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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秘史

사드 보복은 中 ‘하이브리드 전쟁’ 도발

文정부, 中 위협 막을 韓美日 안보공조 파탄 내

  •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사드 보복은 中 ‘하이브리드 전쟁’ 도발

  • ●中의 對한국 삼전전략(三戰戰略) 실체
    ●심리전, 여론전, 법률전
    ●평시 경제 보복 = 전시 영토 침략
    ●朴-오바마 한미일 안보공조 강력 추진
    ●中에 3NO 약속해준 文정부
2017년 9월 7일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로 발사대 장비를 실은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2017년 9월 7일 경북 성주 초전면 사드기지로 발사대 장비를 실은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2014년 북한 무인기 침투 등으로 안보 위협이 고조되자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권 전환’(사실상 무기 연기)과 ‘전면전 대비 태세 강화’로 대응했다. 2014년 처음 거론된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는 2016년부터 한중 갈등으로 번졌다. 사드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군사 조치인데,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로 비화했다. 한중 충돌은 사드 배치 자체보다는 ‘남중국해 전쟁’의 전초전으로 진행되는 하이브리드 전쟁(Hybrid war, 핵+정규전+비정규전+심리전+사이버전)의 서막이었다.


정규전과 비정규전의 결합

2013년 3월 22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러관계가 최상”임을 선언했다. [뉴시스]

2013년 3월 22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중·러관계가 최상”임을 선언했다. [뉴시스]

2008~2009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는 국력 회복에 치중했다. 국방예산에 자동삭감제도(시퀘스터)가 적용됐다. 부시 행정부의 국방장관을 연임시키면서 국방 체제에 대대적 수술을 단행했다. 이즈음 미국은 처음으로 중국을 ‘전략대화 상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팽창을 미사일방어(MD) 체계와 경제제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일본·호주·인도와의 안보협력, 한미일 안보공조로 봉쇄하고자 했다. 

2014년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한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를 받았다. 2016년 러시아 경제성장률은 –0.6%를 기록했다. 1998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낸 것이다. 중국 또한 경제성장률이 6%대로 하락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시 -2.8%이던 미국의 경제성장률을 3.6%로 상승시켰으며, 실업률은 7.8%에서 4.7%로 떨어뜨렸다. 러시아의 에너지 산업에 많은 투자를 한 프랑스와 독일은 경제 손실을 입었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이후 미국·유럽이 단행한 경제제재를 와해시켜야만 했다. 이를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집권 연장과 에마뉘엘 마크롱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을 막으려 했다. 

프랑스 대선에서 마크롱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해제를 주장한 극우파 마린 르펜과의 결선 투표에서 승리했다. 메르켈 총리는 2017년 총선에서 가짜뉴스와 전쟁을 치러야 했다. 러시아가 독일 극우파와 연대해 제재의 선봉인 메르켈 정부를 무너뜨리려 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도널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은 미국 대선에서 제재의 선봉장이던 힐러리를 낙선시키고자 트럼프를 지원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쟁 원조 : 러시아

사드 보복은 中 ‘하이브리드 전쟁’ 도발
하이브리드 전쟁은 러시아로부터 시작됐다. 2000년 집권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에너지 수출과 친(親)서방 노선을 통해 국력 회복에 성공했다. 푸틴은 2006년 7월 G8 정상회담에서 ‘위대한 러시아 재건’을 천명했다. 낙후한 핵무기를 첨단화하고 유럽에 공급하던 천연가스를 무기화했다. 이때부터 러시아는 중동과 유럽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서방과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때 러시아는 중국과 공조해 ‘유럽·중동은 러시아, 인도·태평양은 중국’이라는 암묵적 합의를 맺고 미국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핵무기를 가진 러시아와 전면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이를 뒷배로 러시아는 시리아에서는 재래전, 우크라이나에서는 비정규전, 유럽 선거에서는 사이버전과 가짜뉴스를 통해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였다. 

2013년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하이브리드 전쟁을 “선전포고 없이 이뤄지는 정치·경제·정보·기타 비군사적 조치를 현지 주민의 항의 잠재력과 결합시킨 비대칭적 군사 행동”으로 정의했다. 이른바 ‘게라시모프 독트린’이다. 러시아는 2011년 해군력 증강에 중점을 두었던 국가장비 2020(GPV-2020) 계획을 개편해 2018년부터 317조 원을 투입해 육군과 특수전 부대를 집중적으로 양성하는 국가장비2025(GPV-2025) 계획을 수립해 2017년 7월 발표했다. 이는 지상전 중심의 하이브리드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군사 전략 변화였다. 


사드 보복은 中 ‘하이브리드 전쟁’ 도발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미국과 신형대국관계 수립을 천명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앙·동남아시아를 순방(2013년 9~10월)하면서 중국이 유라시아의 허브가 되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을 발표했다. 일대(一帶, One Belt)는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21세기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 일로(一路, One Road)는 중국-동남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잇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 경제벨트를 뜻한다. 

185조 원을 투자해 2049년까지 60여 개 국가로 구성된 일대일로 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게 중국의 구상이다. 베이징은 일대일로를 구현하고자 유럽과 중동에서 팽창을 시도하는 러시아와 공조했다. 미국의 MD 와해는 두 나라의 공동 목표 중 하나다. 또한 중국은 한국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의 한중협력을 통해 한미동맹의 결속력을 이완시키고자 했다.


중국판 하이브리드 전쟁 : 삼전전략(三戰戰略)

사드 보복은 中 ‘하이브리드 전쟁’ 도발
일대일로가 경제적 당근(carrot)이라면 삼전전략(三戰戰略)은 일대일로나 강군몽에 반대하는 국가에 가하는 채찍(stick)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 대외정책의 핵심이 ‘친성혜용(親誠惠容)’이라고 강조해왔다. 주변국과 친하게 지내고(親), 성실하게 대하며(誠), 혜택을 나누고(惠), 포용하겠다(容)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국가에 가혹한 경제보복 조치를 취해왔다. 2016년 5월 대만 민진당의 차이잉원 정부가 출범한 후 ‘하나의 중국’에 대해 인정하지 않자 대만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를 제한한 게 그중 하나다. 

2016년 11월 몽골이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 방문을 허용하자 중국은 자국 국경을 넘는 몽골 차량에 통관세를 신설했다. 철도 건설, 광산 개발 등에 대한 차관 제공 논의도 중단했다. 2012년 필리핀과 스카보로 암초(중국명 황옌다오)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자 중국은 필리핀 바나나 수입을 금지했고, 2014년 영토 분쟁이 발생한 베트남 기업에는 자국 내 사업 입찰을 제한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한국, 중국 군부는 한미동맹이 동북아 안정에 긴요하다는 견해를 공유했다. 단 ‘3무론(三無論)’을 전제로 했다. 즉 한미동맹이 동북아에서 전쟁, 핵 확산, 군비 경쟁을 촉발하지 않는다는 게 조건이었다. 이러한 합의는 한중 군사회담을 최초로 시작한 조성태 전 국방장관과 츠하오톈(遲浩田), 차오강촨(曹剛川) 중국 국방부장에 의해 공유돼 한중 군사관계의 기반이 됐다. 북한 핵무장은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과 확산, 군비 경쟁을 일으키는 핵심 요인이다. 따라서 북핵을 방어하는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중국이 한국에 제재를 가한 것은 기존 합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중국의 삼전전략은 ‘심리전(心理戰)·여론전(輿論戰)·법률전(法律戰)’으로 구성됐다. 상대국의 심리를 조정하고, 여론을 조작하며, 외교·안보적 지위를 강화하기 위한 법적 논리 개발에 주안점을 둔다. 특히 심리전은 상대 국가의 여론을 악화시키고 최고지도자를 곤경에 빠뜨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의 경제 보복은 실제로 박근혜, 문재인 두 대통령을 흔들었다. 사드 보복은 경제 제재를 통해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부합하는 정책 결정을 강제하려 한 중국판 ‘하이브리드 전쟁’인 것이다.


강군몽 전략 좌초가 가져온 사드 보복

[동아DB]

[동아DB]

북한이 끝내 핵을 폐기하지 않는다면 한국, 일본, 대만 핵무장은 불가피하다. 사드 배치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자위권 차원의 조치다. 그런데도 중국이 사드 배치를 격렬하게 반대한 것은 이를 한미일의 중국 봉쇄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북핵 위협이 없다고 가정해도 중국의 이러한 조치는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한반도를 겨냥한 중국의 군사력 또한 막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드 보복은 치졸하기까지 해 세계 2위 경제대국 위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중국이 사드 보복에 나선 것은 남중국해 구단선(중국이 주장하는 해상 경계선으로 남중국해 대부분을 중국 수역으로 설정했다) 확보가 미국, 유럽과 한미일 공조에 의해 저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과 유럽에 제재 조치를 취할 수는 없으니 만만한 한국에 제재를 가한 것이다. 평시의 경제 보복은 전시의 영토 침략과 같다. 

남중국해 확보가 좌절된 상황은 집권 2기를 맞는 시진핑 주석에게 악재였다. 경제 구조조정과 반(反)부패 숙청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권위가 실추됐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국방개혁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군이 ‘완성된’ 군대가 아니라 ‘개편 중’인 군대임을 방증한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 군사력은 아직 미국과 맞상대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 다만, 하이브리드 전쟁 수단으로 활용할 경제 역량은 러시아보다 강하다. 

요컨대 사드 보복은 중국 국가이익을 지키고자 치밀하게 시행되는 삼전전략의 일환이다. 이 같은 보복은 향후 다양한 형태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은 강경화 외교장관이 한중관계 회복을 위해 표명한 3불(三不) 입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사드 추가 배치’ ‘MD 참여’ ‘한미일 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게 3불 입장이다. 미국은 한국에 한미일 안보공조와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쟁과 한반도 안보

사드 보복은 中 ‘하이브리드 전쟁’ 도발
압하지야, 오세티아, 우크라이나의 공통점은 지정학적으로 미국·유럽연합(EU)과 러시아 패권이 충돌하는 지역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이들 나라는 과거 소련 영토였다가 독립한 후 EU 또는 나토 권역으로 편입됐다. 이들 지역에는 소련 시절부터 거주해온 친(親)러시아계 주민이 살고 있다. 러시아는 이들을 정치세력화한 후 내전을 일으키거나 선거에 개입해 친러정권을 수립했으며 크림반도를 전격적으로 합병했다. 

민주화와 사회개혁 요구로 시작된 시리아 사태는 내전으로 이어졌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2015년 7월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온건반군, 시리아 쿠르드족,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수니파)가 반(反)아사드 연합을 형성했고, 러시아·이란·헤즈볼라·팔레스타인 인민해방전선·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등이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는 친(親)아사드 연합을 이루면서 내전은 국제분쟁으로 치달았다. 교체가 예상되던 아사드 정권은 러시아의 개입으로 오히려 기반이 강화됐다. 

패권 경쟁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전면전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이브리드 분쟁을 겪은 국가 중 일부는 주권이나 영토를 상실했다. 우크라이나가 대표적 사례다. 또한 시리아의 경우처럼 반문명적 통치 행위로 국제사회에서 패륜국가로 낙인찍힌 정권이 강대국 간 흥정에 의해 지위를 인정받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도 발생한다. 

한반도는 강대국 간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인해 주권이 손실되거나 최악의 상황에는 북한이 한반도를 대표하는 국가가 될 수도 있는 지역이다. 한반도는 북한·중국·러시아의 전통적 군사 위협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공격에도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일본은 한국의 전통적 우방이지만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다. 박근혜 정부가 한미일 공조를 위해 한일관계를 정상화한 것은 안보에 방점을 찍고 수행된 고육지책(苦肉之策)이었다.


한중 사드 갈등의 경과

2014년 6월 18일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국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2014년 6월 18일 김관진 당시 국가안보실장이 국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2014년 미국 의회는 한미일 3국 간 미사일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한 보고를 펜타곤에 요구했다. 제임스 윈펠드 미국 합참차장은 2014년 5월 28일 한 세미나에서 “북한 위협에 대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MD를 추가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 국방부가 MD시스템 핵심인 사드의 한국 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하면서 사드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났다. 당시 한국 국방부는 이 보도를 부인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은 한국국방연구원 초청포럼(2014년 6월 3일)에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해 “내가 개인적으로 사드 배치에 대한 요청을 한 바 있다”고 언급했다. 이것이 한반도 사드 배치와 관련한 미군 고위층의 최초 공개 언급이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 정부는 “아직 사드 도입을 계획한 바 없고, 요격 고도 30~40㎞ 이하의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2014년 6월 18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우리 군이 사드를 구입해 배치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미국 예산으로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것에 대해선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이 미국 외교협회 주최 간담회(2014년 9월 30일)에서 “괌에 배치된 미국의 사드 포대를 한국에 배치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한미 당국에 의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윤곽을 드러냈다. 

2015년 3월 12일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 원주 왜관(칠곡) 등에 대한 배치 후보지 조사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차관보가 동시에 서울을 방문했다. 류젠차오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는 3월 16일 한중 차관보협의에서 사드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특히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예방 시 중국의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3월 17일 방한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아직 실행되지도 않았고 이론에 그치는 사안에 대해 왜 제3국(중국)이 강하게 항의하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주변국이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우리의 국방·안보 정책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반면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면 반드시 다른 국가의 안전에 대한 우려와 지역의 평화 및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발표하면서 한국, 미국과 중국 간 사드 갈등이 표면화했다.


中, 초기에는 사드 갈등 스스로 봉합해

미국과 중국은 제6차 전략경제대화(2014년 7월 10일)에서 정면충돌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동·남중국해에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을 수용할 수 없다”면서 기존 질서를 지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에 대해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에 대한 수호를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전 세계의 재앙이 될 것”이라며 양국 협력을 강조하면서 사태가 봉합됐다. 시 주석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공조할 것”이라고도 했다. 불완전한 협력이었으나 북핵 폐기를 위한 미·중 공조가 가시화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패권 경쟁을 본격화한 상황에서 한반도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초기 태도는 한중일 외무장관 회담 중 이뤄진 한중 외교회담(2015년 3월 21일)에서 드러났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회담에서 사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취재진의 질문에도 “우리 입장은 이미 여러 차례 말했다. 모두가 아는 것이며 공개된 것”이라고만 했다. 중국 정부는 사드가 갈등을 일으키는 외교 현안으로 부각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는 중국이 AIIB와 일본과의 역사 문제 등 현안에서 한국의 지원이 필요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중국의 전략적 의도는 그해 9월 항일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하면서 명확하게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은 특보단 및 수석급 이상 참모들과 가진 청와대 비공개 오찬(2015년 3월 31일)에서 한국 외교가 미·중 사이에 끼어 딜레마에 빠졌다는 ‘외교적 위기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 대통령은 “언론이나 이런 데서 우리가 강대국 사이에 끼였다고 ‘아이고, 큰일 났네’ 하는데 너무 그럴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는 의연하게 여러 가지 정보를 갖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는 전작권 전환 연기,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재설정, 한미 원자력협상 등 대미 관계에서 얻은 자신감을 반영한 것으로 관측됐다.


한미일 안보공조에 발끈한 北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참석한 가운데 2014년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참석한 가운데 2014년 3월 25일 네덜란드 헤이그 미국 대사관저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 [뉴시스]

2014년 3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최초의 한미일 정상회담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최했다. 이 회담에서 3국 정상은 공동 군사작전과 MD시스템 심화를 포함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군사·외교적 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은 이날 오전 노동미사일 2발을 발사한 데이어 야간에는 전투기를 NLL(북방한계선) 근처로 접근시켰다. 한미일 안보공조에 대한 북한의 첫 반응이었다. 

북한은 3월 30일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을 언급했으며 3월 31일에는 NLL 이북 7개 지역에 해안포 방사포 등 500여 발의 포격을 가했다. 이는 2010년 11월 연평도 공격 이후 최초의 대규모 해상 포격이었다. 이날 밤 조선중앙통신은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3대 제안(3월 28일)을 거절하는 논평을 내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4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를 비판했으며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 총리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한미일 국방장관은 5월 3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3차 아시아안보회의에서 군사정보 공유를 처음으로 논의했다. 이후 한미일 안보공조는 지속적으로 강화됐다. 미국과 일본은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한반도 긴급 사태 발생 시 합동작전을 펼칠 수 있도록 미일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했다(10월 8일). 물론 자위대가 한국의 주권이 미치는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려면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한미일 국방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관련 군사정보를 공유하는 약정(arrangement)도 체결(12월 29일)했다.


朴정부, 韓-美-中-日 북핵 폐기 공조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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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박근혜 정부가 한미동맹, 한중관계 우선순위를 미국과 협의를 통해 조정한 결과는 2014년 들어 그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3년 화학대대와 공격정찰헬기 대대가 주한미군에 재배치된 데 이어 2014년 주한 미2사단 1여단에 최신형 전차와 장갑차 등으로 무장한 1개 보병기계화 대대의 추가 배치가 발표됐다. 또한 미국 원자력 잠수함 정찰의 60%가 한반도 인근 태평양에 집중되고 있다는 발표가 나왔으며 미 공군기 F-16 12대와 병력 300명이 미국 유타주 공군기지에서 군산비행장으로 이동 배치됐다. 대서양함대 소속인 시어도어 루스벨트호도 태평양으로 이동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보유는 물론 북한의 추가적 핵실험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2014년 7월 4일 서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핵 개발에 대한 확고한 반대와 함께 한반도 평화 통일을 지지했다. 

한미 간 약속대로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1월 27일 재일(在日) 대한민국 부인회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내년이면 한일 양국이 국교를 정상화한 지 50주년을 맞는데 하루속히 일본 정치권이 바른 길로 돌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히면서 한미일 공조를 위한 한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즈음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2013년 2월로 예정된 동북아 순방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한국과 중국만 방문하려고 한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됐다. 아베 총리가 2013년 12월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에 대한 미국 측 조치로 추정됐다. 4월로 예정된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이전에 신사 참배 및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전향적 조치를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북한은 2013년 3월 30일 “개성공업지구의 운명이 경각에 달렸다”면서 공단 폐쇄를 위협했다. 4월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빌미로 공단 내 근로자를 철수시켰다. 개성공단은 그해 9월 166일 만에 재가동될 수 있었다. 2014년 11월에는 북한이 개성공단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해 임금 인상과 관련한 갈등을 촉발했다. 2015년 8월 남북은 공단 최저 임금을 5%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4월 2일 외교·안보장관회의에서 대규모 인질사태가 개성공단에서 발생할 경우의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2008년과 2009년 공단 통행을 차단한 전력이 있는 북한이 3월 30일 공단을 폐쇄하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당시 개성공단에 체류하는 남측 인원은 800명 정도였다. 회의에서는 개성공단 인질 사태 발생 시 외교·국방부의 대응방안이 주로 논의됐다. 

집권 1·2년차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당면한 위협은 비슷했다. 북핵 문제와 미·중 패권경쟁이 그것이다. 사드 보복은 박근혜 정부에서 문재인 정부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사드 보복 이슈가 제기됐을 때 대통령은 물론 국방장관이 단호하게 배치 의사를 표명했다. 동맹의 영역 및 지평이 확장되는 시기에 사드 배치를 거부하는 것은 동맹의 결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동일한 안보위협에 朴·文 상반되게 대응

한미일 안보공조를 바탕으로 박근혜 정부는 한중 FTA 타결(2014년 11월 10일)을 선언하고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대를 지지(2014년 11월 11일)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군사공조약정을 체결(2014년 12월 29일)했으며 한반도 유사시 미일 합동작전에도 합의(2014년10월 8일)했다. 견고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중국의 하이브리드 위협에는 단호하게 대응했으며, FTA 등을 통해 한중 경제관계도 발전시킨 것이다. 

사드를 둘러싼 박근혜 정부의 대미 및 대중 외교노선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분야 멘토 격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사드 쓰나미로 균형 외교가 실종됐다”면서 “북한 고립에만 모든 초점을 맞춘 냉전 회귀형 외통수 외교노선”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안보실 2차장으로 임명됐던 김기정 연세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군사 중심 외교·안보 노선이 중국으로부터 문전박대를 초래했고, 사드 배치로 북한은 핵무장을 더욱 공고히 할 핑곗거리를 갖게 됐다”고 봤다.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의 이 같은 비판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첫 한미 정상회담(2017년 6월 30일)과 한미일 정상회담의 공동성명(2017년 7월 6일)에서 한미일 안보공조와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미국 지지를 명문화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을 계승하는 듯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국회 비준 동의와 환경영향평가를 명분으로 사드 배치를 지연시키는 등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였다. 2017년 12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홀대 논란, 혼밥 논란, 한국 기자 폭행이 일어났으며, 강경화 외교장관은 ‘사드 추가 배치’ ‘MD 참여’ ‘한미일 동맹’에 대해 3NO를 천명함으로써 중국에 항복을 선언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박근혜 정부가 구축해놓은 한미동맹에 연계된 한미일 안보공조의 틀을 완전히 붕괴시킨 것이다.


사드 보복은 中 ‘하이브리드 전쟁’ 도발
홍성민
● 1961년 서울 출생
● 육사 41기
● 국방대학원 국제관계학 석사
● 前 국군정보사령부 대북분석관
● 조성태(前 국방장관) 의원 보좌관, 디앤디 포커스 발행인
● 現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 저서 : ‘북한의 통일대전과 대응책’ 등 비공개 안보정책서, ‘이명박 정부의 국방개혁안’




신동아 2019년 5월호

홍성민 안보정책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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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은 中 ‘하이브리드 전쟁’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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