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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市場, 북한을 바꾸다

“남양유업 커피믹스 갖다주시라요”

北-中 접경지역 르포

  • 단둥=김유림 | 채널A 기자 rim@donga.com

“남양유업 커피믹스 갖다주시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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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카에 조예 깊은 무역일꾼

중국 국경도시의 한 고급 아파트. 경비를 두 번이나 통과해야 하는 이 아파트 로열층에 북한 당 간부 출신 기업소 주재원 박모(가명) 씨의 자택 겸 사무실이 있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는 취재진이 선물로 건넨 외국 술을 흔쾌히 받아들며 반갑게 맞았다.
북한 최고 대학을 졸업하고 당 간부로 근무한 박씨는 2년 전부터 이 도시에서 ‘외화벌이’ 일꾼으로 일한다. 북한에서 생산된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는 것. 자녀들은 모두 북한 유명 대학을 졸업했다.
 북한에서 엘리트 계층이던 박씨는 당이 임명한 주재원이지만 당에서 받는 체류비는 한 푼도 없다. 오히려 매년 5만 달러 이상을 ‘당 자금’으로 바쳐야 하는 상황. 박씨는 “이곳 운영비, 생활비가 매년 5만 달러 이상 들다보니 해마다 10만 달러는 벌어야 적자를 면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박씨의 생활은 호화롭다. 북한 담배의 10배 가격인 외국 담배를 하루에 2~3갑씩 피우고 위스키, 보드카에도 조예가 깊다. 자녀들의 몫으로 주택까지 사둘 정도다. 박씨는 “본인이 능력이 있어서 돈을 만지는 것에 대해서는 당에서도 전혀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는 북한의 현재 사정에 대해 긍정적이다. 제과, 소시지 등 식품뿐 아니라 화장품, 담배 등 가공품도 모두 북한 제조상품이 중국 수입품을 이겼다는 것. 박씨는 “특히 먹거리의 경우 중국산은 가짜가 많다는 인식이 퍼져 북한 공장에서 만든 제품을 선호하는 문화까지 생겼을 정도”라고 말했다.
박씨는 한국의 북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하며 “공장 설비와 원료를 제공하는 대신 원료값을 달러로 받을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제안했다. “5·24 조치로 직접 투자가 불가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조선족 바지사장을 내세우면 될 것”이라고 주저 없이 답했다.



15시간 노동… “그래도 좋아”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주재원들은매주 주말 ‘총화’를 열어 서로 사상 비판을 한다. 국경 지역 곳곳에 있는 보위부 직원들의 눈도 피해야 한다. 박씨는 늘 행동을 조심하면서도 한국 사람이나 북한 화교, 조선족 등과의 만남을 피하지 않는다. “주머니를 채워 당비를 내려면 어느 나라 사람인지 가리지 말고 무조건 만나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중국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도 많다. 3만~4만 명의 북한 노동자가 중국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취재진은 북한 노동자 100여 명이 근무하는 피복공장을 다녀왔다. 근로자들은 울타리 안 건물 3채와 운동장으로 이뤄진 공간에서 상주한다. 기숙사에서 단체생활을 한다. 취재진이 방문한 날은 노동자들이 김장하느라 한창 바빴다. 낯선 사람의 방문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 조선족인 이 공장의 사장 황모 씨는 “워낙 폐쇄된 생활을 해서 새로운 사람만 봐도 신기해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남양유업 커피믹스 갖다주시라요”

북중 국경에서 내려다본 북한 자강도 만포의 한 마을. 채널A

북한 근로자의 임금은 우리 돈 40만 원 안팎이다. 하지만 근로자가 손에 쥐는 건 고작 4분의 1. 노동당과 북측 중개 회사에 각각 30%씩 수수료를 내야하고 숙소비, 밥값도 각자 부담해야 하기 때문. 근로자들은 남은 돈 대부분을 북한 측 가족에게 송금한다.
공장 근로자들의 하루 근로 시간은 15시간 이상이다. 이들은 주말에도 공장 기숙사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조금이라도 잡음이 들리면 지역에 상주하는 보위부 요원이 공장을 방문해 조사한다.
황씨는 “아파도 병원에 가기도 쉽지 않고 상시 서로 감시하며 공동생활을 해야 하지만 북한 근로자들의 표정은 언제나 밝다”며 “몇 년만 고생하면 가족이 윤택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라고 말했다.
압록강철교에서 차로 20분 정도 떨어진 개발구(開發區)에 새로운 ‘신압록강대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낡은 압록강철교를 대체할 신압록강대교는 중국 자본이 투입돼 건설을 마쳤다.





50년 토지 이용권 제공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앞서 단둥시는 시청과 세관, 학교 등 주요 시설을 모두 개발구 쪽으로 이전했다. 단둥의 개발구 인근 국경 20km 내 거주자에게 무관세 무역을 허가하는 ‘호시무역구(互市貿易區)’ 개소도 앞뒀다. 북한 역시 총영사관 단둥지부 신청사를 이곳 개발구에 열었다.
북한 측의 사정으로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늦어지면서 개발구도 어려움을 겪는다. 건설을 마친 고층 아파트 입주가 늦어지고, 심지어 건설이 중단돼 녹이 슨 건물도 많이 있었다.
북한이 경제특구를 지정하고 개발에 앞장서겠다고 발표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매번 공염불에 그쳤다. 단둥 인근의 ‘황금평경제특구’ 역시 장성택 처형 이후 ‘올스톱’ 상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이 “북한이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특구를 지정했지만, 갖가지 문제로  완공된 경우가 없다”며 “끝까지 가봐야 아는 것”이라고 의문을 표한 것도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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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김유림 | 채널A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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