점에서 득이 될 수 있어도 기업 내 누군가에게는 일자리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어떤 변화가 경영진 중 누군가가 과거에 반대한 것이라면 길은 더 험난하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크게 반발하는 일이 없도록 이해를 구하고, 피해가 발생하거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 대기업에서의 혁신은 백지에 새로운 글을 쓰는 일이 아니라 기존의 글을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새롭게 써야 하는, 모순된 작업에 가깝다.
    이런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기업 내에서는 고객 가치를 높이기 위한 변화, 변화를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기 쉽다. 대기업이 스타트업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타트업 기업은 대기업과의 비교가 무색할 만큼 모든 것이 빠르다. 스타트업 기업은 고객의 마음을 읽고 시장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해 가치를 창출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다. 빠르게 배우며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스타트업의 방식을 받아들이는 대기업이 향후 최대의 이익을 얻으리라는 주장도 나온다.

    GE  ‘패스트웍스’ 퍼스트빌드

    GE는 오랜 역사를 가진 대기업임에도 스타트업 기업에서 생존 방식을 활발하게 찾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2012년, 스타트업 구루인 에릭 리스의 도움으로 기존의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해 신속한 제품 개발을 가능하게 해주는 패스트웍스(FastWorks)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한 바 있다.
    스타트업 기업의 린 스타트업 방식을 적용한 패스트웍스는 완성도는 낮지만 어느 정도 기능이 구현된 제품을 빨리 만들어낸다. 고객에게 피드백을 받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 제품 개발 방향을 수시로 민첩하게 전환함으로써, 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며 고객의 요구에 근접해가는 방식이다. 가스 터빈 개발 기간을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성과를 거뒀고, 전사적으로 확대 적용해 지난해 말 기준 4만 명 이상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훈련을 진행했으며 3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GE는 이에 더해 지난해 4월 고객과 시장에 한결 더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퍼스트빌드(First Build)’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고객으로부터 직접 피드백을 받아 신속하게 제품을 개발한다는 점은 패스트웍스와 유사하지만, 내부 구성원이 중심이 돼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패스트웍스와는 달리 퍼스트빌드는 아이디어 발굴 단계부터 개발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실험한다.



    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GE에서 패스트웍스 프로그램으로 개발한 디젤엔진. GE코리아 제공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외부인들이 참여하는 협업 생산(Co-Creation)과 신속한 소량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소규모 제조(Micro-Manufacturing)에 역점을 뒀다. 즉, 제품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온라인과 오프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내외부 전문가와 일반인을 참여시켜 폭넓은 아이디어를 얻어 진행하며, 소량 생산 방식으로 제품을 신속하게 개발할 뿐만 아니라 제품의 주문제작(customization)도 가능해진다.
    별도의 브랜드를 사용하는 자회사로서 GE 브랜드에 대한 리스크 없이 자유롭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설립 이후 12개월 동안 800여 개의 아이디어가 제안됐고 8개의 아이디어를 상품화해 출시했다. 현재 4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퍼스트빌드는 ‘공유와 협력’을 통해 신속한 자동차 개발로 주목받은 미국의 오픈 소스 자동차 기업 로컬모터스(Local Motors)에서 영감을 얻고 직접 이 기업과 협력해 시작됐다. 일반 자동차 업체들이 수년에 걸쳐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 비해 로컬모터스에서 처음 상용화한 자동차 ‘랠리파이터’는 디자이너, 엔지니어를 비롯한 전 세계 500여 명의 자동차 전문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18개월 만에 생산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참여해 자동차 디자인을 개발하고, 대중의 의견을 받아 인기 있는 시안을 선정한다. 이후 3D 프린터 등을 활용한 소규모 공장 설비를 활용해 신속하게 시제품을 만들어 시험하고 완성하는 방식이다.
    퍼스트빌드의 프로세스도 이와 유사하다. 내부 구성원, 외부 전문가 및 일반인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웹사이트를 통해 제안받는다. 투표와 댓글을 통해 아이디어에 대한 개선점을 듣고 상품화 여부를 결정한다. 아이디어 제안자 및 GE에서 파견된 전문 인력이 참여해 퍼스트빌드에 갖춰진 설비로 시제품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제품을 구체화해간다.
    최종 개발된 제품은 퍼스트빌드의 브랜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판매된다. 프로젝트 팀원들이 제품 개발 과정 전반을 책임지고 의사결정 권한도 가졌기에 복잡한 내부 절차를 거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의 낭비를 줄일 수 있고, 고객의 피드백에 따라 제품을 빠르게 수정하고 보완할 수 있다.
    퍼스트빌드의 제품은 GE 공장에서 큰 규모로 확장해서 생산될 수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제품은 GE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GE의 주요 사업 영역으로 편입될 수도 있다. GE는 퍼스트빌드를 새로운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의 개선에도 활용한다. GE는 제트 엔진 브라켓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콘테스트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향후 수백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았다. 우승자들에게 지급된 상금 총액은 수만 달러 수준이었다고 한다.



    소니 ‘퍼스트 플라이트’

    소니는 휴대용 음악재생기 워크맨,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등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명성이 높았다. 그러나 현재의 소니에서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경영 악화와 이에 따른 잦은 구조조정 등으로 혁신을 주도해온 기술자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사기가 침체된 상황이다.
    소니는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구성원들이 좀 더 자유롭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로 했다. 2015년 7월, 소니는 ‘퍼스트 플라이트(First Flight)’라는 온라인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만들었다.
    소니는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활용해 제품 개발에 대한 제반 의사결정을 대중에게 맡기기 시작했다. 구성원들에게 많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대기업 내부의 복잡하고 느린 의사결정 체계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경영진의 회의적인 평가 속에서 흐지부지되는 일이 잦다. 이를 피하기 위해 고객들이 직접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평가해 신속하게 제품으로 출시되도록 한 것이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 중 잠재력 있는 아이디어를 웹사이트에 공개해 대중에 의해 개발할 제품이 선정되면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대중의 피드백을 받아 제품을 개발해나가면서,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기 위한 시장조사, 경영진 보고 및 의사결정에 따른 지연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외부에서 자유롭게 구현되는 과정에서 비디오 게임과 같이 소니의 중추가 될 수 있는 사업이 육성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후원자들은 웹사이트에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살펴볼 수 있다. 성공적으로 진행한 제품은 온라인숍에서 판매된다. 현재 2가지 기기에 대한 사전 주문을 받고 있으며, 다른 기기들에 대한 크라우드펀딩도 진행되고 있다.

    유니레버 ‘파운드리’

    기술 중심의 기업뿐만 아니라 소비재 기업에서도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유니레버는 2014년 ‘파운드리(Foundry)’라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유니레버는 400여 개의 소비재 브랜드를 보유했다. 파운드리는 유니레버의 여러 브랜드가 당면한 문제 해결과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 스타트업 기업과 협업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플랫폼 기능을 수행한다.
    수많은 브랜드에 대해 내부에서 모든 과제를 발굴하고 수행하려고 한다면 내부 프로세스와 의사결정에 따른 지연을 피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유니레버는 스타트업 기업과 협업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고 제품 및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기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마케팅 멘토링 활동을 통해 유니레버의 마케터들이 기업가 정신을 배우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글로벌 마케팅 부문 수석부사장 마크 매튜는 파운드리가 기업가 집단으로부터 수많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키우고 진화시키는 플랫폼이 되기를 바라며, 유니레버의 마케팅 인력이 미래를 개척할 역량을 키우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파운드리의 프로세스는 ‘Pitch→ Pilot→ Partner’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유니레버에서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과제를 제시하면, 스타트업 기업들이 파운드리를 통해 아이디어를 제안한다(Pitch). 유니레버가 그중 전략적 방향성에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선정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한다(Pilot). 파일럿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유니레버는 스타트업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투자를 늘려 프로젝트의 규모를 키우는 식이다(Partner). 스타트업 기업은 프로젝트에 참여해 초기 자금과 마케팅 전문가들로부터 3개월간의 멘토링을 받는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 제품 로드맵을 개발할 수 있다.
    지난해 파운드리를 통해 60여 스타트업 기업이 20개의 유니레버 브랜드와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가령 유니레버의 대표적 식품 브랜드인 크노르(Knorr)의 경우 아시아와 아프리카 시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새로운 고객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었다.
    인터넷 애플리케이션보다는 문자 메시지에 더 익숙한 고객층을 공략하기 위해 유니레버는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전문성을 가진 스타트업 기업 디지털지니어스(Digital Genius)와 협업해 ‘셰프 웬디(Chef Wendy)’라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고객이 지금 갖고 있는 식자재를 ‘셰프 웬디’에 문자로 전송하면 그에 따른 레시피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크노르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남아프리카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 이후 다른 국가와 다른 브랜드로 확대 적용을 고려하고 있다.



    코카콜라 ‘파운더스’
    코카콜라는 스타트업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기업가’에게까지 협업의 범위를 넓혔다. 코카콜라는 2013년 ‘파운더스(Founders)’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 기업가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코카콜라의 관리자들과 함께 사업의 변화와 성장을 위한 해결책을 고민하게 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스타트업 기업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식이다.
    코카콜라는 파운더스에 참여하는 기업가들이 경험한 스타트업 기업의 일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코카콜라의 혁신 담당 임원 로스 킴벨에 따르면, 파운더스 프로그램에서는 적은 비용으로 최대한 빠르게 실행하는 린 스타트업 방식을 체득한 기업가들을 찾고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전통적인 마케팅과 유통 방식에서 벗어나 소셜, 스마트 기기 등의 매체를 활용한 새로운 방식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또한 과거에 내부적으로 운영한 혁신 프로그램에서 얻은 시행착오도 파운더스 프로그램의 탄생 배경으로 작용했다. 내부 구성원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나 기존 업무와 병행이 어려웠고, 무엇보다 구성원들이 기업을 만들어본 경험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잘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파운더스에서 탄생한 첫 번째 스타트업 기업인 ‘Wonolo’는 매장에서 상품의 재고가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코카콜라에서는 이를 해결하는 과제를 10억 달러에 달하는 가치가 있는 것으로 봤다. 코카콜라는 ‘Wonolo’와의 협업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앱을 통해 파트타임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들을 상시적으로 확보해 코카콜라의 제품을 매장에 보충하게 한 것이다.
    코카콜라와 파트너십을 맺은 스타트업 기업들은 전적으로 자신들의 소유로 할 수 있는 새로운 법인을 갖게 되며, 공동 프로젝트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스타트업 기업은 자기 기업을 매각하지 않고도 홍보, 유통 등 코카콜라의 방대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들과 연결된 코카콜라의 관리자들은 조언과 지원을 제공하지만, 일일이 통제하지는 않는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타트업 기업의 구성원에 따르면, 코카콜라는 파트너일 뿐이며 프로젝트에 간섭하거나 소유하려고 하지 않는다. 다만 향후 사업 모델의 타당성이 검증되고 규모가 커질 경우, 코카콜라는 투자에 대한 일정 지분을 갖게 되는 식이다.
    코카콜라의 혁신 담당 임원인 데이비드 버틀러는 파운더스에 참여하는 스타트업 기업은 ‘코카콜라를 위해 코카콜라가 만든 기업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들을 통제하지 않으며, 어느 시점이 되면 이 기업을 살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럴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코카콜라는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스타트업 기업의 민첩성을 배울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스타트업 기업과의 네트워크가 코카콜라의 사업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민첩한 스타트업에서 혁신 배우는 대기업

    코카콜라 파운더스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wonolo’.

    기업의 ‘초심’이 중요

    혁신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먼 길을 돌고 돌아 기업의 시작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기업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향후 대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계기가 될 것인지, 아니면 다양한 혁신 시도와 마찬가지로 반짝하고 사라질 경영 사례로 그칠지는 지켜볼 일이다.
    물론 스타트업 기업의 방식이라고 무조건 도입하고 보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스타트업 기업과 대기업이 가진 규모, 사업 영역, 인적 구성 등 근본적인 차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다만 다른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서 고객의 요구를 이해하고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집중하던 초창기 기업의 자세, 기업의 ‘초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다시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