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 ;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개발은 단순히 제도 미비 탓인가

근대국가의 흥망성쇠, 그 비밀을 풀다

  • 정은지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Book치고 1기

    입력2019-05-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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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은 찰(察)이다. 남을 관찰(觀察)하고, 나를 성찰(省察)하며, 세상을 통찰(洞察)하는 도구여서다. 찰과 찰이 모여 지식과 교양을 잉태한다. 덕분에 찰나의 ‘책 수다’가 묘한 지적 쾌감을 제공한다. 정작 살다 보면 이 쾌감을 충족하기가 녹록지 않다. 검증된 지식 커뮤니티가 우리 사회에 드물어서다. 이에 창간 88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 권위의 시사 종합지 ‘신동아’가 ‘지식커뮤니티 Book치고’를 만들었다. 회원들은 한 시즌(4개월)간 월 1회씩 책 한 권을 고재석 ‘신동아’ 기자와 함께 읽는다. 4월 30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Book치고 두 번째 모임이 열렸다. 함께 읽고 토론한 책은 제도주의 경제사(經濟史)의 정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시공사)다. 멤버들이 정성스레 써온 서평 중 일부를 골라 소개한다.[편집자 주]
    담장을 경계로 나뉘는 남쪽 멕시코 소노라주의 노갈레스(위)는 도로망도, 상수도도, 법질서도 엉망이다. 반면 담장 이북 미국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시 주민들은 상수도는 물론이고 공공보험, 교육제도 등 국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담장을 경계로 나뉘는 남쪽 멕시코 소노라주의 노갈레스(위)는 도로망도, 상수도도, 법질서도 엉망이다. 반면 담장 이북 미국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시 주민들은 상수도는 물론이고 공공보험, 교육제도 등 국가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고 있다.

    책의 주제는 문답 형식처럼 간단명료하다. 질문은 제목에 담겼다. 답은 본문에 있다. 국가가 실패하는 원인은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아닌 제도의 차이라는 것이다. 방대한 양을 자랑하지만 책이 일관되게 서술하고 있는 것은 주제를 뒷받침해주는 여러 사례의 나열이다. 

    그중 남·북한 사례는 흥미롭다. 남·북한은 분단 이후 지금까지 극심한 차이를 보이며 성장해왔다. 문화적으로나 지리적으로 혹은 인종적으로 모두 같은 조건하에서 말이다. 그런데도 이렇게까지 큰 차이를 나타낸 것은 정치·경제적 제도의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이다. 남·북한이 ‘제도주의적 해석’의 방증이라는 셈이다. 

    저자들은 소수가 부를 독점하는 착취적 구조는 가난한 나라를 더 가난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이들 국가는 퇴보의 길을 걷는다. 반면 정치권력을 분산시키는 포용적 제도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창출하고 사회 전반의 성장을 자극한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하고 추상적인 이야기다. 그럼에도 저자들이 서술한 방대한 양의 역사적 사례 앞에선 고개를 수그리게 된다. 

    물론 읽는 내내 마음 한구석에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저자들은 반복적으로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유시장 체제를 교묘히 내세우고 있다. 기나긴 역사의 흥망성쇠를 너무 단순화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중동 정세는 단순히 독재자를 쫓아내고 민주적 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동이야말로 지리, 문화, 역사적 맥락을 고려치 않고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곳이다. 



    착취적 구조 아래서 지속적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저자의 의견 역시 몇 가지 모순점이 있다. 현재 제3국에 대한 강대국의 착취는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강대국의 경제성장은 오롯이 민주적 제도의 덕만이 아니다. 과거 영국은 어떠했나. 식민지 정책을 통해 지속 성장이 가능했다는 사실은 되레 저자들의 주장에 반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저개발 국가의 문제들을 단순히 제도의 문제로만 국한하는 것이 책의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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