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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대선주자 황교안의 상품성

안정감, 신선함, 품위는 장점 맹탕 워딩, 잔 실수는 약점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보수 대선주자 황교안의 상품성

  • ● “제목거리, 메시지, 감동 없어”
    ● “결사항전? 실천력 없어”
    ● “잔 실수도 잦으면 무능”
    ● ‘김학의 사건’보다 심각
2017년 4월 17일 황교안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이 (현 자유한국당 대표)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을 걷고있다. [동아DB]

2017년 4월 17일 황교안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이 (현 자유한국당 대표)이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을 걷고있다. [동아DB]

요즘 보수진영은 ‘패배감’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보수정치의 아성인 자유한국당의 황교안 대표는 ‘정권탈환 기대감’의 코어에 자리한다. 황교안 지지자들은 ‘황교안 이펙트’라고 이야기한다. 반면, “황교안 간판으로는 수도권에서 안 통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황교안이라는 인물의 대선주자로서의 상품성을 탐구해봤다.


황교안 이펙트 vs 수도권 패배

수치는 긍정적이다. 4·3재·보궐선거에서 한국당은 통영고성을 얻고 창원성산을 내줬다. 외견상 1대1이지만, 선전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통영시장과 고성군수를 더불어민주당에 내줬지만 이번엔 민주당을 제압했다. 노동운동 본거지인 창원성산에선 500여 표차까지 진보 단일후보에 따라붙었다. 기초의원까지 합쳐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0대 5로 전패했다. 경남에 상주하며 선거를 지휘한 황 대표가 부각됐다. 

4월 8~10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한국당(31.2%)은 민주당(36.5%)에 5.3%포인트 차로 근접했다. 4월 6~9일 ‘한길리서치’의 차기대선주자 양자 대결에서, 황교안 대표는 22.3%의 지지를 받았다. 여권의 이낙연 국무총리(30.2%)에 7.9%포인트 뒤지지만, 한길리서치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 정도면 황 대표와 보수진영엔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 고성국 정치평론가, 김형준 명지대 교수, 신율 명지대 교수 같은 정치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보수진영 대선주자 황교안의 긍정적인 상품성은 대략 아래 5가지로 정리된다. 

‘△안정감을 준다. △신인이라 신선하다. △총리, 법무부 장관 같은 경력이 있다. △실언을 하지 않고 품위가 있다. △통합을 지향한다.’ 



이들의 분석은 보통사람들이 어렴풋이 가지는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에 따르면, 황교안의 매력은 ‘안정감, 신선, 경력, 품위, 통합’이라는 키워드로 설명된다. 

예를 들어 안정감의 경우, 황교안은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대통령과 더없이 좋은 ‘케미’를 보였다. 진보진영의 반대에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했다. 법무부 장관 때엔 통합진보당 해산을 주도했다. 황교안이 한미동맹, 안보, 국가 발전 같은 보수의 가치를 지킬 것이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1도 없다. 이런 점이 보수층에겐 안정감을 준다. 

품격의 경우, 점잖은 보수인사들은 “돼지최음제” “장인영감탱이” “바퀴벌레” “연탄가스” 같은 일부 보수정치인의 막말에 실망했다. 황교안의 절제된 언행은 이들에게 어필했다.


“내가 친박? 얼굴에 써 있나?”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동아일보 양회성 기자]

통합과 관련해, 황 대표는 정치 입문 일성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간 보수통합을 이야기했다. “내가 친박? 얼굴에 써있나?”(신동아 2019년 3월호 인터뷰)며 친박-비박 계파 지우기에 나섰다. 속으론 어떻게 생각하는지 몰라도 보여주는 행동은 통합을 지향한다. 

때마침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급락하면서 황교안이 보수의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확보하는 형국이 되고 있다. ‘창원성산 보궐선거에서 보수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우리 후보가 사퇴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를 놓고 바른미래당에서 ‘내분’이 났다. ‘이언주의 난’으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리더십은 금이 갔다. 

그러나 통합으로 가는 황교안의 길은 여전히 험로다. ‘박근혜 탄핵에 찬성한 배신자들’과는 도저히 다시 합칠 수 없다는 ‘애국시민들’이 황교안의 지지층. 황교안은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모순을 해결하려들면 파국이 초래된다. 황 대표는 그럭저럭 모순을 ‘관리’해나가는 것으로 비친다. 

황 대표는 정치무대 데뷔 뒤 ‘김학의 사건’으로 시험대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에 상관인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 연관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3월 15일 “주요 인물 관련 수사는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청와대까지 보고” “황 대표는 입장을 밝혀야”라고 공격했다.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장관에게 보고가 안 됐을 리 없다.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조사 대상이 될 수밖에”라고 가세했다. 

‘황교안의 수호천사’는 뜻밖에 민주당 소속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후보였다. 자신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박영선은 스스로 공수(攻守)를 전환해 황교안을 물고 늘어졌다. 

“김 전 차관이 임명되기 며칠 전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한테 따로 보자고 해 제보받은 동영상 CD를 꺼내 황 장관에게 ‘내가 동영상을 봤는데 몹시 심각해 이분이 차관으로 임명되면 일이 커진다’고 말한 바 있다.” 

황 대표가 “CD를 본 기억이 없다”고 하자 박 후보는 “CD를 꺼내”를 “CD를 갖고 있음을 알리며”로 정정했다. 나아가, ‘정치자금 지출 내역’에서 박 후보는 2013년 3월 13일 모 중식당에서 ‘신임 법무부 장관(황교안)과 면담 및 오찬’ 명목으로 42만3900원을 결제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박 후보와 점심을 먹지 않았다”고 했고 박 후보가 공개한 당일 일정표엔 같은 장소에서 다른 사람과 오찬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한국당은 “위증”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박 후보의 어설픈 공격 탓에, 여권이 공들인 ‘황교안-김학의 커넥션’ 그림은 보기 싫게 얼룩이 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성으로 탄생해 야당 공격 무기가 된 ‘2019년 버전 김학의 사건’에 대해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서정욱 변호사는 “황교안의 옷깃조차 못 건드릴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예전 수사기록을 봤다. 청와대가 김학의를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려고 할 즈음 ‘성 추문 동영상’ 보고가 올라왔다. 곽상도 당시 민정수석(현 한국당 의원)이 ‘동영상 갖고 오라’고 하자 경찰이 ‘없다’ ‘내사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학의를 차관에 임명하자 경찰이 ‘동영상에 대해 내사한다’고 했다. 청와대는 경찰을 질책했고 김학의는 바로 사임했다. 민정수석이 사건을 은폐했다고 보기 힘들다. 황교안은 법무법인에 있다 장관에 발탁됐다. 청와대가 차관 인사를 했다. 김학의의 차관 임명에서 사임까지 엿새밖에 안 걸렸다. 법무부 장관은 내사와 수사에 관여할 수 없다. 황교안이 개입한 정황이 없다.”


‘황의 첫사랑’에 “울렁거려”

보수 대선주자 황교안의 상품성과 관련해, 몇몇 한국당 관계자는 “정작 심각한 문제는 ‘김학의 사건’이 아니라 ‘맹탕 워딩’과 ‘잔 실수’”라고 지적한다. 

황교안의 워딩(wording·신중히 쓰는 표현)과 관련해, 한 한국당 관계자는 “제목거리, 메시지, 감동이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즈음해 잡지, 신문, TV와 인터뷰했다. 마지못해 하는 듯했다. 중간에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터뷰 기사들이 나왔는데, 쓴 기자 중 상당수는 “제목 잡기가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당시 황교안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첫사랑은 정말 뜨겁다. 지금 한국당과 그런 사랑”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속이 울렁거렸다”고 했다. 황 소장은 “황 대표의 워딩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계층갈등 포용’ ‘미래를 준비하는 새 정치’ …하나마나한 소리를 자주 한다”는 것이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도 “논어도 황 대표의 말보다는 더 구체적”이라고 말한다.


“이것저것 보겠다”

3월 30일 황교안 대표가 프로축구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 들어와 창원성산 보궐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3월 30일 황교안 대표가 프로축구경기가 열린 창원축구센터에 들어와 창원성산 보궐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한 정치권 인사는 “황교안을 대통령으로 뽑아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고 단언했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잘못된 안보·경제정책을 포기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와 같은 분명하고 실천적인 메시지를 줘야 하는데 황교안의 말엔 이런 게 없다”는 이야기다. 

전당대회 당시 TV토론에서 황교안은 탄핵 관련 태블릿PC에 대해 “조작”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 전 수석은 황 대표에 대해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 일을 계기로 너무 말조심을 하는 탓인지, ‘알맹이 없는 말을 하는 경향성’은 더 심해졌다. 3월 6일 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황 대표는 “좀 봐야 한다” “이것저것 보겠다”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8일 박영선 장관 후보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 임명을 강행하자 황 대표는 “결사의 각오로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떻게 ‘결사항전’ 했을까? 한국당 의원들은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 대통령께 드리는 결의문’을 읽고 해산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황 대표의 말은 그때뿐이다. 드루킹 제2특검, 김태우 특검, 손혜원 특검, 블랙리스트 조사, 탈원전,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한번 말하고 지나간다. 집요하게 관철해나가는 실천적 모습이 없다”고 했다. 황 대표를 잘 안다는 한 인사는 “누가 써준 원고를 읽기만 하면 되는 공무원 시절 습관에 익숙해서인지 순발력이 떨어진다. 즉문즉답이 잘 안 된다. 아직 자기만의 대안과 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잔 실수와 관련해, 황 대표는 한국당 전당대회에 출마할 때 당규 위반 논란을 일으켰다. 입당 시점이 늦어 책임당원에게 부과되는 피선거권을 갖지 못한다는 시비였다. 주의를 기울였다면 피할 수 있는 문제였다. 황교안에 출마자격을 주는 과정에서 당은 큰 내홍에 휘말렸다.


“총리실 보좌진, 기독교인, 경기고 출신”

황 대표는 창원성산 보궐선거 과정에서 프로축구장 안에 들어가 선거운동을 해 법규위반 논란을 일으켰다. 정의당은 맹공을 퍼부었고 선거 막판 최대 이슈가 됐다. 상당수 선거 전문가는 이 논란이 없었다면 당락이 달라졌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황 대표 측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잔 실수도 잦으면 무능”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이런 실수가 우연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프로축구장 건은 역대 대선주자에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황 대표가 정치적 경륜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참모도 없기 때문이다. ‘노련하면서 직언도 서슴지 않는 참모그룹’이 없다. 당 조직과 융화가 덜 된 탓인지, 황 대표 주변엔 총리실 보좌진, 독실한 기독교인, 경기고 출신들이 주로 포진해 있다.” 

이 인사는 “황 대표가 ‘의전’을 너무 중시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황 대표가 본인과 주변을 흔들어 완전히 바꿔놓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은 백전백패다. 심지어 황 대표는 ‘총선 공천 물갈이’조차 할 수도 없을 것이고 하더라도 역공을 견뎌내질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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